한국 드라마 이야기/내 마음이 들리니

내마들, 철없는 김신애 드디어 엄마 노릇 하게 될까

Shain 2011. 7. 3. 13:14
728x90
반응형
가족이란 존재는 대개 늘 가까이 있기에 가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아침 마다 일어나라며 깨우던 어머니도 가끔씩 의견이 맞지 않는 아버지도 늘 티격태격 장난하며 다투는 형제들도 곁에 있기 때문에 소중한 줄 모르고 사는 존재들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가족들이 삐걱대며 하나 둘 상실되어가기 시작할 때야 가족이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지 깨닫게 됩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족들은 언젠가 하나 둘씩 떠나기 마련인데 그때가 되기 전까진 그걸 모릅니다.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내마들)' 주인공들은 어릴 때 부모를 잃거나 부모들을 다른 '무엇'에 빼앗겨야 했던 과거를 갖고 있습니다. 봉우리(황정음)의 어머니는 화재로 목숨을 잃었고, 차동주(김재원)의 친아버지는 동주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습니다. 양아버지 최진철(송승환)은 어느 순간 사람이 변해 동주를 배신했습니다. 봉마루(남궁민)의 부모는 살아 있지만 마루를 방치한 채 존재 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가던 사람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봉마루는 피를 나눈 가족이 남 보다 못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절실히 느끼고 사는 인물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모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모 자격이 없는 최진철과 김신애(강문영)는 자꾸만 봉마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게 만드는, 그의 인생을 외롭게 만드는 괴물들일 뿐입니다. 남들에게 다 있는 '부모'라는 존재가 결핍되어 있는 동주와 우리는 차라리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지만 준하는 그들을 거부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운명을 가진 아이입니다.

16년전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버렸다고 믿고 있기에 도저히 마음이 아파서 고개를 돌아보기 힘든 바보 아빠 봉영규(정보석)이나 순금할머니(윤여정)도 마음 한구석을 따끔하게 만드는 가족들입니다. 그런 가족들을 멀리 하고 최진철에게 아버지라 부르며 다가간 봉마루는 최진철에게 가장 소중한 우경그룹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김신애를 어머니라 인정하지 않고 최진철이 평생을 걸려 쌓은 재산을 가로챈 봉마루의 복수, 진철과 신애는 언제쯤이 되서야 진짜 부모가 되어줄까요.



이제서야 아들을 찾는 신애의 선택은?

순금 할머니에게 김신애는 애물단지 중의 애물단지입니다. 인물 설정에 의하면 가난한 집안을 벗어나 성공해보겠다고 독하게 대학까지 갔는데 덜컥 못 믿을 남자인 최진철의 아이를 임신해버린 딸입니다. 대 우경그룹의 비서로 성실하게 살아볼 수 있었던 인생을 그놈의 사랑 때문에 망친 여자이기도 합니다. 대기업 사모님 못지 않은 부자로 성공해보겠다는 욕심과 진철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동시에 가진 탐욕스런 신애입니다.

그 욕심 때문에 모르는 척 버려야했던 아들, 지금은 피붙이인 아들 봉마루가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상태니 신애는 우경그룹 사모님이 되보겠다는 꿈도 진철의 아내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도 모두 포기해야하는 처지입니다. 우리에게 봉마루 전화번호 알려내라고 졸라봐도 영규에게 졸라봐도 더 이상 '장준하'를 괴롭히지 말라는 그들의 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순금할머니 옆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입니다.

봉마루에게는 여러 엄마, 아빠가 있다

어제 방영분에서 차동주와 봉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너무도 외롭고 쓸쓸한 장준하를 위해 잠시 헤어져 있기로 합니다. 준하를 위로해주고 그 곁에서 함께 있어 주기로 마음먹는 의붓 여동생과 의붓 남동생의 결심은 서글프게도 준하의 영혼을 위로해주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 만의 첫데이트를 하며 한껏 즐거운 분위기를 누리는가 싶었더니 착한 우리와 동주는 자신들을 사랑해주던 준하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던 겁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악보를 읽을 수 있어도 노래를 배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피아노를 피아니스트처럼 연주하던 동주라도 봉우리가 들려준 노래를 완벽하게 부를 수는 없습니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라며 음정도 맞지 않는 노래를 불러주며 봉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동주. 최진철 때문에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고 이제는 진철의 아들 준하로 인해 우경을 영원히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동주는 준하와 함께 지낸 16년을 잊지 않습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들도 준하, 즉 봉마루를 위해 희생을 합니다. 영규와 봉우리가 그랬고 동주가 그랬는데 김신애가 최소한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갖고 있다면 봉마루의 엄마로 최진철을 막아낼 수 있어야겠지요. 버릇을 가르쳐놓고야 말겠다는 최진철을 상대할 사람은 준하가 아닌 김신애여야 한다고 봅니다. 삼십년간 순금 할머니와 봉영규를 괴롭힌 죄값 때문이 아니라도 최소한 봉마루의 어머니 자격이 있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겠지요.

봉영규의 말처럼 친구도 없고 좋아해주는 사람도 없는 김신애는 최진철의 약점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태현숙(이혜영)의 아버지가 죽던 날 밤, 호흡기를 떼어버리는 최진철을 목격한 것도 김신애이고 현장에 남아 있던 태회장의 유언장도 김신애가 챙겼었습니다(물론 후에 최진철에게 줬지만). 화재 때문에 죽어야 했던 미숙씨(김여진)를 비롯한 진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들을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14년은 없는 여자로 살고 16년은 진철의 '첩' 노릇을 했던 신애의 인생, 그녀의 겉만 뻔지르르한 삶이 엄마로서 거듭날 수 있을 지 두고봐야겠습니다.



장준하 만을 생각해줄 사람이 필요해

장준하가 싫어도 벗어날 수 없는 첫번째 가족은 일단 최진철과 김신애의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입니다. 진철도 자기 입으로 자신의 핏줄이 아무 의미없다고 할 정도로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아들이긴 하지만 신애와 진철이 '봉마루'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두번째 가족은 순금할머니의 아들인 봉영규와 미숙씨, 그리고 봉우리로 결합된 가족입니다. 평생 잊을 수 없었고 죄책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진짜 마음의 가족이지만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입니다.

어린 시절 너무도 그리워하던 어머니를 닮았던 태현숙, 동주의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였으면 좋겠다고 처음 만날 때부터 생각했던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잡스런 모든 고민을 버리고 함께 하고 싶었던 태현숙과 차동주가 장준하의 세번째 가족입니다. 애정이 담긴 따뜻한 밥 한그릇이 그 무엇 보다 그리운 준하에게 이렇게 많은 가족이 있음에도 외로운 건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준하를 일순위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상 다른 누군가에게 준하는 순서가 밀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지만 누구에게나 버림받을 수 있는 존재. 봉우리가 차동주에게 잠시 떨어져 있자고 한 이유는 장준하의 상처를 위로할 때까지 다른 누구 보다 장준하를 제일 먼저 생각해주겠다는 뜻입니다. 태현숙도 차동주도 다 잊고 장준하 만을 귀하게 여겨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봉우리가 장준하의 연인이냐 여동생이냐 하는 문제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준하를 바라봐줄 사람들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김신애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엄마 역할을 해줄 수 있을 사람들은 많지만 진짜 엄마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지도 모릅니다. 아이 아버지인 진철 보다도 우경의 재산 보다도 봉마루의 안전을 제일로 생각해줄 그런 존재, 당연히 김신애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봉영규의 희생 못지 않은 김신애의 모성애를 기대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진짜 봉마루의 어머니임을 주장하려면 마음부터 엄마여야 하는 것일테니까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