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미스리플리, 장미리의 친어머니 이화에 대한 루머

Shain 2011. 7. 5. 10:06
728x90
반응형
아주 어릴 때 헤어지게 된 부모를 서른이 다 된 나이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사람 마다 관찰력이나 기억력에 큰 차이가 있고 또 헤어진 나이와도 상관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지 않다며 확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헤어질 때의 충격이나 격한 감정 때문에 대부분은 어릴 때 헤어졌어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요. 부모 입장에선 아이 얼굴이 자랄수록 변해 알아보기 힘들어도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부모의 얼굴을 쉽게 알아보곤 합니다.

드라마 '미스리플리'의 여주인공 장미리(이다해)에겐 아주 어릴 때 헤어진 엄마가 있었습니다. 첫회에 등장한 그 장면에서 장미리의 어머니는 분명 스튜어디스 차림으로 집을 나갔고 나가면서 장미리에게 파란 펜던트가 달린 목걸이를 하나 쥐어 주었습니다. 아내를 만류하며 집안으로 들어오던 미리의 아버지는 아무래도 고시생이거나 학생인 듯 책을 옆에 낀 채로 집으로 귀가하던 중이었죠. 어린 미리가 울며 불며 잡아도 미리의 어머니는 모질게 아이를 떼어내고 떠나버렸습니다.

'미스 리플리'는 그렇게 버려진 미리가 어떻게 '술집 여자'가 되고 학력을 위조해 호텔리어로 성공하게 되는 지를 약간은 불편한 시선으로 묘사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미인계와 거짓말로 두 남자를 농락하거나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위기에 처하는 장미리가 껄끄럽게 다가오곤 합니다. 극중에서 순수한 사랑의 대명사처럼 출연하는 송유현(박유천)의 모습이 마치 외계에서 나타난 존재처럼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장명훈(김승우)과 히라야마(김정태), 장미리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흔히 TV에서 보던 통속극의 한 장면인데 송유현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로맨스 소설이나 트렌드 드라마의 한장면처럼 묘하게 분리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박유천이 직접 부른 OST가 배경음으로 깔리고 장미리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은 다른 장면들과 꽤 큰 차이가 있어 전혀 다른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마치 꿈속의 왕자님같은 송유현은 절대 땅에 발을 디딜 것같지 않습니다.



장미리의 어머니 '이화'와 신정아에 대한 루머

모든 신데렐라들의 이상형같은 송유현을 장미리에게서 떨어뜨리려 기를 쓰는 존재, 장미리의 환상적인 꿈을 깨게 만드는 이화. 시청자들 대부분이 예상했던대로 송유현의 계모인 이화(최명길)는 장미리의 친어머니가 맞았습니다. 고아라는 장미리의 처지 때문이 아니라도 장미리는 이화의 딸이기 때문에 송유현과 맺어질 수 없는 사이인 것입니다. 자신의 신분증과 과거 기록을 몰래 금고에 보관해둔 이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등기권리증'을 금고에 함께 넣습니다. 아무래도 어릴 때 버렸던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한 재산이라도 마련해줄 생각인가 봅니다.

이화는 파티에서 장미리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송유현과 결혼한다는 말에 뒷조사를 했을 때도 입양할 때 이름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보라며 뭔가 짚이는 곳이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합니다. 아무래도 그 장면들이 자신의 딸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워 연출된 장면같긴 한데 '딸'이라고 생각하는 것치고는 상당히 모질게 장미리를 유현에게서 떼어내려 합니다. 기자들 앞에서 유현이 사귀는 사람이 없다며 잡아떼는가 하면 장명훈까지 식사자리에 끌고와 위기에 처하게 만듭니다.

'장미리'라는 이름이 같은데도 딸을 못알아보는 이화

지금 설정대로 이화가 장미리의 친어머니라면 처음 장미리를 소개받고 나중에 미리가 고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딸이란 걸 알아봤어야 합니다. 장미리의 이름은 고아원 시절부터 '장미리'였고 입양 이후에도 계속 같은 이름이었습니다. 이름을 바꾼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같은 나이에 비슷한 얼굴에 같은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이 자신의 딸일 것이란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똑똑한 이화치고는 상당히 무디고 둔한 반응이랄 수 있습니다.

장미리 입장에서는 어릴 때 헤어진 엄마와 이화가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보니 이화의 본명은 '김정순'이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미리는 알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화까지 못 알아본다는 건 좀 이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화는 이미 미리가 친딸인 걸 알고 송유현에게서 떼어내려 기를 쓰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진짜 딸이란 걸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무리수를 둔 것 같습니다.

이화의 반대 속에서도 약혼식 준비를 하는 두 사람

지난주에 누군가가 댓글로 언급한 내용이기도 한데 주인공 장미리가 거짓말로 대학 강의를 나가고 남자들 사이를 오가는 이 부분은 드라마의 모델이라는 신정아, 변양균의 이야기와 많은 부분 비슷합니다. 그리고 신정아의 숨겨진 어머니로 등장하는 '이화' 역시 신정아 루머에 등장하는 특정인물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즉 신정아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언급한 대단한 '외할머니'의 존재가 바로 전 대통령 부인이 아니냐는 것이죠(이화와 이름이 비슷합니다).

신정아의 대담한 학력위조가 가능했던 건 학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맥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그 인맥의 바탕이 된 것은 바로 혈연이었기 때문에 드라마 속 상황이 마치 그 '루머'를 염두에 둔 듯 흘러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루머대로 연출하다 보니 극중 이화라는 인물은 의붓아들이 데려온 여자가 자신의 딸과 이름이 똑같은 '장미리'인데도 '설마 이 여자가 내 딸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는 것이겠죠. 루머에 짜맞추기 위해 연출된 무리한 상황이던가 작가의 착오던가 둘 중 하나일 듯합니다.



이화는 장미리의 아군이 될 것인가

장명훈은 장미리를 사랑했던 것도 호텔리어로 만든 것도 자신의 잘못이기에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에 맞춰 장미리는 송유현에게 장명훈에 대한 험담을 하며 저지해보려 합니다. 두 남자 모두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불안한 정서를 가진 장미리에겐 거짓말이 탄로날 일만 남았으니 앞으로는 위기의 연속입니다. 문희주(강혜정)가 어떻게 나올 지도 중요한 문제고 장명훈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약혼식이나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 한치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죠.

장명훈의 모친(정영수)이 죽고 히라야마가 아직도 장미리의 주변에서 얼쩡대고 있는 상황에서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마음을 다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송유현이나 장명훈의 마음을 아프게하면서까지 자신의 욕심을 채운다는 건 자멸의 지름길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장명훈에게 모든 것이 탄로났지만 송유현 만은 포기하기 힘들 것입니다. '미스 리플리' 역시 방영이 5회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무리하는 방법이 앞으로의 문제라면 문제겠죠.

루머 속의 주인공인 그 외할머니처럼 송유현의 어머니 '이화'가 장미리의 숨겨진 아군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대로 어머니가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너지고 자멸하고 말 것인가. 송유현과 장명훈, 그 어느 쪽과의 사랑도 이루어질 것같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될 지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지 마지막회가 좀 불안한 드라마란 생각이 듭니다. 루머를 그대로 옮기려고 했던 부분도 그렇고 어떤 의미에서든 그닥 유쾌한 드라마는 아니에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