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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금란의 성격 정말 가난과 상관없을까?

Shain 2011. 7. 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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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발적 가난의 시대라고 할 만큼 부유함에 대한 집착이 예전 보다 사라진 시대 같기도 합니다. 삶의 방식이 한가지가 아니기에 부유함을 꼭 추구할 필요는 없지만 한때 인류학자들은 왜 가난한 부모를 둔 자녀들이 대를 이어 가난한 노동자가 되거나 사회적 일탈을 하는지 연구하곤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은 그 상황에 불만족해 삐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회학자들과 문화인류학자들은 좀 더 정확한 이유를 알고 상황을 개선하고 싶어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의 주인공 황금란(이유리)의 부정적이고 남탓하는 성격은 꼭 가난하기 때문 만은 아니라는 반박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극중 금란 악행은 드라마 속 상황이기에 상당히 과장되어 표현되었기에 성장과정의 컴플렉스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만은 아닌 듯도 합니다. 또 실제로 가난하게 자랐다고 해서 황금란처럼 삐딱하게 세상을 대하는 것만은 아니기에 그 반박글 역시 틀린 말이 아닙니다.


반면 현대사회 저소득층의 '복지'와 '교육' 문제에 관심이 줄어든 만큼 왜 빈곤이 대물림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줄어든 듯해 금란의 일을 한 개인의 일로만 단정짓는 시선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 때문에 모두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모두 삐뚤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어떤 핸디캡이 나타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사회를 똑바로 이해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한 사람의 성격, 지능, 재능, 질병 등을 결정짓는 요인이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느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연구하곤 합니다. 사례별로 결과가 다르고 상황에 따라 수치는 달라지지만 많은 경우 유전이 20% 정도 영향을 끼치면 환경은 80% 정도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고려 시대에 난을 일으킨 만적의 말처럼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있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한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건 환경이란 말이 맞습니다.



가난한 금란이의 경험은 정원과 다르다

가난하기 때문에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이 된다는 건 어쩌면 앞뒤 잘라먹은 말이라 모두들 동의하기 힘들어도 한 아이가 겪어야했던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의 성격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교육학 용어나 심리학 용어를 전문적으로 거론하지 않더라도 어릴 때 나쁜 사람들에게 해꼬지를 많이 당한 사람이 낯선 이를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정원(김현주)의 캐릭터와 황금란의 캐릭터는 상당히 대조적으로 잘 묘사가 된 편입니다.

심리학 용어 중에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란게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인데 자기가 하는 일이 성공할 것이라 믿고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정말 성공하고 '안될 것이 뻔하다'며 매사에 임하는 사람은 정말 실패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피그말리언 효과'라는 것도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나 믿음이 실제로 일어나는 걸 뜻합니다.

송편집장은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 극단적으로 반발하는 케이스


이런 심리적인 '긍정성'의 바탕은 기질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에서 기인합니다. 학습이론에서 '성공경험'과 '실패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 즉 학습 목표를 쉽게 성취하는 아이들은 성공경험이 누적되어 공부에 자신감을 갖게 되지만, 반면 실패한 아이들은 실패경험이 누적되어 학습에 흥미와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 수준이 향상될 때에는 실패경험도 꼭 필요하지만 학습 초기에는 성공경험으로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경우에 그렇지는 않더라도 실패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정적인 자세를 갖기 쉽고 성공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성격이 되기 쉽다는 걸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극중 금란이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과 정원이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은 매우 다릅니다. 금란은 자신의 악행을 송편집장(김석훈)에게 들키자 일단 포기하고 좌절하고 회사를 그만둘 생각부터 합니다. 그 뒤에도 사과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라 했지만 사과하기 보다 다른 길로 엇나가 버립니다.

자식이 부모를 닮는 이유는 같은 환경에서 살기 때문이다.


정원은 책을 잘못 인쇄했다는 누명을 썼음에도 일단 남탓을 하기 보다 그 상황을 헤쳐나가려 하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해 상황을 책임지는 태도를 취합니다. 만약 금란이 정원처럼 누명을 쓰고 지하부서에 배치되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는 커녕 체념하고 자포자기한 다음 일을 망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포기해야했던 욕망들, 열심히 공부해도 아버지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었고, 월급을 자기 개발비용이 아닌 생활비로 써야 하고, 금란의 인생 자체가 노력해도 누군가 방해해서 실패하는 경험의 연속입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정원은 반대로 기대를 받으며 자라고 어린 시절 '자기 힘으로 성공한 경험'을 체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부하면 한만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노력한 만큼 승진하는 인생을 살아온 정원이라면 어떤 일이 생겨도 일단 자신이 책임지려는 자세를 갖게 되겠죠. 금란의 악행이 드라마인 만큼 과장되고 이해가 안가는 면도 많지만 빠져나오려 노력하기 보다 남탓을 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점점 더 나쁜 방향으로 자신을 내모는 그 성격은 성장과정이 영향을 아예 안 끼쳤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큰 대가를 치룬 금란의 미래는?

극중 서민 가정의 대표급이랄 수 있는 황남봉(길용우)와 이권양(고두심) 가족이 모여 '로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결국 큰 사위가 로또는 행복해지는 지름길이 아니라며 그들의 막연한 기대를 바로잡아주지만 서민 가정이 부유해질 수 있는 방법이 로또나 도박 같은 것이 아니면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돈'을 벌고 싶어 허망한 유혹에 빠져들곤 합니다. 이름은 좀 다르지만 흔히 말하는 '대박 행운'의 방법들,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로또를 비롯한 성실하지 못한 선택이 가끔 성공의 지름길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자신을 대신해 칼맞은 금란에게도 비정한 백곰(김지영)같은 사람들은 돈에 약한 그런 이들을 대상으로 무서울 것없는 자신의 권력을 누리는 겁니다. 금란은 안타깝게도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고 모두가 망하고야 마는 그런 유혹에 빠져들고야 만 것이구요. 그녀가 남자를 보는 눈, 즉 사법고시 합격한 거 말고는 볼 것없는 승재(정태우)를 선택하는 등의 행동이 황남봉의 '도박' 가치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송편집장의 어머니 백곰은 의사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해 금란이 불임이라며 송편과 정원을 속입니다. 분명 금란이 깨어나면 송편과의 결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질텐데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목숨까지 위험해진 금란이 이번 기회에 깨닫는 것이 있을 지 두고 볼 일입니다. 양쪽 부모들의 가슴을 바짝바짝 타들어가게 만드는 딸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합니다.

금란에 대한 평가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대의 국가는 빈곤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핸디캡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줄 책임이 있습니다. 무상급식이나 학비 지원, 또는 농어촌 특별 전형 등이 그 대안이나 빈곤이 대물림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적극적인 제도가 시행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드라마틱하게 금란을 악역으로 그리긴 했습니다만(물론 이번 칼맞은 사건으로 변화할 계기가 될 것도 같습니다) 그런 선택을 한 금란이 전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부분은 충분히 이야기거리가 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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