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의대생 3명이 한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들은 바로는 성폭행이라고 하는데 법정으로는 성추행으로 올라간 모양이더군요. 사진 유포 등으로 증명할 수 있는 부분만 기소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한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이 그 여대생의 2차 피해입니다. 본인이 그 세 사람을 처벌하기로 원했으니 사건이 공개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또 그것이 피해자로서 취해야할 당연한 조치이지만 아직까지 세상은 성폭행 가해자 보다 피해자를 더욱 괴롭히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왜 자신의 피해를 법적으로 호소하는데 본인이 더 힘들어져야 하는지 이해는 가지 않지만 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후속 기사들은 그 여대생이 정신적으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을 거라 여겨지는 내용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미 성추행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돌려보고 공개했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잡아떼기는 그른 상황, 자신들의 범죄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해자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합니다. 특히 피해자의 변호사 없이 가해자 변호사와 단독으로 4시간 이상 면담했단 내용은 듣기만 해도 구토가 나올 정도더군요.

이미지 출처 : 뉴스엔


일단 언론에서 취재한 내용은 '카더라' 통신이 아닌 실제 벌어진 일이라고 간주합니다. 언론이 아닌 네티즌이나 댓글로 전하는 내용으로 봐서는 가해자 세 사람의 집안이 엄청 대단해서 여학생이 피해자임에도 재판에서 질 가능성이 있고 또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들 역시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이라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으니 판단을 보류하기로 합니다.

최소한의 정보를 모아 내린 결론은 피해자는 법정에서도 법정 밖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정 밖의 불합리와 편견 때문에 2차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서러운데 법이라는 제도 안에서도 '피해자'여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가해자는 말 그대로 피해자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었고 많은 학교 동기들과 네티즌이 그에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 어디에도 피해자가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어제 '한겨례'에 올라온 '고대의대 집단성추행 사건 2차, 3차 공판'이란 기사는 법정 안에서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상세히 전해줍니다. 특히 가해자 3인 중 무죄를 주장하는 한 사람, '배○○는 이 사건에는 피고인이지만, 피해자와 둘만의 관계에서는 진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변호사의 발언은 속어로 '뒷목을 잡게'할 정도로 읽고 있는 사람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배씨가 잠버릇 때문에 성추행을 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장황하게 하는 것도 웃기고 피해자가 증인들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는 주장도 황당한데 그 황당함에 결정타를 날린 셈이죠.

성폭행 사건이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면 의례히 일어나는 일이 있습니다. 가해자 쪽에서 피해자에게 잦은 연락을 해 협박을 한다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일 말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도 그런 일은 여지없이 발생했다고 합니다(기사 참고: 고대 성추행 피해자 "그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특히 학교측에서 출교를 결정하지 않고 퇴학으로 결론 내리면 피해자가 피신하고 가해자는 뻔뻔하게 학교를 계속 다니는 상황까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2차 피해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술 더 떠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벌였다고 합니다(참고기사 : 고대 성추행 의대생 피해자에 2차 피해). 피해자가 평소에 이기적이다, 아니다, 평소 사생활이 문란했다, 아니다 등의 설문지를 동기들에게 돌렸고 설문에 응한 사람들의 학생증까지 복사해 재판에 유리하게 활용할 생각인 듯 하다고 합니다. 뻔뻔하게 설문지를 들고 학교를 들락거린 가해자도 웃기지만 설문에 응해준 동문들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더군요. 의사 사회가 아무리 인맥 중심이라 자신들의 불이익이 걱정된다 쳐도 자신들의 명예를 함부로 버렸으니 말입니다.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우리는 흔히 피해자의 '품행'과 '인성'을 들먹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엄연히 틀린 주장입니다. 피해자가 아무리 문란했다고 한들 성범죄의 핑계는 될 수 없습니다. 명색이 의학을 공부했다는 대학생이 이런 주장을 담은 설문을 아무렇지 않게 증거로 쓰려했다는 '무식함'에 질리기도 하고 '원래 그런 인간이구나' 싶어져 혀를 끌끌 차게 되더군요. 자신의 무지와 모자람을 사람들 앞에 드러낸 셈입니다.

결국, 이런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네티즌들의 악플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어제 올라온 기사에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댓글을 대량 작성합니다. 가해자 측에서 그런 댓글을 올렸던 악플러들의 장난이든 간에 중요한 건 법적으로 모욕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피해자가 인터넷에서 3차 피해를 당하고 있단 점이 문제입니다. 가해자에게 비공식적으로 '퇴교'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우호적인 기사에 비하면 너무도 참담한 상황입니다.

가해 학생들이 한 여학생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 사진까지 찍어 유포했을 때 처음 양심을 저버렸다면, 두번째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며 법정에서 피해자를 괴롭혔을 때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셈입니다. 뒤를 이어 가해자의 부모가 피해자를 협박하고 법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땐 인간이기를 포기한 셈입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누군가의 인생이나 마음은 황폐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그 이기심, 정말이지 끔찍하기까지 합니다.

더욱 무서운 건 그 피해자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가해자 측에서 그런 설문조사를 벌였음에도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은 학교 친구들도 그렇고 재판 결과가 무서워 해당 학생들의 '출교'를 결정하지 못하는 학교, 또 자신들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 잠자코 모른 척하는 동료들이나 악플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이 피해자를 점점 더 죄인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움추러드는 피해자를 왜 자꾸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행동이 가능한 건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는 짓밟는' 사회의 속성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사회나 일부분 그런 성향이 있긴 하지만 유독 이 사건의 가해자들이 뻔뻔할 수 있는 건 자신들은 절대 약자가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겠지요. 지금 이 사건이 고려대 출신 의사들에 대한 반발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곧 이 사건을 잊게 되리라 그들은 굳게 믿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법 앞에서 돈 앞에서 강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꼿꼿이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또 한편으로 가해자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끔찍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일어났던 '환자 옆에서 잠든 의사' 사건도 그랬고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건 고려대에 대한 불신 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강자와 약자는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게 세상 이치이기도 하니 당장은 이기는 것 같더라도 가해자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일단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되어야함에도 '피해자 과실주의'로 이어지는 이 현상이 아직까지 나아지지 않은 점, 또 환자에게 신뢰를 주어야할 의사 집단이 최소한의 윤리도 지키지 못한다는 점에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두가지 제도 모두에 개선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일까요. 안타깝고 서글프고 화가 나는 사건입니다. 자세히 말은 못해도 많은 사람들이 가해자들의 출교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모쪼록 피해자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첨언 : 대화의 기본도 안 갖추고 덤비는 일부 악플러에게 경고합니다. 이번 고대 '성추행' 사건은 꽃뱀의 쌍기역 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로 피해와 가해의 구분이 선명한 사건입니다. 왜냐면 가해자 3명이 피해자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유포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성폭행은 잡아떼도 성추행은 못 잡아떼는 것입니다. 가해자를 가해자로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름에 있어 일말의 의심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시비를 걸려거든 배모씨 어머니와 푸념이나 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그런 명예훼손성 설문조사나 하고도 본인이 왜 바보인지 모른다면 심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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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린레이크
    2011.09.01 12:41 신고

    저두 이 사건을 접했을때 그 피해 여학생의 향후가 걱정 스럽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일이 이 지경까지 가고 있으니~~
    도대체 법은 왜 존재 라는건지도 의문 스러워지니~
    저런 일을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 할줄도 모르는 저런 인간들이
    과연 의사가 된다면 ~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합니다~~~

  2. Favicon of http://rja49.tistory.com BlogIcon 온누리49
    2011.09.01 12:52 신고

    이 나라에 과연 정의가 살아있는지 의심스럽네요
    그나저나 이 학생이 심히 걱정스럽네요

  3. 또롱
    2011.09.01 15:02 신고

    고대......

  4. Favicon of http://q828.tistory.com BlogIcon 꽃보다미선
    2011.09.01 16:19 신고

    이번사건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
    잊지 않을 겁니다.
    기회가 오면 꼭 피해자의 편을 들어 주겠습니다.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5. 저런 것들도 인간이라고 숨쉬다니 토악질 나와
    2011.09.01 20:39 신고

    우리 나라는 돈과 권력 앞에 법이 있을 뿐이지, 정말 피해자를 위한 법 따위는 없는 나라입니다. 진짜 스스로 가해자를 처단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네요.

  6. 반골
    2011.09.01 21:58 신고

    칼이나 총이 있다면 저 세놈들 죽여버릴텐데!

  7. 잊지않을겁니다.
    2011.09.01 23:50 신고

    이 추잡한 고대 사건의 결말을 꼭 관심갖고 지켜볼것입니다.

  8. 진짜...
    2011.09.02 06:55 신고

    이 여학생 변호사도 없이 상대쪽 변호사 상대해가며 말했다는 거 어이가 없네요. 그 상태면, 심리적으로 제대로 방어하기조차 힘들텐데... 쯧쯔... 아니... 그런건 아예 거절하고 그 면담인지 뭔지는 하지를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피해자는 그런 거 조언해줄 사람조차도 없나요? 안타깝네... 진짜... 그렇게 무식하게 나오는 피해자들.. 뭔 빽을 믿구 그렇게 하는건지... 그 빽 조사나 좀 해봅시다. 뒤에 누가 있어서 그런거지.. 여성인권.. 뭐 이런 거 하는데서는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나요. 아님, 거기도 인맥에 걸쳐서 쉽게 안 도와주는건지?? 그렇담, 아고라가 도와줘야겠네요.

  9. Favicon of http://transartist.tistory.com BlogIcon 정선비
    2011.09.02 12:01 신고

    진짜 성폭행은 피해자의 보호가 최우선이 되어야 할텐데
    수사를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ㅡㅡ;
    답답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10. 행인
    2011.09.02 20:07 신고

    개념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어째서.. 정말 님 글처럼 피해자가 가해자가 명백한 일에
    악플러들이 있는지 이러한 추세로 일이 흘러가는지
    시간이 갈수록 화만 납니다.
    내가 열심히 살아서 높은 위치에 가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제일 빠른일인거 같네요 ㅠㅠ

  11. 오늘
    2011.09.03 10:04 신고

    이러면서도 공정사회라던가 기회를 균등하게 줘야한다 등등
    정부에서 말은 잘하죠. 이렇게 이슈가 되었음에도 대놓고
    저런식으로 진행되는데 다른 피해자들은 어떨까요??
    그리고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건지... 여학생을 제대로 변호해 줄 수있는
    능력있는 변호사들 없나요?? 요즘 지식인, 전문가라는 사람들까지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듯하네요. 소위 사회 엘리트 집단이 썩었어요.
    아마 대통령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되어도 임기안에는 바꾸기 어려울 듯...

  12. Stewoo
    2011.09.03 10:08 신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참 웃긴세상이죠... 빈익빈 부익부... 갖은자는 모든것을 갖을수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법도 없는 사람의 피해자의 편이 될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죠.... 배XX 잘 살거예요... 쓰레기라서... 원래 저런 쓰레기들이 더 잘살더라구요... 우리는 그렇게 판단하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뭔가로 덮어버리고 온전하게 살아온사람처럼 포장하는 그런 사람들을 쓰레기라 부릅니다. 그리고 상종할 가치조차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사람들...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끼리 엎치락 뒷치락하면서 사는 쓰레기들이라고.... 원래 쓰레기들은 한데뭉쳐서 다닌답니다. 그래야 쓰레기처럼 안보일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런다고 쓰레기가 어디 가겠습니까? 뭉쳐 다니면 더 잘보이겠죠..ㅎㅎㅎ 우리 쓰레기들에게 한마디 해주죠.... 역시 쓰레기는 씻어도 포장해도 쓰레기다...

  13. 샘물
    2011.09.07 12:25 신고

    남성중심의 권력구조에서 너무 흔하게 일어났으며(지금까지 너무 많은 우리의 어머니, 누이 들이 겪었다....) 아무런 꺼리낌없이 젊은 것들이나 늙은 것들이 여성을 비인격적으로 취급하는 문화적 습관들, 너무 천박하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그 에미에비가 가증스럽고, 그들의 딸, 그들의 손녀들에게 흘러갈 악한 저주는 왜 못보는가??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지 않으면 결국은.... 제발, 인간의 존엄성을 고귀하게 보자!

  14. 성범죄자들은 전부 정신병자입니다.
    모두 감옥에 영원히 처넣던지 모두 사형해야 합니다.

    성범죄자 = 싸이코패스

  15. 성범죄자들은 싸이코패스
    2013.12.03 13:53 신고

    성범죄자들은 전부 정신병자입니다.
    모두 감옥에 영원히 처넣던지 모두 사형해야 합니다.

    성범죄자들이 의사가 된다면, 환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거죠

    성범죄자 = 싸이코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