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계백

계백, 행회의 영묘는 왜 은고를 위해 자결했을까

Shain 2011. 9. 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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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사극'에는 어쩔 수 없이 현대인들의 정치적 가치관이 개입하게 됩니다. 때로는 진보와 보수의 다툼이 연상되는 대립구도가 표현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감정이나 재벌과의 갈등이 떠오르는 구도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드라마 '계백'에 등장한 사택황후(오연수)와 사택씨 일가들이 젊은이들인데다 새로운 백제를 꿈꾸는 계백(이서진)과 의자왕자(조재현) 보다 부패한 기득권층처럼 보이는 건 그런 연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구세력과 신세력의 정치적 입장 차이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극중 의자는 무왕(최종환)의 정치적 승리를 도모한 공으로 태자로 책봉되고 아내 연태연(한지우)는 태자비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들 부여태는 정식으로 부여의자의 아이로 인정받습니다. 민심을 살펴보겠다며 자신과 뜻을 함께 한 동지들 즉 계백, 성충(전노민), 흥수(김유석) 등과 마을로 나간 의자는 백성들의 진심을 듣게 됩니다. 신라의 왕을 이모로 둔 반쪽 자리 왕자를 어떻게 믿겠냐는 말, 또 새로이 세력을 차지한 자들은 높은 자리 차지하려고 진흙탕 싸움이나 할 것이 분명하다는 말.

태자 자리를 차지한 의자와 첫번째 왕자 부여태

자신은 새로운 백제를 꿈꾸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택씨 일가들을 물리쳤지만 백성들에게는 똑같은 권력자일 뿐이고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따질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 것도 없고 강성한 귀족들의 횡포에서 벗어날 희망도 없는 백성들, 그들은 진정한 백제의 발전을 위해서 의자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것이란 꿈을 가져야 하지만 그동안 질리도록 지도자들에게 실망해왔던 사람들입니다. 의자는 섭섭하지만 그 문제가 백성을 탓할 문제 만은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태자비가 된 태연의 아들 이름을부여태로 바꿨더군요. 일전에 읽은 기록으론 부여태는 의자왕의 제 2왕자라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태연은 의자가 황위에 올라도 황후가 될 수 없거나 은고(송지효) 등에게 지위가 밀린다는 뜻인듯 합니다. 초기 캐릭터 설정에서는 부여융의 어머니가 연태연이었는데 다르게 설정한 듯 합니다. 의자왕의 장자 부여효도 아직 보이지 않는 상태이니 어떻게 마무리할 지 모르지만 은고의 자식들이 제 1왕자가 될 것같단 생각도 드네요. 목씨 집안의 은고가 의자왕의 아내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은고의 발목을 잡을 목씨들과 상단

백제의 왕족이 부여씨라는 건 유명한 이야기고(무왕의 이름은 부여장, 의자왕의 이름은 부여의자) 극중 사택적덕(김병기)를 비롯한 사택씨들이 엄청난 위세를 누렸음도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사형당한 연문진(임현식)의 연씨 집안도 대성팔족의 하나로 연태연은 아버지와 오빠를 잃었지만 또다른 남자형제가 권력층으로 급부상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성씨는 잘 등장하지 않지만 은고의 아버지로 설정된 목한벽의 목씨 역시 유명한 귀족가문 입니다. 근초고왕 때 활약했다는 장군 목라군자(木羅斤資)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은고는 '은고 부인'으로만 알려져 있지 성씨는 아무도 모릅니다. 극중 은고에게는 존재 조차 몰랐던 숙부가 생기고 그 숙부에게 사택씨와 어울리던 내신좌평 기미(김중기)가 나타나 뇌물을 전합니다. 도시부 장사라는 직책을 받은 은고에게 목씨 집안은 자신의 업무를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됨과 동시에 승승장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무왕의 호감과 의자의 지지를 등에 업은 그녀의 세력이 커갈수록 부정부패도 함께 자라난다는 뜻이 됩니다.

혈연이 살아있음을 기뻐하며 목씨들을 불러들이는 은고

무진(차인표)의 죽음을 지켜본 계백을 멀리 보내라는 무왕의 권고대로 의자는 계백을 가열성의 군장으로 떠나갑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 은고와 함께 가자 청하고 은고 역시 따라갈까 말까 망설이지만 사비성에서 책임질 가족과 식솔들이 있고 또 정치적 야망도 있는 은고는 함께 거사를 도모한 정치적 동지였던 의자의 말에 도시부 장사 자리를 수락하고 맙니다. 의자는 공식적으로 은고에 대한 애정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녀를 잡아두고 싶었기에 무왕의 제의를 수락한 것이겠지요.

계백은 타고나기를 성정이 꼿꼿해 새로운 백제를 새우기로 약속한 흥수, 성충 이외에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을 성격이지만 권력의 핵심부에서 움직이는 의자왕과 은고는 처지가 다릅니다. 의자는 연태연과 혼인했듯 원치 않은 정략혼도 해야하고 공평한 정치를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가문에서 인재를 등용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은고는 어릴 때부터 은혜를 입은 행회의 영모(최란)를 비롯한 사람들을 거둬야 하는 입장입니다. 아직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영묘는 신녀(이태경)의 뜻으로 은고 모녀를 데려온 듯합니다.

은고는 결국 계백을 따라가지 않는다

영묘는 은고의 할머니처럼 어머니처럼 은고를 길러주었고 복수를 위해 사택황후 옆으로 접근하려는 은고를 지지해주며 상단의 대행수 자리까지 내어주었습니다. 모든 학문과 장사 방법까지 가르쳐주며 은고를 사랑해준 영묘는 은고의 스파이 노릇이 들통나 목숨이 위험해지자 자신이 대신해 자결하고 죄를 뒤집어씁니다. 덕분에 은고는 계백과 의자왕자가 궁으로 오는 동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대체 영묘는 왜 신녀의 뜻을 따랐으며 자신의 핏줄도 아닌 은고를 그리 정성스레 길러주었던 걸일까요.

사택황후가 위제단의 귀운(안길강)을 부려 자신의 사적인 욕심을 채웠듯 은고에게는 극 초반부에 설정된 영묘와 관련있는 '여명단'이 살수이자 비밀 조직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의자왕의 호위로 활약하던 초영(효민)은 교관으로 이미 활약해 의자의 반기를 배후에서 지원하는 군사들에게 직접 무술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은고는 자신이 거부하고 싶어도 이미 일가를 이룬 주변 사람들의 뜻을 거절할 수가 없는 상황으로 영묘의 은혜를 저버릴 수도 없고 그들을 자신의 사조직으로 거둬야할 수도 있습니다.

은고가 영묘의 은혜를 어떤식으로 갚을 것인가.

사택씨를 비롯한 '공공의 적'이 있을 때는 그들만 처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나는 듯 보였겠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한 나라의 개혁을 도모하자면 제일 무서운 적은 바로 내부의 적임을 말입니다. 정치적 이상이 다른 흥수, 성충과 사택황후를 쏙 빼어닮은 은고는 반드시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인물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계백은 사랑도 친구도 스승도 잃는 슬픈 삶을 살아야할테지요. 은고의 캐릭터가 변절하게 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야망에 휘말리게 될 것인가. 영묘가 은고를 위해 죽어간 이유에 주목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드라마 '계백' 홈페이지에 동시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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