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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이성계와 이인임 영웅사극의 영리한 진화

정통사극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BS '정도전'은 전체적으로 고증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대사나 상황 묘사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기존 개념의 정통사극과도 좀 다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사처리가 많은 부분 자연스러워졌고 옛날 사극에 비해 자막도 많이 활용하고 단어가 쉬워졌다는 점 인데 현대극에서 자주 연기하던 정도전 역의 조재현과 정통사극의 대명사인 이성계 역의 유동근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죠. 유동근과 조재현의 발성은 많이 다릅니다. 과거에는 이성계나 임호처럼 사극 말투와 발성에 능숙한 사람들이 아니면 주인공 '영웅' 캐릭터를 소화하기 힘들었습니다. '정도전'에서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도전은 나라를 세운 이성계에 비해 다소 주목받지 못한 2인자입니다. 정도전이 구축한 조선의 제도와 조..

사랑해서 남주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부모와 자식의 인연

어떤 동물이든 갓 태어난 새끼일 때는 부모에게 의존합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뛰어다닐 수 있는 작은 포유류들과 달리 한동안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인간은 더욱 그렇죠. 동물이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사냥을 다닐 수 있을 때까지 어미에게 의지하듯 인간도 직장을 얻고 새로운 짝을 얻을 때까지 부모의 도움을 받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동안은 자식에게 부모는 세상의 기준입니다. 부모는 자신의 품안에서 쉬는 자식을 보며 아이의 미래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이란 가당찮은 기대를 갖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식들은 부모가 원하는 틀이 자신과 맞지 않을 땐 부모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발하고 그때부터 그들은 갈등하기 시작합니다. '무촌'이라는 배우자도 이혼하면 남남이지만 자식들과의 관계는 배우자와 이혼해도..

에이미 '해결사 검사' 논란, 검사의 권력남용도 연예인 특권인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 성형외과 병원장을 협박하고 돈을 받아낸 현직 검사. 이른바 '해결사 검사' 사건의 당사자이자 방송인 에이미의 '연인'으로 알려진 전모 검사는 지난 22일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현직 검사가 공갈 협박 혐의로 구속된 것은 66년 검찰 역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담당 피의자를 위해 성형외과에 전화해 재수술을 받게 해주고 돈까지 받았냈단 의혹과 성폭행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성형외과 병원장의 가족이 전직 경찰이란 내용의 스캔들은 검찰과 경찰의 권력남용 의혹 사건으로 처음에는 그 중간에 끼인 방송인 에이미가 이렇게까지 부각되리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아주 가관이군요. 검찰, 경찰의 비리 사건을 연예면에서 다루는 것도 모자라 전검사와 에이미가 애틋..

미스코리아, 이연희가 보여준 아픈 청춘 그 중간점수는?

연기의 기본은 감각과 경험의 재현이라고 합니다. 슬프고 힘든 일을 많이 겪어본 배우일수록 연기에 깊이가 있고 격하고 뜨거운 사랑을 해본 사람들은 연인만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고 하죠. 물론 모든 배우가 이런 감정을 다 받아들이고 연기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또 같은 일을 경험해도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아닙니다. 덕분에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드라마에 따라 사랑 연기가 달라지고 시청자들이 그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거겠죠.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우리 나라 드라마는 저자본으로 제작 가능한 멜로물에 집중한 경향이 있어서 배우들의 연기 수준도 높고 표현력도 뛰어난 편입니다. 다만 TV의 특성상 드라마 배우들의 연기가 과장되어 있고 감정 표현이 격한 편인데 소위 '..

미스코리아,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찾아서

미스코리아 대회를 둘러싼 반발은 1999년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90년대에는 유난히 지역미인대회가 유행했기 때문에 전국dp 군단위로 열리는 미인대회만 100개가 넘었습니다. 그 시대에는 적당한 외모에 키 170 센티미터가 넘는 여성들은 미인대회 참가해보라는 말을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은 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성형수술로 획일화된 외모 뿐 이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유명 미용실이나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엄청난 액수의 돈을 줘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름답다'는 명예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미스코리아 대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90년대는 자기 PR의 시대라고 했습니다. '미스코리아'의 김형준(이선균)이 공부해서 한국 최고의..

에이미 JTBC 출연 반드시 필요했다면 그 이유는?

'JTBC 뉴스9' 손석희 앵커를 미드 '뉴스룸(The Newsroom, 2012)' 윌 맥어보이(제프 다니엘스)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인터뷰, 대담 형식의 뉴스 진행과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뉴스는 '대한민국 뉴스의 희망'으로 주목받을 만큼 파격적이었습니다. JTBC 뉴스는 천편일률적인 공중파 방송 보도에 비해 호평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JTBC뉴스9' 손석희 앵커가 정말 '뉴스룸'의 윌 맥어보이 같은 판타지 속 인물이냐 하는 문제는 판단을 유보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TV를 보지 않고 포털 사이트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서 한두번 시청한 정도라 쉽게 평가하긴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들의 반발처럼 저 역시 에이미가 'JTBC 뉴스9'의 인터뷰 대상자가..

따뜻한 말 한마디, 이혼하려던 부부가 함께 살 수 있는 이유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원룸도 있고 다가구 주택도 많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단독주택에 방 하나를 세 얻어 사는 가족이 흔했습니다. 부부 두 사람에 아이는 보통 둘에서 셋, 세수할 곳도 음식할 곳도 마땅치 않은 그 공간에서 주인집의 눈치를 보며 살림꾸리는 젊은 부부들이 그 시절의 흔한 풍경이었죠. 그렇게 '셋방살이'를 하다 보면 젊은 부부는 싸움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 아내는 아이들이 울고 뛰어노는 소리가 주인집에 들릴까 노심초사하며 청소기, 세탁기 하나 없는 집안 살림을 하느냐 녹초가 되고 남편은 8시간 근무는 커녕 12시간씩 잡아두는 직장생활에 그대로 쓰러지기 일수였죠. 뭐 그렇게 아웅다웅하는 시절에도 바람필 사람은 다 피우고 부부싸움할 사람들은 다 했습니다만 사정이 그렇다 보니 외도 문제..

사랑해서 남주나, 반찬가게 홍순애가 보여준 진정한 어른의 지혜

가끔 나이들어 홀로 되신 동네 어르신이 재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인가 봅니다. 중병에 걸린 배우자를 돌보다 사별하고 재혼하신다는 분들은 그나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축하의 말을 듣는데 아침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적절한 커플들처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결혼을 하거나 이혼 전부터 불륜이었던 경우, 자식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대와 재혼할 경우에는 안좋은 말이 훨씬 더 많이 들려옵니다. 재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입장이겠지만 어느 나이가 넘고 보면 내 입장 보다 주변 눈치가 훨씬 신경쓰이기 마련이죠. 그런데 부모의 재혼을 지켜보는 자식 입장에서도 할 말은 충분히 있습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유진(유호정)과 유라(한고은)는 아버지 정현수(박근형)의 사랑에 반대했지..

정도전, 경처 신덕왕후 난 이성계의 첩이 아니다

풋내기 정치인 정도전(조재현)의 좌충우돌은 어떤 면에선 불편한 느낌도 줍니다. 극중 서른 네 살의 정도전은 수련하는 학생이 아닌 한사람의 성인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젊다기 보단 장년층입니다. 10대 중후반에 결혼하는게 당시 풍습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인의 환갑을 축하하는 등 평균수명이 지금 보다 한참 짧았던 걸 생각하면 40대 중반의 현대인과 비슷한 위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19살에 큰아들을 낳았으니 벌써 자식도 많이 자랐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안정을 찾고 일가를 이루기 시작할 나이에 정치인들과 거칠게 충돌하는 모습을 보면 실제로도 보통 성격은 아니었던 것같습니다. 정도전을 그 나이까지 끊임없이 분노하게 한 동력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정도전이 시대를 앞선 학자이자 과격하고 개혁적인..

'더 지니어스' 홍진호 탈락 패거리 문화에 대한 반감을 자극하다

처음에는 '더 지니어스' 논란을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인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반발하나 그 이유가 궁금하단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은지원, 노홍철, 이상민같은 한번쯤 얼굴을 본 연예인들도 출연하고 게임계의 스타인 임요환, 홍진호, 해커로 유명했던 이두희까지. 저 사람들의 조합으로 뭘 하겠단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어떤 게임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분통터진단 반응을 보이는건지 신기하기도 하더군요. 개인적으론 유명세있는 연예인 보다 홍진호, 임요환의 플레이가 궁금했습니다. 스타 크래프트 해본 사람치고 홍진호 또는 임요환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어차피 예능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은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습..

나 혼자 산다, 이왕이면 좋아서 하는 운동이 훨씬 즐겁다

저는 가끔 혼자 자취해보겠다는 후배들에게 될 수 있으면 학교는 집에서 다니라 조언하곤 합니다. 안 그래도 결혼하면 부모님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데 일찍부터 떨어져 살 필요도 없거니와 독립심을 기르는 것도 좋지만 학교 생활은 부모님 도움을 받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기 때문이죠. 간단한 식사부터 세탁, 청소까지 혼자 해결하다 보면 공부에만 몰두해야할 순간이나 아르바이트가 필요할 때 생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후배는 저 애는 혼자 살아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싶은 타입도 있더군요. 자기 관리도 관리지만 세상 물정을 너무 몰라서 나이 들어 고생 깨나 하겠다 싶은 후배들 말입니다. '나 혼자 산다'에는 혼자 사는데 오래 익숙해진 출연자도 있지만 나이들어서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 사람도 있습니..

미스코리아, 무거운 현실을 눌러버린 오지영의 와이키키

요즘 인터넷 여기저기서 된장녀, 김치녀같은 여성 혐오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만 평범한 20, 30대 여성이 미용실에서 손질한 화려한 헤어스타일에 사치스런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가는 일은 흔치 않을 것 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파티 문화가 유행해도 드레스 코드는 기껏 심플한 미니 드레스 아니면 평소 보다 약간 화려한 옷이지 파티복은 거의 없습니다. 여자라면 한번쯤 입고 싶은 옷이지만 입고갈 일도 없고 가격도 부담스러운 드레스. 결혼식 때 화려한 티아라에 화사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어하는 심리에는 평소 해보지 못한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심리도 있겠지요. 90년대에는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미스코리아'의 오지영(이연희)는 임선주(강한나)의 자격박탈로 어렵게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미스 서울 진의 왕관 ..

미스코리아, 우리들 첫사랑도 이렇게 서툴렀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서 부부가 된 커플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도 어렵지만 서로의 차이와 상황을 맞춰간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삶의 변화를 겪습니다. 대학생활, 군대, 취업, 결혼식 등 절박한 현실이 커플의 발목을 잡습니다 . 고등학교 때는 세상에서 가장 예뻐보이던 여자친구가 대학교에서 만난 여자들 보다 평범해 보이고 군대가기전에는 듬직했던 남자친구가 군인이 되더니 주변 선배들 보다 속좁고 답답한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흔히 사랑할 때는 콩깍지가 씌워서 상대의 단점이 잘 안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환경이 변해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과거와는 확 달라진 시야로 현실을 절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지영(이..

셜록, 소시오패스 셜록 홈즈의 영국식 결혼 해프닝

어린 시절 읽었던 셜록 홈즈 이야기는 흥미진진했습니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방대한 지식과 상식을 뛰어넘는 판단력, 초능력에 가까운 날카로움과 날렵한 행동이 보는 사람들을 속시원하게 합니다. 그런데 '뤼팽'이 아무리 멋있어도 도둑인 것처럼 셜록 홈즈 역시 아무리 탁월해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사회부적응자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죠. 그래서 현대판 셜록은 '셜록'에게 은둔형 외톨이, 고기능 소시오패스라는 독특한 설정을 부여 했고 단순한 관찰자처럼 보였던 왓슨도 점잖은 겉모습과는 달리 따분한 세상에 질린 참전 군의관으로 탄생시켰습니다. 물론 원작에 기반한 비틀기였죠. 영국 드라마 '셜록' 시즌 1, 2도 재미있게 시청했지만 지난주 방송된 시즌 3의 두번째 에피소드 '세 사람(The Sign of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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