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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827

따뜻한 말 한마디, 송미경이 몰랐던 불륜의 시작은 무엇일까

한번은 학교 선배 언니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똑똑하고 키도 크고 예뻤던 그 언니는 나름대로 유명인이었고 다른 학과 선배와 커플 사이였습니다. 오랜 연애 끝에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하고도 두 사람은 비슷한 일을 했고 동창들 사이에서 두 사람 소식을 듣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오래 사귀었으니 남의 눈 때문에라도 헤어지긴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간만에 만난 그 언니는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임산부 였습니다. 그때는 그 언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반가워하는 저에 비해 다소 경계하는 듯했던 언니는 한편으론 지쳐보였습니다. 연애는 연애고 결혼은 현실이라 임신 후 달라진 상황이 힘들어서 그런가 싶어 안쓰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다른 언니..

정도전, 왜 유독 이성계만 이북 사투리를 쓸까

조선의 성리학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십니까? 유교하면 제사가 떠오르고 좋지 않은 악습이 떠오르는 것처럼 성리학하면 당쟁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고려에서 성리학을 공부하던 학자들은 조선 유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후대까지 널리 퍼지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도 한때는 신학문을 연구하는 고려의 지식인이었고 '신진 사대부'라 불리던 개혁 세력이었는데 하늘 아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하던가요. 사실 어떤 학문도 크고 작은 오류는 있고 현실에서 이데올로기 보다 중요한 건 정치라서 우리가 인식하는 부정적인 면들을 성리학 자체의 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 '정도전'의 초반부는 풋내기 정치인 정도전(조재현)의 피끓는 울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개혁군주로 죽을 수 ..

사랑해서 남주나, 홍순애와 정현수 자식 눈치보기 참 힘들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남을 주선할 땐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나이같은 조건을 꼼꼼히 따진다고 합니다.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남들 다 하는 결혼 나도 해야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혼자 살기 싫어서 맞선에 나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남녀가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만큼 힘겨운 확률이고 보면 맞선봐서 결혼해보겠단 시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닌데 이왕이면 현실적인 어려움은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따지는 조건들이 첫만남을 더욱 살벌하게 만들지요. 이런 현상은 나이든 커플 맞선에서 더 심하다고 합니다. 홍순애(차화연)가 맞선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대뜸 혼인신고가 어쩌니 재산이 어쩌니 많은 조건을 따집니다. 좋은 남자 만나 사랑받아 보겠다고 그 자리에 나왔던 홍순애는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닌데 주저리주..

정도전, 공민왕 죽음에 격노한 최영 다시 전설의 시작이다

고려 왕실에 입성한 최영 장군(서인석)의 모습은 그동안 기대했던 영웅의 풍모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민왕(김명수)의 갑작스런 죽음을 듣고 단숨에 달려온 최영의 모습은 조정에 모인 사람들을 숨죽이게 할 만큼 당당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과 고집스럽게 치켜올려진 짙은 눈썹, 굳게 다문 입술과 무섭게 부릅뜬 눈이 왜구들이 그렇게 두려워했다는 백수 최만호(白首崔萬戶)라는 묘사에 딱 맞더군요. 백발을 풀어헤친 한 노인의 모습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드라마 '정도전'의 팬들은 최영에게 '최달프'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반지의 제왕' 간달프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야기겠지요. 평소 서인석같은 사극 배우들이 일반 배우들과 다르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개인적으로 사극 발성 안되는 분들이 사극 출연..

사랑해서 남주나, 어떤 경우에 사랑을 양보할 수 있나요?

21세기 한국은 90년대 유행한, DJ DOC의 노래처럼 '사람들 눈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일까요. 좁은 마을도 소문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소문이 널리 퍼지는 인터넷 덕분에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남의 손가락질을 의식하며 살아 갑니다.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 말이죠. 현대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은 더욱 강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인간의 감성은 하찮게 여기는 사회가 되어 더욱 부자연스럽게 변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커지고 집단이 늘어나는 것이 꼭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에는 사랑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여러 커플이 등장합니다. 불륜이란 큰 성장통을 격은 유진(유호정), 강성훈(김성수) 커플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깨가 쏟아지고 이기적인 남편 송호섭(강석우) 때문..

미스코리아, 마음아픈 오지영의 눈물 마애리가 궁금하다

출산 후에 여성들은 모유 수유를 끊을 때 식혜를 마시곤 합니다. 엿기름물로 만드는 식혜가 달달하면서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미스코리아'의 마애리(이미숙) 원장이 엿기름물을 맛보고 체리미용실 후보인 임선주(강한나)가 출산했다는 걸 알아챈 것은 출산한 여성의 경험 덕분이겠지요. 마애리는 자신의 퀸미용실 후보인 김재희(고성희)가 진이 아닌 선이 되었다는 것도 불쾌한 듯하지만 아이까지 낳은 자격없는 후보가 미스 서울 진을 차지했단 사실을 알고 뭔가 대책을 고민하는 것같습니다. 오지영이 호감을 가진 이성은 김형준(이선균)이지만 오지영(이연희)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할 수 밖에 없는 절실한 심정에 공감하는 사람은 오히려 마애리와 김재희 쪽 이겠죠. 명동 뒷골목 대포집 딸로 태어나 경쟁자들의 유언비어에도 ..

미스코리아, 와이키키! 아프면 아플수록 오지영은 빛난다

무전기같은 핸드폰 보다 가볍고 반으로 접히는 PCS가 인기를 끌고 월드와이드웹과 인터넷은 잘 몰라도 PC통신을 즐기던 젊은 세대가 있었고 PC 통신 유니텔을 소재로 한 영화 '접속'이 인기를 끌던 97년. IMF 외환위기로 사회 여기저기에서 취업과 실업으로 힘겨워하는 청춘들이 많았지만 한편으론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분주했고 여기저기에선 선거 운동을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도 문화생활도 사치스럽게 느껴지던 그 때 어쩌면 그렇게 신기한 것이 많이 탄생했는지 많은 사람이 진짜 배고픔이 아닌 물질의 허기를 느끼며 살았더랬죠.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연희)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2014년 우리들과 닮았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손님들에게 웃어주는 엘리베이터걸 지영이 배고파서 삶은 계란을 몰..

따뜻한 말 한마디, 불륜이 남에게 알려질 때 일어나는 일들

불륜에 대한 적대감은 기혼 남녀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마음고생을 해본적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겪은 상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영경(김혜나)이 송미경(김지수)을 적대시하다가 나은진(한혜진)이 미경의 남편과 불륜 사이였다는 걸 알고는 미경을 언니라 부른 것처럼 말입니다. 영경은 십년 넘게 알고 지낸 후배 은진에게 물을 끼얹고 쿠킹 클래스에서 쫓아낼 정도로 분노합니다. 불륜에 대한 분노는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활화산입니다. 비록 그것이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라도 말이죠. 얼마전 '사랑해서 남주나'의 한유라(한고은)가 내연남의 아내에게 폭행당했죠. 장윤철(조연우)의 아내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백화점이란 사실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유라를 마구..

'셜록' 더빙논란, 한국어 더빙이 촌스럽다고?

저도 미드, 영드를 즐겨 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잘 만들었든 못 만들었든 외국이나 한국이나 드라마의 속성은 똑같다는 깨달음(?)을 얻고 난 뒤로는 나라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봅니다만 한때는 외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꽤 노력을 했더랬죠. 드라마는 그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한 종합적인 오락물이다 보니 그 나라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코드가 있습니다. '수상한 가정부'나 미드 '홈랜드'의 원작인 '하투핌', 시대극처럼 영어를 잘 알아도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어서 즐기기 힘든 외국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KBS의 수신료 논란은 불쾌하지만 KBS가 다른 어떤 방송국 보다 잘 하는 일이 하나 있죠. 바로 BBC의 드라마를 재빨리 수입해 더빙 방송해준다는 점입니다. KBS는 2005년부터 ..

정도전, 공민왕과 이인임에 얽힌 정도전의 비밀

고려 역사에서 가장 천재적이고 감성적인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공민왕입니다. 지금도 공민왕의 글씨와 공민왕이 직접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남아 있으며 가장 아름다운 무덤 중 하나로 꼽히는 공민왕릉도 공민왕이 직접 설계, 감독한 것이라 합니다. 기황후, 기철형제, 원나라, 권문세족, 외척들까지 이겨낸 강한 남자 공민왕이 아내 노국대장공주가 죽자 폐인이 되어 점점 미쳐가면서도 부부가 죽어서 함께할 무덤을 만들었다니. 이 정도면 한국의 타지마할이라 불려도 될 듯합니다. 드라마 '정도전'에서 보여준 공민왕(김명수)은 총명하고 개혁적인 군주가 아닌 미쳐 백성들을 괴롭히는 왕이었습니다. 죽은 노국공주가 비를 맞고 춥지 않을까 걱정하고 죽은 공주의 아방궁을 짓고 싶어했습니다. 노국공주 외에는 아무도 아내로 인정하..

정도전, 지금까지의 공민왕은 모두 잊어라

어설픈 퓨전사극에 질린 시청자들에게 정통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제작된 '정도전'은 방송 전부터 여러 팬들의 주목을 받던 기대작입니다. 유명 사극전문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고 창작된 역사가 아닌 정사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공언 은 많은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들었죠. 정현민 작가는 상대적으로 사극팬들에게 생소한 인물이지만 정도전 역에 조재현, 이성계 역에 유동근, 이방원 역에 안재모, 정몽주 역에 임호, 이인임 역에 박영규 등 출연배우들 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드라마였습니다. 우선 첫회를 본 소감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입니다. 전체적으로 '정도전'은 사극 보다는 드라마를 주로 연출했던 작가와 제작진답게 기존 사극의 전개 방식은 벗어나 있습니다. 지루하고 평범하다는 사극에 대한..

'황금무지개' 이희진의 천천히 연기 전략

2013년 MBC 연예대상으로 주말 드라마가 결방했더군요. 무심코 다운로드 받으려했더니 '황금무지개'와 '사랑해서 남주나'가 방송 목록에 없더라구요. '황금무지개'는 전체적인 내용은 제가 별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만 연기자들을 보는 재미로 종종 시청합니다. 토요일 방송분에는 박화란이란 이름의 새로운 캐릭터로 이희진씨가 등장했더라구요. 사채업자였던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가로챈 윤영혜(도지원)와 대립하는 역할로 사납고 독한 캐릭터더군요. 이희진도 2013년 한해동안 꽤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던 것같습니다. 1997년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이희진이 연기자가 된 것은 개인적으로 의외였습니다. 팀의 막내였던 윤은혜는 '베이비복스' 때부터 워낙 나이가 어렸고 해체된 후에 새로 시작하기 편했지만 이미 '베이비복스..

미스코리아, 오지영의 불안한 선택이 아름다운 이유

지방에도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전통적인 미용실들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미스 유니버스 순위권에 들었던 87년도 미스코리아 진 장윤정은 유명 미용실에 갔다가 미스코리아로 발탁되었다고 합니다. (본인이 밝힌 이야기일 뿐이지만) 아직 아이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17살의 어린 나이로 수영복 한번 입어보라는 미용실 원장의 말에 선뜻 응했다는 장윤정. 장윤정을 기억하는 팬들은 80년대 미스코리아들은 성형수술도 받지 않고 그렇게 예뻤다며 전설처럼 그 시대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요즘 미스코리아 중에도 자연미인이 많지만 성형수술로 완성된 미인도 당연시되고 있더군요. 그렇지만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용실 내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워킹 훈련을 받고 관리받는 일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이제..

방송 3사 연기대상, 축하하는 마음 보다 불쾌함이 앞선 이유

어쩌다 보니 2013년 방송 3사의 연기대상을 모두 보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방송 3사에서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날짜를 조금씩 앞당기면 안될까 아니면 방송 3사의 통합 시상식을 개최하면 안될까 생각해보지만 방송사는 연말을 시상식과 함께 마무리하는 쇼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듯합니다.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방송 3사의 출석상과 공동수상이 훨씬 더 노골적인 것같더군요. 각 방송사 시상식에 출석한 사람만 상을 준 것인지 아니면 상을 줄 사람만 미리 귀띔해서 오라 한 것인지 대리수상을 한번도 구경 못했네요. 일단 MBC, SBS, KBS의 연기대상 중에서 가장 의미있게 진행된 시상식은 SBS였습니다. 시상결과에 가장 공감했던 것도 상대적으로 SBS 였고 나눠주기가 가장 덜했던 방송사도 SBS였습니다. KBS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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