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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드라마 결산[3], 시청률 좋은 드라마에 대한 착각

우리 나라의 시청률 산출은 대부분 표본집단으로 선정된 가정에 기기를 설치해 집계하는 방식입니다. 연령 지역별로 선정된 소수 표본집단으로 통계를 내기 때문에 완벽하게 우리 나라 TV 시청률을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TV 리모콘은 대부분 고연령층이 차지하고 있고 한번 보기 시작한 프로그램은 끝까지 시청하는 경향이 있어 아무리 좋은 드라마라도 시청률 반등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시청률 집계 방식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이고 과학적이기 때문에 이런 시청률 산출 방식이 무의미하지는 않죠. TV 시청률에는 몇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과거 TV가 처음 보급되고 칼라 TV가 등장한 70, 80년대에는 TV 드라마와 뉴스가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당연히 국영방송으로 출발한 KBS의 위상이 남..

2013 MBC 연기대상, 누구를 위한 잔치였을까

예전부터 상을 받지 못하는 배우가 시상식에 나오지 않는 경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열애설이 터진 여배우라면 시상식 보다 스캔들에 훨씬 더 많은 질문이 몰릴테고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배우라면 잔치에 함께 하기 민망한 감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 보다 배우 한 사람이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것은 단순히 예쁜 옷을 입는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배우 한명에게 필요한 매니저와 스탭, 부대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단순히 귀찮은 수준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각 방송사에서 배우들에게 나눠주기를 남발하는 것도 이해하려 합니다.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사에서 시청률을 올려주고 기꺼이 출연한 배우들에게 상을 주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봐줄 수 있죠. 마찬가지로 기획사 파워에 ..

2013년 드라마 결산[2], 공중파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다

올 한해 방송사 드라마는 케이블과 종편의 활약이 두드러진 반면 공중파는 시청률 경쟁에서 주춤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위기를 맞은 종편들처럼 공중파 역시 적나라한 시청률 싸움에 예외가 아니었고 전반적으로 드라마의 품질은 낮아졌다고 봅니다. 덕분에 드라마를 자주 보는 저로서도 몇편을 제외하면 건진 드라마가 별로 없습니다. 방송사의 시청률 목매기는 결국 자본 문제입니다. 자본이 투자되어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경우도 많아 시청률 경쟁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2013년 한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케이블, 종편의 시청률 전략은 참신함입니다. 기존의 공중파 방송국이 시청률 확보를 위해 영웅형 사극을 복제하듯 찍어내고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드라마를 다수 쏟아낸 것에 비해 종편과 케이블은 공중파 방송이 외..

미스코리아, 싼티나는 여자의 순정과 속물 남자의 세레나데

이연희가 연기하는 '미스코리아'의 오지영은 여러모로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아는 분은 오지영의 캐릭터를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며 '싼티난다'라는 단어를 골라내더군요. 비슷한 의미로 '경박하다'는 단어도 있지만 오지영처럼 이 남자 저 남자를 다 홀릴 만큼 웃음이 헤프고 수틀리면 욕도 곧잘 하는 불량 캐릭터는 '싼티'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저렴한 상품도 아니고 '싼티난다'는 사람에게 써서는 안되는 표현입니다만 '미스코리아'의 오지영 캐릭터를 정확히 묘사하는 단어죠. 가볍고 발랄하면서도 신비한 맛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오지영이 가벼워 보인다고 해서 남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여자는 아닙니다. 배고파서 삶은 달걀을 몰래 먹다 징그러운 박부장(장원영)에게 괴롭힘당하고 그만뒀으..

따뜻한말한마디, 김성수 배우자의 불륜에 역지사지란 없다

부부 문제를 다룬 드라마에서 가장 흥미로운 연출 중 하나는 '부부의 진화' 를 묘사하는 것입니다. 사실 부부 사이의 모습이 변하는 건 생물학적 표현인 '진화'라는 말보다는 '발전'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만 정작 부부들 자신은 잘 느끼지 못하는새 서서히 성숙해진다는 점에서 '진화'라는 표현을 쓰고 싶더군요. 물론 그 과정 중에 이혼이나 별거로 '도태'되는 부부도 있고 나쁜 상황 그대로 늙어죽을 때까지 사는 부부도 있습니다. 몇몇은 불의의 사고로 짝을 잃기도 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젊은 커플부터 나이든 커플까지 여러 부부가 등장합니다. 은진(한혜진)의 어머니 김나라(고두심) 여사는 사위나 며느리나 똑같이 자식처럼 대해주려 애쓰는 어머니입니다. '헬리콥터 맘'이란 표현까지 쓸 정도로 자식을 애지중..

2013년 드라마 결산[1], '욕먹는' 드라마 시청률을 차지한다

2013년은 유난히 화제의 드라마가 많은 한해였습니다. 공중파 방송의 몰락과 케이블, 종편의 활약이 두드러진 만큼 시청률 경쟁도 그 어느 해 보다 치열했습니다. 고정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면 막장이라는 오명도 미쳤다는 비난도 감수할 수 있다는 자세로 MBC를 비롯한 많은 방송국이 고전했습니다. 반면 저예산이라는 선입견이 있던 케이블 방송은 공중파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소재와 과감한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작품성과 재미 면에서 호평받았죠. 2013년 드라마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막장'입니다. 사극(시대극)이냐 현대극이냐와 상관없이 멜로와 치정극이 우세했고 소재는 부성애, 불륜이 대세였습니다. 아침드라마의 막장 경쟁은 바꿀 수 없는 룰이 되었고 한때 온가족이 모여 함께 드라마를 보는 시간으로 여겨졌던 저녁 ..

'별에서 온 그대' 표절 논란, 강경옥 작가 입장차이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긴 글이 될 것같다는 예감에 어떤 이야기를 먼저 꺼낼지 고민되는군요. 드라마나 영화는 인상적인 연출이 중요하지만 글이나 만화는 긴 호흡의 나레티브와 서사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아 '창작'이란 공통점은 있어도 전개 방식이나 창작에 대한 인식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작가와 블로거의 차이랄 수도 있는데 블로거들도 알게 모르게 '표절' 혹은 '베끼기'를 자주 당합니다. 간단하게는 남의 포스팅을 마치 자기 글인양 게시하는 경우를 당하고 심한 경우 기자들이 블로거의 주장을 자신의 생각인양 무단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블로거는 대부분 베꼈다는 주장을 하기 힘듭니다. 문장을 그대로 카피했으면 그나마 증거가 있지만, 사람 생각이 거기서 거기라는 이유로 기승전결까지 똑같은 주장을 베꼈다는 걸 증명할 수 없거..

'별에서 온 그대' 표절 논란, 강경옥 작가는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다

강경옥은 80년대부터 활약해온 만화가로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만화를 읽으며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별빛속에'나 '노말시티', '두 사람이다'같은 만화가 유명하죠. 특히 '두 사람이다'는 2007년 영화로 만들어져 만화를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내용입니다. 또 80년대에 출간된 강경옥의 만화책을 몰라도 6년전부터 '설희'를 다음 포털과 잡지 등에 연재했기 때문에 웹툰으로 이 만화작가를 처음 접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즉 강경옥 작가는 컨텐츠 제작을 전혀 모르는, 생판 신인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활약한 중견 작가란 이야기입니다. 워낙 좋아했던 만화가라서 강경옥 작가의 신작이 발표되면 관심을 보이긴 합니다만 최근 만화책을 사서 보관할 수 있는 공간, 게임 표현대로라면 '인벤'이 없어 '..

미스코리아,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공감가는 90년대 청춘

제가 살던 곳의 백화점 개장 시간은 10시 30분 쯤이었습니다. 급하게 살 물건이 있어 아침 일찍 기다리다 보면 백화점 엘리베이터 언니들이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싸구려 사탕을 나눠주었고 오픈한 뒤에는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이제는 코미디 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올라갑니다'같은 메시지를 날리며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그네들을 볼 수 있었죠. 보기만 해도 아찔한 하이힐에 반질거리는 두꺼운 화장, 90년대 백화점이 손님들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미스코리아'에서 오지영(이연희)이 보여준 모습 그대로 엘리베이터 언니들의 처우는 그닥 좋지 않았습니다. 월급은 박봉인데 박부장(장원영)같은 느끼한 인간들에게 험한 소리 듣기 일수..

미스코리아, 남심을 자극할 이연희 캐릭터 정말 잘 골랐다

이번 수목드라마 경쟁은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발연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여배우, 이연희와 전지현의 대결이라는 면에서 주목받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드라마 제작진들의 경력도 남다릅니다. '미스코리아'의 권석장 PD는 '골든타임(2012)'으로 잘 알려진 연출자고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는 '뿌리깊은 나무(2011)' 등으로 유명합니다. '미스코리아'의 서숙향 작가는 '파스타(2010)'로 잘 알려져 있고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을 만든 스타작가입니다. 양쪽 드라마 제작진의 경력을 수치로 비교하면 물론 '별그대' 쪽이 앞서 있고(시청률 1위 드라마가 유난히 많은 연출자, 작가죠) 어제 방송된 1회 시청률도 '별그대' 쪽이 두 배..

따뜻한말한마디, 한국인들은 왜 불륜에 쿨해질 수 없을까

얼마전 외국의 스타 부부인 미란다커와 올랜드 불룸의 다정한 모습을 인터넷 뉴스로 본 기억이 납니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고 미란다커는 다른 남자를 사귀는 중입니다만 둘의 아이인 플린을 위해 오붓하게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은 단둘이 있을 때는 꽤나 썰렁한 모습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행복해보였다고 합니다. 부부 사이의 사랑과 아이에 대한 책임을 별개로 생각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바람직한 부모의 모습 이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사랑은 끝나도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한때 유행했던 '쿨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겠죠. 두 사람의 '쿨함'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댓글을 달았습니다. 요약하면 한국은 왜 이혼이나 불륜에 쿨하지 못하냐는 내용인데..

피터 오툴 타계,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영원히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전체적인 줄거리 보다는 한 장면에 집중하는 편이고 장면 보다는 출연 배우의 이미지에 파고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영화나 드라마라도 그 배우가 어떤 얼굴로 출연했는지 기억해내면 서서히 그 드라마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떠오르곤 하더군요. 어제 타계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피터 오툴(Peter O'Toole)은 제가 푸른 눈의 로렌스로 기억하는 배우입니다. '피터 오툴'하면 사막의 파란 하늘 처럼 푸르던 눈동자가 생각이 났고 그와 함께 사막을 허우적허우적 걷던 188센티의 큰 키가 떠오르곤 했죠. 어떻게 보면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1962)'는 피터 오툴의 연기 인생에서 매우 짧았던, 초반기의 출연작품이니 그 배우에 대한 인상을 그 한..

따뜻한말한마디, 불륜 협박범이 송민수라도 반전이 아닌 이유

사람들은 연애할 때, 동거할 때도 몰랐던 배우자의 모습을 결혼 후에 보게 된다고 합니다. 참을성있고 무던하던 착한 여자가 악착같은 아줌마로 변하기도 하고 부드럽고 배려심많던 남자가 뻔뻔하고 느물거리는 아저씨로 변하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도 하고 적응하는게 삶이라며 서로 위해주며 살기도 하죠. 그리고 '불륜'이라는 키워드는 배우자를 반쯤 괴물로 만들어버리는 판도라의 상자같은 것 입니다. 결혼해서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했던 권태기 커플도 불륜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버립니다. 십수년 넘게 함께 먹고 잤던 세월 만큼 커지는 배신감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죠. 유재학(지진희)은 자신의 아내는 너무 순해서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면 울기만 할거라 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앞에서 '년'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아..

시청자는 '괴물 임성한'을 끌어내릴 수 있을까

2013년 드라마는 화제작은 많았지만 수확은 별로 없었던 한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억대 원고료는 대수롭지 않게 받는, '비싼' 기성작가들 보다 주목받지 못하던 신인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시청률에 올인하는 방송사의 드라마 전략이 비난받았던 한해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는 어느새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가 되버린 임성한이 있습니다. '인어아가씨(2002)'나 '보고 또 보고(1998)'같은 드라마들이 자극적인 설정에도 큰 호응을 얻었던 반면 '오로라공주'는 임성한의 모든 단점이 집약된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블로그 검색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5년넘게 포스팅을 쓰면서도 임성한이라는 이름을 거론한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그의 드라마를 안본다는 뜻이고 드라마 제작을 줄였으면 싶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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