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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827

굿닥터, 나는 박시온이 진단의학과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진단의학이란 단어를 들어본 것은 미드 '하우스(House M.D.)'가 처음이었던 것같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분야인 탓도 있지만 질병을 치료하고 약이나 먹는 경우가 더 많으니 전문의들 네 명이 모여 질병을 연구한다는게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지더군요. 거기다 '하우스'는 아스퍼거 증후군인 그레고리 하우스라는 주인공을 내세운 까닭에 사회성 모자라고 괴팍하고 남의 입장 따윈 거의 고려하지 않는 듯한 천재 의사 하우스가 쇼의 중심이었습니다. 그에게 진단의학은 남이 해결하기 힘든 정답을 알아내는 게임처럼 보였고 의학사전과 논문을 달달 외운 듯한 그의 재능은는 놀랍기만 했습니다. 우리 나라 의학드라마가 대부분 신파와 의사의 윤리를 강요하는 '의학 판타지'라면 '하우스'는 천재의사 캐릭터의 재미..

'금나와라 뚝딱'으로 본 최근 막장 드라마 흥행공식

어제 방송된 '금나와라 뚝딱' 마지막회에서는 그동안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1인 2역 촬영의 비밀을 보여주더군요. 1인 2역 촬영에는 배우 한지혜의 대역을 할, 한지혜와 신체 사이즈가 비슷한 다른 배우 하나가 필요합니다. 한지혜가 대역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정몽희와 손유나 역할을 각각 촬영하면 나중에 두 영상을 합쳐 하나의 화면으로 편집하는 것입니다. 일명 '크로마키 기법'으로 불리는 동영상 편집 기술인데 그 때문에 한지혜의 대역을 하는 배우 뒤에는 편집을 위한 블루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 두 사람이 동시에 등장할 때 유나나 몽희 모두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이유도 그게 편집에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죠. 솔직히 '생방송' 촬영으로 비난받는 우리 나라 드라마 제작 현실을 자주 읽어보았기 때문에 시청자..

금나와라뚝딱, 한국 드라마 특유의 LTE급 해피엔딩 껄끄럽지만 따뜻해

결혼하겠다는 예고도 없이 덜컥 아이부터 갖는 자식을 환영할 부모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결혼 상대로 데려온 사람이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배신감이나 실망감 때문에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 꼴보기 싫어질 정도라고 합니다. 현대인들의 이성이야 부모 인생과 자식 인생은 별개고 자식의 선택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건 꼴사납다고 합니다만 자식 인생에 모든 것을 걸었던 부모에게 상의 한마디없이 앞날을 결정하는 자식을 무조건 격려할 수만은 없는게 부모 마음입니다. 윤심덕(최명길)의 지독한 심술이 싫으면서도 대놓고 욕할수만은 없는게 그런 심리의 부모를 어디선가 보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부모들의 응어리진 마음은 아주 간단히 풀리기도 합니다. 갓 태어난 손주를 보면 자식은 미워도 손주가 눈에 밟힌다며..

섬뜩한 대한민국 기업드라마 '황금의 제국', 그 마지막 메시지는?

박경수 작가와 조남국 PD하면 그들의 히트작 '추적자(2012)'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범한 아버지 백홍석(손현주)이 재벌 사위이자 인기 대통령 후보인 강동윤(김상중)을 법정에 세우는 모습은 현실에서 이뤄지기 힘든 판타지임에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반면 박경수 작가는 모든 죄를 사주한 강동윤에게는 8년형을 철없는 재벌 2세 때문에 딸과 아내를 잃고 살인자가 된 백홍석에게는 15년형을 구형함으로서 피해자 보다 돈가진 가해자에게 더 관대한 현실을 여과없이 그려냈습 니다. 그렇지만 '투표'로 강동윤을 단죄한 국민들의 모습에서 국민이 바뀌면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죠. '황금의 제국'은 '추적자'에서 두루뭉술하게 보여준 '돈'의 권력과 시스템을 좀더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어째..

황금의제국, 제2의 최동성이 되는게 장태주의 승리입니까?

한걸음만 더 가면 회장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장태주(고수)에게 윤설희(장신영)이 해준 말은 눈물나도록 슬펐습니다. '20년 넘게 공장다녔다네. 선반일 하다 다친 보상금 합쳐서 김밥집 시작했단다. 오상미씨. 오늘 떠났어. 태주 네가 수술비 안줘서. 애는 셋이라네. 중학생 둘 초등학생 하나. 내 퇴직금은 그분들 드려 태주야'. '황금의 제국'은 용산사건이 일어난 현장도 아닌 사무실에서 찍고 있는데 화려한 사무실 한구석에 그 사람들이 나타난 것만 같아서 자꾸 마음이 아프더군요.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만져보지 못할 엄청난 금액의 재산다툼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망가지는 장면을 사무실에서 찍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직접 보여주기엔 너무나 잔인하기 때문이겠죠.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할 때는 장태주는 오상미씨 ..

TV 사극 이야기(2), 80년대 사극이 외압 논란에 시달렸던 이유

얼마전 작고하신 배우 박용식씨는 외압의 대명사로 유명합니다. 전직 대통령을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가에서 퇴출되었던 박용식씨는 한동안 생계곤란으로 다른 직업을 갖기도 했고 여러 드라마에 단 한장면 등장하는 단역으로 배우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1967년 TBC 공채탤런트로 데뷰했던 원로배우가 자신의 천직인 배우 생활을 꾸준히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참 안타깝게 다가오더군요. 요즘 방영중인 드라마 '스캔들'에서도 자신과 닮았다는 그 전직대통령을 상징하는 역할을 했던 걸 보면 평생 동안 그의 가능성은 막혀 있었던 셈입니다. 당사자가 사과를 했다는 기사를 읽은 것도 같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잃어버린 배우의 삶이 보상되는 것은 아니죠. 이봉원 감독의 '랏슈(1989)'라는 영화는 박용식씨가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했던 특..

금나와라뚝딱, 최고 악역이 된 윤심덕 알듯 말듯한 그 심리

케이블 방송이었는지 아니면 재방송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릴 때 '전설의 고향'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적 있습니다. 한 주막집 부부가 과거보러가던 남매의 노자돈이 탐나 남매를 죽였습니다. 갑자기 자식을 잃은 남매의 부모는 슬픔을 못 이겨 죽어버렸고 그 돈으로 부자가 되어 양반 행세를 하고 남매를 낳아 기르던 그 주막집 부부는 이십여년 뒤 아들이 과거급제를 하고 금의환향을 한 바로 그날 남매가 비명횡사하는 비극을 겪게 됩니다. 알고 보니 부부가 죽인 남매가 한을 풀기 위해 주막집 부부의 자식으로 환생한 것이었습니다. 생떼같은 자식 잃은 심정을 너희도 한번 느껴보라는, 생각해보면 오싹한 전설 이었죠. 그런가하면 조카와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던 수양대군은 형수 현덕왕후의 악몽에 시달렸고 자식들이 일찍 죽는..

금나와라뚝딱, 몽희와 현수 정말 처제와 형부로 정리되나

요즘 '금나와라 뚝딱' 출연진들이 나오는 한 통신사의 광고가 큰 인기를 끌고 있죠. CF 내용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뭘 광고하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속 상황에 빗대 대사를 주고 받는 배우들 덕에 처음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CF 출연을 거의 하지 않는 배우였던 한진희, 이혜숙, 금보라같은 분들이 천연덕스럽게 '2배'라고하니까 저절로 드라마 속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비슷한 시간에 방영되는 '스캔들'같은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였다면 부정적으로 보였을 CF인데 '금나와라 뚝딱'은 인물들의 심각한 관계 설정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가볍게 처리하는 매력 이 있습니다. CF가 드라마의 특징을 정확히 잡아내고 있었던거지요. 두 명의 첩을 둔 박순상(한진희)이 절대 권력을 누리며 엄마가 다른 세 아들들과 ..

주군의태양, 윤미래의 스포일러가 이렇게 들어맞을 줄이야

가끔 드라마를 보면 OST 가사가 드라마의 스포일러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드라마의 제왕(2012)'이었는데요. 드라마 엔딩 부분에 자주 흘러나오던 예성의 노래 가사가 드라마 내용과 딱 들어맞았습니다. '두 눈이 멀어서 그대만 봐요. 가슴이 얼어서 그댈 안아요'라는 가사가 사랑에 눈이 먼다는 뜻인줄 알았더니 정말 주인공 앤서니킴(김명민)이 앞을 못보게 될 줄이야. OST가 좀 궁상맞다(?) 싶으면 어떤 드라마든 감당 안되는 비극으로 변질되기 마련인지라 약간 격한 OST가 흘러나오는 드라마는 '혹시 이 드라마도?' 싶더라구요. '주군의 태양' OST 가사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슬아슬했습니다. 시청률 1위 드라마답게 '주군의 태양' OST 싱글이 벌써 다섯장이나 발매된 상태인데요. 그중 한곡인 ..

주군의태양, 드라마 속에 숨겨진 깨알같은 귀신들의 비밀

영능력이 뛰어난 영매들이 귀신들과 다과를 즐기고 파티도 하고 뭐 그런식으로 묘사한 컨텐츠를 예전에 본 것같지만 '주군의 태양' 태공실(공효진)이 귀신들과 커피에 마카롱까지 먹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물론 커피 브랜드 PPL 때문에 설정된 장면이겠습니다만 귀신을 보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던 태공실이 주중원(소지섭)과 함께 하면서 귀신들과 함께 사는 삶을 즐기기로 했나봐요. 드라마 첫회에 등장했던 무서운 귀신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던 시청자들까지 덕분에 귀신들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픽과 분장으로 만들어진 귀신도 무서웠지만 귀신 보고 놀라는 태공실의 다크서클도 섬뜩했거든요. 드디어 죽은 차희주(한보름)의 쌍둥이로 짐작되는 조깅녀(황선희)가 주군의 고모 주성란(김미경)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황금의제국, 재벌가의 재산싸움을 지켜보는 개미의 자세

지난주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SBS '추적자'는 삼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연기자 부문에서 손현주가 개인상 을, 중단편 드라마 부문과 공로상을 각각 수상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연기자 손현주로서도 작가 박경수나 제작자 조남국 PD로서도 '추적자'는 정말 뜻깊은 드라마였고 지금 '황금의 제국'을 제작하는 그들의 저력도 '추적자'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우 손현주는 드라마 '추적자'의 의미를 되새기는 듯 '이 시대 이 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개미들, 힘내길 바란다'라는 수상소감을 한번 더 전해주었다고 하지요. 생각해보면 사람을 '개미'에 비유한 손현주의 말이 재밌습니다. 일개미는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규칙에 따라 부지런히 먹을 것을 옮기고 굴을 파고 새끼들을 돌봅..

주군의태양, 차희주와 주군을 둘러싼 사소한 궁금증 셋

많은 사람이 만지고 아끼던 물건에는 귀신이 붙는다고 합니다. 오래된 물건에서 밝고 따뜻한 기운이 아닌 음산하고 무거운 기운이 느껴질 때는 가까이 두는게 아니라고 하죠. 굳이 '물령(物靈)'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나쁜 마음이 담긴 물건은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죽음을 부르는 호프 다이아몬드같은 물건이 대표적입니다. 보통 '귀신'하면 죽은 사람의 혼령을 생각하지만 어제 '주군의 태양'에 등장한 도자기 귀신이나 호텔에 머물던 아줌마 귀신(김희정)은 꼭 죽은 사람만 귀신이 되는 건 아님을 보여줍니다. 흔히 말하는 '유체이탈'로 산 사람의 영혼이 돌아다닐 가능성도 있긴 있다 는거죠. 주중원(소지섭)은 15년전 차희주(한보름)가 교통사고로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차희주를 조사하던 주중원의 아버지(..

금나와라뚝딱, 화해모드에도 불구하고 윤심덕이 불편한 이유

지난 포스팅에도 한번 썼지만 예전에는 장남이나 장녀가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풍경이 흔했습니다. 동생들이 모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때까지 돈도 모으지 못한 장녀가 신세가 서럽다고 울며 부모와 갈등했단 이야기. 흔한 80, 90년대 풍경이었죠. 그런데 장녀는 장남들과는 또 경우가 달랐습니다. 장남의 경우 며느리가 들어오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 안정적이 되어 결혼을 장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집 장녀에겐 어서 빨리 결혼하라는 말을 하지 않더 군요. 그 시절엔 시집가면 남의 집 사람이라 친정에서 돈 달라는 말을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포스팅에서 거론한 그 집은 내 딸과 결혼하면 장인 장모 먹여살릴 거냐고 예비사위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유일하게 연애하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사람과도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

TV 사극 이야기(1), 고증은 사극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얼마전 네이버 메인에 TV 사극 복식에 대한 포스팅이 올라와 있길래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TV 드라마 중에서도 사극을 상당히 좋아해 유독 관심이 가더군요. 요즘은 정통사극이라 부를 만한 드라마도 없고 민중사극도 전무해 볼게 없다 싶습니다만 여전히 사극 고증은 재미있는 주제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사극의 고증 문제를 지적하면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라'는, 어딘가 모르게 감정적인(이 드라마 '까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인게죠) 댓글이 달리는게 유행이 되버렸으나 역사와 오락물을 결합시킨 사극에서 역사와 고증이 빠지면 사극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를 잃게 되는 셈입니다. 한 시대의 역사는 알아도 그 시대의 복식이나 문화는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잘 알려진 사서의 기록은 알아도 전해 내려오는 야사나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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