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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예능프로그램에 '심수봉'이 출연했다고 합니다. 10.26 이후 정신병원에 강제 강금되어 약물주사까지 맞았던 그녀의 사연은 한 시대를 휩쓸던 권력의 부조리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되어야만 했을까요. 극중 장철환(전광렬)의 모델인 차지철은 김재규와 대립 관계로 죽을때까지 권력을 두고 경쟁했지만 제 기억엔 딱히 수세에 몰렸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같습니다. 드라마 '빛과 그림자'는 둘의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창작하기 위해 중정 김재욱(김병기)을 등장시킵니다. 역사와 다르게 두 사람의 '전쟁'은 시선을 뗄 수 없는 승부의 연속입니다.
'빛나라기획'을 설립한 강기태(안재욱)이 조롱의 의미로 장철환과 그 무리들을 초대하자 장철환은 차수혁(이필모)과 조명국(이종원)까지 데리고 기념식장을 방문합니다. 기태가 잠깐 밀리는 듯했지만 기태는 다시 장철환에게 기념축사를 시킵니다. 기분이 상한 장철환은 비참하게 죽어야했던 강만식(전국환)의 이야기를 꺼내 기태를 자극하고 장철환의 끄나풀인 중정 윤과장까지 나타나 기태를 위협합니다. 그 순간 등장한 김부장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시켜 기태의 창립기념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죠.
어찌 보면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남는 기태와 장철환의 삶이 그 시대 70년대를 움직이는 힘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쨍하고 해가 뜨는가' 싶으면 '가슴 아프게' 울어야 하는 날도 있고 무명시절로 서러웠나 싶으면 다음날 아침 일약스타가 되고 반짝 빛나는 스타인가 싶었더니 변두리 극장에서 노래하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신정구(성지루) 단장의 말대로 딴따라 판이 망하고 흥하는 건 순식간이라 유랑극단 출신의 유성준(김용건)이나 신정구 모두 부침이 있는 삶에 익숙합니다. 강기태는 그런 쇼비지니스를 체계적으로 일으켜보려 합니다.
장철환이 일단 김재욱에게 굽히고 들어온 지금이 강기태가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입니다. 결코 그 상황에서 포기할 장철환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죽음도 밝혔고 빛나라기획은 우주흥업사 송미진(이휘향)과 더불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혜빈(나르샤)의 음반 성공으로 웬만큼 돈도 거머쥐었습니다. 쇼단과 쇼무대, 영화판에 익숙해졌으니 이제 방송국 문화와 방송무대 사람들과 친해져야할 때입니다. 그래야 강기태가 진정한 쇼비지스니스의 대부라 할 수 있겠죠.
80, 9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 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멘트가 있습니다. 요즘은 기획사에서 소속 가수의 CD를 방송국에 일괄 배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거에는 매니저나 가수가 LP판을 직접 들고 다니며 DJ와 PD들에게 건내주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 가수를 직접 만나본 DJ는 모가수가 직접 LP를 들고 새 음반을 홍보하러 왔던데 이번 곡이 어떻더라는 식으로 평을 하곤 했지요. 노래를 들어본 적 없으면 그 가수가 인상좋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하는게 그때 인심이었나 봅니다.
요즘은 TV 쇼프로에서 먼저 신곡을 발표하고 그게 여의치 않을 땐 인터넷으로 뮤직비디오라도 홍보하는 등 신곡 발표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이벤트 차원에서 기습적으로 터트린 후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팬클럽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신곡 발매 즉시 음반을 사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수없이 많이 발매되는 많은 음반들 사이에서 사람들에게 알려지려면 각종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 팬클럽도 인기도 보장되지 않는 신인가수들은 그래서 '실력' 하나만 믿고 신비주의 마케팅을 이용해보기도 합니다.
쇼단과 영화를 밀어낸 TV가 독보적인 전국민의 대표 오락거리로 등극하자 유랑극단과 쇼단의 인기스타들은 하나둘씩 TV로 옮겨가기 시작합니다. 방송국 PD들에게 줄서서 인사하고 우리 아이들을 출연시켜주십사 인사다니던 문화도 그때쯤 생긴 풍경입니다. 가수들은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신곡을 알려줄 수 있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발품을 팔았습니다. 한번이라도 내 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들 했습니다. 요즘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 가수들은 대부분 레코드사 소속이었다는 점이죠.
우리 나라에서 LP가 생산중단된 건 1995년경이라고 합니다. LP를 생산하던 마지막 회사였던 서라벌 레코드도 2004년 문을 닫아 국내에선 더 이상 LP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한때 대형 레코드사에서 한국 최고 인기가수들과 작곡가를 거느리고 최고 히트가요를 생산했던 시절이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구, 오아시스 레코드 등 굵직굵직한 음반회사들이 가요계의 컨텐츠를 공급했으니 극중 양동철(류담)의 말대로 PD들은 레코드사 소속 가수들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노상택(안길강)이 이미 손을 써뒀으니 더욱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가수의 7-80퍼센트가 레코드사 소속이고 오히려 PD들이 눈치를 볼 정도였다니 신정구의 말대로 이혜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70년대의 이런 분위기는 80년대에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이 성장하면서 조금 변하게 됩니다. 매니지먼트사에서 설립한 예당, 도레미 등이 가세하고 나중엔 SM같은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설립되면서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레코드사 중심으로 돌아가던 가요계 구조가 기획사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죠. 마케팅 차원에서는 기획사가 좀 더 효율적인 구조인 듯합니다.
극중 이혜빈은 무용수 계순(이아이)을 괴롭히며 무용단장인 순애(조미령) 조차 우습게 봅니다. 여우같은 그녀의 거짓말에 속는 남자들 때문에 계순과 순애가 분노해도 인성과 인기는 별개인듯 그녀의 음반은 날개돋힌 듯 팔리기만 합니다. 유랑극단 시절이었다면 쫓겨나도고 남을 문제였지만 스타의 시대에 가수의 인성을 문제삼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나이까지 속이는 집착과 독기를 가진 연예인의 모습이 묘하게 풍자적입니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강기태라면 아마 허락하지 않을 타입의 연예인같은데 말입니다.
'의리'하니까 떠오르는데 강기태의 모델이 된 그 인물도 유난히 '의리'를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한때 우리 나라 최고의 가수와 코미디언이 그의 기획사 소속이었는데 꽤 오래도록 의리를 지켜 이탈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70, 80년대에는 인기 가수들을 모셔가기 위해 돈다발을 들고 찾아오는 레코드사 관계자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합니다. 맨주먹의 강기태가 최성원(이세창), 마도로스박(박준규) 들을 잡아둔 건 어디까지나 '의리'의 힘이죠. PD의 모친상 같은 자리에 찾아가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자세가 참 인상적이네요.
그나저나 다음주에 김재욱에게 항복선언을 하러 간 장철환이 과연 강기태와 김재욱에게 무릎을 꿇을까요. 정말이지 흥미진진한 한판승부, 두고볼 일입니다. 참 오늘 '빛과 그림자'라는 노래로 유명한 패티김이 은퇴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길옥균의 곡인 이 곡 역시 한때 최고 히트곡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긴 많이 흘렀나 봅니다.
'빛나라기획'을 설립한 강기태(안재욱)이 조롱의 의미로 장철환과 그 무리들을 초대하자 장철환은 차수혁(이필모)과 조명국(이종원)까지 데리고 기념식장을 방문합니다. 기태가 잠깐 밀리는 듯했지만 기태는 다시 장철환에게 기념축사를 시킵니다. 기분이 상한 장철환은 비참하게 죽어야했던 강만식(전국환)의 이야기를 꺼내 기태를 자극하고 장철환의 끄나풀인 중정 윤과장까지 나타나 기태를 위협합니다. 그 순간 등장한 김부장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시켜 기태의 창립기념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주죠.
엎치락 뒤치락, 강기태와 장철환, 그리고 김재욱 부장의 승부.
장철환이 일단 김재욱에게 굽히고 들어온 지금이 강기태가 발전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입니다. 결코 그 상황에서 포기할 장철환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죽음도 밝혔고 빛나라기획은 우주흥업사 송미진(이휘향)과 더불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혜빈(나르샤)의 음반 성공으로 웬만큼 돈도 거머쥐었습니다. 쇼단과 쇼무대, 영화판에 익숙해졌으니 이제 방송국 문화와 방송무대 사람들과 친해져야할 때입니다. 그래야 강기태가 진정한 쇼비지스니스의 대부라 할 수 있겠죠.
음반 들고 방송국에서 발품팔던 가수들
80, 90년대까지만 해도 라디오 방송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멘트가 있습니다. 요즘은 기획사에서 소속 가수의 CD를 방송국에 일괄 배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거에는 매니저나 가수가 LP판을 직접 들고 다니며 DJ와 PD들에게 건내주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 가수를 직접 만나본 DJ는 모가수가 직접 LP를 들고 새 음반을 홍보하러 왔던데 이번 곡이 어떻더라는 식으로 평을 하곤 했지요. 노래를 들어본 적 없으면 그 가수가 인상좋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하는게 그때 인심이었나 봅니다.
요즘은 TV 쇼프로에서 먼저 신곡을 발표하고 그게 여의치 않을 땐 인터넷으로 뮤직비디오라도 홍보하는 등 신곡 발표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이벤트 차원에서 기습적으로 터트린 후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팬클럽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신곡 발매 즉시 음반을 사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수없이 많이 발매되는 많은 음반들 사이에서 사람들에게 알려지려면 각종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 팬클럽도 인기도 보장되지 않는 신인가수들은 그래서 '실력' 하나만 믿고 신비주의 마케팅을 이용해보기도 합니다.
방송사를 발로 뛰며 이혜빈의 홍보를 위해 노력하는 기획사.
우리 나라에서 LP가 생산중단된 건 1995년경이라고 합니다. LP를 생산하던 마지막 회사였던 서라벌 레코드도 2004년 문을 닫아 국내에선 더 이상 LP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한때 대형 레코드사에서 한국 최고 인기가수들과 작곡가를 거느리고 최고 히트가요를 생산했던 시절이 있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지구, 오아시스 레코드 등 굵직굵직한 음반회사들이 가요계의 컨텐츠를 공급했으니 극중 양동철(류담)의 말대로 PD들은 레코드사 소속 가수들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노상택(안길강)이 이미 손을 써뒀으니 더욱 어렵습니다.
PD의 상가집에서 고생하며 라디오 방송을 따낸 강기태.
극중 이혜빈은 무용수 계순(이아이)을 괴롭히며 무용단장인 순애(조미령) 조차 우습게 봅니다. 여우같은 그녀의 거짓말에 속는 남자들 때문에 계순과 순애가 분노해도 인성과 인기는 별개인듯 그녀의 음반은 날개돋힌 듯 팔리기만 합니다. 유랑극단 시절이었다면 쫓겨나도고 남을 문제였지만 스타의 시대에 가수의 인성을 문제삼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나이까지 속이는 집착과 독기를 가진 연예인의 모습이 묘하게 풍자적입니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강기태라면 아마 허락하지 않을 타입의 연예인같은데 말입니다.
계순을 협박하고 리허설에 늦고, 이중인격 이혜빈.
그나저나 다음주에 김재욱에게 항복선언을 하러 간 장철환이 과연 강기태와 김재욱에게 무릎을 꿇을까요. 정말이지 흥미진진한 한판승부, 두고볼 일입니다. 참 오늘 '빛과 그림자'라는 노래로 유명한 패티김이 은퇴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길옥균의 곡인 이 곡 역시 한때 최고 히트곡이었는데 시간이 흐르긴 많이 흘렀나 봅니다.
장철환과 강기태의 팽팽한 눈빛, 과연 그 결과는?
* 유채영이 창립기념식에서 춤추며 불렀던 노래, The Loco-Motion은 1987년 발표된 Kylie Minogue의 곡으로 유명하지만 Little Eva의 원곡입니다(1962).
* 조명국과 차수혁이 바에서 듣던 노래는 King Crimson의 Epitaph(1969)입니다. 묘한 매력이 있는 곡인데 중정 김부장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수혁과 명국이 '비문'이란 제목을 생각하고 듣던 걸까요.
* 차수혁이 김부장을 만날 때 흘러나온 곡은 Kansas가 1978년 발표한 Dust in the Wind입니다. 70년대엔 기타소리가 좋은 곡들이 참 많이 발표되었던 것 같습니다.
* 유채영과 최성원의 카페 장면에서 나온 팝은 Smoke gets in your eyes(1933)입니다. Platters가 발매한 앨범이 원곡처럼 유명하지만 방송 중에 흘러나온 곡은 Dinah Washington가 부른 곡으로 1956년 녹음한 'Dinah!'의 수록곡이네요. 팝가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녹음하던 곡이라 다양한 가수들이 불렀습니다.
* 최성원, 이정혜, 유채영, 양태성이 함께한 카페에서 나온 곡은 Have You Never Been Mellow, Olivia Newton-John의 1975년 발표곡이에요.
* 조명국과 차수혁이 바에서 듣던 노래는 King Crimson의 Epitaph(1969)입니다. 묘한 매력이 있는 곡인데 중정 김부장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수혁과 명국이 '비문'이란 제목을 생각하고 듣던 걸까요.
* 차수혁이 김부장을 만날 때 흘러나온 곡은 Kansas가 1978년 발표한 Dust in the Wind입니다. 70년대엔 기타소리가 좋은 곡들이 참 많이 발표되었던 것 같습니다.
* 유채영과 최성원의 카페 장면에서 나온 팝은 Smoke gets in your eyes(1933)입니다. Platters가 발매한 앨범이 원곡처럼 유명하지만 방송 중에 흘러나온 곡은 Dinah Washington가 부른 곡으로 1956년 녹음한 'Dinah!'의 수록곡이네요. 팝가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녹음하던 곡이라 다양한 가수들이 불렀습니다.
* 최성원, 이정혜, 유채영, 양태성이 함께한 카페에서 나온 곡은 Have You Never Been Mellow, Olivia Newton-John의 1975년 발표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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