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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를 거의 보지 않아 배우 차태현이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마치 카메오 전문 배우인 것처럼 여기저기에 깜짝 등장하더군요. 작년 11월에는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강기태(안재욱) 옆자리 출취한 손님 역으로 갑작스레 등장하더니 지난주 방영된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는 방귀남(유준상)의 질투를 한몸에 받는 차윤희(김남주)의 옛날 애인 차태봉 역할을 했습니다. '이젠 버틸 수 없다'는 가사를 반복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도 OST로 이용된 90년대 음악이죠. 정말 웃음이 터져나와서 '버틸 수가 없다'는 말 밖에 안나오더라구요.
이런 깨알같은 웃음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최대 장점입니다. '넝쿨째'는 비난받는 막장 드라마 코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용하면서도 비난할 수 없도록 유쾌하게 비틀어놓고 맙니다. 임신한 아내 앞에 첫사랑이 나타나 옛날 이야기를 떠벌리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기억의 습작'이라는 옛날 가요를 코믹하게 반복하는 센스라니. 의뭉스러운 차태현과 'B형 남친'이 이 놈이구나 생각하며 질투하는 방귀남 때문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거기다 차태현의 이름과 '내조의 여왕'에 출연했던 '태봉씨'를 적당히 섞은 작명센스는 애교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어제 방영된 '사랑과 전쟁 2'에서는 영화 '올가미(1997)'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중인격 시어머니가 연출되었다고 합니다. 시집살이를 겪어본 며느리들도 그렇고 때로은 남편들도 '시집살이'와 '고부 갈등'이란 단어에 눈쌀을 찌푸리기 마련입니다. 듣기만 해도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된장녀 시누이 방말숙(오연서)이나 집안이 어렵다는 이유로 형님댁에 눌러붙어 있다시피하는 막내 삼촌 방정배(김상호) 내외, 공부를 못해도 너무 못해 왕건과 대조영이 최수종이라고 우기는 방장군(곽동연)은 내신에 목매는 요즘 고등학생들을 생각하면 한심하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는 그런 등장인물들을 적절히 양념해서 버무려놓고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게 요리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시집살이를 시키는 당사자이자 구세대적인 아들 선호사상의 원인이랄 수 있는 할머니 전막례(강부자)가 짜증나는 옛날 사람으로만 그려지지 않는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공부 못해서 구박이나 받을 것같은 장군이가 귀여워 보이는 것도 그렇겠지요. 때로는 작가가 장군이를 너무 바보천치로 만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그래도 그게 너무 어울립니다.
예전에 블로거 줄리아 님이 지적한대로 아는 게 너무 많아 똑똑한 척하는 방정배에 비해 그의 아내 고옥(심이영)과 방장군은 '바보 설정'이 약간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명색이 고등학생이면서도 역사 속 인물과 탤렌트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장군과 고옥이 고기집에서 '계'는 먹은 적이 없다며 절대 계산하지 말라고 하는 건 좀 많이 오버스러운 연출이었죠. 아무리 무식해도 영수증에서 의미하는 '계'의 의미를 모른다면 간단한 아르바이트나 셈도 하기 힘든,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니 말입니다. 생긴 건 멀쩡하고 착실한데 공부는 못한다는 설정까지였으면 좋았을 뻔 했다 싶긴 합니다.
정배는 자식의 성적을 올려보려고 담당 교사 민지영(진경)과 상담하곤 하지만 사실 학교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잘나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는 게 많아서 배고플 거 같은 방정배야 말로 공부 잘해도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분명히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똑똑했고 이리저리 아는 것도 많아 명언도 자주 인용하는 방정배, 설정에 의하면 어릴 때 공부도 제법 잘 했다는데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그가 똑똑하다는 걸 인정해주는 사람은 띠동갑 아내 고옥 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방정배를 두고 천재소년의 잘못 자란 예랍니다. 그렇다고 딱히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요.
장군이는 남들 공부할 때도 책을 붙잡고 있을 만큼 성실한 아이에다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나름 효자입니다. 그러나 공부를 못 해도 너무 못하기 때문에 남들 다 아는 사자성어도 못 알아듣고 옆반 친구와 꼴지를 겨룰 정도입니다. 장군이의 '잘 생긴' 외모가 마음에 들어 사귀자며 접근한 전교 1등 여학생 유리는 군계일학, 낭중지추, 거두절미, 수어지교, 경조부박, 간담상조 같은 사자성어를 늘어놓으며 프로포즈를 합니다.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유리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장군은 유리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군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거절했다고 생각한 유리는 다음 날 다시 장군을 찾아옵니다. 이번에도 홀로 공부하는 장군에게 유유자적, 절차탁마, 개권유익같은 말을 늘어놓는 유리에게 장군은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댓구합니다. 그런 장군에게 유리가 들려준 곡이 바로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이었죠. 딱 두 번 대시한 여학생의 심정치고는 너무나 처절하긴 합니다만 사실 이 노래 가사를 듣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애절하다 못해 섬뜩한 그 가사를 듣고 장군 역시 '흠칫' 하고 맙니다.
이런 애처로운 가사가 코믹하게 변한 건 순식간입니다. '총맞은 것처럼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 이렇게 아픈데 이렇게 아픈데 살 수가 있다는 게 이상해. 어떻게 너를 잊어 내가'라는 슬픈 가사를 듣고 이렇게 배꼽잡고 웃어본 것은 처음이네요. 장군은 '노래가 완전 이상하다'면서 따라부릅니다. '쳐맞은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파'라는 가사에 함께 보던 사람들이 뒤집어진 것은 두말할 것 없습니다. 유행가 가사도 몰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장군이, '넝쿨째' 스타인 장군이의 데뷰곡이 탄생한 순간입니다. '기억의 습작'이나 '총맞은 것처럼'같은 슬픈 발라드를 이렇게 써먹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극중에서 옥탑방에 사는 윤빈(김원준)이 한물간 스타라면 방정배의 아들 장군은 효자동에서 제일 잘 나가는 스타입니다. 여자아이들이 선물들고 장군이네 건물에 드나들어 큰딸 일숙(양정아)이 윤빈의 팬들이라 착각하기까지 합니다. 노래도 상당히 잘 하는 걸로 등장하던데 괜히 공부에 매달리기 보단 기본적인 것만 배우고 가수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윤빈이 스타로서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도 괜찮겠지만 후배를 양성해서 그 덕분에 가수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장군이 외모에 노래 실력이라면 윤빈에게 충분히 기회를 줄 것도 같구요.
공부 잘 해야 성공한다며 학원다니고 자기들끼리 서열 세우는 학교에서 장군이같은 성실한 아이들은 소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군이는 공부는 못해도 성실하고 잘 생기고 재능이 있다면 다른 분야에서 얼마든지 성공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선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부 갈등에 대한 속시원한 해법만 보여줄게 아니라 장군이같은 아이에게도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면 좋겠지요.
하여튼 제 지인 중 하나는 '쳐맞은 것처럼'이란 말만 들어도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 합니다. 멀쩡하게 생긴 얼굴로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니 더욱 코믹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윤빈은 공항에 나가 일숙과 함께 일본팬이 있는 척 쇼를 할게 아니라 장군이를 훈련시키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미래의 스타, 장군이의 데뷰곡으로 '쳐맞은 것처럼'을 강력추천합니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 데뷰하면 빅히트를 치지 않을까요. 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에 '바보스러움'으로 이만큼 웃긴 설정은 드물었던 것 같고 하여튼 지금 생각해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유쾌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런 깨알같은 웃음이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최대 장점입니다. '넝쿨째'는 비난받는 막장 드라마 코드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이용하면서도 비난할 수 없도록 유쾌하게 비틀어놓고 맙니다. 임신한 아내 앞에 첫사랑이 나타나 옛날 이야기를 떠벌리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기억의 습작'이라는 옛날 가요를 코믹하게 반복하는 센스라니. 의뭉스러운 차태현과 'B형 남친'이 이 놈이구나 생각하며 질투하는 방귀남 때문에 한참을 웃었습니다. 거기다 차태현의 이름과 '내조의 여왕'에 출연했던 '태봉씨'를 적당히 섞은 작명센스는 애교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차태봉을 만나고 점점 더 떨떠름해지는 귀남의 표정. 정말 더 버틸 수가 없다!
드라마는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는 그런 등장인물들을 적절히 양념해서 버무려놓고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게 요리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시집살이를 시키는 당사자이자 구세대적인 아들 선호사상의 원인이랄 수 있는 할머니 전막례(강부자)가 짜증나는 옛날 사람으로만 그려지지 않는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공부 못해서 구박이나 받을 것같은 장군이가 귀여워 보이는 것도 그렇겠지요. 때로는 작가가 장군이를 너무 바보천치로 만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그래도 그게 너무 어울립니다.
윤빈이 장군이를 데뷰시켜주지 않을까?
예전에 블로거 줄리아 님이 지적한대로 아는 게 너무 많아 똑똑한 척하는 방정배에 비해 그의 아내 고옥(심이영)과 방장군은 '바보 설정'이 약간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명색이 고등학생이면서도 역사 속 인물과 탤렌트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장군과 고옥이 고기집에서 '계'는 먹은 적이 없다며 절대 계산하지 말라고 하는 건 좀 많이 오버스러운 연출이었죠. 아무리 무식해도 영수증에서 의미하는 '계'의 의미를 모른다면 간단한 아르바이트나 셈도 하기 힘든,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니 말입니다. 생긴 건 멀쩡하고 착실한데 공부는 못한다는 설정까지였으면 좋았을 뻔 했다 싶긴 합니다.
정배는 자식의 성적을 올려보려고 담당 교사 민지영(진경)과 상담하곤 하지만 사실 학교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잘나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는 게 많아서 배고플 거 같은 방정배야 말로 공부 잘해도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분명히 천재 소리를 들을 만큼 똑똑했고 이리저리 아는 것도 많아 명언도 자주 인용하는 방정배, 설정에 의하면 어릴 때 공부도 제법 잘 했다는데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는 그가 똑똑하다는 걸 인정해주는 사람은 띠동갑 아내 고옥 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방정배를 두고 천재소년의 잘못 자란 예랍니다. 그렇다고 딱히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요.
머리 나쁘고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착한, 방정배의 아들 방장군.
장군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을 거절했다고 생각한 유리는 다음 날 다시 장군을 찾아옵니다. 이번에도 홀로 공부하는 장군에게 유유자적, 절차탁마, 개권유익같은 말을 늘어놓는 유리에게 장군은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댓구합니다. 그런 장군에게 유리가 들려준 곡이 바로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이었죠. 딱 두 번 대시한 여학생의 심정치고는 너무나 처절하긴 합니다만 사실 이 노래 가사를 듣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애절하다 못해 섬뜩한 그 가사를 듣고 장군 역시 '흠칫' 하고 맙니다.
'쳐맞은 것처럼'이라니 무슨 노래가 이리 험악해. 흠칫 놀란 장군.
극중에서 옥탑방에 사는 윤빈(김원준)이 한물간 스타라면 방정배의 아들 장군은 효자동에서 제일 잘 나가는 스타입니다. 여자아이들이 선물들고 장군이네 건물에 드나들어 큰딸 일숙(양정아)이 윤빈의 팬들이라 착각하기까지 합니다. 노래도 상당히 잘 하는 걸로 등장하던데 괜히 공부에 매달리기 보단 기본적인 것만 배우고 가수가 되는 것은 어떨까요. 윤빈이 스타로서 제 2의 인생을 사는 것도 괜찮겠지만 후배를 양성해서 그 덕분에 가수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장군이 외모에 노래 실력이라면 윤빈에게 충분히 기회를 줄 것도 같구요.
윤빈을 따라 곧잘 노래를 부르는 장군. 혹시 데뷰하나?
하여튼 제 지인 중 하나는 '쳐맞은 것처럼'이란 말만 들어도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 합니다. 멀쩡하게 생긴 얼굴로 헛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니 더욱 코믹하게 느껴지나 봅니다. 윤빈은 공항에 나가 일숙과 함께 일본팬이 있는 척 쇼를 할게 아니라 장군이를 훈련시키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미래의 스타, 장군이의 데뷰곡으로 '쳐맞은 것처럼'을 강력추천합니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 데뷰하면 빅히트를 치지 않을까요. 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에 '바보스러움'으로 이만큼 웃긴 설정은 드물었던 것 같고 하여튼 지금 생각해도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큼 유쾌한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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