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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를 비웃을 때 사람들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들 합니다. 이 말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제일 곤란하게 하는 건 같은 여성이라는 뜻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며느리들에게 시집살이를 시키는 사람들은 시어머니와 시누이이고 같은 여성을 흉보거나 깎아내리는 것도 같은 여성일 때가 많다고 합니다. 자신도 결혼한 여성이면서 옆자리 동료가 임신해 일이 많아졌다며 불평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 불평을 말할 수 있고 굳이 그녀들이 아니라도 '동지의식'이 없는 사람들은 있는 법입니다.
또 꼼꼼히 따지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기 보다는 여자의 적은 '남성 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여자'라는 쪽이 보다 정확합니다. 남성과 여성을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시선은 옳지 않고 또 관점이나 처한 입장이 달라도 서로 어울려 사는 게 맞습니다만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묘사되는 '시집살이'처럼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그 입장 차이가 선명합니다. 한쪽은 시댁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생활방식을 고수하려 하고 한쪽은 부부를 중심으로 결정하는 생활을 방어하려 합니다. 아무리 선의에서 시작된 갈등일지라도 한번쯤 큰소리가 날 수 밖에 없겠죠.
극중 차윤희(김남주)는 자기 힘으로 성공한 현대여성이고 남편 방귀남(유준상)에게 넘치는 사랑과 배려를 받는 아내입니다. 시어머니 엄청애(윤여정)은 속정은 깊지만 어머니 전막례(강부자)를 제일로 아는 남편 방장수(장용)의 아내이자 가족들의 어머니로 모든 걸 희생하며 살아온 여성입니다. 윤희와 청애의 나이 차이 만큼이나 그들 세대의 사고방식은 다릅니다. 윤희의 시대가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여성상이 적극적이고 능력있는 여성이라면 청애의 시대는 아이를 낳고 가정을 뒷받침하는 여성을 원했습니다.
엄청애는 가끔씩 윤희와 부딪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착한 여성으로 직장에서 임신 때문에 며느리 윤희가 어려움에 처하자 우리 며느리는 임신하지 않았다며 거짓말까지 해줍니다. 입장 차이는 있으나 그들이 갈등하는 본질은 그런 세대차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윤희의 아랫 세대이고 엄청애의 딸인 방말숙(오연서)은 엄청애와 같은 듯하지만 좀 다릅니다. 나이도 청애 보다는 윤희와 비슷하고 직장생활을 한다는 점은 같은데 새언니를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 말숙은 차윤희와 어떤 차이가 있는걸가요.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성혐오'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 똑똑하고 합리적인 며느리 차윤희나 명품만 좋아하는 '싸가지' 방말숙이나 욕먹는 타입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두 여자 모두 드라마 속에서는 누가 옳다 누가 잘났다 기를 쓰고 싸우지만 일부 남성들의 눈에는 옳은 관계를 위해 시누이에게 반말하는 차윤희나 바락바락 나이많은 사람에게 대들며 못된 짓을 서슴치 않는 말숙이나 똑같이 보인다는 것이죠. 한쪽은 세상 피곤하게 사는 여자라고 하고 한쪽은 생각없는 여자라고 합니다.
이 사회에 워낙 피곤한 일이 많아 그런지 아직까지 가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가 '여자탓'이라고들 합니다. 워킹맘들이 힘들다는 말을 하면 남녀 편가르기하자는 거냐며 남자들도 살기 힘든 세상이라 반발하겠지만 유독 임신한 워킹맘들에겐 더욱 힘겨운 직생생활이란 점은 부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시쳇말로 아이를 여자 혼자 낳는 것도 아니고 함께 낳고 키우는 것인데 그 엄마가 행복할 수 없다면 남자든 여자든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겠죠. 그런 여성을 이해해줘야할 시댁 마저 편들어주지 않는다면 워킹맘은 직장과 가정 양쪽에 적을 둔 셈이 됩니다.
직장 가진 여성이 임신하면 휴직을 해야하는 걸까. 같은 문제를 두고 며느리 차윤희의 태도와 시누이 방말숙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차윤희는 되도록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고 500억 대작 프로젝트의 초반 작업을 진행시킨 후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8주간 출산 휴가를 다녀올 생각으로 일을 추진합니다. 방말숙은 할머니, 엄마와 함께 윤희가 당장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서 아이를 낳으라 합니다. 말로는 조카와 윤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말숙은 어른들을 등에 업고 윤희의 기를 꺾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말숙과 둘째 방이숙(조윤희)의 친구 혜수(최윤소)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타입입니다. 이숙이 규현(강동호)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잘 나가는 규현을 낚아챈 혜수는 레스토랑 서빙이나 하는 이숙을 면전에서 무시하기도 하고 들러리나 하라며 초대하기도 합니다. 말숙과 혜수는 기본적으로 남성 위주의 질서를 따르고 이용하면서 그 질서 속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유형들입니다. 남자들에게 예쁜 얼굴과 애교로 호감을 사고 말숙은 자기 힘이 아닌 남자의 돈으로 명품을 얻습니다. 본전을 뽑는 셈이죠. 차세광(강민혁)은 그래서 말숙을 핸드폰에 '왕빈대'라고 등록해 두었습니다.
그런 말숙이 윤희에게 강조하는 건 '시댁에 대한 도리'입니다. 말싸움으로는 차윤희에게 지는 말숙이 굳이 존대를 하라 강요하고 '도리'를 따지는 건 그러는 편이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시댁 어른들 말에 차윤희가 고분고분 복종해야 말숙이 윤희같은 타입을 누를 수 있습니다. 서슴없이 새언니에게 휴직하라 권유하는 걸 보면 성형외과 성형 컨설턴트로서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예쁜 외모'와 '명품' 말고는 내세울 것없는 그녀는 굳이 그런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서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차윤희는 자신의 힘으로 직장에서 성공한 여성입니다. 흔히 '페미니스트'라 하면 불합리한 것을 따지고 드는 투사 타입을 생각하지만 윤희는 먼저 따지기 보다는 직접 행동합니다. 밤새기가 다반사인 '남성적인' 직장에서 남자들과 똑같은 일을 해서 성공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자라 봐주는 것도 없고 오히려 더 험한 말을 듣고 외모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어쨌든 윤희는 직장에서 대작을 맡길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시댁'이나 '남성' 위주의 질서라기 보단 인간에 대한 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윤희가 임신을 하고 사장에게 사정사정하며 일하고 싶다고 했을 때 사장이 보인 반응은 '구질구질하다'였습니다. 윤희의 책상을 구석으로 치우는가 하면 술마시는 회식 자리에는 동료들도 부르지 않습니다. 그녀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은 때로는 비굴하지만 때로는 파격적입니다. 그녀의 경력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같은 여자들이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12살어린 방말숙을 상대하기 위해 '반말'을 생각해낼 정도로 차윤희는 당차고 씩씩합니다. 물론 윤희 옆에 아내를 믿고 지지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가치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숙(양정아)이나 이숙처럼 윤희와 잘 어울리고 이해해주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말숙이 더욱 얄미운 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죠. 일부 네티즌들은 엄청애가 차윤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가 자신의 세 딸들 중에 차윤희 만큼 성공한 여성이 한명도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평가를 합니다. 서로를 모른다는 점에서는 일면 맞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론 '시댁에 대한 도리' 보다는 '인간에 대한 도리'가 우선하는 문화가 된다면 지금 보다 훨씬 나은 결혼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또 꼼꼼히 따지면 '여자의 적은 여자'라기 보다는 여자의 적은 '남성 중심의 가치관을 가진 여자'라는 쪽이 보다 정확합니다. 남성과 여성을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시선은 옳지 않고 또 관점이나 처한 입장이 달라도 서로 어울려 사는 게 맞습니다만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묘사되는 '시집살이'처럼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그 입장 차이가 선명합니다. 한쪽은 시댁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생활방식을 고수하려 하고 한쪽은 부부를 중심으로 결정하는 생활을 방어하려 합니다. 아무리 선의에서 시작된 갈등일지라도 한번쯤 큰소리가 날 수 밖에 없겠죠.
12살 어린 시누이 방말숙에게 반말했더니 시댁식구들이 말린다.
엄청애는 가끔씩 윤희와 부딪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착한 여성으로 직장에서 임신 때문에 며느리 윤희가 어려움에 처하자 우리 며느리는 임신하지 않았다며 거짓말까지 해줍니다. 입장 차이는 있으나 그들이 갈등하는 본질은 그런 세대차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윤희의 아랫 세대이고 엄청애의 딸인 방말숙(오연서)은 엄청애와 같은 듯하지만 좀 다릅니다. 나이도 청애 보다는 윤희와 비슷하고 직장생활을 한다는 점은 같은데 새언니를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 말숙은 차윤희와 어떤 차이가 있는걸가요.
피곤하게 사는 여자 차윤희, 생각없는 여자 방말숙?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성혐오'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 똑똑하고 합리적인 며느리 차윤희나 명품만 좋아하는 '싸가지' 방말숙이나 욕먹는 타입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두 여자 모두 드라마 속에서는 누가 옳다 누가 잘났다 기를 쓰고 싸우지만 일부 남성들의 눈에는 옳은 관계를 위해 시누이에게 반말하는 차윤희나 바락바락 나이많은 사람에게 대들며 못된 짓을 서슴치 않는 말숙이나 똑같이 보인다는 것이죠. 한쪽은 세상 피곤하게 사는 여자라고 하고 한쪽은 생각없는 여자라고 합니다.
이 사회에 워낙 피곤한 일이 많아 그런지 아직까지 가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가 '여자탓'이라고들 합니다. 워킹맘들이 힘들다는 말을 하면 남녀 편가르기하자는 거냐며 남자들도 살기 힘든 세상이라 반발하겠지만 유독 임신한 워킹맘들에겐 더욱 힘겨운 직생생활이란 점은 부정하기 힘들 것입니다. 시쳇말로 아이를 여자 혼자 낳는 것도 아니고 함께 낳고 키우는 것인데 그 엄마가 행복할 수 없다면 남자든 여자든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겠죠. 그런 여성을 이해해줘야할 시댁 마저 편들어주지 않는다면 워킹맘은 직장과 가정 양쪽에 적을 둔 셈이 됩니다.
'똑똑하면 얼마나 똑똑하다고 잘난 척이냐구' 차윤희에 대한 방말숙의 반발.
말숙과 둘째 방이숙(조윤희)의 친구 혜수(최윤소)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타입입니다. 이숙이 규현(강동호)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잘 나가는 규현을 낚아챈 혜수는 레스토랑 서빙이나 하는 이숙을 면전에서 무시하기도 하고 들러리나 하라며 초대하기도 합니다. 말숙과 혜수는 기본적으로 남성 위주의 질서를 따르고 이용하면서 그 질서 속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유형들입니다. 남자들에게 예쁜 얼굴과 애교로 호감을 사고 말숙은 자기 힘이 아닌 남자의 돈으로 명품을 얻습니다. 본전을 뽑는 셈이죠. 차세광(강민혁)은 그래서 말숙을 핸드폰에 '왕빈대'라고 등록해 두었습니다.
윤희는 임신했다고 쫓아내려는 사장에게 애원하며 직장생활을 하는데.
반면 차윤희는 자신의 힘으로 직장에서 성공한 여성입니다. 흔히 '페미니스트'라 하면 불합리한 것을 따지고 드는 투사 타입을 생각하지만 윤희는 먼저 따지기 보다는 직접 행동합니다. 밤새기가 다반사인 '남성적인' 직장에서 남자들과 똑같은 일을 해서 성공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여자라 봐주는 것도 없고 오히려 더 험한 말을 듣고 외모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어쨌든 윤희는 직장에서 대작을 맡길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시댁'이나 '남성' 위주의 질서라기 보단 인간에 대한 도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철없는 시누이도 같은 처지가 되면 이해하겠지.
그러나 이런 가치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숙(양정아)이나 이숙처럼 윤희와 잘 어울리고 이해해주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말숙이 더욱 얄미운 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죠. 일부 네티즌들은 엄청애가 차윤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가 자신의 세 딸들 중에 차윤희 만큼 성공한 여성이 한명도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평가를 합니다. 서로를 모른다는 점에서는 일면 맞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론 '시댁에 대한 도리' 보다는 '인간에 대한 도리'가 우선하는 문화가 된다면 지금 보다 훨씬 나은 결혼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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