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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드라마 '보고 또 보고(1998)'가 방영될 때부터 말이 많던 이야기지만 엄밀히 '겹사돈' 자체는 '막장'이 아닙니다. 그 드라마가 문제가 되었던 건 겹사돈 때문이라기 보다 자매 간 또는 형제 간의 서열을 거스른 겹사돈 즉 역순이기 때문입니다. 한 집안의 언니가 시댁에 가서는 아랫 동서가 되고 한 집안의 형이 처가에 가서는 아랫 동서가 된다는 내용이 조금 껄끄러웠던 것 뿐 같은 집안과 사돈을 맺는 겹사돈 자체는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었죠. 권력 문제를 위해 세도가와 혼인하곤 하던 조선 왕실 역시 겹사돈을 맺은 사례가 많습니다.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공주의 남자(2011)'에 등장한 정종(이민우)은 경혜공주(홍수현)와 혼인을 합니다. 극중에서는 가난하게 표현되었으나 정종의 집안은 알아주던 부유한 가문으로 그의 누이는 영응대군 즉 세종의 아들과 결혼한 사이였습니다. 또 한명회는 두 딸을 모두 세조의 후손들과 결혼시켜 대를 이어 왕의 장인이 되었고 인수대비의 집안도 왕실과 겹사돈으로 유명합니다. 연산군과 중종 형제는 한 집안의 고모와 조카를 각각 처로 두었습니다. 세조의 손자인 사촌 형제, 월산대군과 제안대군은 둘 모두 박원종의 매부였죠.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등장인물 차윤희(김남주)에게는 차세광(강민혁)이란 잘난(?)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윤희의 남편 방귀남(유준상)에게도 방말숙(오연서)이란 못말리는 여동생이 하나 있죠. 세광과 말숙이 결혼하게 되면 두 집안은 겹사돈이 됩니다. 그동안 나이도 12살이나 어리면서 윤희에게 시누 노릇을 톡톡히 했던 말숙이 이제는 올케가 되어 보복(?)당할 일만 남았다는 말이죠. 쉽게 일어나기 힘든 일이니 '말도 안돼'라는 반응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겹사돈 자체가 막장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무엇 보다 방귀남의 실종과 방말숙의 겹사돈 설정은 시집살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장치일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거든요.
한국에서 자랐으면 엄마와 가족 밖에 모르는 귀한 아들로 '며느리'인 윤희의 처지를 납득하지 못했을 방귀남은 입양되어 자라 무엇 보다 '합리'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시누이였으면 누구나 다 하는 일이라며 못된 짓을 합리화했을 방말숙이 윤희의 올케가 됨으로서 잘못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을 미처 실천하지 못했으니 진짜 입장을 바꿔버렸다 이 말이죠. '역지사지'를 극적으로 설정한거니 겹사돈이 막장이다 아니다를 말하는 건 논외인듯 합니다.
형제는 보통 같은 서열로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이 차이가 12살이나 나는 막내 동생이라면 조금 상황이 달라집니다. 12살 터울이면 동생이라기 보다는 조카같고 조금 과장하면 직접 기른 자식같은 느낌도 듭니다. 삼촌이나 이모들 중에도 나이차이가 적게 나는 사람들이 있으니 형제같단 느낌 보다 윗사람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아무리 사촌 형제라 해도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오빠에겐 쉽게 '오빠'라는 말이 나오질 않더군요. 옛사람들처럼 장난스럽게 '오라버니'라고 부를 수도 없고 막연한 거리감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세광의 누나 윤희는 오빠 차세중(김용희)이 있음에도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준 존재입니다. 세중의 사업자금을 대다 전세금을 날린 적도 있는 윤희는 한만희(김영란)의 집에서 가장 발언권이 쎕니다. 손윗사람인데도 올케 민지영(진경)은 시누의 윤희를 쉽게 대하지 못합니다. 똑똑한 민지영이 시누이라서 윤희에게 기가 죽었다 보다 워낙 남편 세중이 돈을 많이 날려 미안해서 그런 듯합니다. 막내 동생에게 오십만원씩 용돈을 덥썩 보내 주는 누나에 잘못을 저지르면 마구잡이로 폭행도 하니 안 무서울 수가 없습니다.
방말숙이 윤희가 세광의 누나란 사실을 알고 두 사람이 서글프게 헤어지느니 마느니 하는 장면은 솔직히 많이 우습다 못해 코믹하게 느껴지더군요. 실제로 그런 에피소드가 일어난다면 당사자들이야 견디기 힘든 고통이겠지만 말숙이 그동안 저질러 온 일이 있으니 전혀 슬퍼 보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워낙 방말숙이 무개념하게 '시월드'의 강자로 활약해왔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차세광을 소개받던 그 순간부터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는 말숙의 모습에 통쾌하다 못해 속이 시원하다며 환호한 시청자들이 꽤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극중에서 윤희와 말숙이 사용하는 '시월드'라는 말의 이중성은 참 재미있습니다. 흔히들 시집살이의 지독함을 빗대어 '시월드'라는 말을 하기는 합니다만 피 안 섞인 남남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귀한 아들과 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면 편한 심정이 될 가족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자신들만 바라보던 가족을 잃어야하는 허전한 심정에 심술을 부리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첨부터 가족이 아닌 한 여성이 가족이 된다는 건 그래서 더 어려운 것입니다. 시댁에 대한 도리와 며느리의 자세를 운운하며 텃세를 부리고 가족끼리 더 똘똘 뭉쳐 낯선 사람을 경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 단단한 가족간의 결합이 '시월드'라는 낯선 세계의 본질이기도 하고 그 낯선 가족들의 일원이 되어 또다른 '시월드'가 되는 것이 결국 시집살이라는 것입니다. '시월드'가 되기 위해서 시월드와 갈등하고 힘겨워하는 모습도 희한하거니와 그 시월드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낯선 여자를 상대로 기선 제압을 시도하는 시누이 말숙의 모습도 일종의 블랙 코미디입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세광이라는 남자 때문에 처지가 바뀌고 윤희에게 잘 보이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윤희를 왕비 대하듯 하니 더 웃길 수 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말숙이 지금 처한 상황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과거의 몹쓸 속담을 코믹하게 재현한 것입니다. 같은 박속을 파내 만든 뒤웅박의 처지는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잣집 쌀독에 넣어지면 쌀을 푸는 귀한 그릇이 되지만 외양간에서 쓰면 지푸라기 섞은 여물푸는 그릇이 됩니다. 한마디로 여자 팔자는 남편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으로 여자의 독립적인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시월드' 특권에 기대어 윤희를 나무라던 말숙은 자신이 동생의 연인으로 대접받을 기회를 스스로 버린 셈입니다.
차윤희가 올케 민지영에게 공정한 시누이가 되려 애쓴 건 어머니 한만희가 시집살이를 겪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그런 결혼 생활이 싫어 결혼도 거부했고 자신에겐 어머니처럼 시집살이 시킬 시댁이 없단 사실에 만족하고 살았던 윤희였기에 몸소 그 가치관을 실천한 것입니다. 국어 교사 출신 올케가 딱히 예뻐서도 아니고 남남이던 올케가 하루 아침에 예쁘게 보여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게 인간적으로 맞는 행동이니까 그렇게 한 것이죠. 말숙은 그런 공평한 시월드를 위해 노력한 적 없는 얌체같은 타입이었습니다.
시집살이가 자기 발목 잡을 줄은 모르고 시누이로서 시집살이를 옹호했으니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습니다. 거기다 상견례 자리에서 윗동서가 될 수도 있는 민지영의 심사를 거스르고 예비 시어머니 한만희까지 기분나쁘게 했으니 환영받기는 애초에 그른 셈입니다. 이런 걸 두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고 하는 거지요. 아니 사실 알고 보면 시집살이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런 블랙코미디입니다. 순간의 이익을 위해 옳지 못한 것을 따르다 보면 언젠가는 그 행동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날이 오는 법이거든요. 스스로 뒤웅박 팔자를 선택했으니 남탓하기는 힘들겠네요.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 '공주의 남자(2011)'에 등장한 정종(이민우)은 경혜공주(홍수현)와 혼인을 합니다. 극중에서는 가난하게 표현되었으나 정종의 집안은 알아주던 부유한 가문으로 그의 누이는 영응대군 즉 세종의 아들과 결혼한 사이였습니다. 또 한명회는 두 딸을 모두 세조의 후손들과 결혼시켜 대를 이어 왕의 장인이 되었고 인수대비의 집안도 왕실과 겹사돈으로 유명합니다. 연산군과 중종 형제는 한 집안의 고모와 조카를 각각 처로 두었습니다. 세조의 손자인 사촌 형제, 월산대군과 제안대군은 둘 모두 박원종의 매부였죠.
우리가 사돈 사이라니 그동안의 일이 떠올라 경악하는 말숙.
한국에서 자랐으면 엄마와 가족 밖에 모르는 귀한 아들로 '며느리'인 윤희의 처지를 납득하지 못했을 방귀남은 입양되어 자라 무엇 보다 '합리'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시누이였으면 누구나 다 하는 일이라며 못된 짓을 합리화했을 방말숙이 윤희의 올케가 됨으로서 잘못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을 미처 실천하지 못했으니 진짜 입장을 바꿔버렸다 이 말이죠. '역지사지'를 극적으로 설정한거니 겹사돈이 막장이다 아니다를 말하는 건 논외인듯 합니다.
자기가 판 무덤 빠져나올 길이 없는 방말숙
형제는 보통 같은 서열로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이 차이가 12살이나 나는 막내 동생이라면 조금 상황이 달라집니다. 12살 터울이면 동생이라기 보다는 조카같고 조금 과장하면 직접 기른 자식같은 느낌도 듭니다. 삼촌이나 이모들 중에도 나이차이가 적게 나는 사람들이 있으니 형제같단 느낌 보다 윗사람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아무리 사촌 형제라 해도 나이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오빠에겐 쉽게 '오빠'라는 말이 나오질 않더군요. 옛사람들처럼 장난스럽게 '오라버니'라고 부를 수도 없고 막연한 거리감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세광의 누나 윤희는 오빠 차세중(김용희)이 있음에도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하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준 존재입니다. 세중의 사업자금을 대다 전세금을 날린 적도 있는 윤희는 한만희(김영란)의 집에서 가장 발언권이 쎕니다. 손윗사람인데도 올케 민지영(진경)은 시누의 윤희를 쉽게 대하지 못합니다. 똑똑한 민지영이 시누이라서 윤희에게 기가 죽었다 보다 워낙 남편 세중이 돈을 많이 날려 미안해서 그런 듯합니다. 막내 동생에게 오십만원씩 용돈을 덥썩 보내 주는 누나에 잘못을 저지르면 마구잡이로 폭행도 하니 안 무서울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 애절한 모습 왜 이렇게 코믹하지?
그러고 보면 극중에서 윤희와 말숙이 사용하는 '시월드'라는 말의 이중성은 참 재미있습니다. 흔히들 시집살이의 지독함을 빗대어 '시월드'라는 말을 하기는 합니다만 피 안 섞인 남남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귀한 아들과 오빠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면 편한 심정이 될 가족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자신들만 바라보던 가족을 잃어야하는 허전한 심정에 심술을 부리기 마련이라는 것이죠. 첨부터 가족이 아닌 한 여성이 가족이 된다는 건 그래서 더 어려운 것입니다. 시댁에 대한 도리와 며느리의 자세를 운운하며 텃세를 부리고 가족끼리 더 똘똘 뭉쳐 낯선 사람을 경계할 수 있습니다.
방말숙 스스로 이런 시댁 문화를 옹호했으니 도망갈 곳이 없다.
한마디로 말숙이 지금 처한 상황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과거의 몹쓸 속담을 코믹하게 재현한 것입니다. 같은 박속을 파내 만든 뒤웅박의 처지는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부잣집 쌀독에 넣어지면 쌀을 푸는 귀한 그릇이 되지만 외양간에서 쓰면 지푸라기 섞은 여물푸는 그릇이 됩니다. 한마디로 여자 팔자는 남편을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으로 여자의 독립적인 존재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시월드' 특권에 기대어 윤희를 나무라던 말숙은 자신이 동생의 연인으로 대접받을 기회를 스스로 버린 셈입니다.
이제 와서 되돌려보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
시집살이가 자기 발목 잡을 줄은 모르고 시누이로서 시집살이를 옹호했으니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습니다. 거기다 상견례 자리에서 윗동서가 될 수도 있는 민지영의 심사를 거스르고 예비 시어머니 한만희까지 기분나쁘게 했으니 환영받기는 애초에 그른 셈입니다. 이런 걸 두고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고 하는 거지요. 아니 사실 알고 보면 시집살이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런 블랙코미디입니다. 순간의 이익을 위해 옳지 못한 것을 따르다 보면 언젠가는 그 행동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날이 오는 법이거든요. 스스로 뒤웅박 팔자를 선택했으니 남탓하기는 힘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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