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째굴러온당신, 말숙 마저 구박하는 수지 그녀의 역할은 깍두기?

Shain 2012. 7.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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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집이나 해장국집의 필수적인 무김치, 무를 썰어 양념으로 시원하게 버무린 깍두기는 조선 정조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정조의 사위인 홍명위의 아내가 만들었다는 걸로 봐서 숙선옹주가 개발해 종친들에게 선보인 음식인가 본데 기록에는 '깍두기'가 아닌 '각독기'로 적혀 있습니다. 이 깍두기라는 말에는 '김치'라는 뜻 외에도 두가지 뜻이 더 있습니다. 하나는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거나 어느 쪽에도 끼워넣을 수 있는 존재를 뜻하는 말이고 또다른 하나는 '조폭'을 뜻하는 속어입니다. 조폭이 '깍두기'로 불리는 이유는 아무래도 각지게 차려입은 검은 양복과 반듯하게 직각으로 깎은 머리 모양 때문인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같은 놀이를 할 때 인원수가 맞지 않으면 '깍두기'를 한명씩 넣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의 머리수가 짝수여야 이편 저편 반으로 갈라 놀 수 있는데 한명이 남으면 나이가 제일 어린 아이나 발놀림이 제일 빠른 아이 혹은 반대로 발이 느린 아이들을 '깍두기'로 삼곤 했습니다. 어느 편이 불리하냐에 따라 이 편에도 붙을 수 있고 저 편에도 붙을 수 있는 깍두기는 때로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 취급을 받고 반대로 때로는 놀이의 승패를 가르는 아이가 되기도 했습니다. '깍두기'라는 맛있는 김치가 왜 그런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넝쿨당'의 깍두기 송수지. 이번엔 말숙의 구박을 받다.


어머니의 말씀대로라면 그건 아마도 '깍두기'라는 김치의 특성 때문인가 봅니다. 깍두기를 좋아하는 집이나 설렁탕집 같은 곳은 일부러 그런 무김치를 담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김장을 하다 양념을 만들고 남은 무를 썰어 깍두기를 만듭니다. 채썰고 남은 무나 더 잘게 썰 수 없는 조각난 무 등을 깍둑하게 썰어 남은 양념으로 버무리다 보니 일종의 '덤'으로 생겨난 김치이기도 하고 얼마 만큼 담글지 그 양을 가늠할 수 없는 김치이기도 합니다. 맛있고 인기도 좋은 김치, 밥상에서 없어지면 서운한 그런 깍두기지만 만들어진 유래는 그렇습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등장하는 착한 의사 송수지(박수진)의 역할이 딱 그렇습니다. 방귀남(유준상)처럼 미국에 입양된 수지는 구김살 하나 없는 밝은 성격에 솔직하고 귀여운 태도 그리고 자신처럼 고아인 아이들을 돌보는 착한 마음까지 겸비한 미모의 아가씨입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정말 '괜찮은' 그녀는 어딜 가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미움받는, 꼽사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차윤희(김남주) 앞에 나타났을 땐 윤희의 눈총을 받더니 천재용(이희준) 앞에 나타나니까 혹시나 방이숙(조윤희)의 라이벌이 되는게 아닌지 의심받습니다. 이번엔 얌체 말숙이(오연서)가 수지를 경계하고 나서네요.


어디에 끼워도 말이 되는 역할 그러나 아직 놀고 있다

차윤희와 함께 일하는 '귀신은 뭐하나' 작가 말대로 시집살이가 횡행하는 '막장 드라마'는 라이벌 등장으로 정점을 찍게 된다고 했습니다. 시누이, 시어머니를 비롯한 각종 '시월드'들이 며느리를 곤란하게하는 결정적인 순간, 남편을 사랑하는 미모의 젊은 여성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죠. 송수지는 작가의 예언대로 등장한 차윤희의 강력 골치덩어리입니다. 방귀남과 어릴 때부터 가깝게 자랐고 방귀남 말고는 다른 남자는 좋아해본 적이 없으며 누구나 예쁘다고 칭찬할 정도로 싹싹하고 성격도 쾌활합니다. 윤희 눈으로 봐도 귀여우니 이 정도면 밉상도 보통 밉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수지를 친 여동생 대하듯 의외로 쿨하게 대접하는 차윤희의 자세 또 아내 밖에 모르는 방귀남의 깔끔한 선긋기로 한동안은 수지가 윤희와 귀남 사이에 끼어들 일은 없을 듯합니다. 방귀남은 자폐증 증세를 보이는 지환을 수지와 함께 돌보면서도 수지가 지환이 엄마 귀남이 지환이 아빠처럼 느껴진다는 윤희의 말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테리강'처럼 아내에 대한 매너가 탁월한 남편이 수지에게 흔들린다는 건 사실 말이 안되는 면도 있고 또 '국민남편'이란 평가를 받는 귀남이 그렇게 변하면 시청자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귀남과 윤희에게 지환을 소개해준 수지.


수지라는 캐릭터가 처음부터 작가가 의도적으로 넣은 캐릭터인지 그것도 아니면 극적 재미를 위해 갑작스럽게 투입된 역할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건 '수지'의 역할이 밉다는 점입니다.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똑똑하고 딱 부러지는 윤희 캐릭터에 공감하며 윤희가 시댁으로부터 느끼는 감정에 분노하기도 합니다. 유일한 의지가 되어주는 남편 귀남이 '바람'까지 피는 캐릭터로 변질된다면 보는 입장에서도 참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특히 잘난 윤희를 옆에 두고 수지에게 저런 며느리 두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엄청애(윤여정)나 방말숙은 정말 꼴보기 싫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윤희의 연적으로 등장한 '수지'의 짝이 마땅찮습니다. 지금까지 수지가 한 일이라곤 잠시 잠깐 윤희를 긴장시키는 것 외에 방귀남 옆에서 알짱알짱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며 지환을 소개시켜준 것이 전부입니다. 방말숙과 엄청애 앞에 잠시 나타나 매니큐어를 선물하고 방이숙과 천재용 앞에 나타나 시청자들의 반응을 떠보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갑작스레 술을 퍼먹고 말숙의 침대에서 널부러져 잠이 들기도 합니다. 약아빠진 말숙이 수지를 자기방에서 재운 건 어디까지나 차세광(강민혁)과 수지가 만나는 꼴을 보기 싫어서였습니다.

모든 여자 캐릭터들의 연적인가. 커플들 앞에 한번씩 나타나는 수지.


'깍두기' 수지가 귀남과 윤희처럼 결속이 단단한 커플에게 끼어들 틈은 현재로서 없습니다(끼어들었다간 시청자들에게 맞아 죽을 분위기죠). 한때 방이숙의 라이벌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방이숙, 천재용 커플은 천방 커플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들었다간 수지 역의 박수진은 한동안 미움받느냐 다른 드라마 출연이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세광과 수지를 만나지 못하게 악을 써대는 말숙이요? 말숙이 워낙 못되서 차라리 세광을 뺐으라는 반응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착한 수지가 그런 말숙을 상대하기엔 어떻게 보면 아깝습니다.

엄청애가 방일숙(양정아)의 뺨을 때리며 이혼했다고 울며 불며 할 동안에도 수지는 정신을 잃은 채 말숙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윤희의 남편을 불러내 기분상하게 하고 귀남의 집에 무슨 일이 있든 술퍼먹고 술주정하는 수지가 이대로 계속 치이면 이 역할은 말 그대로 쓸모없는 캐릭터가 되버립니다. 출연 분량을 맞추기 위한 억지 에피소드 아닌가 싶을 정도네요. 수지는 지환이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이외에는 여자 등장인물들의 연적 노릇만 해왔습니다. 오죽 수지의 역할이 밋밋하면 자식없는 둘째 며느리 장양실(나영희)이 몰래 낳은 아이가 수지라는 설(?)까지 등장했을까요.

나오기만 하면 미움받는 깍두기 수지. 차라리 이 부부의 혼외자라면?


장양실로 인해 버림받아 해외로 입양된 방귀남 그리고 귀남에게 친남매나 다름없이 자란 수지 또 그들의 인연으로 어쩌면 윤희의 아이가 될 수도 있는 지환이. 이들은 피한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지만 방귀남에게 또다른 가족이 될 가능성도 없잖아 있습니다. 장양실과 방장수(장용) 가족의 갈등을 풀려면 가장 자연스러운게 입양이기도 하구요. 그 이야기를 풀자면 입양아 귀남의 심정을 이해하는 수지가 아예 불필요한 캐릭터는 아닐테고 어쩌면 윤희가 지환의 입양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역시나 지금으로서는 그냥 '깍두기' 캐릭터, 그것도 밑간이 꽤 심심한 깍두기네요.

첫등장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수지. 지금으로서는 딱히 그녀의 '짝'으로 맺어줄 적당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흔하디 흔한 '출생의 비밀'이 등장해 방정훈(송금식)이 장양실 몰래 밖에서 낳은 아이라도 된다면 모를까(그러고 보니 아내가 정훈의 혼외자를 해외로 입양시켜 미워하는 거라면 방정훈의 못된 심술이 이해갈 수도 있겠군요). 한동안은 여기저기에서 구박받는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할 듯합니다. 어느 캐릭터도 버릴 캐릭터가 없다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에서 유일하게 워밍업중인 캐릭터가 수지이기도 합니다. 어서 빨리 제 역할을 찾으면 참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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