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마의

마의, 숙휘공주 지녕 신분이 너무 높아 가슴 아픈 그녀들

Shain 2012. 11. 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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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내내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면서도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뻔하고 구태의연한 전개인데도 참신하다는 느낌을 주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이병훈 PD의 '마의'는 그동안 만들어진 '이병훈 사극'의 특징을 모두 답습하고 있는데도 신선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게 다 매력덩어리 숙휘공주(김소은)와 보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동물연기자들 덕분입니다. 역사적 상식 마저 깨고 싶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숙휘공주나 물그릇을 앞에 두고 '발연기'를 펼치는 고양이 달이나 모두 '마의'의 최고 화제거리입니다.

어제는 드디어 마의 백광현(조승우)이 인의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사암도인(주진모)에게 혈자리를 배우고 최고의 마의로 활약한 분량이 어찌 보면 너무 짧은 것같아 아쉽습니다. 고주만(이순재)의 제자로 사람에게 시침하기 시작하면 달이의 출연 분량도 나귀(그러고 보니 나귀 참 오랜만에 봤습니다 - 조선시대엔 많은 동물이었다는데 요샌 희귀하죠)같은 동물들의 출연도 뜸해질테니 말입니다. 강아지나 개나 말이나 모두 정이 들었는데 이젠 인의 백광현을 봐야할 시간인 모양입니다.

드디어 인의가 되기 시작한 백광현. 동물 출연이 줄어들 것 같다.

비교적 꽤 많은 기록이 남은 편인 백광현의 이야기니 어쩔 수 없다지만 동물 출연 분량이 줄어든 건 꽤 아쉬운 부분입니다. 동시에 동물 출연이 줄어든다는 것은 백광현 때분에 유기견 보호소(?)를 차린 숙휘공주의 출연 분량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길에서 찾아낸 아픈 동물들과 애지중지하던 고양이 달이를 핑계로 백광현을 불러들였는데 그 핑계도 사라지고 조선의 공주 신분으로 돌아가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말입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공주님의 첫사랑'은 언젠가는 마무리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의 백광현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특별한 인물인 것은 신분제 사회이던 조선의 질서를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신분 구분이 엄격하던 조선 시대에 능력 만으로 천한 마의에서 누구나 우러르는 어의가 되는 건 기적에 가깝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신분 이동이 잦아졌다고는 해도 무시받던 천민이나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의'에는 주인공 백광현 외에도 양반가 규수의 몸으로 의녀가 되려는 강지녕(이요원)이나 양반가 출신으로 무교탕반을 운영하는 주인옥(최수린)같은, 시대를 거스른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신분을 뛰어넘어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싶은 그녀들.

조선 현종은 1600년대의 왕이고 실제 무교탕반을 사복차림으로 드나들었다는 왕은 1834년생인 헌종입니다. 분명한 건 무교탕반의 주인 여자는 당시에 금기시되던 이혼을 하고 장터에서 국밥집 즉 사업을 하는가 하면 당당하게 재혼까지 했던 능력있는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조선 후기는 중기와 다르게 타고난 신분 보다는 부유함에 따라 대접받던 시절이었으니 현종 때와는 분위기가 좀 다르겠지만 굳이 강지녕, 백광현과 함께 사업가 주인옥을 등장시킨 건 신분을 넘어서는 '무엇'을 묘사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물론 백광현은 설정상 '출생의 비밀'이 숨겨진 인물로 강도준(전노민)이란 양반 아버지를 둔 사람이나 그의 이름이 끝까지 '백광현'인 것으로 보아 그는 자신을 살려준 백석구(박혁권)의 아들로 살다 죽을 것입니다. 천한 마의에서 아버지가 그토록 되고 싶어했던 인의가 되고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반면 백석구의 딸 강지녕은 본래의 신분이었으면 쉽게 의녀가 되었을텐데 지금은 공주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양반가의 딸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의녀 장인주(유선)를 비롯한 여러 의관들이 지녕을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천한 마의에서 사람을 다루는 의관으로 그들이 탈피한 신분.

'신분'이라는 사회의 금기를 뛰어넘은 인물이 극중에 하나 더 있긴 있죠. 자신 역시 천한 마의 출신으로 의관의 양자가 되고 지금은 누구나 존경하는 의관이 된 이명환(손창민)입니다. 미천한 신분을 뛰어넘기 위해 의술을 배웠고 소현세자를 비롯한 사람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이명환과 백광현, 강지녕 등은 신분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향해 도전한 사람들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들의 '신분'이 끝끝내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리란 점인데요. 내심 호감이 있던 의녀 강지녕이 양반가 아가씨란 걸 알게된 백광현은 놀라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마의 주제에 인간에게 시술한 백광현은 어떻게든 그 곤란을 빠져나오겠으나 강지녕과는 조금 더 멀어진 자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지녕도 의녀 하나 마음대로 되지 못하고 호감을 표현하기 힘든 자신의 신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무엇 보다 백광현에게 푹 빠져 상사병 증세까지 보이는 숙휘공주는 마의와 공주 사이의 신분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겠죠. 마의는 인의가 되면 그만이고 지녕이나 광현은 신분 상승으로 처지를 극복하면 일말의 가능성이 있지만 공주가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얻는건 감히 바랄 수 없는 소망입니다.

신분이 너무 높아 고민인 그녀 숙휘공주. 상사병에 시름하다.

조선 시대의 공주는 정략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권리 자체가 무시되기도 하는 애매한 존재였습니다. 명망있는 집안과 혼사를 맺어 정치에 이용될 수도 있었지만 공주의 남편은 관직에 오를 수 없어 혼사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혼인에도 이렇게 가리는 것이 많은데 행동 하나하나도 구설에 오르기 쉬워 매사에 행동을 조심해야했죠. 어찌 보면 자신의 뜻대로 살 수없는, 신분 질서의 모순을 가장 절실히 겪는 여성이 공주인지도 모릅니다. 남들 보다 부유하고 똑똑하고 예쁘다고 해서 유리한 입장이 아닙니다.

마의 백광현은 '만만한' 지녕에게는 호감도 표시하고 능청스레 말을 붙이면서도 감히 공주가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으로도 안 보는 것입니다. 높은 신분 때문에 사랑에 차별받는 불쌍한 숙휘공주. 이대로 원하지 않는 남자에게 시집이라도 가게 되면 속병이 단단히 날 듯 합니다. 인선왕후(김혜선)와 명성왕후(이가현)은 천방지축 공주가 마의에게 푹 빠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겠지요. 제 아무리 공주가 백광현을 사랑한다 해도 주인옥처럼 신분을 훌훌 벗고 마의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시청자들 눈에는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숙휘공주의 짝사랑. 안타깝고 애틋한 그녀의 사랑은 보는 재미가 있지만 신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할 공주의 가슴앓이는 좀 안쓰럽네요. 아무리 사극이지만 백광현과 공주 어떻게 좀 러브라인 안되는건가요. 네 물론 안되는 거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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