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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 한방외과술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유교 때문이라고 합니다. 드러내놓고 외과술을 시도하는 의원도 드물었겠지만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즉 부모에게 받은 터럭과 피부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어 머리카락 한올도 함부로 자르지 못한 시대에 외과술이 등한시된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예외는 있습니다. 동상으로 신체의 일부를 잘라야하는 환자도 있고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으로 절단과 봉합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다 보니 암암리에 외과술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주 '마의'에서 백광현(조승우)은 오규태(김호영) 대감의 탈저를 치료하기 위해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영의정까지 제수될 수 있는 양반가의 사람이 어떻게 다리를 자르냐며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 모양인데 실제로 숙종 때 관직에 있던 윤지완은 병으로 다리를 절단한 '일각정승' 즉 외다리 정승으로 유명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의외로 청각장애나 간질, 신체장애를 가진 인물도 높은 관직에 오른 경우가 있었습니다. 윤지완은 한때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병이 심해 왕에게 목발 사용을 허락받기도 합니다.
본래 왕 앞에서 안경이나 목발을 쓰거나 궁에서 가마를 타는 일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숙종은 윤지완이 자신의 불편한 다리를 이유로 무려 79번의 사직 상소를 올렸음에도 거절하고 그에게 가마를 보내거나 목발을 보내 일을 시켰습니다. 우의정 직책을 주고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능력이 탁월했던 모양입니다. 윤지완이 다리를 절단한 이유는 시묘살이 중에 동상에 걸려서라는 말도 있고 극중에서처럼 탈저 때문이란 말도 있지만 정확치는 않습니다. 드라마 속 오규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규태는 남인으로 등장하지만 윤지완은 서인 세력이었다는 점이 다르겠네요.
이처럼 다리 절단은 무조건 안되는 일이라기 보다는 고의 훼손이 아니고 치료 목적일 때는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종이나 숙종 시기는 이미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른 후였으니 알게 모르게 전쟁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외과의들이 있었을 법도 하구요. 극중에서는 이명환(손창민)은 현종(한상진) 앞에서 외과술은 사술이라며 불허하고 있고 조선의 대표 의료기관인 삼사에서도 그런 의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별시료청과 약재값으로 부당이익을 얻는 이명환에겐 외과술이 필요하냐 하지 않느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현종은 고주만(이순재)과 함께 백성들을 위한 대민의료 정책을 펼치려 했고 그 때문에 치종청이 생겼습니다. 비싼 약재를 살 수 없는 백성들에게 외과술로 수술하는 방법은 싸고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고주만이 죽고 이명환이 세운 특별시료청은 부유층만 상대한다는 걸 알면서도 현종에게는 아직 이명환의 정책을 저지할 명분이 없습니다. 정책을 실시하려면 그 일을 추진할 정치세력이 있어야 하고 이명환과 정성조(김창완)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백광현의 등장과 맞물려 현종의 대민의료 정책이 실현될거란 짐작이 가능합니다.
백광현은 자신의 신분을 빼앗고 아버지들을 죽인 이명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리고 강지녕(이요원)을 다시 만나기 위해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녕이 민간의료 활동을 펼치는 치종원을 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술을 이용하는 명환을 본 백광현은 복수를 위한 치료를 선택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채 특별시료청에서 시술하지 않은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모두 치료하고 이명환의 특별시료청이 잘못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알리고 다닙니다. 덕분에 광현의 스승인 사암도인(주진모)의 목숨이 위험해졌지만 '이제 때가 되었다'는 광현의 말로 보아 그에게도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 중 하나가 왜 백광현이 숨겨진 카드를 쓰지 않느냐는 점입니다. 청나라 황비 우희(이희진)의 부골저를 치료한 백광현은 이미 우희의 도움으로 많은 혜택을 얻었을 것입니다. 청나라에서 내려준 신분과 칙서라면 아무리 백광현이 사형받아 마땅한 죄인이라도 조선왕실은 그 칙서를 쉽게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백광현은 오규태의 치료가 끝나 오규태 대감이 현종 앞에 나타날 때까지 전혀 알리지 않았습니다. 청나라 역시 수의 이명환의 시술은 실패했고 백광현의 시술이 성공했단 내용을 조선 왕실에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모종의 약속이 있다는 뜻이겠죠.
고주만을 옆에서 지켜보던 백광현은 고주만과 현종의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펼치고자했던 대민의료가 이명환의 특별시료청과 다르다는 것도 말입니다. 백광현이 손수 이명환의 의료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했고 지녕의 약계와 치종원이 민간의료에 대한 백성들의 열망을 보여주었습니다. 특별시료청과 약재 거래 부정부패가 눈앞에 드러난다면 그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한방에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덧붙여 남인의 수장인 오규태와 서은서(조보아)의 오빠인 서두식(윤희석)의 도움, 결정적으로 청나라 사신의 증언이 있으면 백광현은 죄를 사면받고 내의원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이명환의 세력이 커보이고 대단해 보이지만 백광현이 숨겨둔 패가 워낙 많으니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공개된다면 사암도인의 목숨을 무사히 구명하는 것은 물론 단박에 현종의 지지를 받는 내의원 의원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백광현은 이명환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결정적인 한수를 두기 위해 자신의 카드를 꺼내지 않은 셈입니다. 수의 이명환과 좌상 정성조의 의료정책을 반대하고 싶은 현종의 정치적 목적과 청나라에서 백광현이 세운 공적이 결합된다면 그 누구도 백광현의 출세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어의 백광현'의 시대가 열리는 것도 곧이란 말이죠.
숙휘공주(김소은)와 지녕, 서은서의 기다림을 뒤로 한채 청나라로 떠나야했던 백광현. 광현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이명환에게 손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습니다. 백성들을 치료해 이명환에게 복수하겠다는 그의 철학이 아름답습니다. 사람을 살린다는 의술의 본래 뜻에도 맞는 결정일테구요. '마의'는 실존인물과 실제 사례를 적당히 허구와 섞어 연출했다는 점도 흥미롭고 의술에 대한 이런 철학도 참 재미있습니다. 당분간은 백광현의 치료가 왕실 에피소드에 집중될 것이라는게 아쉽지만 어떻게 이명환을 끌어내릴지 기대해 봅니다.
지난주 '마의'에서 백광현(조승우)은 오규태(김호영) 대감의 탈저를 치료하기 위해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영의정까지 제수될 수 있는 양반가의 사람이 어떻게 다리를 자르냐며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 모양인데 실제로 숙종 때 관직에 있던 윤지완은 병으로 다리를 절단한 '일각정승' 즉 외다리 정승으로 유명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의외로 청각장애나 간질, 신체장애를 가진 인물도 높은 관직에 오른 경우가 있었습니다. 윤지완은 한때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병이 심해 왕에게 목발 사용을 허락받기도 합니다.
현종과 조정 대신들을 깜짝 놀라게 한 오규태의 등장. 죽은 줄 알았던 오규태가 살아돌아왔다.
이처럼 다리 절단은 무조건 안되는 일이라기 보다는 고의 훼손이 아니고 치료 목적일 때는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종이나 숙종 시기는 이미 두 차례의 전쟁을 치른 후였으니 알게 모르게 전쟁 부상자들을 치료하던 외과의들이 있었을 법도 하구요. 극중에서는 이명환(손창민)은 현종(한상진) 앞에서 외과술은 사술이라며 불허하고 있고 조선의 대표 의료기관인 삼사에서도 그런 의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특별시료청과 약재값으로 부당이익을 얻는 이명환에겐 외과술이 필요하냐 하지 않느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이제 때가 되었어' 백광현은 이명환의 의료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시술을 통해 알린다.
백광현은 자신의 신분을 빼앗고 아버지들을 죽인 이명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리고 강지녕(이요원)을 다시 만나기 위해 청나라에서 조선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녕이 민간의료 활동을 펼치는 치종원을 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술을 이용하는 명환을 본 백광현은 복수를 위한 치료를 선택합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채 특별시료청에서 시술하지 않은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모두 치료하고 이명환의 특별시료청이 잘못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알리고 다닙니다. 덕분에 광현의 스승인 사암도인(주진모)의 목숨이 위험해졌지만 '이제 때가 되었다'는 광현의 말로 보아 그에게도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백성들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끌려가는 사암도인. 백광현이 그를 구해줄 때가 되었다.
고주만을 옆에서 지켜보던 백광현은 고주만과 현종의 뜻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펼치고자했던 대민의료가 이명환의 특별시료청과 다르다는 것도 말입니다. 백광현이 손수 이명환의 의료정책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했고 지녕의 약계와 치종원이 민간의료에 대한 백성들의 열망을 보여주었습니다. 특별시료청과 약재 거래 부정부패가 눈앞에 드러난다면 그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한방에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덧붙여 남인의 수장인 오규태와 서은서(조보아)의 오빠인 서두식(윤희석)의 도움, 결정적으로 청나라 사신의 증언이 있으면 백광현은 죄를 사면받고 내의원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이명환을 무너뜨리기 위한 백광현의 결정적인 한방. 그 카드가 공개된다.
숙휘공주(김소은)와 지녕, 서은서의 기다림을 뒤로 한채 청나라로 떠나야했던 백광현. 광현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이명환에게 손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습니다. 백성들을 치료해 이명환에게 복수하겠다는 그의 철학이 아름답습니다. 사람을 살린다는 의술의 본래 뜻에도 맞는 결정일테구요. '마의'는 실존인물과 실제 사례를 적당히 허구와 섞어 연출했다는 점도 흥미롭고 의술에 대한 이런 철학도 참 재미있습니다. 당분간은 백광현의 치료가 왕실 에피소드에 집중될 것이라는게 아쉽지만 어떻게 이명환을 끌어내릴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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