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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은 명절날 음식을 제법 많이 하는 편에 속합니다. 제사 자체도 꽤 크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여 먹는 량도 엄청나기 때문에 명절 휴일에는 함께 모여 TV를 보거나 과일이나 한과같은 과자를 말 그대로 먹어치우곤 합니다. 아이들은 큰방에 모여 어린이 채널을 보고 어른들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던 지난 설에 어머니가 '야왕'을 시청하다 말고 갑자기 웃으시더군요. 극중 백도경(김성령)과 백도훈(유노윤호) 남매의 아버지로 나오는 백창학 역할은 배우 이덕화가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백창학의 여동생이자 남매의 고모인 백지미 역은 배우 차화연입니다.
어머니는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할 때도 TV를 켜놓는 때가 많습니다. 어머니가 시청하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최고 높은 드라마겠거니 하면 거의 맞을 정도입니다. 어머니 기억에 배우 이덕화와 차화연이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라고 합니다. 첫번째는 MBC의 '사랑과 야망(1986)'으로 차화연의 최고 히트 드라마이자 은퇴작이고 두번째는 차화연이 다시 브라운관으로 복귀할 때 선택했던 SBS '애자 언니 민자(2008)'입니다. 차화연이 은퇴와 컴백을 이덕화라는 배우와 함께했다는 것도 특이한데 '오빠'라고 부르는 걸 보니 너무 웃기더라는 겁니다.
'사랑과 야망'에서는 나이가 어리던 어쨌든 미자(차화연)가 태수(이덕화)의 형수님이었고 '애자 언니 민자'에서는 극중 한범만(이덕화)가 주민자(차화연)에게 처형이라고 불러야했습니다. 젊을 때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었으니 연인 역할을 할 법도 하고 나이들어서도 연배가 비슷한 편이니 부부 역할을 할만한데 두 사람은 계속해서 어려운 사이만 했더랍니다. 이번에 '야왕'에서 좀 가까운 역할이 되었나 했더니 그마저 '남매' 사이고 백지미는 오빠 백창학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녀 주다해(수애)와 손을 잡는 특이한 역이더군요.
이제는 기억하시는 분들이 별로 없겠지만 80년대에 차화연 하면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최고 스타였습니다. '사랑과 야망' 이전에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쳤고 점잖고 차분한 역이든 신경질적이고 정열적인 역이든 잘 소화해냈습니다. 78년 미스 롯데, 79년 TBC 공채 탤렌트로 데뷰해 1987년경 은퇴했으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예계 생활이었습니다만 꽤 많은 출연작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KBS의 쇼프로그램인 '쇼쇼쇼'의 MC를 맡은 적도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중 한사람이었죠.
마찬가지로 1973년 데뷰한 이덕화도 70, 80년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스타였습니다. 70년대에는 임예진과 함께 최고의 하이틴스타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목숨이 위험했던 오토바이 사고 이후 인기가 사그라드나 했지만 80년대에는 주말 쇼프로그램 MC를 겸하며 줄곧 드라마 주인공으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당대 최고 여배우 중 하나였던 원미경과는 꽤 여러번 극중 연인 사이로 등장했습니다. 이외에도 정윤희, 이미숙, 최명길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가 하면 '모래 위의 욕망(1992)'에서는 황신혜와 부부 역할을 하기도 했었죠.
어머니는 그런 두 사람이 계속 해서 가족 역할 만 맡고 연인 역은 한번도 함께한 적이 없다는 게 재미있다는 모양입니다. 특히 차화연은 '야왕'에서 주다해 역을 맡은 수애 만큼이나 연기도 잘 했고 악역이나 선한 역 모두 어울리던 특별한 배우라 어떤 역할을 해도 잘 했을텐데 이상하게 이덕화와 인연이 안됐다는 것입니다(혹시 단막극 같은 거라도 파트너로 출연한 적이 없으려나요). 확실히 지금도 차화연의 마스크는 모성애 넘치는 역, 점잖고 차분한 역, 기품있고 지적인 역, 광기어린 알콜중독자나 자기 밖에 모르는 교양없는 사모님 역도 모두 잘 어울립니다.
특히 '다섯손가락(2012)'에서는 재벌가에 시집간 의붓딸에 얹혀살면서도 돈을 펑펑 쓰는가 하면 정곡을 찌르는 말로 의붓딸 채영랑(채시라)의 약점을 자극하는 얄미운 계모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할 정도로 복수에 미쳐가고 있을 때 중간중간 등장하는 나계화(차화연)의 냉정한 대사는 복잡한 상황을 말한마디로 정리해준다 싶을 정도로 날카로웠죠. 조연이었지만 주인공 못지 않게 중요한 역인데다 '다섯손가락'에서 초점으로 삼은 엄마와 자식 관계의 재해석에도 큰 영향을 끼친 캐릭터입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배우들이 나이먹는 것을 보며 세월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때는 만인의 연인이었던 차화연이 이제는 모든 유명 배우들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모습을 봅니다. 부모님은 차화연의 대표작인 '사랑과 야망'이 벌써 27년전 드라마란 사실을 기억해내고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김수현 작가도 여전히 활약중이지만 예전의 김수현이 아니고 차화연 역시 예전의 그 얼굴은 아니라는게 가끔 씁쓸하다는군요. 반면 제 2의 '리즈 시절'을 누리고 있는 배우 차화연의 활약이 반갑기도 하고 뭐 그런 기분이랍니다.
'차화연'은 시청자 입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 나타난 연기자입니다. 다른 배우들같으면 계속 해서 나이드는 모습을 지켜보니까 그 사이 별로 변했다는 느낌을 못받을텐데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다 보니 금방 나이를 먹었단 생각도 듭니다.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눈으로 지켜보는 배우라는 직업이 그래서 참 재미있나 봅니다. 자주 TV에서 볼 수 있게 된 것도 반갑지만 연기를 잘하시는 편이라 그동안 쉬었던 시간이 참 아깝게 느껴집니다. 예전 보다 연기하는 범위가 줄어든 것은 아깝지만 여전히 최고의 배우입니다.
어머니는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집안일을 할 때도 TV를 켜놓는 때가 많습니다. 어머니가 시청하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최고 높은 드라마겠거니 하면 거의 맞을 정도입니다. 어머니 기억에 배우 이덕화와 차화연이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라고 합니다. 첫번째는 MBC의 '사랑과 야망(1986)'으로 차화연의 최고 히트 드라마이자 은퇴작이고 두번째는 차화연이 다시 브라운관으로 복귀할 때 선택했던 SBS '애자 언니 민자(2008)'입니다. 차화연이 은퇴와 컴백을 이덕화라는 배우와 함께했다는 것도 특이한데 '오빠'라고 부르는 걸 보니 너무 웃기더라는 겁니다.
드라마 '야왕'에서 오누이로 출연 중인 차화연과 이덕화.
'사랑과 야망'에서는 나이가 어리던 어쨌든 미자(차화연)가 태수(이덕화)의 형수님이었고 '애자 언니 민자'에서는 극중 한범만(이덕화)가 주민자(차화연)에게 처형이라고 불러야했습니다. 젊을 때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었으니 연인 역할을 할 법도 하고 나이들어서도 연배가 비슷한 편이니 부부 역할을 할만한데 두 사람은 계속해서 어려운 사이만 했더랍니다. 이번에 '야왕'에서 좀 가까운 역할이 되었나 했더니 그마저 '남매' 사이고 백지미는 오빠 백창학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녀 주다해(수애)와 손을 잡는 특이한 역이더군요.
이제는 기억하시는 분들이 별로 없겠지만 80년대에 차화연 하면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던 최고 스타였습니다. '사랑과 야망' 이전에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쳤고 점잖고 차분한 역이든 신경질적이고 정열적인 역이든 잘 소화해냈습니다. 78년 미스 롯데, 79년 TBC 공채 탤렌트로 데뷰해 1987년경 은퇴했으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예계 생활이었습니다만 꽤 많은 출연작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KBS의 쇼프로그램인 '쇼쇼쇼'의 MC를 맡은 적도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중 한사람이었죠.
'사랑과 야망(1986)'에서 미자와 태수 역을 맡았던 차화연, 이덕화.
마찬가지로 1973년 데뷰한 이덕화도 70, 80년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스타였습니다. 70년대에는 임예진과 함께 최고의 하이틴스타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목숨이 위험했던 오토바이 사고 이후 인기가 사그라드나 했지만 80년대에는 주말 쇼프로그램 MC를 겸하며 줄곧 드라마 주인공으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당대 최고 여배우 중 하나였던 원미경과는 꽤 여러번 극중 연인 사이로 등장했습니다. 이외에도 정윤희, 이미숙, 최명길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가 하면 '모래 위의 욕망(1992)'에서는 황신혜와 부부 역할을 하기도 했었죠.
어머니는 그런 두 사람이 계속 해서 가족 역할 만 맡고 연인 역은 한번도 함께한 적이 없다는 게 재미있다는 모양입니다. 특히 차화연은 '야왕'에서 주다해 역을 맡은 수애 만큼이나 연기도 잘 했고 악역이나 선한 역 모두 어울리던 특별한 배우라 어떤 역할을 해도 잘 했을텐데 이상하게 이덕화와 인연이 안됐다는 것입니다(혹시 단막극 같은 거라도 파트너로 출연한 적이 없으려나요). 확실히 지금도 차화연의 마스크는 모성애 넘치는 역, 점잖고 차분한 역, 기품있고 지적인 역, 광기어린 알콜중독자나 자기 밖에 모르는 교양없는 사모님 역도 모두 잘 어울립니다.
'예쁘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차화연의 전성기.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하던 배우였다.
특히 '다섯손가락(2012)'에서는 재벌가에 시집간 의붓딸에 얹혀살면서도 돈을 펑펑 쓰는가 하면 정곡을 찌르는 말로 의붓딸 채영랑(채시라)의 약점을 자극하는 얄미운 계모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할 정도로 복수에 미쳐가고 있을 때 중간중간 등장하는 나계화(차화연)의 냉정한 대사는 복잡한 상황을 말한마디로 정리해준다 싶을 정도로 날카로웠죠. 조연이었지만 주인공 못지 않게 중요한 역인데다 '다섯손가락'에서 초점으로 삼은 엄마와 자식 관계의 재해석에도 큰 영향을 끼친 캐릭터입니다.
이제는 모든 배우들의 어머니 역이자 개성있는 조연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차화연.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배우들이 나이먹는 것을 보며 세월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때는 만인의 연인이었던 차화연이 이제는 모든 유명 배우들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모습을 봅니다. 부모님은 차화연의 대표작인 '사랑과 야망'이 벌써 27년전 드라마란 사실을 기억해내고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합니다. 김수현 작가도 여전히 활약중이지만 예전의 김수현이 아니고 차화연 역시 예전의 그 얼굴은 아니라는게 가끔 씁쓸하다는군요. 반면 제 2의 '리즈 시절'을 누리고 있는 배우 차화연의 활약이 반갑기도 하고 뭐 그런 기분이랍니다.
'차화연'은 시청자 입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다시 나타난 연기자입니다. 다른 배우들같으면 계속 해서 나이드는 모습을 지켜보니까 그 사이 별로 변했다는 느낌을 못받을텐데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다 보니 금방 나이를 먹었단 생각도 듭니다.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눈으로 지켜보는 배우라는 직업이 그래서 참 재미있나 봅니다. 자주 TV에서 볼 수 있게 된 것도 반갑지만 연기를 잘하시는 편이라 그동안 쉬었던 시간이 참 아깝게 느껴집니다. 예전 보다 연기하는 범위가 줄어든 것은 아깝지만 여전히 최고의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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