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

음모론이 아니라 '피해자의 분노'를 시청한 것 뿐입니다.

Shain 2008. 1.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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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호로 비치는 것은 정황상 어쩔 수 없겠군요. 다만 사적인 말투로 조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 점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완벽한 논리와 이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 방법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해결하는 가장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지도 않지만, 반대로 잘못된 것을 옹호할 생각도 없습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현상을 대할 것인지 조용히, 생각 한줄 보태고 싶을 뿐이지요.

막말은 오고가지 않지만, 또는 막말은 필터링되고 있지만 사람이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편이 갈리는 모양새는 흔합니다. 블로거끼리도 다르지 않아 꾸준히 자기 생각대로 글을 올리는 분들이 계신 반면, '모종의 주장'이 나오면 별 비판없이 무조건 찬성하는 집단도 있고 그 모종의 주장이나 생각에 대해 '한심하다'는 말 한줄로 혹은 '깎아내리기'라는 말 한마디로 폄하하는 글이 전부인 블로거도 있습니다(상대방을 향해 적는 글 자체가 막말이더군요).

이처럼 사람이 하나의 현상을 두고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생각하는 방식, 표현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블로그를 다양한 생각을 교환하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하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자신의 생각을 적고 그것으로 그만인 이용자도 다수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광고를 싫어하지만 광고를 넣는 블로거도 있습니다. 이 중 어떤 방식이 '옳은' 블로그 이용방법인가 따져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기껏 서로 합의볼 수 있는 건 함께 지켜야할 질서 정도 아닐까 합니다.


기본적으로 음모론을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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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음모론'이란 주장을 펼 때 사람들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모든 걸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걸 알 수 있는 '파워'가 없는  집단이 '파워'를 가진 집단에게 소극적 불만을 드러내는 그 전개방식이 싫습니다. 공개적으로 밝혀달라 말할 수 없고, 청원한다고 한들 대답할 리 없는, 목소리 높일 수 없는 그 상황 자체가  자존심 상할 정도로 싫은 일입니다.

감정적인 이유일 때도 많지만 납득이 안가는 사건의 정황이나 상황 설명을 보고 나면 밝히지 않는 이면의 사실은 대체 무엇이냐 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고 아무도 그 진실을 알려주지 않을 때 우리가 꺼내는 의혹이 음모론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음모론'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그 모든 걸 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알고 싶어했으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훨씬 더 많다는 뜻이 되는 겁니다. 언론도 당사자도 그리고 정부도 침묵하는 모종의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생명이 자연발생한다'는 과거 학자들 주장처럼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음모론'이 아닐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혹은 가끔은 근거가 빈약한 소문에 지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이것이 과연 의도를 가진 '음모'인가? 현장의 목소리인가?

일단 태안 사건에 대해 나온 이야기, 그 동영상은 '음모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주민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올린 것에 지나지 않고, 조작되었다라는 어느 집단의 인터뷰를 인터넷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죠. '주장'이나 '증언'에 해당할 수 있고 한편의 입장일 수 있지만 '음모'라고 하기엔 많은 부분 모자랍니다. 상대방이 '상식 밖'의 행동을 했노라 말하고 있는게 전부였습니다. 제목이 선정적인 것은 편집하신 분의 문제겠지만 동영상 내용은 그게 전부입니다. 그곳 주민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덧붙이자면 그 간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언론의 의혹제기가 이어지지 않은 것을 보아온 사람들이 인터뷰하신 분들의 말씀을 듣고 '조작과 음모'를 떠올린 것에 불과합니다. 그건 우리의 정서였지 '음모론' 자체는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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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를 뒤져보면 나라를 건국하고자 하는 왕들은 항상 소문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러브 스토리'로 알려진 서동 이야기 역시 '헛소문'을 통해 감히 범접할 수 없던 공주를 아내로 맞은 이야기입니다. 경주 월성에 떨어진 혜성을 보고 동요하는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 김유신이 생각해 냈다는 '연날리기 설화' 역시 유명한 소문의 활용사례입니다. 근거없는 뜬소문으로 어떤 대상에 대한 혐오/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힘을 얻어 나라와 인물의 흥망을 좌우한 이야기는 제법 많은 역사서에 실린 사실이지요.

목적의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소문은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왔습니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가듯 어느 집단의 목적을 옮기고 옮겨서 처음의 의도는 상실한 채 누군가를 해치기도 하고 누군가를 구해주기도 하는게 소문입니다. 소문이 퍼지면 일단 '근거'의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비합리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입'으로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는 말이 농담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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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xenix.egloos.com/1694717 ,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태안의 현장사진. 음모론이 떠오를 때까지 언론은 왜 '중립적인' 입장 조차 보여주지 않았나요?


만약 사서의 기록대로 어떤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소문'이란 수단을 사용한다면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한 무기를 선택한 셈이 됩니다. 국민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국가 안보 문제가 그리 이용되어 왔고 신문 사설이 그리 이용되어 왔듯 말입니다. 그러나 음모가 있으려면 목적이 있어야 하듯, 악의적인 음모론을 퍼트리려면 역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이 동영상의 목적은 과연 무엇입니까?  이건 음해의 목적을 가진 '소문'이나 '음모론'이라기 보단 직접 피해를 겪은 분들의 '주장' 아니었습니까?


과연 얼마나 피해자들의 주장에 귀 기울였나?

태안 사건에 대한 기사를 자주 읽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곧 한달이 되겠군요. 사고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도 늦었지만 과연 어떤 경위로 사고가 일어난 것인지 역시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연예계 사건이나 '만만한' 인물들 사건은 벌써 여러 건의 추측성 기사가 나왔을 법도 한데 유난히 이번 사건은 '용의자(?)' 추궁도 조용하고 현장 주민의 목소리도 잘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기름을 닦을 자원봉사가 필요하다는 다른 분들의 말씀과 기름에 범벅이 된 새의 사진을 전달받고 있을 뿐입니다. 대체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러서 태안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지는 아무도 설명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에 대한 주장 역시 언론에 자세히 전달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쪽의 입장이 편파적이라 가정하더라도 양쪽 모두의 주장을 싣는 자세 정도는 필요했던 것 아닐까요? 이번 사건에서 가장 '합법적인' 무기, 언론은 피해자가 이용할 수 없는 수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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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사건에 대한 현장 주민들 주장을 전체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할 '합법적인'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갔던 걸까요? 한낱 음모론이 떠돌 때까지 알 수도 없었던 피해 지역의 주장을 말입니다.

현장에 떠도는 주장은 주목받진 못했지만 거론된 적은 있습니다. 또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본격적인 음모론은 아니고,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정도를 짧게 실은 기사 한두건 정도 있습니다. 자원봉사를 다녀오신 분들이 그쪽에서 들은 음모론을 한두번 언급하는 글은 가끔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역시 기사로 옮겨진 적은 없습니다.

근거가 부족한 '한편의 주장'이라도 피해자의 정서는 제대로 전달이 되었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에 대해서 '만'은 유난히 냉정과 합리를 지키는 특정집단이 야속할 따름이죠. 그들의 근거없는 불합리한 원망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주장의 불합리함을 제대로 밝혀주려 노력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현대인은 음모론의 행간을 읽는 능력을 배우고 삽니다.

모란 그림을 보고 모란은 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맞힌 선덕여왕의 이야기는 현상의 단면 만으로 전체를 파악하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타인에게 휘둘려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조선의 왕 세종의 표현을 빌면 '어린 백성들'입니다.

현대인도 이 부분에서는 달리 할 말이 없어, 연예계 스캔들은 여전히 험담의 대상입니다. 인간은 소문과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에 휘둘리며 사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소문과 음모론과 가십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고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현상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소문을 그대로 믿기 보단 판단을 위한 수많은 정보들 중 하나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워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 음모론을 보면서 우리가 했어야 할 일과 해야할 일을 깨닫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말하기의 방법은 정확하고 근거있는 정보와 주장을 올려 타인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되도록 언론이 지향해야할 태도 역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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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값싼 소문의 겉보기가 아무리 먹음직스러워도 쉽사리 '그렇다'라고 단정할 만한 사람은 드물다는 뜻입니다. 용어는 정확히 사용하지 않을 지언정 의혹과 의문, 그리고 문제제기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추측으로 이루어진 '음모와 배후'에 쉽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의혹과 함께 어서 진실을 밝혀줄 것을 독촉할 뿐입니다. 글쓰는 사람 뿐 아니라 읽는 사람 역시 생각이 가능한 존재이니까요.

이번 사건은, 분명 누군가는 사람들이 소문에 휘둘리기 전에 의문점을 해명했어야 합니다. 아니 의혹이라도 제기했어야 합니다. 음모론이 나올 때까지 책임있는 기관은 아무 댓구도 하지 않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의혹을 제기할 책임을 가진 자들은 침묵했습니다.

당사자의 주장을 담은 것이라 제목은 선정적이었고 미디어의 중립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진 못했는지 모르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던 '불합리한' 저에겐 현장 어민의 인터뷰는 정말 보고 싶은 정보였습니다. '음모론'이라는 거창한 이름 조차 어울리지 않는, 간단한  현장 주민 인터뷰는 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걸까요?

'싸구려 음모론'이라고 부르는 이 사건의 핵심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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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1
노컷뉴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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