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side

KBS TV 시청료, 인상하면 좋아집니까?

Shain 2010. 11. 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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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올라온 기사에 따르면 KBS가 결국 수신료(시청료와 다릅니다)를 1000원 인상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1981년부터 계속 2500원이었던 수신료, 한전에게 대리 징수하게 했던 그 시청료가 이제 3500원이 된답니다. 그나마 KBS가 6060원대의 시청료를 주장하던 걸 여야 합의로 3500원대로 낮춘 거라 합니다. 원안은 광고를 폐지하는 조건으로 그 정도 비용을 요구한 것이지만 합의본대로는 40%대의 광고는 유지한다는군요.

한국방송공사는 1927년 경성방송국 개국으로 출발한 대표적인 한국의 방송국입니다. 본래 국영방송으로 출발했지만 1973년 3월 문화공보부에서 독립하여 공영방송기관이 됩니다. 현재 KBS의 얼굴인 여의도 사국은 76년에 지어진 것이죠. 1980년 전두환 정부에서 이루어진 언론통폐합 때는 동양방송를 비롯한 다섯개 방송국을 흡수하여 국내 최강의 방송국이 됩니다.

아직도 나이드신 어른들 중에는 KBS를 국영방송[각주:1]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SBS는 민영방송[각주:2]이 확실하지만 EBS와 KBS, 그리고 민간방송인지 아닌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MBC는 공영방송[각주:3]입니다. 각자 운영하는 주체도 재원 마련도 달라야하는 언론기관들이죠.





KBS는 국영방송같은 공영방송이다

어린 시절 거주하던 곳은 산으로 가려진 곳이라 TV 시청이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케이블 방송이라도 넣으면 좋으련만 그 시설을 설치하는 사람들 조차 1시간 거리에 거주했고 상당히 비용이 비쌌습니다. 그런식으로 어떤 방송도 볼 수 없던 시절이 80년대 후반입니다. TV도 나오지 않는데 꼬박꼬박 세금, 즉 수신료를 걷어가는 부분 때문에 화가난 몇몇 사람들은 그때도 수신료 납부를 거부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SBS나 MBC에 비해 제일 잘 잡히는 채널이었고, 가장 넓은 수신망을 가진 방송국이었습니다. 국가의 큰 스포츠 행사나 정책적인 문제가 있을 때 제일 먼저 중계하던 방송국인데다 이 수신료 납부를 한전이 해결해준다는 점 때문에 KBS는 국영방송이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죠. KBS는 가장 넓은 방송망 때문에 월드컵 중계를 꼭 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습니다.

80년대 후반엔 대입학력고사 시험문제를 KBS 3방송(지금의 독립된 EBS)에서 방영되는 강의 중에서만 출제하기로 공언합니다. 당시로서는 유일한 교육공영방송이기 때문에 이루어진 조치였겠지만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이 KBS와 정부의 밀접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은 국가 자본이 투자된 공사이니 그 방송국을 활용하는 게 맞겠지만 우리나라는 공영방송도 국영으로 인식할만한 특수한 상황입니다.


KBS 운영에 대한 대강의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열람 가능합니다




공영방송이면 수신료 받는게 정상, 그러나 돈의 문제인가

공영방송의 본래 뜻처럼 그 비용은 시청료에서 마련하는게 맞습니다. KBS가 공영방송인 이상 그 점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점은 공영방송 형태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에서도 공통적으로 채택하는 제도로 유명 공영방송인 영국 BBC의 경우 1년에 납부하는 수신료가 한화로 26-30만원 수준에 달합니다. 영국의 그 어떤 방송국 보다 강력한 언론으로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가격이긴 합니다.

그런 높은 수신료를 바탕으로 방송 제작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BBC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의 다큐멘터리와 사극을 잔뜩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드라마는 이미 영화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받고 다큐멘터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 만든 인터넷TV 아이플레이어(iplayer)는 상당한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걸 보면 비싼 수신료를 내는 게 아주 싫지만은 않습니다. KBS에도 그 정도 투자가 이루어지면 BBC와 같은 수준의 다큐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걸까요? 일단 한번 돈을 주고 나면 알아서 능력 발휘를 할까요. 까짓것 1000원 쯤이야 얼마든지 줘버려도 가정 예산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단돈 천원 조차 주기 싫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국 BBC 방송국 텔레비전 센터 (화이트시티, 웨스트 런던)




공공성과 공익성을 충분히 제고하고 있나

사람들은 모두 공영방송에 대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KBS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꽤 많은 국가의 세금이 투여된 기업이고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민간방송과는 다른 '책임'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그 책임이란 건 물론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책임이겠죠. 시청자들은 KBS가 공공성, 공익성 부분에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강력하게 따져볼 권리가 있습니다.

KBS가 재미없다는 평가를 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국영방송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공공성 때문입니다. 노인 계층을 위한 더빙된 외화 방송, 쉬운 한글로 방영되는 가족 드라마 방송, 사회의 건전성을 재고해볼 수 있게 만드는 다큐나 시사 프로그램 운영,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자막방송이나 음성방송 지원, 정부기관 등을 향한 옴부즈맨 프로그램 운영 등 그들이 공공성 때문에 해야할 일은 아주 많습니다.

KBS는 동아방송에서 변형된 KBS2와 성격을 달리함으로써 공공성과 오락성을 철저히 분리한다는 정책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공공성과 공익성에 대한 사회의 요구와 시청자들의 의견을 정확히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보다 안정된 재원으로 공익성이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겠다? 시청자들은 그 의도를 과연 믿어줄까요?


KBS의 대표적인 공익성 프로그램 '시청자칼럼 우리사는 세상'



KBS는 그동안 신뢰를 잃었다

예전에 본 BBC의 'Doctor Who(2005)'는 드라마이면서도 다양한 언론에 대한 관점을 보여줬습니다. 방송국이 권력에 좌우될 때 어떻게 시청자들이 바보가 되는지 바보로 만든 시청자들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계속 풍자합니다. 겉으로만 그런척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BBC는 방송의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말을 가장 부끄럽게 여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다큐와 사극은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내릴만 한 내용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 이외에도 시청자들의 평가와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신료를 내려야하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따져보기도 합니다. 시청자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평을 듣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KBS에 대해 들려 오는 소식은 자정 노력 보다는 권력에 종속적이라는 '스캔들'에 가까운 듯 합니다. 한때는 국영방송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는군요.

수신료 1000원 인상. 아깝다면 아깝고 적다면 적은 돈입니다. 지금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문제는 그 돈이 많냐 적으냐 하는 부분이 아닌 듯합니다. 시청료 인상으로 인식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그 재원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다 하는 부분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달라진 시대의 미디어의 역할, 언론의 역할 그 복잡하고 머리아픈 이야길 빼놓더라도 공공성 부분에 '이루어놓은 것'이 있는지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참고기사 :



  1. 국가에서 직접 관리·운영하는 방송. [본문으로]
  2. 민간 자본으로 민간인이 운영하는 방송. 주된 수입원은 광고 소득이다. [본문으로]
  3. 이윤 추구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송. 또는 그 기관. 상업 광고를 하지 않으며, 시청료를 주요 재원으로 삼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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