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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색 바지정장에 망사머리핀으로 끌어 올린 머리, 윗사람이든 아랫 사람이든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상대하고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수백개의 자격증과 외국어 능력을 보유한 능력자, 그러나 알고 보면 해고당하기 싫어서 자격증을 땄고 밥정쌓기가 싫어서 혼자 밥을 먹고 비겁해지기 싫어서 계약연장은 절대로 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 미스김(김혜수). 비정규직의 아픔을 신랄하게 꼬집으면서도 사람은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모두 똑같다는 사실을 강조한 드라마 '직장의 신'.
많은 시청자들은 짧다면 짧은 분량인 16회의 에피소드가 방송되는 동안 '제 업무가 아닙니다'라는 미스김의 말투에 웃음지었고 개성있게 표현된 극중 등장인물에 '아 회사에 저런 사람 하나씩 꼭 있지'라며 공감했고 주인공 미스김을 사랑하는 두 남자, 재수없는 빠마씨 장규직(오지호)과 물러터진 무정한(이희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저 역시 마지막회까지 유쾌하게 시청했던 한 사람으로 2013년에 주목해야할 드라마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대로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2007)'의 리메이크입니다.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리메이크에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소재면에서 멜로 아니면 막장으로 점철된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이렇게 무리없이 버무릴 수 있었던 것은 원작의 힘이라 이야기합니다. 반면 '드라마의 제왕(2012)'에서 보여준대로 한국 드라마는 삼각관계, 재벌, PPL을 넣지않으면 절대 제작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그럼 '직장의 신'에서 한국 드라마가 배워야할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단은 소재의 현실성입니다. '직장의 신'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드라마로 끌어들였습니다. IMF로 인한 비정규직의 증가 비정규직의 슬픔, '평생직장' 시대와는 달라진 신직장인 풍속도를 감동적으로 짚어내면서도 그 신파적인 속성을 어느 한계 이상 질질 끌지 않습니다. 퇴출 위기의 고정도(김기천)와 임신을 숨긴 박봉희(이미도)의 눈물을 묘사하면서도 뒷마무리는 깔끔하고 유머러스합니다.
'미스김'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환상 속 인물이지만 그녀의 직장은 현실을 제대로 꼬집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소위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한국 드라마의 약점을 훌륭히 보완하고 있습니다. 병원 드라마든 법정 드라마든 모두 멜로물이 되고, 탑스타 중심으로 캐스팅해서 주변 캐릭터의 섬세함을 살리지 못하는 자극적인 이야기 구조로 시집살이, 재벌의 후계자 싸움, 출생의 비밀같은 저급한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소재 빈곤의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두번째 장점은 원작 드라마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한국 상황에 잘 맞춰 각색된 점입니다. 일단 '직장의 신' 1, 2회는 일본 원작을 그대로 옮긴 듯 일본색이 드러나거나 다소 어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랫사람에게도 90도 허리숙여 인사하는 무정한이라던가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따라한 칼퇴근 시계나 포크레인 장면 등은 창의적이지 못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만 원작에는 없던 '대한은행 화재사고'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삽입함으로서 리메이크 만의 색깔을 만들어냈습니다.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정서의 차이입니다. '파견의 품격'은 많은 부분 상황에서 오는 코믹함을 살렸기 때문에 신파적인 성격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해고나 퇴직, 같은 상황에서 슬픔을 느끼는 한국의 문화를 살려내면서도 피구에서 져줘야하는 '갑' 상무(이인철)나 계약직들 앞에서 폼잡는 구영식(이지훈), 신민구(나승호)같은 캐릭터를 투입해 원작과 한국의 직장문화를 잘 융합시켰습니다. 리메이크는 누가 뭐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리메이크입니다.
한편 '직장의 신'은 이런 뛰어난 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드라마 제작자들이 '밋밋함'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원작에는 없었던 대한은행 화재사고 에피소드나 비정규직 보호법같은 부분은 확실히 뛰어난 설정이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을 위해 설정된 극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또 무정한과 장규직의 사랑을 듬뿍 받는 미스김과 무정한을 짝사랑하는 정주리(정유미)는 한국 드라마가 삼각관계와 멜로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자들은 일본 원작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한드'의 특징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적인 정서와 상황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원작 보다 낫다는 평가는 받습니다만 이게 한드의 한계인지 장점인지 아리송하네요. '막장 드라마' 시청률이 30퍼센트를 넘어가는 한국에서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나 멜로가 없는 장르 드라마가 과연 통할 것이냐 아니냐는 여전히 실험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할 모양입니다.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이 대세인 이 시대. 시청자들은 드라마 안에서 현실을 보고싶어하면서도 드라마의 우울함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날카로운 시선의 서민 드라마 보다 판타지 드라마를 좋아하고 비극 보다는 해피엔딩을 유난히 사랑하는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시선으로 그려진 '직장의 신'은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를 드나드는 아슬아슬한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국 드라마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이런 리메이크 드라마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은 짧다면 짧은 분량인 16회의 에피소드가 방송되는 동안 '제 업무가 아닙니다'라는 미스김의 말투에 웃음지었고 개성있게 표현된 극중 등장인물에 '아 회사에 저런 사람 하나씩 꼭 있지'라며 공감했고 주인공 미스김을 사랑하는 두 남자, 재수없는 빠마씨 장규직(오지호)과 물러터진 무정한(이희준)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습니다. 저 역시 마지막회까지 유쾌하게 시청했던 한 사람으로 2013년에 주목해야할 드라마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캐릭터이지만 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계약직 미스김.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대로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2007)'의 리메이크입니다.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리메이크에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소재면에서 멜로 아니면 막장으로 점철된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이렇게 무리없이 버무릴 수 있었던 것은 원작의 힘이라 이야기합니다. 반면 '드라마의 제왕(2012)'에서 보여준대로 한국 드라마는 삼각관계, 재벌, PPL을 넣지않으면 절대 제작할 수 없다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그럼 '직장의 신'에서 한국 드라마가 배워야할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일단은 소재의 현실성입니다. '직장의 신'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드라마로 끌어들였습니다. IMF로 인한 비정규직의 증가 비정규직의 슬픔, '평생직장' 시대와는 달라진 신직장인 풍속도를 감동적으로 짚어내면서도 그 신파적인 속성을 어느 한계 이상 질질 끌지 않습니다. 퇴출 위기의 고정도(김기천)와 임신을 숨긴 박봉희(이미도)의 눈물을 묘사하면서도 뒷마무리는 깔끔하고 유머러스합니다.
어느 직장에서나 볼 수 있을 것같은 차별화된 캐릭터.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독특했던 '직장의 신'.
'미스김'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환상 속 인물이지만 그녀의 직장은 현실을 제대로 꼬집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소위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한국 드라마의 약점을 훌륭히 보완하고 있습니다. 병원 드라마든 법정 드라마든 모두 멜로물이 되고, 탑스타 중심으로 캐스팅해서 주변 캐릭터의 섬세함을 살리지 못하는 자극적인 이야기 구조로 시집살이, 재벌의 후계자 싸움, 출생의 비밀같은 저급한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소재 빈곤의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두번째 장점은 원작 드라마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한국 상황에 잘 맞춰 각색된 점입니다. 일단 '직장의 신' 1, 2회는 일본 원작을 그대로 옮긴 듯 일본색이 드러나거나 다소 어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랫사람에게도 90도 허리숙여 인사하는 무정한이라던가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따라한 칼퇴근 시계나 포크레인 장면 등은 창의적이지 못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만 원작에는 없던 '대한은행 화재사고'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삽입함으로서 리메이크 만의 색깔을 만들어냈습니다.
원작에는 없던 '대한은행 화재사고'는 한국 드라마다운 훌륭한 선택이었다.
일본 드라마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때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정서의 차이입니다. '파견의 품격'은 많은 부분 상황에서 오는 코믹함을 살렸기 때문에 신파적인 성격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해고나 퇴직, 같은 상황에서 슬픔을 느끼는 한국의 문화를 살려내면서도 피구에서 져줘야하는 '갑' 상무(이인철)나 계약직들 앞에서 폼잡는 구영식(이지훈), 신민구(나승호)같은 캐릭터를 투입해 원작과 한국의 직장문화를 잘 융합시켰습니다. 리메이크는 누가 뭐래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좋은 리메이크입니다.
한편 '직장의 신'은 이런 뛰어난 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드라마 제작자들이 '밋밋함'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원작에는 없었던 대한은행 화재사고 에피소드나 비정규직 보호법같은 부분은 확실히 뛰어난 설정이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을 위해 설정된 극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또 무정한과 장규직의 사랑을 듬뿍 받는 미스김과 무정한을 짝사랑하는 정주리(정유미)는 한국 드라마가 삼각관계와 멜로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한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슴아픈 현실을 차분하게 묘사하면서도 한국 드라마의 장점이자 약점인 신파를 살렸다.
드라마 제작자들은 일본 원작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한드'의 특징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적인 정서와 상황에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점들이 원작 보다 낫다는 평가는 받습니다만 이게 한드의 한계인지 장점인지 아리송하네요. '막장 드라마' 시청률이 30퍼센트를 넘어가는 한국에서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나 멜로가 없는 장르 드라마가 과연 통할 것이냐 아니냐는 여전히 실험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할 모양입니다.
정규직 보다는 비정규직이 대세인 이 시대. 시청자들은 드라마 안에서 현실을 보고싶어하면서도 드라마의 우울함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날카로운 시선의 서민 드라마 보다 판타지 드라마를 좋아하고 비극 보다는 해피엔딩을 유난히 사랑하는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시선으로 그려진 '직장의 신'은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를 드나드는 아슬아슬한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국 드라마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이런 리메이크 드라마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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