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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메텔'은 예쁘다 - 오로라공주, 메텔, 천년여왕

Shain 2008. 1. 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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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전두환씨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시절. 후세에 이르기를 '3S 시대의 서막'이라 불리던 역사적 배경탓이었을까? 각 방송국들이 내놓는 애니메이션들이 어린 아이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웬만한 어린이들은 그때부터 일본식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지기 시작한다. 그 중 특히 시선을 사로잡던 아름다운 인물들이 있었으니 바로 '오로라 공주'와 '메텔' 그리고 '천년여왕'들이다.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된 사실은 세 애니메이션은 '마츠모토 레이지'라는 만화가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과 나 말고도 그녀들을 몹시 사랑한 사람들은 일본과 한국에 널렸다는 것이다. 그 시리즈 매니아들은 아직도 메텔과 천년여왕의 동일인물설을 두고 언쟁을 벌인다. 그리고, 몇년전에 발표된 '메텔 레전드'와 '우주 교향시 메텔'은 나의 과거 기억에 불을 붙여버렸으니. 이를 어찌할꼬. 다른 것 다 잊어버리고 그냥 한번 정리해보는거지.


에메랄다스와 메텔은 알고 보면 공주님 - 메텔 레전드, 우주 교향시 메텔

오로라 공주를 제외한 마츠모토 레이지 시리즈는 '연속성'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대기순으로 가장 마지막 시리즈는 '라 메탈'의 기계 문명을 몰락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은하철도 999' 시리즈 일 것이다. 시기상 가장 이른 시리즈는 '신즉취물어 1000년 여왕'이 되겠다. 모든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아무래도 '메텔'인데 중간 중간 단편적으로 이어진 사실들로 그녀의 정체를 짐작할 뿐. 항상 자세한 이야기를 묘사한 적 없는 미스터리의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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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은하철도 999에서의 메텔. 은하철도 시리즈는 점점 더 화질이 업그레이드 되어 간다. 온갖 복잡한 스토리의 온상이지만 그 중심엔 항상 메텔이 존재한다.


천년여왕과 모종의 관련이 있다라던지 철이(테츠로) 엄마의 복제인간이라던지 에메랄다스와 쌍둥이 자매 지간이라던지 명왕성에 그녀의 본체가 잠들어있다는 이야기같은 것들만 조금씩 이어졌을 뿐이다(이런 미스터리를 증폭시킨 게 중간에 발표된 극장판 은하철도 999시리즈이다).

철이와 함께 주인공으로 출연한 '은하철도 999' 자체가 문명의 약점을 비판하는 진지한 내용이었던 까닭에 그녀의 미스터리가 부수적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왜 메텔은 어머니의 반대편에 선 것인가. 어쩌다 메텔의 고향은 기계 문명에 빠지게 됐는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생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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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 레전드에서 밝혀지는 '안드로메다 프로메슘'과 메텔의 관계.


다른 건 다 생략하더라도 '은하철도 999' 시리즈에 잠깐씩 등장하는 '에메랄다스'와 '하록' 그리고 999호의 차장이 언급한 과거에 메텔과 여행하던 정체불명의 소년, 메텔과 철이가 사용하는 아주 오래된 레이저 총의 비밀들을 보여주는 애니가 있으니 그게 바로 2000년에 발표된 ' 메텔레전드(2편, メテルレジェンド)'와 2004년에 발표된 '우주교향시 메텔(13편, 宇宙交響詩メーテル, 銀河鉄道999外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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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교향시 메텔'에서는 '메텔 레전드' 이후 이야기가 그려진다. 철이를 만나기 전까지 프로메슘, 에메랄다스, 하록, 나스카 등과 갈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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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다스는 어릴 때부터 머리에 해골핀을 달고 있었다. 유난히 닮은 이 세 모녀는 라 메탈을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실패하고 만다. 왜 에메랄다스와 메텔이 라 메탈과 척이 지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부분. 상대적으로 에메랄다스가 무척 단호한 성격이다.


검은 옷 만 입을 것 같은 메텔이 종종 붉은 망토를 입고 등장하곤 하는데 철이같은 소년들을 왜 라 메탈로 데려가는 지 어머니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라 메탈을 오고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은하철도 999는 어떻게 메텔과 끝없는 인연을 맺게 되는 지 작가가 단정한 그 비밀이 모두 종결된 것 같다. 메텔은 여전히 아름답다.


삼장법사가 아니라 오로라 공주님 -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의 원제목은 'SF西遊記スタージンガー'이다. 아직도 73편 전편을 담은 DVD 시리즈가 발매되고 있고 바로 시청이 가능하게 꾸며놓은 웹사이트도 있다. 70년대 후반에 방송된 애니메이션이라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 것도 같은데 여전히 팬층이 두텁다. 한국인에게 추억의 만화는 일본인에게도 추억의 만화이기 마련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청했으니 팬층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한국에서는 90년대에 한번 더 방영이 되었다). 유투브에 오래된 오프닝 동영상이 올라와 있던데 오래된 녹화버전이라 그런지 화질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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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호에서 우주복을 입고 나타난 괴물들을 처리하려는 네 사람. 작은 소형 우주선을 타고 사오정, 저팔계, 손오공은 전투하러 나간다.


오래된 화질 탓이라고 넘기기엔 낯선 핑크색이나 과장된 캐릭터의 행동이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붕괴한 달왕국 공주라는 것만도 충분히 부담스러운데 등장하는 남자들은 걸핏하면 쓰러지는 아름다운 공주를 두고 '내 신부로 삼겠어'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폭행과 납치는 기본). 연애 패턴을 보아도 최근 유행하는 하이틴 로맨스의 캐릭터 전형들은 모두 등장해버린 것 같다. 73회나 연재되는 장기 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이지만 2부(뭔가 오로라공주가 적극적인 분위기가 된 시점인 65화 전후)부터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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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세 명의 사이보그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더 많은 공주님.


서유기와 비슷하게 오로라 공주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에너지가 달리는 우주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다(그래야 우주에 넘치게 된 몬스터들을 정화할 수 있다나 뭐라나). 천하무적 보디가드 사이보그 셋을 데리고 '코스모스호'라는 우주선으로 여행하는 공주 일행은 공주의 힘을 뺏고 싶어하는 무리들과 쌈질도 하고 자기들끼리 애정싸움도 벌이지만 결국은 대왕성에 잘 도착해서 미션 클리어한다는 내용.
삼장법사같이 근엄한 맛은 없지만 매사 '착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어하는 공주가 아름다운 외모와 맞물려 기묘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는 참 '폼'을 자주 잡는 캐릭터다(할말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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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오로라 공주 이외에 가장 자주 생각나는 모습은 악당들에게 공격당해서 쓰러지는 연약함이다. 거의 매회 잡혀갈 때 마다 정신을 잃는 공주님. 이번에는 손오공과 우정을 나누는 남장 여자, 베라미스가 공주를 납치한다(은근히 묘한 분위기!).



성역 속 카쿠야히메의 몰락 - 천년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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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모토 레이지 만화에 나오는 여성들은 이미지가 비슷하다. 메텔, 천년여왕, 에메랄다스의 경우엔 머리색과 핀 모양을 제외하고 거의 똑같이 생겼다. 이번 메텔레전드 시리즈 덕에 천년여왕으로 드러난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은 메텔과 거의 판박이인 외모에 성격도 비슷했다.

천년에 한번 지구 주변을 지나는 유성 라 메텔의 공주이자 여왕 라레라의 딸로 천년여왕의 사명을 받고 지구에 나타났지만, 지구를 구하기 위해 몰래 우주선을 만들고 마지막엔 라 메탈과 지구를 구하고 사라지는 멋진 여자.

두 사람의 외모가 비슷해 동일인물설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천년여왕 이야기 중엔 '어머니 여왕과의 갈등'도 묘사되고 어머니를 배신한 천년도적 '세렌'(메텔과 거의 흡사하게 생겼다. 폐위된 천년여왕이라는 점이 다르다.)이라는 언니에 대한 묘사가 메텔과 거의 맞아 떨어졌다. 천년여왕 야요이와 똑같이 생긴 여동생이 나타난 건 그들이 모두 복제인간일 가능성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번 메텔 레전드에서 큰 비중으로 이야기의 큰 축을 담당하고 '은하철도 999'에서처럼 무조건적인 악역을 맡지 않은 건 나름 인상적이지만 '천년여왕' 시절의 위엄과 아름다움은 많이 감소되었다. 자신을 닮은 까닭인 지 메텔을 편애하는 모습도 보이고 남편 닥터 반의 이야기는 거의 언급하지 않을 정도다(닥터 반은 이미 펜던트 상태). 완전히 기계로 변한 슬픈 모습(옆의 포스터 참조)은 딸들에게 물려줄 슬픈 인생을 안타까워하는 것인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Angel Queen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카쿠야히메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물이 다소 몽환적인 구석이 있듯이 다소 일본색이 짙었던 이 천년여왕은 결국 딸, 메텔에게 주인공 역할을 뺏겼다고나 할까.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천년여왕 시리즈에서부터 '메텔 레전드'에 이르기까지 별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그녀. 남편(바람피운 것으로 되어 있고 이미 펜던트이지만)과 두 딸까지 가진 여왕이건만 이 스토리대로라면 평생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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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요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에 살고 있는 천년여왕은 지구인들을 사랑하는 여신이었다. 1999년 9월 9일 멸망할 예정이던 지구를 과연 어떤 방법으로 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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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텔레전드 속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은 얼어붙은 라 메탈의 인간들을 살리기 위해 기계화를 진행하지만 결국 모든 라 메탈의 주민들을 멸망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의 선택은 지구를 위협하고 라 메탈을 위험에 빠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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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교향시 메텔'에 등장하는 천년여왕, 안드로메다 프로메슘 역시 우울하기 짝이 없다. 그녀에게 야요이였던 시절이 과연 있던걸까.


김국환이 부른 천년여왕 오프닝 가사엔 '전설 속에 살아온 영원한 여인, 천년여왕'이란 부분이 있는데 일본의 '카쿠야히메' 전설이란 건 알고 옮겨놓은 걸까? 야요이를 한나로 옮겨놓았을 땐 그 정도는 알고 있었겠지만 당시 반일 감정이 지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상당하던 시절인 걸 감안하면 재밌는 일이다. 국적과 상관없이 그녀들을 사랑했고, 지금까지 꿈처럼 기억하고 있지만 숨겨진 여러 사실들을 알고 나면 뒷맛이 얏간 씁쓸하다는 이야기. 

어쨌든 메텔은 예쁘다!


출처 :
http://www.suikoudou.co.jp/sub4.htm
http://www.lighthill.org/nohohon/sutazin.html
http://www.toei-anim.co.jp/lineup/tv/starginger
http://www.lighthill.org/nohohon/sutazin-cyara.html
(도에이 동화에서 발표한 '오로라 공주와 손오공' 캐릭터 설정서라고 합니다.)
http://store.shopping.yahoo.co.jp/discstation/tdv-18090d.html
http://www.anime-bb.com/tv_starginger/index.html
http://www.lighthill.org/nohohon/sutazin-top0.html
http://blog.toei-anim.co.jp/anime_bb/2007/06/
Space Symphony Maetel




근황 :
몇일 집을 비우고 PC 포맷까지 깔끔하게 한번 했더니 안 그래도 산만하고 어수선한 나의 정신세계가 점점 더 카오스 형상을 띄는 것 같다. 나루토와 기타 연재 애니들의 시청도 밀리고 포스트도 밀리고. 이번주는 집에 찾아올 사람들이 많다는데 다음주는 또 집을 비울 예정. 나는 항상 무한 반복 여행하는 안드로메다행 기차를 타고 다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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