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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유산, 의붓남매의 결혼 드라마라고 다 쉬운 건 아냐

Shain 2013. 6. 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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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판타지와 현실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제로 그 드라마 속 캐릭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마보이에 철딱서니라도 사랑하는 여자 채원(유진) 밖에 모르는 김철규(최원영)같은 남성이 한 여자로 인해 변신하는 모습은 생각만해도 로맨틱하지만 드라마 속 철규가 민폐 덩어리가 되었듯 정말 그런 타입의 남성을 만나면 아무리 잘 생겼어도 정이 뚝 떨어지죠.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 쉽게 말하는 '출생의 비밀'이 막상 자신에게 닥쳤을 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백년의 유산'의 캐릭터 중에는 상상만 해도 정이 뚝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영자(박원숙)가 자주 사용하는 '쩜매주자'는 사투리는 드라마니까 웃겨 보이지 직접 당해보면 웃음이 나지 않는 속스러운 표현입니다. 방영자의 속물적인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이 단어를 들으면 짝지워주자는 좋은 표현을 두고 하필 그런 말을 선택했는지 징그럽기까지하죠. 채원을 '땡처리도 못할 물건'이란 뜻으로 '땡'이라 부르는 주리(윤아정)도 방영자와 비슷한 느낌의 인물입니다.

어떻게 오누이가 결혼할 수 있어? 김철규의 횡포로 모든 사람이 비밀을 알게 된다.

그동안 며느리들을 갈아치우며 온갖 심술을 다 부려운 방영자는 결국 불량 국수를 판매한 혐의로 검찰에 끌려갔고 방영자의 금룡푸드는 망하기 직전의 위기 상황입니다. 시청자들 말대로 임신한 마홍주(심이영)가 다시 돌아와 김철규를 거둬주지 않는한 방영자 가족은 이대로 몰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김철규의 폭로로 세윤과 의붓남매라는 사실이 폭로된 채원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세윤을 아들로 알고 키워온 이동규(남명렬)는 채원과의 결혼만은 안된다며 결혼하면 부자의 연을 끊겠다고 초강수를 들고 나왔습니다.

채원과 세윤의 결혼 허락할 수 있나요?
예고편을 보니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원과 세윤은 따로 나가 살림을 차리는 것같고 이동규에게 이혼당한 백설주(차화연)는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것같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어머니 때문에 백설주가 상처받았다고 해도 30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생판 남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이동규가 차분하게 변함없이 너는 내 아들이지만 채원과의 결혼 만은 못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비현실적인 반응입니다. 대잇기를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 또래들에게 자손이 없다는 건 엄청난 충격이거든요.양춘희는 민효동(정보석)과 민채원을 생각해서 세윤의 일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아들을 훔친 백설주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폭로해서 아들을 빼앗고 싶지만 은설(황선희)의 죽음으로 미각을 잃은 세윤과 간신히 행복을 찾은 착한 딸 채원, 그리고 자식들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남몰래 죽어가는 엄팽달(신구)을 생각하면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국수공장 가족은 이미 60세 노총각 강진(박영규)과 몰래 결혼한 엄기옥(선우선) 때문에 발칵 뒤집어진 상태입니다. 양춘희는 나 하나 참으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아들임은 인정하지만 세윤과 채원의 결혼은 허락 못한다는 이동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백설주가 저지른 엄청난 사건의 또다른 피해자이자 이세윤의 법적 아버지인 이동규가 반대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민채원과 양춘희 가족에서 두 사람을 허락한다고 해도 이동규의 발언권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남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키워온 당사자이자 하루아침에 아들을 빼앗긴 아버지입니다. 아무리 양춘희가 세윤을 친자확인 소송으로 되찾고 싶어도 멀쩡하게 두 눈뜨고 아들을 빼앗겨야하는 이동규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을 것입니다. 길러준 정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식 빼앗긴다는게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 중에는 어머니가 바뀐 세윤(이정진)을 부자인 백설주(차화연)가 키워줬으니 남편도 없는 가난한 미혼모인 양춘희(전인화)가 오히려 고마워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더군요. 그리고 법적으로 아무 사이가 아닌 채원과 세윤의 결혼을 왜 불가능한 것으로 몰고 가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자녀를 가진 남녀가 재혼했을 경우 양쪽 모두가 서로의 자녀를 입양하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피한방울 안 섞인 의붓남매는 법적인 남으로 간주합니다. 옛날 이야기중에는 부부가 재혼하고 그 자녀들끼리 결혼해서 잘 살았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의붓남매의 결혼. 그 해결방법은?

그러나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쉽게 허락할 수 있는 집은 드뭅니다. 친어머니를 장모님이라 부르고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콩가루'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년의 유산'은 다른 것은 모두 드라마틱하게 넘어가도 이 상황 만큼은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도도희(박준금)은 그 사연을 알자 마자 당연히 안되는 사이라고 단정했고 이동규는 그 상황 자체를 아들과 인연을 끊을 만큼 비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드라마라도 '의붓남매의 결혼'을 쉽게 허락할 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채원과 세윤이 양쪽 집안에서 허락받는 것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동규는 젊은 시절 무서운 어머니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했을 만큼 백설주를 사랑했습니다. 자식잃은 백설주가 죽음을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이 세윤과 채원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채원의 집안은 완고하던 엄팽달이 죽음을 앞두고 기옥과 강진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한 것처럼 내 손주사위는 세윤 밖에 없다는 지지와 격려로 그 둘의 결혼을 축복해주고 먼길을 떠나겠지요.

방영자의 몰락과 백설주의 자살, 그리고 엄팽달의 죽음이 그들의 결혼을 허락하게 한다?

출생의 비밀, 불륜, 시집살이, 삼각관계, 재벌, 복수, 마마보이까지 드라마틱한 모든 설정을 다 동원한 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앞으로 6회 정도 밖에 방송 분량이 남지 않았습니다. '백년의 유산' 마지막회에서 그동안의 얽히고 섥힌 갈등을 봉합하고 가족들이 화합하는 해피엔딩이 되자면 모든 걸 죽음으로 덮고 용서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같습니다. 마지막회에 엄팽달 할아버지의 죽음은 개인적으로 보고싶지 않습니다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몇가지 남아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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