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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 욕하며 배운다더니 바람피는 유부남 현수

Shain 2013. 5. 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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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지혜의 1인 2역 설정은 정말 참신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도도하고 할말 못할 말 안가리는 부자집 딸 유나 역을 하고 한쪽에선 악착같이 돈을 버는 노점상 몽희 역할을 하는 한지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잘 바꾸더군요. 지금은 몽희가 유나 흉내를 내는 설정이라 어떤게 진짜 몽희 캐릭터인지 헷갈리긴 합니다만 화장 하나로 사람이 달라지는 정몽희와 유나를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금나와라 뚝딱'의 이야기 설정 자체는 그 어떤 드라마 보다 자극적이죠.

박순상(한진희)은 무슨 바람을 피워도 그렇게 피웠는지 엄마 다른 삼형제를 낳았고 삼형제의 어머니 모두가 살아 있습니다. 이혼이나 사별후에 재혼해도 이복형제들 간에 미묘한 갈등이 있고 때로는 심각한 싸움이 일어나곤 하는데 박순상의 집은 전혀 교통정리가 안되서 둘째 아내인 장덕희(이혜숙)와 혼인신고도 안하고 두 형제를 호적에 올렸으니 이건 뭐 갈등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싸우기 바쁩니다. 박현수(연정훈)의 어머니인 큰 부인은 쫓겨나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죠.

집안정리를 못한 박순상 때문에 오늘도 이들의 집은 편한 날이 없다. 복잡한 아내들의 사정.

물론 어머니 장덕희, 민영애(금보라)와는 달리 삼형제들은 자신들이 피가 섞인 형제라고 생각은 합니다. 어머니가 억울하게 쫓겨났다고 믿는 현수는 장덕희에게는 날카로워도 동생 현준(이태성)은 싫어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사고치는 현태(박서준)와도 잘 지내는 편이죠. 현준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하고 형과 동생을 속으로는 그리 싫어하지 않지만 복잡한 집안을 잘 다스려야한다는 부담과 평생 노력하고 혼인신고를 못한 엄마가 불쌍해서 예민하게 행동합니다.

현태는 현태대로 장덕희와 똑같은 '첩'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살며 술이나 홀짝홀짝하는 엄마 민영애가 불쌍하고 뭘 하고 싶어도 자신과 엄마를 내리 누르는 장덕희 등쌀에 뭔가 맘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큰형 현수는 불쌍해도 엄마와 갈등관계인 덕희의 아들 현준과는 도저히 잘 지낼 수가 없죠. 형제들의 처지가 특별하다 보니 하나같이 자신이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터놓고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서로를 이해하다가도 돌아서서 보면 집안 꼴이 말이 아니더라 이겁니다.

서로 피를 나눈 형제 사이라는 걸 느끼면서도 각자 자신이 가장 불쌍하다고 느끼는 삼형제.

더 가관인 것은 집안을 이렇게 만든 박순상처럼 삼형제도 이상한 관계에 휘말려 있다는 것입니다. 첫째 현수는 연락없이 집을 나간 아내 유나가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처음부터 유나와 정략결혼을 했기 때문에 박순상에게 인정받고 첫째의 위신을 세운 후 엄마를 찾으려면 아내의 입김이 중요합니다. 현수는 지금 가짜 유나인 몽희(한지혜)와 동거 상태로 무슨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처럼 부부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걸로 봐선 쌍둥이 자매일지도 모르는 몽희와 바람을 피우게 생겼습니다. 현수는 법적인 '유부남'입니다.

셋째 현태는 몽현(백진희)과 아예 사귀던 여자가 있는 상태로 결혼했습니다. 자신처럼 혼외자라는 그 애인은 지금도 몽현에게 현태와 사랑하는 사이라며 함부로 행동합니다. 비록 현태와 몽현의 로맨스가 발전하는 중이고 두 사람이 결국 부부가 되긴 하겠지만 현태는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나 5년 동안 사귄 여자를 못 버리고 있습니다. 손가락질 하면서 배운다더니 지금으로서는 아버지와 똑같은 두집살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이 하루 아침에 변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가짜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큰아들과 결혼전부터 사귀던 여자가 있었던 막내아들 현태.

상대적으로 깔끔한 현준은 알고 보니 부인 성은(이수경)이 문제입니다. 몽희가 몽현의 결혼식에서 성은을 보자 마자 분노한 것은 과거 몽희의 애인을 성은이 빼앗아간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구질구질하다'며 몽희를 있는대로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찾아 날아다니는 불나방처럼 부유한집 아들인 현준을 찾아 결혼했고 이제는 현준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며 비굴하게 충성하는 성은은 몽희에게 기세등등합니다. 성실히 사는 몽희가 무시해도 될 만큼 가난하기 때문이겠죠.

그런 성은은 결혼은 한 적이 없으나 진상철이라는 옛남자친구와 아들을 낳았던 것같습니다. 현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얌전한 며느리 행세를 하지만 시아버지처럼 두집살림을 했던 것입니다. 성은 덕분에 박순상의 아들 현준까지 복잡한 상황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뭐 세 형제 모두 고의로 바람을 피우거나 한 것도 아니고 상황상 그렇게 된 것이지만 바람피우는 팔자가 묘하게 대물림되는 모습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코믹하긴 하더군요. 집안 사정이 저러면 외도가 지긋지긋할텐데 자신들도 그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결혼 전에 낳은 아이가 있는 성은 유부남을 사랑하게 된 몽희. 삼형제는 아버지의 복잡함을 물려받는다.

지금은 박순상이 큰소리치며 두 부인과 아들 며느리의 질서를 잡고 삼형제도 무서운 아버지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을 못하지만 세 형제의 현실은 생각해보면 답답합니다. 삼형제 모두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조금씩 품고 있겠죠. 현준은 형과 동생을 챙기겠다며 자신을 밀어내는 박순상에게 그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철들고 제일 먼저 느낀 것이 내 존재가 형제들에게 부담이 되고 불편이 된다는 점이었을텐데 어떻게 아버지가 밉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아버지를 욕하면서 자신들도 이상한 관계에 빠져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버지의 후처들 때문에 눈치보며 살아온 현수의 사랑은 위험천만합니다. 아무리 남이나 다름없는 아내였다지만 법적인 아내가 있는 현수가 아내의 쌍둥이일지도 모르는 몽희와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설정. 몽희가 아무리 갑갑하게 살던 현수에게 숨통을 틔워준 고마운 사람이라지만 유부남이 바람을 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유야 다르지만 아버지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게 될 박현수. '돈'을 두고 벌어지는 이 블랙코미디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인간적인 사랑이 될지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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