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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 뚝딱, 유나에게 굽신 몽희에게 독설 제일 바보같은 성은

Shain 2013. 6.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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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읽은 스파이 실화 사례 중에 성형수술을 했던 스파이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스파이는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완전히 외모를 바꾸었으나 자신을 오랫동안 뒤쫓던 한 장교에 의해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외모를 바꿔도 그 사람 특유의 말투나 느낌은 바꿀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드라마고 소설이니까 가능한거지 엄밀히 말하면 '아내의 유혹(2008)'처럼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내용이나 남편이 성형수술을 하고 아내에게 복수하는 내용인 '천사의 유혹(2009)'같은 설정은 전혀 불가능하죠.

'금나와라 뚝딱'의 정몽희(한지혜)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유나의 대역을 하고 있습니다. 싹싹하지만 털털하고 성격급한 몽희와는 달리 예민한데다 남을 깔보고 무시하는게 몸에 배인 유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유나가 입양되었다고 하고 또 몽희의 엄마 윤심덕(최명길)이 수상한 반응을 보이는 걸로 봐서 두 사람이 원래 쌍둥이일 가능성도 높지만 어쨌든 지금은 성격도 느낌도 확실히 다른 인물입니다. 유나가 박현수(연정훈)를 떠난 사이 몽희는 점점 진짜 유나처럼 박씨네 집의 며느리가 되어가죠.

가장 똑똑한 캐릭터이면서도 가장 바보같아 보이는 성은(그나저나 이수경씨 목 참 길어요)

박순상(한진희)네 식구들은 이런 몽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인걸 알아보지 못합니다. 돈말고는 워낙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 그럴 수도 있다 싶어도 날카롭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장덕희(이혜숙) 조차 뭔가 이상하다면서 다른 사람이란 걸 짚어내지 못합니다. 하기는 워낙 얼굴이 똑같은데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니 가짜 시어머니야 그럴 수 있겠죠. 근데 진짜 친동생인 정몽현(백진희)과 성은(이수경)이 몽희를 못 알아보이는 건 정말 이상합니다.

정몽현은 남들에게는 쌀쌀맞아도 자신에게는 우호적인 유나가 언니랑 똑같이 닮았을 뿐만 아니라 가끔씩 언니랑 똑같은 느낌을 풍긴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누구는 얼굴이 달라진 스파이도 알아본다는데 몽현은 20년이 넘게 함께 살아왔으면서도 유나가 몽희와 얼굴만 같은게 아님을 못 알아보는 것입니다. 드라마는 몽현이 언니를 몰라보는 이유를 시람을 의심하지 않는 순한 성격 때문인 것으로 설정한 듯합니다. 몽현은 잘못된 것은 바꾸려 하지만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타입이니까요.

그러나 눈치빠르고 약삭빠르고 세상 물정에도 밝흔 성은이 유나를 의심하지 않는 건 조금 많이 이상합니다. 성은은 한번도 유나와 몽희의 얼굴이 같다는 사실을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과거 몽희의 남자친구를 빼앗아갈 때 잠깐 마주친 사이라 몽희의 얼굴을 기억 못하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지난주 보석디자인 학원에서 마주치는 내용을 보니 '정몽희씨'라고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마치 유나에게 쌓인 한을 몽희에게 퍼붓는 듯 독설로 몽희를 괴롭히기까지 했죠.

유나에게는 굴욕, 몽희에게는 모욕. 숟가락 뒤집듯 바뀌는 성은의 처지.

몽희는 자신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는 성은에게 나름대로 복수한답시고 유나로 변신해 성은을 찾아갑니다. 평범한 집 출신인 자신과는 달리 돈많은 부자집 큰며느리인데다 결혼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낳았다는 자신의 약점까지 알고 있는 유나에게 성은은 말 그대로 절절 맵니다. 부당한 트집잡기와 화풀이인데도 찍소리 못하고 당하고 있는 성은을 보니 속시원하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아니 저 여자는 몽희와 유나를 동시에 만난 사람이 '구질구질하다'는 표현까지 들으면서도 의심하지 않는 걸까 싶었던 겁니다.

영리하게 시어머니 장덕희의 비위를 맞추는 성은은 몽현처럼 순진한 성격도 아니고 계산적인데다 닳고 닳은 타입입니다. 어떻게 보면 출연자들 중에 가장 예리한 캐릭터인데 몽희와 유나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말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니 참 바보같습니다. 아무리 같은 얼굴이라도 제일 똑똑한 성은이 그렇게 나오는 건 많이 어색하더군요. 돈 밖에 모르는 타입이라 유나의 집안 배경에 주눅이 들어 감히 대들 생각을 못해서 그러는 걸까요? 등장인물 중에 가장 드라마틱한 인물임에도 설명이 없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나봅니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촬영한 두 사람. 그래 어차피 짜고치는 고스톱이잖아요.

하긴 '금나와라 뚝딱' 제작진은 이런 '어설픈' 설정을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는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긴 했습니다. 박순상의 셋째 부인인 민영애(금보라)와 몽희가 만나는 장면에서 말입니다. 굳이 따지면 민영애가 유나의 시어머니 뻘이긴 하지만 유나가 민영애를 그렇게 공손하게 대접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어색한 사이로 만난 유나와 민영애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함을 잃지 않으며 말을 주고 받습니다. 네, 두 사람은 '메이퀸(2012)'에서 모녀 간으로 등장해서 엄마와 딸 노릇을 했던 배우들이거든요.

두 드라마를 모두 본 사람들이라면 민영애가 몽희에게 '내가 엄마라 생각하고 나한테 찾아오라'는 대사에 많이 웃었을 겁니다. 한지혜와 금보라 두 배우도 계속해서 그 장면을 웃으면서 촬영하는게 한눈에 보이더군요. 모녀 사이로 출연하던 배우가 시어머니뻘 어쩌고 저쩌고 하니 얼마나 웃겼겠어요. 말하자면 어차피 '짜고치는 고스톱'이니까 극중 캐릭터들이 서로 못알아봐도 따지지 말자 이런 말인가 봅니다. 그래도 드라마 속에서 똑똑한 척하는 성은이 제일 멍청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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