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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제국, 거대 재벌들의 황제경영 비밀이 드러나다

Shain 2013. 7.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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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투자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유상증자'라던가 '신주인수권'같은 용어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을 보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이런 경제용어와 90년대 시사상식이라고 하더군요. 같은 90년대를 살았어도 평범한 사람들은 재벌가의 불법 상속이나 지주회사 전환같은 것은 잘 몰랐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피폐해진 우리 나라에서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재벌로 변신했고 그 재벌가의 2세, 3세들은 막대한 부를 상속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황금의 제국'이 드러낸 비밀은 평범한 우리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그들의 적나라한 속사정입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를 통보한 최동성. 황제 경영의 비밀이 드러나다.


장태주(고수)가 드라마 초반부에서 재건축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의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성진건설의 주식을 일정량 갖고 성진그룹을 노리는 도전자 입장이죠. '황금의 제국'에서 왔다는 최민재(손현주)와 손잡은 장태주가 보게될 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 나라 몇몇 대기업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특징상 특정 기업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구성원을 바꿔놓았지만 대립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비슷한 뉴스를 어디선가 봤다 싶죠. 특히 동생 최동진(정한용)과 그룹을 일군 최동성(박근형)은 故 정주영회장의 모습입니다.



'황제경영'이란 기업경영에 절대권을 행사하는 재벌들의 기업운영 방식을 지칭하는 말로 많은 재벌들은 특정회사의 주식을 많게는 1%, 적게는 0.04% 만 갖고도 계열사를 좌지우지합니다. 대개의 대기업 회장들은 기업에 대한 권한은 절대적인데 기업 경영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은 지지 않는 황제같은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비밀이 바로 지주회사와 순환투자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가의 지주회사로 삼성일가는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입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주회사로서 삼성계열사 중 하나의 주식을 소유하고 그 소유회사가 다시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갖는 방식으로 순환출자하여 삼성가는 삼성에버랜드의 경영권 만으로도 전체 삼성그룹을 좌우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황금의 제국'에서는 최서윤(이요원)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회사 성진건설의 대주주가 되고 나머지 가족들에게 유상증자를 통해 생긴 신주인수권(새로 발행된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을 받아 재산을 상속받은 '황제'가 되려했던 것입니다. 90년대부터 많은 기업이 이런 지주회사로 그들 만의 튼튼한 제국을 건국했습니다.

차기 황제는 유상증자에 참여한 모두가 침몰할 것이라 말한다. 지주회사 변경을 시도하는 것일까.


그 과정에서 서윤의 큰 오빠인 최원재(엄효섭)이 들고 일어납니다. 아버지 최동성 회장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온가족이 알게 된 이상 최서윤에게 모든 걸 물려주겠다는 걸 두고볼 수만은 없습니다. 자신의 주식을 최민재에게 일부 양도하고 똑똑한 민재과 재산상속에서 배제된 형제들을 끌어들여 왕자의 난을 시도합니다. 네티즌 중에는 최민재가 굳이 최원재의 반발을 굳이 조선 이방원과 비유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분도 있던데 최민재가 '이방원'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대그룹 상속 과정에서 언론이 '왕자의 난'으로 비유한 사건이 진짜 일어났기 때문이죠.


단지 근거없는 소문일 뿐이긴 합니다만 故 정주영 회장은 죽음을 앞두고 치매에 걸렸단 말이 있었습니다. 카리스마와 탁월한 능력의 상징이던 정주영 회장이 말년에는 자식들을 효과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아들들이 하나같이 쟁쟁하기도 했구요. 차남인 정몽구 회장이 아닌 다섯째 아들 정몽헌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고 하자 두 아들이 경영권 승계를 두고 갈등하게 됩니다. 당시 주가하락 등 그룹 경영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던 '왕자의 난'은 정주영 회장 사후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회사가 분리되면서 일단락됩니다.

유상증자로 발생한 신주인수권으로 '왕자의 난'에 동참하는 사람들.


故 이병철 회장에게서 이건희 회장에게로 다시 그 아들인 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지는 삼성가의 상속 과정은 치밀했습니다. '황금의 제국'에는 최동성 회장의 아내인 한정희(김미숙)가 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성진건설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한정희는 그 장학재단 지분을 이용해 최서윤을 흔들어놓을 작정이죠. 장학재단이나 문화재단 은 실제 불법 상속과 탈세를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었는데 삼성 이병철 회장이 삼성문화재단에 주식을 출연하고 그 주식을 이건희 회장이 되사는 방식으로 탈세를 시도했습니다. 공익사업에 기여한 재산은 상속세 등에서 제외되는 덕분에 이런 방법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아무튼 삼성은 이 과정에서 이병철 회장의 다른 자녀들이 기존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는 등 내분을 겪었으나 이건희 회장 중심 체제는 더욱 단단하게 완성되었습니다. 드라마 속 내용을 볼 때 백화점을 차지한 첫째 박은정(고은미)과 최원재 부부, 큰 언니 최정윤(손동미)도 어떤식으로든 떨어져나갈 거란 예상이 가능한 부분이죠. 실제로 삼성가도 신세계 백화점이 삼성으로부터 분리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황금의 제국'에서 보여주고 있는 황제 일가의 비밀들이 참 흥미로운 시점입니다. 최서윤은 원재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주회사를 바꾸는 초강수를 둘 것같기도 합니다.

황제경영과 불법상속을 위해 공익사업재단을 활용했던 대기업. 그 치부가 드러나다.


'황금의 제국' 속 장남 최원재는 칠공자 중 한명으로 묘사됩니다. 아무리 극중 배경이 90년대라도 칠공자치고는 나이가 너무 어린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90년대에 유명했던 신칠공자든 어쨌든 평범한 사람들은 평생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돈을 그들은 하루밤에 날렸고 밥먹는 자리에서 백화점 주인이 바뀌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회사 경영을 마치 게임처럼 즐기곤 합니다. 민재와 태주는 그런 그들의 돈놀음을 '황금의 제국'이라 부르죠. 돈이 걸린 문제에는 윤리도 도덕도 정의도 불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사람때리고 '개값'을 물어주는 정신나간 재벌 아들도 있었고 심심할 때 마다 폭행사건을 저지르는 이상한 재벌이 있는데도 그들이 결코 실패하지 않는 것을 보면 돈과 인격이 비례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들의 제국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뜻도 되겠죠. 그들과 그들의 가신들이 황제경영을 시도하며 내분을 일으키는 동안 그 기업에 속한 많은 사람들의 운명 때로는 국가의 위기까지 좌우됩니다. 태주의 아버지가 재건축 과정에서 죽어야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드라마 속 황제경영의 비밀을 훔쳐보며 '평범한 사람들'이 잊지말야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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