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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꽃, 파자놀이처럼 흩어진 戀心 궁으로 돌아오다

Shain 2013. 7. 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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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도 아름답지만 숨겨온 마음을 서로에게 고백하는 장면도 보는 사람들을 설레게하는 장면 중 하나죠. '칼과 꽃'은 숙명적으로 원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영류왕(김영철)과 연개소문(최민수)의 딸과 아들인 무영(김옥빈), 연충(엄태웅)의 사랑을 묘사하는 드라마입니다만 두 사람은 드러내놓고 서로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적은 없습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주고받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긴 했으나 그들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건 '파자놀이'가 전부입니다.

파자처럼 흩어진 연심, 드디어 궁으로 돌아오다. 연충은 연개소문이 왕가를 몰살하려 하자 공주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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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마음(心) 속의 말(言)은 실(絲)에 갖혀 말하지 못하는 글자 즉 사모할 연(戀)을 문제로 내며 연충에게 마음을 드러냈으나 공주의 호위무사 연충은 묵묵부답,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만 간직한 채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두 사람의 바람은 연개소문이 자객(박주형)을 동맹제 연회에 보내면서 박살나고 말았습니다. 연충은 태자(이민호)와 공주를 해치려했던 까마귀 눈빛의 자객을 막았지만 덕분에 영류왕과 조정대신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했습니다. 연개소문의 서자는 영류왕도 연개소문도 반기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구해주려다 사형선고를 받은 연충을 보며 공주라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말도 마음놓고 못하고 눈물만 흘리는 모습. 어떻게 보면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 '칼과 꽃'에서 가장 핵심적인 장면이고 가장 아름답게 연출된 장면이지만 복잡한 주변의 정세 때문인지 두 사람의 사랑은 계속 이야기의 흐름에서 어긋나기만 하더군요. 연개소문이 영류왕을 시해라려는 장면은 고구려 멸망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사건입니다. 외세 때문에 갈등할 수 밖에 없었던 영류왕과 연개소문 앞에서 가상인물들의 사랑은 등한시되는 감이 있습니다.

영류왕과 연개소문, 쉽게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무게가 사랑을 짓누른다.


그러나 연심을 고백하기 위해 설정한 파자놀이는 꽤 오래도록 잔상이 남더군요. 마음 속의 사랑이 있으나 공주라는 굴레, 혈연이라는 실(絲)에 갖혀 말하지 못한다니 이 얼마나 아련하고 애틋합니까. 연충은 아버지와 공주 사이에서 균형을 지키기 위해 살아있음에도 공주 앞에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처음 만난 장소를 넋나간듯 걷고 있는 공주의 뒤를 쫓으며 비녀를 건내주고 궁중 안에 몰래 연(戀)이란 글자를 쓰고 사라졌을 뿐입니다. 아버지 연개소문 때문에 공주가 위험하단 걸 알게 되자 몰래 궁안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사병을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눈 속에 서로를 담을 때부터 사랑하는 마음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사가 없어 답답하고 말하지 않아서 그 사랑이 얼마나 깊고 큰지 보는 사람들은 전혀 알 수 없었고 그 안타까운 마음도 짐작할 수가 없었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모이고 모여 그 깊이를 알 수가 없게 되었을 때 연충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도 죽은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거니와 아버지가 죽이려는 자의 딸을 연모한다고 공개할 수도 없습니다. 연(戀)이라는 글자가 파자되듯 사랑도 그렇게 끝나는 듯했죠.

두 사람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고백한 '파자놀이'의 강렬한 잔상.

연충이 궁으로 되돌아와 태자책봉식의 음모를 막고 공주를 구해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고 그 사랑을 잇는 실이 사랑(戀)을 이루었습니다. 물론 덕분에 연개소문과 영류왕의 정치적 대립은 그 웅장함에 비해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름모를 공주와 이름도 얻지 못한 한 남자이니 이미지와 영상을 선택한 드라마다운 선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 앞에서 혈연과 역사 따위는 가볍게 날려버려야한다는 것 이미 예전에 깨달았던 일이니까요.

연충과 공주는 처음볼 때부터 서로에게 모든 걸 내던질 만큼 사랑했다고 하나 '칼과 꽃'의 시청자인 저는 아직도 이 드라마에 마음을 주어야할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사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는 많지만 이렇게 천천히 조용하게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는 간만이라 반갑기한 반면 고구려 거주 양식이라는 기와 지붕에 나무로 벽을 만든 온돌집을 보니 그 섬세함에 자꾸만 역사를 기대해보게 됩니다. 영류왕과 연개소문이라는 엄청난 주제가 고작 '사랑'에 묻히는게 답답하다가도 파자놀이의 잔상 때문에 이왕 사랑하는 거 남김없이 불태워라 싶기도 하네요.

이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역사의 무거운 무게를 이겨낼 수 있으려나.


사랑을 묘사한 장면에서 비단이 너풀거리듯 울렁울렁하다가도 아 이건 아닌데 싶은 감상이 느껴지는 걸 보면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주에 시청률이 약간 올랐다고 하던데 이대로 궤도 수정을 하면 보는 느낌이 좀 달라지려나요. 그러나 역사 위를 걸어가는 사랑은 별수없이 답답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연개소문은 영류왕을 죽일 것이고 장(온주완)이 왕이 될 것이며 드라마 첫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고구려는 불타고 멸망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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