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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의태양, 태양은 왜 주군 옆에선 귀신을 볼 수 없을까

Shain 2013. 8. 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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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에는 호러물과 로맨틱 코미디가 결합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썼다하면 히트한다는 홍자매표 드라마고 매력만점 '러블리공',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공효진이 출연한다고는 해도 끔찍한 귀신과 로맨스의 결합은 어딘가 모르게 기이해 보였죠. 귀신을 보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미드 '고스트 위스퍼러(2009)'도 아니고 보기만 해도 섬뜩한 귀신과 알콩달콩한 사랑의 조합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습니다. 거기다 잘 보면 '귀신'이라는 소재만 달랐을 뿐 '주군의 태양'의 전체 구조가 전작인 '최고의 사랑(2011)'과 흡사합니다.

아무리 소지섭과 공효진이라도 귀신과 로코의 결합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특히 메인 커플과 조연 커플의 패턴이 전작과 거의 같습니다. 전작에서 차승원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톱스타였고 공효진이 국민 비호감이었다면 이번에는 소지섭이 인정머리없는 사장이고 공효진은 미쳤다는 말을 듣는 임시직 알바생입니다. 별스럽고 이상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여주인공과 그런 여주인공을 함부로 대하다가 사랑해 빠지는 잘난척 남주인공 그리고 그 여주인공에게 잘해주는 괜찮은 남자 강우(서인국)와 누가 봐도 여주인공 보다 잘났지만 찬밥인 태이령(김유리)의 구조는 대동소이합니다.


다만 차승원과 소지섭이 다르고 서인국과 윤계상이 다르듯 설정된 캐릭터와 그를 소화하는 능력은 '최고의 사랑'과 많이 차별화되어 있죠. 늘 진지하고 우울하고 무거운 역할을 담당했던 소지섭이 공효진과 멋진 궁합을 선보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태공실(공효진)에게 너는 미친 여자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태양에게 끌리는 주원중(소지섭)의 캐릭터는 저도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자기 옆에 있으면 귀신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들이대는 태양을 모질게 밀어내면서도 강하게 외면하지 못하는 주군 정말 매력적이죠.

섬뜩하게 태양을 괴롭히던 귀신들도 원한을 풀면 깨끗한 모습으로 승천한다. 흥미로운 귀신이야기.


거기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잘 취급하지 않던 '귀신' 이야기도 어딘가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무서운 분장과 표정으로 태양에게 매달리는 귀신들은 섬찟하면서도 자꾸 눈길이 갑니다. 원래 귀신을 볼 수 있는 사람들도 귀신의 얼굴이나 옷차림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흐리멍텅하고 형태가 뚜렷하지 않게 보였다가 점차 가까워지고 인지할수록 차림새나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고 하죠. 자기 통장을 자식들에게 전해달라고 태양에게 가까이오던 할머니의 얼굴이 뭉개져 있다가 태공실과 마주치자 선명해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통 원귀들은 죽을 때의 흉측한 모습이나 고통스러운 모습 그대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등장했던 분홍구두를 신은 귀신 즉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교통사고를 당한 여자 귀신이 피투성이인 것도 지난주에 등장했던 여고생 귀신이 무서웠던 것도 그 때문이죠. 이승에서의 소원이나 소망을 다 해결하고 나면 가뿐하고 평안한 표정으로 승천하게 된다고 합니다. 태공실 앞에 나타나서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 귀신들은 대부분 사연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태공실이 자꾸만 깜짝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15년전에 죽은 희주는 불에 타 죽었음에도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나타난다. 얼마나 강한 귀신이길래?


태양이 주군을 처음 만났던 비내리던 날에도 태양은 다리도 없고 흉측하게 망가진 귀신을 피해 도망치던 중이었죠. 우연히 길에서 태양을 태워주게 된 주군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귀신을 피해 무섭다고 달려든 태양이 주군을 잡자 마자 귀신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 이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생하던 태양은 생전 처음 찾게 된 안식처를 놓치기 싫어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킹덤'이란 특이한 이름의 복합쇼핑몰에서 다시 만나면서 티격태격 사랑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귀신의 존재를 무시하던 주군은 태양의 기묘한 행동을 보면서 정말 귀신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원래 귀신은 믿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말도 있고 기가 약하면 붙는다는 말도 있으니 주군도 뭔가 볼 법도 한데 아직까지 보이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등장인물 설정을 보니 태공실은 죽을 뻔한 사고를 당하고 난 뒤부터 귀신을 보기 시작했고 주중원은 여자친구 희주(한보름)가 죽고 난 후부터 난독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태양은 주군 곁에 가면 다른 귀신들을 보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태공실이 귀신을 보게 되고 주중원이 난독증 증세를 갖게된 과거에는 모종의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어린 중원이 납치되었으며 희주가 납치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비밀 임무를 수행중인 강우가 차희주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이유나 중원의 젊은 고모부(이종원)가 왠지 수상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도 고통스럽게 죽고 주군 옆에 15년 동안이나 있으면서도 예쁜 얼굴 그대로인 차희주는 평범한 원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강한 귀신이란 생각이 듭니다. 소원풀면 저승으로 가는 평범한 귀신들이 차희주 때문에 멀리 사라져버린단 이야기죠.

태공실에게 빙의한 차희주. 아무래도 태양과 주군의 비밀은 그녀에게 있는 것 같은데?


오늘 밤에는 태공실에게 빙의한 희주가 뭔가를 말할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중원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15년간 귀신으로 지냈는지 아니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남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양이 주군 곁에서 들이댈 수 밖에 없던 사연에는 그런 필연적인 비밀이 있지 않나 싶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이종원씨가 앙큼하고 사악한 역할을 맡은 것인지 희주는 어떤 사연으로 100억 납치극에 연루된 것인지 풀어야할 미스터리가 꽤 많습니다. 홍자매 작가가 얼마나 꼼꼼하게 매듭을 엮어놓았는지 두고볼 일이죠.

홍자매 작가가 '로코물' 말고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분야가 한가지 더 있는데 바로 PPL입니다. 어떤 간접광고를 장면에 삽입하든 자연스럽고 티안나게 섞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 같습니다. 이번에도 킹덤의 주군인 주원중과 킹덤의 태양인 태공실이 자연스럽게 쇼핑몰에서 만나 정을 쌓는 설정 덕분에 별무리없이 PPL이 가능해졌고 두 사람의 활동무대는 자연스럽게 패션몰이 됐습니다. 1, 2회가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역시 한국 드라마는 연기자의 힘으로 살아나는 것 같네요. 소지섭과 공효진이 PPL과 호러를 이겨내는 최고의 커플이 될 수 있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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