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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하명근 언젠가 하은중이 나를 외면하면 어쩌나

Shain 2013. 8. 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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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은 정 보다 기른 정이라는 말을 흔히들 하죠. 원래 부모 자식 간이라는게 생물학적으로 내 핏줄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같이 살 부대끼며 산 시간이 더 애틋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아온 가족은 혈연이라는 생각 보다 어쩐지 낯선 느낌에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아도 오랫동안 같이 산 '남'에겐 정을 느끼는게 인지상정이란 이야기입니다. 특히 '스캔들'의 하명근(조재현)처럼 자신의 죽은 아들 건영을 대신해 은중(김재원)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유괴한 은중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 더욱 부정이 단단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하은중은 하명근에게 '누구십니까'라고 물어본다. 가슴이 철렁한 아버지 하명근.


장태하(박상민)에게 복수하려 총을 들고 찾아간 그날 어린 은중이 죽은 아들 건영처럼 장난감 총만 쏘지 않았더라도 윤화영(신은경)에게 고주란(김혜리)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지 않았더라도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 장태하에게 빨리 황제펭귄을 보여주고 싶었던 다섯살 은중이가 대문 밖으로 나오지만 않았더라도 아니 무엇 보다 아들이 눈에 밟혀 복수를 결심한 하명근을 '아빠'라고 부르는 어린 은중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유괴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른들의 얽히고 섥힌 원한이 아이의 비극을 잉태했습니다.


하은중이 자신의 친아들이란 사실도 모른채 자신의 비리를 캐고 있다는 점이 못마땅한 장태하는 살인과 부정부패를 서슴치 않는 재벌 총수입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풀려야 만족하는 장태하는 윤화영과 고주란이라는 두 아내를 거느리고 변호사 장은중(기태영)을 언젠가 대통령으로 만들겠단 꿈을 꾸고 있습니다. 딸 장주하(김규리)가 국토해양부 장관 아들 조진웅(박정철)과의 결혼을 거부하고 하은중과 사귄다고 하자 안 그래도 눈엣가시였던 은중을 신강호(조한철)을 시켜 테러합니다. 집앞에서 쓰러진 하은중은 그대로 의식불명이되죠.

하명근에게 유괴당하고 친아버지에게 테러당한 하은중. 의식불명이 되어 깨어나지 못한다.


하은중은 아버지가 좋아하는 땅콩캬라멜과 아버지의 약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습니다. 자신의 운동화는 사지 않아도 자신이 챙겨야할 사람들에겐 비싼 운동화를 사주는 은중이는 그 누구 보다 속깊고 따뜻한 아이였습니다. 건영이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으로 하은중을 볼 때 마다 떠오르는 장태하의 기억으로 몸부림치는 하명근을 따뜻하게 감싸준 것도 하은중이었습니다. 나사가 하나쯤 빠진듯 간신히 살아오던 아버지 하명근의 삶은 하은중 없이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은중의 정체를 눈치챈 강주필(최철호)과 자신의 실수로 버려진 아들 때문에 밤마다 잠 못 이루는 윤화영, 그리고 하은중과 자신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는 장은중을 볼 때 마다 하명근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은중을 납치한 죄의 대가는 조만간 반드시 치르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은중의 주변에 주하가 있고 장은중이 하은중의 뒤를 쫓고 있고 윤화영이 하은중을 찾아헤매고 하은중이 장태하의 비리를 뒤쫓는 이상 그들의 비정상적인 관계는 어떻게든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불행의 시작은 장태하였지만 이미 25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하명근은 장태하에게는 약간의 미안함도 느끼지 않을지 모릅니다. 장태하는 장은중이 자신의 아들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고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명근은 아들잃고 정신줄을 놓았던 윤화영이나 자신의 아들로 자라며 많은 슬픔을 감내한 하은중에게 영원히 죄인일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뒤를 쫓아 경찰이 된 하은중이 운명적적으로 장태하를 만나고 친아버지의 사주로 중상을 입고 의붓누나의 애인 노릇을 하는 지금의 상황은 '미안하다'는 말로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비극입니다.

진실이 폭로될 날은 점점 더 다가옵니다. 불면증 증세를 보이는 윤화영에게 직접 키운 허브를 전하고 우아미(조윤희)와 공기찬(양진우)의 이야기를 전하고 법무법인 천하에 아파트 부실공사에 대한 소송을 맡기면서 25년전의 잘못을 이제라도 되돌려야함을 각오했을 것입니다. 하은중의 친아버지인 장태하의 비리를 하나둘 모으면서 공기찬에게 장태하의 비리가 담긴 USB를 건내면서 어떤 식으로든 밝혀야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죄값도 치르기전에 의식불명이 된 하은중과 그의 낡은 운동화는 하명근을 두렵게 만듭니다.


하은중은 깨어났습니다. 우아미의 시덥잖은 유머에 '노르웨이'라고 대답하고 웃으며 깨어난 하은중은 하명근에게 '누구십니까'라며 장난을 칩니다.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잊었을까봐 혹시 뭐가 잘못됐을까봐 조마조마해하는 하명근과 달리 하은중은 '선생님이 제 아버지시냐'며 기억에 없다고 합니다. 아들 하은중이 어느 날 모든 걸 알고 자신을 떠날까봐 당신은 날 유괴한 사람이지 아버지가 아니지 않냐고 원망할까봐 전전긍긍하던 하명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던 순간입니다. 원수의 아들이라면서도 건영이처럼 언제 떠날지 몰라 마음이 아팠던 하명근입니다.

하명근이 이 두 사람에게 지은 죄는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죄값을 치를 날은 하루하루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 하명근의 불안한 마음을 하은중이 치료해주었던 것처럼 어른 하은중은 하명근을 보며 걱정시켜드려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유괴한 하명근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건지 하은중은 다시 일어나 장태하의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장은중이 하명근을 찾아와 둘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은중과 하명근의 비밀을 아는 강주필이야 자신의 이익에 맞춰 입을 다물겠지만 엄마를 빼앗기기 싫은 장은중이 어떤식으로 행동할지 미지수입니다. 하명근은 하은중이 언젠가 자신을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안절부절하겠지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부모로서 한가지 이상의 죄를 짓습니다. 장주하와 장은중은 부모가 부모이기 때문에 모른척하거나 그대로 물려받으려 하고 하은중과 우아미는 그들의 죄를 응징하려 합니다. 자식이 자라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언젠가 늙고 나약해진 부모를 감싸줘야할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장태하의 악행에 치를 떨고 그 누구 보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하은중이 언젠가 하명근이 숨겨온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때도 '아버지'라 부르며 용서해줄 수 있을지 드라마 속 대립구도가 참 기막히단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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