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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와라뚝딱, 유나에게 독설을 퍼부은 정몽희 돈이 전부가 아니라구요?

Shain 2013. 8. 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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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경제적으로 궁핍한 대가족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윗형제들이 희생해 동생들을 학교 보내고 부모님까지 돌봐주는 풍경이 흔했는데 가끔은 동네가 시끄러울 정도로 가족들끼리 싸우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산업체로 가야했던(그 당시에는 10대 소녀들을 산업체에서 근무시키고 야간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열악한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큰딸이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은 자신의 희생으로 풍족하게 살면서도 큰딸은 못배우고 형편이 좋지 않다며 함부로 말하는게 서러웠던 것이죠.

자신의 도움을 받으라는 유나에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정몽희. 자신은 돈 때문에 학업 결혼도 포기했다.


'금나와라 뚝딱'의 정몽희(한지혜)를 보자마자 떠오른게 바로 그때의 풍경입니다. 윤심덕(최명길)은 남편 정병후(길용우)가 갑자기 정년퇴직하자 경제적 곤란을 겪게 되고 대학 다니는 세 자녀의 학비로 허덕이게 됩니다. 빠듯한 살림에 어떻게든 빚지고 사는 것은 볼 수 없었던 몽희가 학교를 그만 두고 노점상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몽희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몽현(백진희)과 몽규(김형준)는 무사히 대학을 졸업했고 몽규는 엄마의 성화 덕분에 대학원까지 진학했습니다. 윤심덕은 일억이든 몇천만원이든 돈문제는 아예 대놓고 몽희와 상담했죠.


그러나 몽희가 쌍둥이 언니 유나(한지혜)의 남편인 박현수(연정훈)의 와이프 대역을 하고 몽현의 시댁과 얽힌 것을 알게 되자 윤심덕은 태도가 180도 변해버립니다. 물론 쌍둥이 자매의 삼각관계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몽희 앞에서 몽규와 함께 노점상 일을 하는 민정(김예원)을 대학도 못나온 애라고 깔아뭉개거나 몽현이가 시댁에 입장이 어떻게 되냐며 몽희를 닥달한 건 어떻게 보면 윤심덕의 본심이겠지요. 돈번걸로 유세한다며 몽희에게 상처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윤심덕입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은 좋지만 동생 혼수비용 1억에 고졸이라고 상처준건 좀 아니지 않나요?


세 명의 아내와 세 아들을 거느리고 사는 박순상(한진희) 가족과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윤심덕 가족은 경제적 형편이나 상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몇가지 면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족관계의 질서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혈연에 대한 집착히 상당히 강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박순상은 그동안 자기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유나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는데 유나의 친정에서 박순상의 사업체에 투자하는 돈이 제법 많았기 때문입니다. 셋째 현태(박서준)를 미나(한보름)와 결혼시키려 했던 이유도 돈 때문이었죠.

반면 핏줄에 대한 집착은 남다른지 남들 보기 흉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첩 장덕희(이혜숙)와 민영애(금보라)를 동시에 거두고 비록 혼외자로 올리긴 했으나 박현준(이태성)와 현태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닭집 사장 정병달(김광규)의 말대로 어떻게 보면 모두를 거뒀다는게 박순상의 유일한 장점이고 이왕 같이 살게 되었으니 행복하게 사는게 좋을텐데 본처와 불륜녀의 관계로 출발한 가족은 날마다 삐걱거리고 박순상은 그때 마다 돈과 '가장'의 위엄으로 가족들을 누르기 바쁩니다. 그런 면 때문에 유나가 훨씬 속시원해 보였던 거구요.

늘 삐걱거리고 시끄러운 박순상 가족에게 희생과 힐링이 필요하지만 유나의 날카로움도 속시원했다.


윤심덕 가족은 작은 집에 8명이 모여 살며 늘 부대끼고 갈등합니다. 아들이 눈치밥 먹는게 싫다며 유세하는 시어머니 김필녀(반효정), 평생 집안일로 고생해도 돈없는 친정엄마라 큰소리 못내는 최광순(김지영), 돈도 못 벌지만 배운게 많아 목소리 큰 아들 몽규, 가족을 먹여살리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장모와 단둘이 먹는 점심이 불편한 정병후, 남편 현태와 얹혀 살며 방없는 언니의 눈치가 보이는 몽현 등 그들도 부족한 돈 때문에 아웅다웅 시끄럽게 다툽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누군가가 희생하고 누군가는 양보하며 결국엔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점이죠.

비좁은 집에서 나와 자신이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살라는 유나의 배려, 윤심덕은 몽희가 더 좋은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언니에게 가라고 하고 유나는 널 고생시킨 그 사람들을 떠나서 내 덕을 보라고 하지만 정몽희는 그들이 모두 내 가족이라며 '사람이 사는데 돈이 다가 아니잖냐'며 고생만 시키고 키워준 엄마 아빠 마음을 생각해보라며 유나를 꾸짖습니다. 너한테 뭐든지 해주고 싶은 내 마음도 이해해 달라는 유나에게 몽희는 다른 사람 생각은 아예 할 줄도 모른다며 사랑을 받고 싶으면 사랑받을 짓을 하라고 충고합니다.


사실 한지혜의 1인 2역으로 화제가 유나와 정몽희 중 유나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높다는 건 각종 온라인 투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박순상 가족이 정상이 아니니까 그 가족을 날카롭게 찔러대는 유나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거침없는 독설로 시아버지나 장덕희를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속시원했던 것도 있습니다. 무엇 보다 어딘가 현실에서 한번쯤 본것 같고 익숙한 정몽희에 대한 답답함이 유나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도 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건 미덕이고 다들 그렇게 살지만 누구나 한번쯤 부자 언니나 부자 부모를 만나서 이 지긋지긋한 생활고와 책임감에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을 배려하라는 말 맞는 말이지만 인생을 포기하는것도 당연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 희생 끝에 감사하단 말을 듣는게 아니라 발언권을 무시당하는 서글픔을 겪으면 내가 뭘 위해 이런 노력을 했으며 내 인생을 포기했는지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희생하고 양보하고 같이 살아온 만큼 인정받으면 좋겠지만 그게 정말 당연한건지 동생들은 다 명문대학에 가는데 난 노점상하는게 자연스러운건지 고민해보는게 인간이죠. 가족들 간의 희생도 어느 정도여야지 일억이란 큰돈을 떡 하니 마련하며 남의 아내 노릇이나 하는 그런 극단적인 희생은 많이 이상합니다. 그런데도 정몽희는 유나에게 자신있게 자신의 기억을 하루아침에 뭉개버리지 말라고 하죠.

물론 처첩갈등과 재산싸움으로 얼룩진 박순상 가족에겐 그 상처를 봉합해줄 희생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혼자 살기 싫다는 유나가 시댁에서 살기로 마음 먹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외롭고 힘들었던 유나에겐 어쩌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갈 공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허나 정몽희도 인정해야할 점은 아무리 가족을 위한 희생이 소중하고 중요해도 나의 인생을 포기하고 지독한 상처를 주며 이뤄진 희생은 안된다는 점 아닐까요. 정몽희도 언니와 박현수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살 수 없었을테니까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도를 넘는 희생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솔직히 보기 좋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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