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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유정을 물속으로 끌어당긴 민혁 그를 둘러싼 비밀

Shain 2013. 11. 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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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빨리 보고 싶다는 급한 마음으로 '비밀'을 시청하다 보니 놓친 장면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정(황정음)의 얼굴로 손을 뻗는 민혁(지성)의 사진이 담긴 오프닝이었죠. 유리 파편들이 튀는 푸른 물빛 배경 속으로 두 사람이 함께 추락하는 이 사진은 얼핏 보면 민혁이 한손으로 유정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가 한곳을 응시하는 유정과 달리 민혁은 유정의 목을 조르는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유정을 잡으려하는 것같죠.

민혁이 유정을 물속에 끌어들이는 느낌을 주던 마지막 장면. 두 사람 만의 세계가 생겼다.

서지희(양진성)의 납골당을 찾아갔던 유정이 노란 은행잎이 날리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그런 유정을 뒤에서 끌어당겨 안는 민혁의 모습은 마치 유정을 깊고 깊은 물속으로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습니다. 버스의 문이 닫긴다는 것은 두 사람이 다른 세계에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민혁에 대한 마음을 거부하던 유정도 유정의 망설임을 지켜보던 민혁도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으로 함께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은행나무 길과 잔잔한 물결을 배경으로 한 어제의 마지막은 멜로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보면볼수록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고 전반적으로 이 드라마가 얼마나 꼼꼼하게 연출되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장면입니다. 재벌 2세와 캔디의 사랑이라는 내용도 같고 캐릭터 하나하나에 숨겨진 속사정과 출생의 비밀도 다른 드라마와 똑같은데 '비밀'이라는 타이틀에 중독된 듯 점점 더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듭니다. 방송이 앞으로 3회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더군요.

캐릭터 마다 숨겨진 비밀이 촘촘히 얽혀 그들의 운명을 만들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유정이 민혁에게 커다란 다이아 반지를 받을 때부터 유정이 신세연(이다희)에게 줬어야할 그 반지를 손에 끼어보며 알 수 없는 꿈을 꾸었을 때부터 두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얽힐 운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유정이 사랑하는 안도훈(배수빈)을 위해 감옥살이를 결정하고 세연이 어릴적 소꿉친구인 민혁을 사랑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고백하지 못했던 그 비밀들이 촘촘하게 얽히고 섥혀 유정과 민혁의 운명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3회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될 수 밖에 없었던 또다른 비밀들이 드러나겠지요.

홍인주와 민혁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

한때 인터넷에서 유정, 민혁, 세연, 도훈 이 네 캐릭터의 프로모션 사진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쪽 눈을 가린 민혁과 입을 막고 있는 유정, 하늘을 쳐다보는 도훈과 귀를 막은 세연의 모습 말입니다. 각각 비밀을 반쪽 밖에 보지 못하는 민혁과 비밀을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유정, 진실을 외면하는 도훈과 진실을 알려하지 않는 세연을 표현한 것이라며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네 캐릭터의 성격은 부모들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유정에게 집착하는 민혁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상처가 있죠.

'서지희를 죽인 여자가 이 집에 들어올 일은 없겠죠' 세연과 홍여사, 조한일이 비밀을 숨긴듯하다.

이 드라마에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비밀'을 감춘 많은 복선이 있었습니다. 특히 신세연의 경우 서지희에 대한 수상한 반응을 여러번 보였는데 유정에게 최고 형량을 요구하는 민혁에게 놀라는 모습이나 '서지희 그 여자만 없으면 민혁이 마음이 내게 향할 줄 알았는데'같은 대사, '서지희 죽인 여자가 여기 들어올 일은 없다'는 말에 세연을 바라보는 홍여사의 표정

, 서지희의 납골당에서 양해를 구하는 모습 등 꽤 많은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안도훈이 조민혁의 집을 찾았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독일어 밖에 알아듣지 못하는 커다란 도베르만과 신세연이 마당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죠(서지희를 죽인 직후에 이렇게 즐겁게 웃고 있던 거라면 정말 무서운 여자입니다). 신세연이 개에게 '물어'라고 지시하자 안도훈은 겁에 질려 뒤로 쓰러지고 맙니다. 정의로운 검사를 꿈꾸던 안도훈의 속마음이 얼마나 겁많은 성격인지 보여주는 한 단면 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마찬가지로 미래의 사돈이 될 민혁의 아버지 조한일(이덕화)과 홍여사(조미령)를 무시하는 세연의 어머니에게서도 복선은 읽을 수 있습니다. 세연의 재단을 시켜 비자금을 조성하는 세연의 아버지는 조한일의 식사 초대에도 응하지 않고 세연만 행사 자리에 보낼 만큼 거만한 권력자 입니다. 사랑까지 자신의 뜻대로 된다고 생각하는 세연에게는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죠. 유정의 아버지(강남길)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유정이 도훈의 죄를 뒤집어썼다는 걸 알아냈지만 도훈을 친아들처럼 생각해 입을 다물었습니다. 유정의 희생은 아버지로부터 나온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기생란 같다고 하는 홍여사는 민혁의 '어머니'란 말에 기뻐하는 듯하다.

민혁의 출생은 민혁의 사랑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드라마 중간중간 흘러 나오는 오르골 소리에도 비밀은 있었습니다. 조한일의 외면으로 우울하게 살던 민혁의 어머니는 자살한 것 같은데 홍여사는 그 오르골을 보고 추억에 잠기며 '다시 한번 듣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날 민혁이 어머니라 불러주었기 때문인지 오르골 소리 때문인지 확실치 않지만 팬들의 추측대로 홍여사는 민혁의 생모가 맞는 것 같죠. 그 오르골은 민혁이 어머니로 알고 있는 여성의 것이 아니라 홍여사의 것이고 민혁이 그 오르골을 울리자 우울증을 참지 못한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홍인주의 나이는 지금 47, 9세 쯤으로 어릴 때 아이를 낳았다면 민혁의 생모가 될 수 있는 나이죠. 민혁이 혼외자로 사는게 싫어 본처에게 보냈다면 아귀가 맞습니다. 반면 딸아이 조민주(송인경)는 조한일의 딸이 아니거나 민혁의 어머니가 낳은 딸일 가능성도 있죠. 민주와 민혁의 나이차이는 아홉살입니다. 민혁이 어머니의 죽음을 자신 때문이라 자책하고 홍여사를 미워한다는 걸 알기에 조한일도 홍여사도 비밀을 밝히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홍여사가 민혁의 생모라면 조한일도 민혁처럼 복잡한 사랑을 했다는 뜻일 수 있다.

홍여사는 '첩'이었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기가 죽을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에게 짝퉁 가방을 사주며 '가짜를 진짜로 알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 재밌다'는 대사를 했던 홍인주의 성격을 보아 남의 딸인 민주를 자기딸로 속이고 자기 친자식을 본처의 자식으로 살게 하는 그런 일을 했을 것같단 생각도 들더군요. 그와 함께 떠오른 것이 최광민(이승준)의 역할입니다. 자신을 거둬준 조회장에게 충성한다는 광민은 똑똑하고 철저한 성격의 인물이죠.

민혁은 광민의 동생 최광수(최웅)를 거의 수족처럼 부립니다. 요즘 광수는 그냥 운전사이자 비서가 아닌 민혁과 유정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큐피트 노릇을 하고 있죠. 생각해보면 광민도 조회장과 홍여사의 과거를 가장 잘 알고 있을만한 인물입니다. 조회장과 홍여사의 인연이 뒤늦게나마 결실을 맺은 것도 광민의 조력이 아닐까 싶더군요. 가끔은 수상하기도 한 광민은 회사의 위기를 지켜보며 모종의 작전을 추진중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우리 만나야했을까' 그들의 사랑에 얽힌 상처와 비밀들. 마지막회가 궁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민혁이 어렴풋이 출생의 비밀을 눈치채지 않았나 하는 점 입니다. 민혁은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홍여사의 태도를 마냥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세연의 어머니에게 무시당할 땐 '어머니'라 부르며 도와주기도 했죠. 조민혁은 도훈을 불러 최고형량을 요구했고 유정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괴롭혔지만 아이를 안고 웃는 유정과 아이 때문에 절규하는 유정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 듯합니다. 유정에 대한 사랑에는 홍여사에게 느낀 애정과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더군요.

예고편에 도훈이 회사의 비리를 터트려 광민이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이 등장하더군요. 민혁과 유정에 대한 세연과 도훈의 악행이 점점 더 지독해질 듯합니다. 만약 민혁이 어쩔 수 없이 유정을 버리고 세연과 결혼한다면 아버지 조한일과 홍여사같은 관계가 또한번 반복될 수도 있겠죠. 여린 안도훈도 비밀의 키를 쥐고 있지만  또 서지희를 죽인게 세연인가 도훈인가 아니면 홍여사인가도 중요하지만 민혁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 민혁과 유정의 결말을 결정할 마지막 열쇠 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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