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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혹시 이중적인 복선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Shain 2013. 11. 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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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떤 분들은 한국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에 비해 수준이 낮다고 이야기하지만 알고 보면 미드가 '막장 드라마'의 원조라는 걸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거긴 아예 미국식 막장드라마인 '소프 오페라'가 한 장르로 특화된 나라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와는 다르게 막장 미드에서 묘사하는 멜로가 섬세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나라는 희노애락을 좀 격하다 싶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지만 미드는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방식이 다르죠. 문화 자체가 한국 정서와는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의 '멜로'는 한드가 더 낫다고 평가 합니다. 보면 볼수록 우리 멜로는 우리 나라가 더 잘 만든다는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비밀'에서 가장 많은 복선을 보여준 인물 중 하나인 홍인주. 민혁은 정말 홍인주의 아들일까?

 

'비밀'은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최루성 멜로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설정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긴 드라마입니다. 멜로 드라마의 기본 조건인 연기자들의 열연과 뻔한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기발한 전개방식이 드라마의 성공비결 입니다. 같은 배우와 소재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달라지니 이게 참 흥미롭지 뭡니까. '비밀'의 열혈 시청자들은 캐릭터 한사람 한사람에게  숨긴 비밀을 찾아내기 위해 드라마의 복선을 주도 면밀하게 관찰하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사건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가장 큰 '비밀'은 유정(황정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듯했던 안도훈(배수빈)은 권력과 돈을 무서워하는 겁쟁이 비겁한 남자였고 치매 증세를 보이는 유정의 아버지(강남길)를 길에 버려 죽게 만들 만큼 비열한 악인이었단 점입니다. 이외에도 보이는 것과 진실은 다를 것이란 여러 복선이 등장합니다. 솔직히 남아있는 2회분의 방송량으로 그 비밀을 다 풀어낼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인 상황이죠.

자신을 빌붙어 사는 '기생란'에 비유하는 홍여사. 민주의 존재만으로 충분히 자격이 있을거 같은데.

주인공 조민혁(지성)의 계모인 홍인주(조미령)의 행동은 첫회부터 지금까지 수상했습니다. 민혁은 엄마가 죽자 기다렸다는 듯이 본처 자리를 차지한 홍여사에게 반감이 있는 상태였지만 홍여사는 민혁이 마치 친아들이라도 되는 듯 따뜻하게 챙겨주고 돌봐줍니다. 세연(이다희)의 거만한 어머니 앞에서 민혁이 홍여사를 '어머니'라고 불러주었을 땐 누구 보다 기뻐하는 듯 했습니다. 돈만 아는 첩들과는 다르게 남편 조회장(이덕화)에게도 헌신적인 계모 홍여사가 민혁의 생모가 아닐까 추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나온 복선 만으론 홍여사가 민혁의 생모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다시 한번 생각하면 홍여사의 행동 중에는 민혁의 생모라도 의아한 점이 많습니다. 보통 전처의 자식이 있는 경우 계모로 들어온 여성은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더 애정을 기울이는 법입니다. 견물생심이라고 극중 조회장 집안처럼 재산이 많은 경우 전처의 자식 보단 자기 자식이 더 많은 재산을 차지했으면 싶어하는게 인지상정이죠. 홍여사가 민혁의 생모가 아니라면 굳이 민혁에게 잘하지 않아도 민주(송민경) 만으로 충분히 재산싸움을 할 수 있고 민혁이 어릴 때부터 워낙 방탕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독차지하는 것도 쉬운 일입니다.

만약 민혁과 민주 모두 홍여사의 자식이 아니라면? 이 복잡한 관계에는 또다른 비밀이 있다는 뜻.

조회장은 서지희(양진성)가 죽자 음독을 한 민혁의 소식을 듣고 '닮을 게 없어서 지 에미같은 짓거리를 해'라고 분노했습니다. 이 대사는 어린 민혁이 오르골 태엽을 감아서 죽었다는 민혁의 어머니가 음독을 했다는 뜻이고 동시에 민혁의 생모는 죽은 어머니이고 홍여사가 아니란 뜻일 수 있습니다. 홍여사도 음독을 시도한게 아니라면 아버지가 아들의 '에미'라고 지칭할 땐 생모를 말하는 것이지 가짜 어머니를 말하는 건 아닐테니 말입니다. 어쩌면 친엄마처럼 민혁이를 돌보는 홍인주는 생모가 아닌데 작가가 모종의 의도로 생모인 것처럼 복선을 뿌려놓았을 가능성도 있죠.

덧붙여 홍여사는 주의 어머니로 충분히 가족 자격이 있는데 자신의 처지를 '기생란'이라 표현합니다. '어디 붙어야만 살 수 있어서 기생란이라네. 꼭 나같지 않니?'라고 세연에게 묻는 홍여사는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보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홍여사가 민혁의 생모일 수도 있다는 복선은 여러 장면 나왔지만 동시에 민주의 생모가 아닐 것같다는 복선도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자신이 예쁜 엄마를 닮지 않았다고 하는 민주와 민주에게 가방을 사줄 때 민주가 '엄마 완전 계모같애'라고 투털거리자 얼굴색이 변하는 홍여사도 의심스러웠죠.

 

 

 

 

 

거기다 민주에게 짝퉁가방을 사주며 '가짠데 진짠줄 알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거 보면 재밌잖아'라는 대사로 보아 홍여사는 민주의 생모가 아닐 것입니다. '기생란'이란 표현은 조회장의 아내지만 아이 하나 낳지 못하고 민혁이나 민주에게 붙어서 어머니 대접을 받아야만 꽃을 피우고 가족이 되는 자신의 처지를 비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빌붙어야만 살 수 있는 처지란 이야기죠. 홍여사는 두 아이 모두의 어머니가 아니라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물론  홍여사의 '기생란'과 '가짜'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뜻은 결국 마지막회가 되서야 밝혀지겠지요.

서지희의 죽음엔 반전이 있을까. 아니면 그냥 복선에 불과할까. 기묘한 도훈과 세연의 연결점.

마찬가지로 세연이 서지희의 죽음을 사주하거나 직접 실행한 범인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도 많은 복선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안도훈이 진짜 서지희를 죽인 것이냐 아니냐 하는 부분과도 연결이 되죠. 개인적으로 저는 '비밀' 1회에서 본 영상을 아무리 돌려봐도 안도훈의 차가 드럼통을 치는 건 보았지만 그 주변에 사람은 전혀 없었습니다. 광수(최웅)의 추적을 피해 빗길을 도망치던 서지희가 이미 사고를 당하고 차가 고장나서 유정과 함께 기다렸던 안도훈이 그 뒤에 사고 지점에서 미끄러짐 사고를 당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사 만 보면 죄를 지었지만 당당하고 뭔가 심상치 않은 세연의 뻔뻔함과 겁을 집어먹고 검사가 되었다는 생각에 일단 교통사고 현장에서 도망치던 안도훈의 비겁함이 강유정의 고통을 만들어낸 것같단 생각이 들지만 이 역시 그냥 복선일 뿐 정말 안도훈이 서지희를 죽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도훈의 어머니 박계옥(양희경)이 도훈의 발목을 잡는 유정을 떼놓기 위해 어린 산이를 죽었다고 위장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유정의 아이는 진짜 죽었을 가능성도 동시에 있습니다. 지금같아서는 산이가 안도훈의 악행을 잡을 유일한 카드이긴 하지만요.

네 남녀에게 얽힌 복선은 과연 어떤 반전을 보여줄 것인가. 남은 2회가 짧게 느껴지는 순간.

아무튼 지금까지 보여준 '복선'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는 마지막 2회에 달려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시청자들은 '비밀'이 의미하는 진짜 뜻에 경악할 수도 있고 생각 보다 별것 아닌 가벼움에 웃음지을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민혁이 연인과 복수에 집착하는 어린아이같은 사랑에 빠지고 권력자의 딸로 태어난 세연이 자존심 때문에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면서도 타인의 삶을 하찮게 여기고 해고된 아버지와 속물 어머니에게 지친 도훈이 교통사고를 외면하고 권력에 지레 겁먹는 비열한 남자가 되고 순했던 아버지처럼 세상의 모든 일을 받아들기만 하는 유정이 그들의 죄를 뒤집어 쓰는 과정. '복선'이 그냥 복선일지 아니면 반전의 열쇠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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