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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남주나, 따뜻하게 손을 맞잡은 정현수와 홍순애

Shain 2013. 12. 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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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성을 사귀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요즘은 '연애세포가 죽었다'고 표현합니다. 어르신들은 연애도 했던 사람이 더 잘한다는 뜻으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라고 하더군요. 직설적인 표현이지만 연애세포가 죽었다는 말 만큼 와닿는 표현입니다. 한번 결혼했던 사람은 옆지기가 없다는 허전함과 쓸쓸함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금새 재혼을 한단 이야기고 사람을 마음에 품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쉽다고 합니다. 뻥 뚫린 빈곳을 채우듯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거죠. 사랑 한번 못해본 모태솔로들이 오히려 혼자 살기는 더 쉽다는군요.

 

식구들 때문에 속상한 홍순애는 정현수와 소주를 마시고 기쁜 일도 쓸픈 일도 서로 나누기로 약속한다.

 

꼬장꼬장한 전직판사 정현수(박근형)와 털털한 반찬가게 사장님 홍순애(차화연)을 보면 두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절실히 드러나지요 . 아내가 죽고 혼자 살면서 막내 재민(이상엽)을 건사하는 정현수는 넓은 집에 남부럽지 않은 자식들까지 있어도 외로워합니다. 큰딸이 이것저것 챙겨준다고 챙겨주지만 정현수는 유진(유호정)이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자신을 완전히 용서하지 않았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습니다. 둘째딸 유라(한고은)는 아버지만 보면 화를 내고 막내는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먼저 저세상에 간 아내가 있었으면 자식들과 자신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해줬을텐데 정현수는 그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내지 못합니다. 불륜으로 재민을 낳아데려온 정현수는 자신이 자식들에게 저지른 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친구(안익태)가 주례를 서달라고 해도 그럴 자격이 없다고 거절합니다. 자식들이 신경쓰지 않게 묵묵히 반찬가게를 드나들고 출근하는 재민이 먹으라며 익숙치 않은 솜씨로 후라이를 부치고 밥상을 차립니다. 밥을 먹지 않고 나가는 재민이 서운하지만 달래지 못합니다.

윤하 아빠도 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는 유진. 정현수는 자식들과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홍순애는 순애대로 갑자기 삶이 고달픕니다. 송호섭(강석우)과 이혼하고 눈 질끈 감고 악착같이 돈을 벌어 이제 살만해졌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딸 미주(홍수현)를 거두고 살 수 있게 됐는데 이혼한 전남편이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답답하게 합니다. 한술 더 떠서 전남편의 후처인 연희(김나운)가 얹혀살게 되고 연희의 딸인 은주(남보라)까지 순애와 같이 삽니다. 은주야 미주의 핏줄이니까 거둘 수 있다 쳐도 연희까지 같이 살게 되는 건 정말 귀찮은 일 이었습니다.

순애는 바람피운 건 이기적인 남편 송호섭이니까 연희가 별로 밉지 않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딸 미주와 아들 병주(서동원)를 친자식처럼 거둬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식키워준 은혜는 갚고 싶어했던 홍순애입니다. 은주가 호섭이 싫다며 나온 마음이나 연희가 반란을 일으킨 이유도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충분히 이해하니까 불편한 사이지만 거둬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혼으로 옥신각신하는 송호섭과 연희는 여러모로 순애를 힘들게 합니다

. 덩달아 재산에 혹한 병주 내외까지 설치자 속이 뒤집어집니다.

연희, 은주를 거둬준 것까진 좋은데 호섭과 병주까지 자신을 귀찮게 하자 순애는 속이 뒤집힌다.

25년전 이혼해 혼자 살아온 순애는 여자의 삶을 포기한채 독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한번쯤 여자답게 좋아하는 남자의 아내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미주가 주선한 맞선에 나갔는데 늦은 나이에 결혼은 생각 보다 쉽지 않습니다. 맞선에 나온 노인들은 둘 사이의 호감 보다 자식문제, 돈문제, 혼인신고를 먼저 걱정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도 않지만 쉽게 곁을 주지 않던 정현수에게 호감이 있지만 자신과 어떻게 될 사이는 아닌 것같아 내심 포기했었는데 폐지줍는 할머니 일로 우연찮게 가까워집니다.

두 사람은 연애도 사랑도 해본 사람이 더 그리워한다는 말이 딱 맞게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자식들과 거리감을 느끼며 외로웠던 정현수는 홍순애가 잡았던 팔의 온기가 자꾸 신경쓰이고 혼자 살았던 세월 만큼 옆자리가 허전했던 홍순애는 어쩐지 정현수가 자꾸 보고 싶습 니다. 자식들 일 때문에 자신에게 들리지 않을 땐 집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신경쓰이고 걱정이 됩니다. 어차피 술친구까지 했으니 자신에게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이야기라도 했으면 싶은데 아무 말도 않고 돌아설 땐 서운한 기분도 듭니다.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엇갈리기만 했던 젊은 커플 미주와 재민의 사랑은 어쩐지 안타까웠고 그들의 새로운 사랑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합니다. 미주와 하림(서지석)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재민은 하경(신다은)을 포기했지만 하경이 재민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한 갈등의 이유는 충분합니다. 한때 깊은 사이였던 재민과 미주가 한 남매와 맺어진다는게 보는 쪽에서도 영 마뜩치 않죠. 그러나 삶의 연륜이 있는 정현수, 홍순애의 사랑은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게 가벼운 설레임 마저 느껴집니다. 두 사람의 온기가 전해지기 때문이겠죠.

소주 한잔을 나누며 손을 맞잡은 정현수와 홍순애. 젊은 커플과는 다른 설레임이 느껴진다.

 

홍순애는 이제는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겠다며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살겠다고 합니다. 정현수의 손을 잡고 손이 따뜻하다며 '살아있다는 증거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의 소박한 데이트는 젊은 커플들과 자꾸 비교가 되죠. 젊어도 나이들어도 경제적 조건, 사회적 지위, 가족같은 것들은 똑같이 연인의 발목을 잡습니다. 제 아무리 부모를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부모의 재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있고 제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결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죠.

아무리 이 드라마가 노년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고 한들 어쩌면 젊은 커플들의 결혼도 정현수와 홍순애의 결혼도 '사랑'이란 만병통치약으로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기본적으로 사랑은 애정인 동시에 책임이고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홍순애와 정현수가 술 한잔을 나누며 손을 맞잡는 순간 만은 실제 사연처럼 보기좋고 따뜻한 느낌이 있네요. 사랑도 해본 사랑이 더 잘한다니까 젊은 시절에는 몰랐던 조용하고 소박한 사랑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 그런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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