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태양은 가득히, 동명의 영화로 파악해본 이 드라마의 장단점

Shain 2014. 2. 19. 13:26
728x90
반응형

알랭 들롱이 주연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Purple Noon, 1960)'는 남의 신분을 훔친 한 사나이의 야망과 비극을 담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여러 작품에서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1955년 발간된 원작 소설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는 1999년 맷데이먼, 주드로, 기네스 펠트로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이 영화의 모티브를 이용한 '미스 리플리(2011)'같은 드라마, '태양을 가득히'라는 제목을 가진 드라마나 영화들은 내용이 똑같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탐내고 가졌지만 서서히 몰락해간다는 내용을 줄거리 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화려한 욕망과 비극이 이런 류 이야기들의 기본인 셈이죠.

 

비극적인 운명이 예고된 또다른 톰 리플리 정세로. '태양은 가득히' 이번에는 어떻게 다른가?

 

워낙 좋아하던 영화라 요즘도 종종 '태양은 가득히'를 봅니다. 화상을 입을 만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톰 리플리의 눈동자 만큼 푸른 바다 - 그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음악이 대조되어 참 잘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서 정세로(윤계상)와 정세로의 아버지 정도준(이대연)이 휘파람으로 부르는 음악이 바로 '태양은 가득히'의 메인 테마입니다.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는 영화와 원작 소설에서 가져온 모티브가 많은 부분 포함 되어 있더군요. 이 드라마는 정세로 즉 톰 리플리의 복수극 형태를 취하고 있고 여러 부분 주인공의 삶이나 운명이 영화와 닮았습니다.


 

 

 

영화와 유사한 포인트는 무엇?

우선 단 1, 2회만 방송된 상태로 전체적인 내용은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눈 정세로의 모습으로 보아 이 드라마가 비극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한 듯합니다. 정세로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죽어라 노력해서 외무고시에 합격했지만 방콕에 있는 아버지를 찾으러 갔다가 한영원(한지혜)의 약혼자 공우진(송종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맙니다. 감옥에서 자신이 누명을 쓴 배후에 벨 라페어란 기업이 있음을 알게 되고 복수를 위해 이은수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고 벨라페어를 찾아가는 내용이 1, 2회였죠.

정세로의 아버지는 비록 사기꾼이지만 정세로는 성실한 남자입니다. 정세로는 영화 속 톰 리플리처럼 남의 것을 가지려한 것도 아니고 탐낸 것도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남의 신분으로 살게 됩니다. 지금은 복수를 꿈꾸고 있어도 한영원에게 호감을 느꼈던 만큼 그대로 이은수라는 사람이 되어 약혼자를 잃은 한영원의 남자로 살고 싶은 욕망이 생길 것 입니다. 톰 리플리가 필립의 것을 자기것으로 느끼다 못해 필립을 죽이고 죽은 필립을 대신해 마르쥬를 차지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 원인이 다릅니다.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는 영원과 남의 신분으로 영원을 만나는 정세로. 영화와 유사한 모티브.

또한 영화에서 내리쬐고 있던 태양은 드라마 속에서는 빛나지 않습니다. 영화 속의 태양은 톰 리플리의 몸을 태워버릴 만큼 잔인하고 뜨거운 욕망을 상징하기도 했고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무엇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그 태양을 대신해 다이아몬드같은 보석이 등장하죠. 한영원은 보석 디자이너로 공방에서 보석을 가공합니다. 정세로 즉 이은수가 다루는 물건도 보석입니다. 화려하게 빛나는 그들의 보석은 정세로가 영원히 차지할 수 없는 남의 것, 부유함, 권력, 타고난 신분 등을 상징하게 될 것같습니다. 그때문에 정세로의 인생이 재가 되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반면 빛나는 태양과 정반대인 보랏빛의 우울한 분위기는 거의 흡사

합니다. 총을 겨누는 정세로와 함께 흐르던 OST가 '태양은 가득히'의 음악 그대로였기 때문일까요. 방콕에서 약혼자를 잃고 슬퍼하는 한영원, 아버지를 찾으러 갔다가 불행에 얽히는 정세로의 운명은 슬픔의 연속입니다. 필립을 잃고 슬퍼하는 마르쥬의 모습과 공우진의 죽음으로 공방에 틀어박힌 한영원의 이미지는 꽤 많은 부분 흡사합니다. 아무리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더라도 이대로라면 비극이 예약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원인을 누가 자초했느냐가 다르지만 정세로가 비극적인 캐릭터라서 더욱 비슷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모두가 예상하는 비극 어떻게 차이를 만들 것인가

결국 이 드라마는 영화와 같은 제목. 같은 모티브를 이용했다는 점 덕분에 주인공이 자살을 시도한다는 스포일러 하나를 드러내고 시작하는 드라마입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하든 운명적인 비극이 강조될 것이라는 점, 신분과 과거를 들키지 않기 위해 몇번쯤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이 연출되리란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무언가 우울한 분위기를 간직한 한영원과 비밀스런 정세로의 사랑도 비슷한 위기를 맞겠죠. 결국 '뻔한' 드라마를 살리는 방법은 톡톡 튀는 장면 연출과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에 달려 있다는 뜻인데 이거 잘해봐야 본전이란 생각도 듭니다.

더군다나 이미 상대 방송국의 '기황후'가 시청률을 선점한 상황에서 '총리와 나'의 시청률을 이어받은 '태양은 가득히'는 불리한 상황에서 시청률 전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올림픽 경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이 드라마 보다는 스포츠에 몰린 상황도 한몫하고 있죠. 일부에서는 두 주연배우에 대한 악평과 더불어 공우진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지독한 멜로 등 이 드라마의 전체구조가 작년에 히트한 '비밀'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1, 2회 시청률이 5퍼센트대였다는 것도 드라마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죠.

변수가 많은 배우들이지만 뻔한 분위기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영화 '태양을 가득히'는 상대적으로 짧은 영화였기에 흥미진진한 전개가 가능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로 16부작을 끌고 나가긴 버거운 감이 있습니다. 조진웅, 김선경, 김유리, 김영철, 전미선 등 흥미로운 연기를 펼칠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나 그들 만으로는 우울함을 감싸기는 부족한 느낌이죠. 가장 긴박한 구조로 전개되었을 1, 2회가 이런 분위기였다면 '태양은 가득히'에서만 볼 수 있는 색깔있는 매력을 만들기엔 꽤 오래 시간이 걸릴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아직 메인 사건인 블루 다이아몬드 '천사의 눈물' 사기가 전개되기전입니다만 글쎄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네요.

저 역시 아직까지는 시선을 잡을 매력 포인트를 찾지 못한 쪽입니다. 그러나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른 캐릭터의 우울한 분위기 그리고 잘 연출된 OST는 상당히 느낌이 좋습니다. 마치 꿈처럼, 영화같은 느낌으로 촬영된 드라마에도 좋은 점수를 줍니다만 영화배우로서는 괜찮은 평가를 받은 윤계상이 TV 드라마 발성에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은 의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짧은 대사를 할 때는 모르겠지만 긴 대사를 할 때는 약점이 될 것같더군요. 이 점은 한지혜가 늘 목소리 톤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꽤 오래 윤계상을 따라다닐 것같습니다.

여러 약점 외에도 시청자들을 확실히 사로잡기엔 부족한 1, 2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사랑'을 테마로 한 멜로 장르가 늘 그렇고 장점이 다른 두 배우가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는 것처럼 또 침착한 표정이 곧잘 어울리는 윤계상과 '금나와라 뚝딱'에서 쌍둥이 보석디자이너 역할로 드라마의 재미를 주었던 한지혜의 역량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변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박강재(조진웅)와 서재인(김유리) 중심으로 전개될 블루 다이아몬드 사건이 생각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면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가 상쇄될 수도 있겠죠. 다른 드라마들이 1,2회 방송으로 시선을 제압하는 반면 여러모로 드라마의 역량을 모두 선보이기엔 부족했던 1, 2회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