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나 혼자 산다, 연예인 김광규도 서럽게 만든 서울의 달

Shain 2014. 3. 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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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하면 그래도 한번에 꽤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고소득 직종입니다. 물론 워낙 부침이 심하고 많이 소비해야하는 직업이라 정규 수입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신은경처럼 드라마 출연으로 엄청난 빚을 갚았다는 여자 탤런트도 보고 그랬으니 김광규 정도면 이제 아무 걱정없이 집을 살 수 있으려니 했습니다. 부산 어머니의 아파트를 얻어드렸고 방송 출연 회수도 늘어났으니까 연예인 김광규가 돈이 부족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전세대란은 연예인의 수입으로도 해결이 안되나 봅니다. 서울의 전세값이 무려 일억 가까이 뛰었다는 소문을 듣긴 들었는데 그게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전세금이 부족해서 월세를 더 줘야할 수준이라니요.

서울의 전세대란을 직접 체험하게 된 김광규. 돈 잘 버는 연예인도 '서울의 달'은 서럽더라.




'나 혼자 산다'가 솔로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만큼 평소에는 별부담없이 시청합니다. 혼자 살면 다 저렇게 되는구나 싶어 공감도 하고 슬며시 웃음이 나는 재치에 미소도 짓고 그런 프로그램이죠. 파비앙이 감기 걸려서 콩나물국 대신 숙주나물국을 끓여먹을 때도 안쓰러운 동시에 웃겼습니다. 서울살이에 익숙해진 김광규의 일상도 심각한 내용 보다 웃을 수 있는 내용이 많아 평소에 즐겨 보는 파트입니다. 그런데 어제 방송된 '전세대란' 만큼은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라 눈이 초롱초롱해지더군요.

전세 구하기 힘들어서 난리라는 소문은 들었는데 그게 일억씩이나 올랐다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에 치이는 서민 가정에서 전세금 인상은 상당히 큰 타격입니다. 직장이나 생계를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살아야하는 사람들에게 전세대란은 '멘탈이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사건이겠죠.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무시무시한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다. 대전에선 김광규가 지불했다는 전세금 정도로 꽤 괜찮은 빌라 한채를 샀단 이야길 들은 적이 있어서 지방과 서울은 확실히 다르구나 했답니다.





3월 안에 방을 빼줘야하는 김광규는 바쁘게 집을 구합니다. 어떤 전세집은 10팀 와서 집을 구경하고 바로 가계약 입금을 했다고 합니다. 준비할 수 있는 돈은 3억 이하인데 전세집 구경하긴 하늘의 별따기고 집나왔다고 해서 가보면 경쟁이 치열합니다. 혹시나 해서 전세 사기당했던 강남에 가봤더니 그 동네는 5억이 기본이랍니다. 하다하다 안되서 일산까지 간 김광규는 김용건의 도움으로 일산에서 집구경을 했습니다. 남향으로 집도 좋고 풍경도 좋고 방송국도 가까운데다 주변에 연예인들도 많이 산답니다.

치열한 전세 경쟁에 도저히 안 믿어지는 월세. 이렇게 오르면 어디서 먹고 살란 말인가.


지방 사람들이야 굳이 힘들게 서울에 살 필요없이 지방에 집얻으면 될텐데 하고 쉽게 말하겠지만 적지 않은 나이의 김광규도 서울살이가 꽤 오래됐으니 서울이 김광규가 먹고 사는 생활의 터전일 수 밖에 없겠죠. 아무리 살기 좋아도 일산으로 이사가서 새롭게 시작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조용히 살고 싶은 중견연예인이나 일년에 출연 한두번만 해도 먹고 사는 빅스타급 연예인들과 달리 아직은 인맥을 넓히고 여러 사람을 만나야하는 김광규로서는 일산을 선택한다는게 쉽지는 않을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가격도 좋고 집도 좋지만 서울과 너무 먼 일산. 김광규는 서울로 차를 몰아가며 투털투털합니다. 저 많은 아파트 중에 내 집이 한채도 없다는게 절실하게 와닿습니다. 많은 세입자들의 심정이 그럴거에요. '서울의 달 떴다'며 하늘에 뜬 초승달을 바라보는 김광규를 보니 '서울의 달(1994)'이란 옛날 드라마가 떠오르더군요. 옛날에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서울에서 돈벌이를 하느냐 달동네에서 많이들 살았죠. 집값이 싼 동네다 보니 길도 가파르고 지대도 높아서 달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산다며 '달동네'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하늘에 뜬 서울의 달을 보며 버티는 사람들. 집구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전해졌던 김광규 에피소드.


고향을 그리워하며 서울의 달을 바라보는 집없는 사람들의 심정. 아래를 내려다보면 집으로 꽉찬 서울바닥인데 저 많은 집들 중에 내 한몸 누워쉴 내 집이 없다는게 그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내 집 한번 가져보겠다는 꿈으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그 시대를 버텼고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기까지 당해서 빈털터리가 되어 본 김광규도 서러운 그 시절을 잘 알죠. 이제는 좀 먹고 살만해졌다 싶었는데 전세금이 올라서 다시 집을 구하러 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작은 형 말대로 집값이 불안정한 이 시기에 아무 집이나 덜컥 살 수도 없잖아요.

물론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연예인이면 한번에 많은 돈을 버니까 돈나올 구멍없는, 평범한 사람들 보다 낫지 않겠냐며 연예인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김광규는 직장인들처럼 출퇴근 고민이 없는 상황이라 정 아쉬우면 일산으로 이사하면 그만일테구요. 그런데 김광규를 통해 엿본 전세대란은 정말 엄청나네요. 지금도 많은 서민들이 갑자기 확 올라버린 전세금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집을 구하러 다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분간은 쉽게 해결되지 않겠죠. 언제쯤 집이 사람들이 먹고 사는 곳이란 개념이 자리잡을까 싶어 아쉽고 짠한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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