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짝' 출연자 자살, 비난받던 일반인 예능 지금이라도 폐지 수순 밟아야

Shain 2014. 3. 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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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떤 사정으로 귀한 목숨을 끊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원래 일반인 대상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단 한번도 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습니다만 평소에 외모를 평가하고 출연자들을 서열화시키는 내용으로 왈가왈부 말이 많았던 프로그램이란 건 알고 있습니다. 일단 정확한 사건은 유서 내용이 공개되거나 촬영된 SBS 필름으로 자세한 경찰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겠죠. 방송국이 무리하게 출연자에게 자극을 주었는지 출연자들끼리 갈등이 있었는지 그 부분은 판단을 보류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확실한 건 일반인 리얼리티가 방송사 마다 포화상태라는 점이죠.

일반인 대상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은 패러디와 비난의 대상이었다(드라마 '앙큼한 돌싱녀' 한장면).




일반인 리얼리티의 부작용은 예전에도 지적된 적이 있습니다. 화제와 이슈를 중요시하는 TV의 특성상 평범한 일반인들이 시청자에게 어필하려면 다소 과장된 설정도 필요하고 흔치않은 캐릭터도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연예인들이야 일부러라도 스캔들을 일으켜 자신의 유명세를 얻는다고 합니다만 일반인들은 때로 그런 시선 집중에 부적합한 인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극단적으로는 범죄자나 폭력 용의자가 출연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과한 관심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한다는 것은 유명세를 탄다는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 어떤 분들은 쇼핑몰이나 업체를 홍보하기 위해 일부러 컨셉을 잡아 출연한다고 합니다만 사생활이 남들에게 공개된다는 것은 나의 부정적인 과거까지 인터넷에 폭로된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과거 몇몇 '짝' 출연자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공개된 과거사 때문에 'XX녀'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약 선택받지 못하고 웃음거리가 된다면 비관적인 생각이 들만도 한데 연예인도 감당하기 힘든 그런 충격을 일반인들이 감당하긴 힘들겠지요.





이런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났으니 일단 제작진은 촬영 분량을 전량 폐기할 것이 아니라 경찰 측에 자진 제공하여 사건의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하고 언론에서는 출연자의 자살 원인을 '선택받지 못한 충격'같은 식으로 과장되게 기사화할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단점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야아한다고 봅니다. TV 출연 중 사망했다는 이유로 또다른 입방아의 주인공이 된다는 건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벌써부터 자살의 원인을 두고 추측 기사가 난무하는 걸 보니 또다른 부작용이 우려되네요.

더불어 TV에 출연한 일반인들은 방송사의 필요에 따라 이용하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고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이전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짝'이란 프로그램이 비인간적이라 지적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연예인들 대상 리얼리티에도 유사한 비난이 있었죠. 이런 비극이 방송사의 리얼리티 열풍 때문은 아니었는지 출연자들을 위한 사전, 사후 대책은 충분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한번 보고 웃자고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얼마전 '앙큼한 돌싱녀'라는 드라마에서 수입이 변변찮은 이혼녀 여주인공이 '짝'의 패러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내용이 방송된 적 있죠. 예쁜 얼굴에도 불구하고 혼자 도시락을 먹다 병원 홍보를 위해 여주인공을 선택한 속물 의사에게 이용당하는 내용은 '짝'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온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제작해온 것은 시청률을 제일 가치로 생각하는 방송사의 무리수가 아니었을까요? 이번 사건과 관계없이 진작에 폐지되는 것이 옳았다고 봅니다.

이전에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난은 많았다. 꼼수를 생각할게 아니라 사죄하고 폐지 수준을 밟아야.


'안녕하세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인터넷 악플의 타겟이 되고 '맥도날드 할머니'처럼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한 개인의 삶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폭력으로 변해 버린 경우도 있다 보면 예능 프로그램의 일반인 출연은 상당히 신중해야할 문제임에도 많은 방송사에서 시청률을 이유로 강행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짝'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원인이 어찌 되었든 간에 이런 사고가 일어났으니 폐지는 당연한 수순인 것 같네요. 더 이상 SBS에서도 반박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싱거워도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착한 예능' 아이템은 생각 보다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이런 프로그램 보다는 출연자도 보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힘들게 촬영한 분량 폐기하게 되었다고 투털댈 일이 아니라 정말 일반인 예능을 꼭 재검토해주세요. 정확한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줄세우기' 프로그램으로 비난받던 이 프로그램의 본질을 꼼꼼히 살펴보면 방송사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는 사건인 것같네요.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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