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나 혼자 산다, 파비앙 VS 육중완 비슷하면서 달랐던 공감포인트

Shain 2014. 3. 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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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말이 많죠. 이른바 '관찰 예능'이라 불리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소재로 환영받지만 가끔씩 예능 속 캐릭터와 출연하는 일반인이 동일시되는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반면 연예인 경우에는 시청자들도 예능 프로그램 속 모습이 설정된 캐릭터라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시청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친근한 모습은 좋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한 모습은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적당한 사생활 노출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만 노골적인 노출은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솔직히 어제 시청한 '나 혼자 산다'는 장미여관의 육중완 캐릭터를 너무 게으르고 지저분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었지만 노골적으로 지저분했던 육중완의 화장실 청소 장면. 꼭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육중완 보다 더욱 게으르게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바쁘게 살다 보면 집안 청소에 신경쓰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면에서는 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평소 청소를 안하는 사람은 안하는 사람대로 TV에서까지 저런 부담스런 모습을 봐야하나 불편할테고 깔끔한 사람은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수 밖에 없겠죠. 왜 하필 제작진이 육중완의 공감 포인트를 '더러움'으로 설정했는지 궁금하더군요. 시청자로서는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에 남의 집 수채구멍과 썩은밥을 봐야하는 심정이 편치는 않습니다.

저는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장점이 연예인같지 않은 연예인의 생활에 있다고 봅니다. 솔로 김광규가 사는 모습은 그 또래 미혼남들의 생각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일부러 설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연스러워서 그 친근함에 김광규에게 호감이 생기죠. 반면 김민준이나 전현무가 사는 모습은 '아 멋있다'하는 눈요기감으론 딱 좋은데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도 솔직히 있습니다. 화려하고 멋지게 사는 모습과 익숙한 현실의 모습이 반반쯤 섞이면 딱 비율이 좋을 것같단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동경과 나와 비슷하다는 친근감이 반반이면 딱 좋다는 이야기죠.




사실 연예인이면서도 털털한 육중완과 한국인같은 프랑스 청년 파비앙은 '무지개' 회원으로서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비록 국적, 성격부터 외모까지 겉모습은 완전히 다르지만 두 사람의 공감포인트는 현실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혼자사는 남성이란 점이죠. 육중완과 파비앙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살림을 꾸리고 야식을 즐기는 생활습관이나 평범한 세간살이 등 평범한 생활수준으로 사는 연예인입니다. 아마도 '나 혼자 산다' 멤버들 중에서 대한민국 솔로 남성들과 가장 비슷한 모습으로 사는 멤버들도 바로 이 두 사람들이겠죠. 부유한 공간에서 사는 연예인들과도 차별화되어 있는 캐릭터입니다.

파비앙과 육중완은 연예인이면서도 대한민국 평범한 솔로 남성들과 가장 비슷하게 살고 있다. 비슷한 공감 포인트.


'나 혼자 산다'의 파비앙은 검소하고 알뜰한 청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달랑 옷 네 벌만 들고 한국에 와서 6년 만에 드디어 TV를 샀다는 파비앙은 남들은 쉽게 사버리는 30만원짜리 중고 TV 하나에 무척이나 기뻐했습니다. 소파에 펄쩍 뛰어들며 TV 리모콘을 누르는 모습에서 소박한 파비앙의 행복이 느껴지더군요. 한국에서 모델활동을 하는 동안 얼마나 수입을 올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하나씩 마련해나가는 모습이 참 기특해 보였습니다. 살림꾼 김광규나 파비앙의 모습은 이런 점에서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죠.

마찬가지로 육중완도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와서 작은 옥탑방에 살림살이를 들이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이제는 적잖이 유명세도 타게 되고 남들의 시선을 받는 일에 익숙해졌겠지만 그는 여전히 한소쿠리 삼천원짜리 고구마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알뜰한 남자입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한국의 평범한 자취생이고 혼자 사는 직장남들의 모습을 갖고 있죠. 그러나 파비앙은 쌈장비빕밥부터 세탁, 쉐이크까지 꼼꼼하게 만들어먹는 아기자기한 캐릭터고 육중완은 아무대나 쓰레기를 버리고 집안 구석구석에 물건이 쌓여있는 타입이란 점에서 캐릭터가 다릅니다.

혼자 살림하는 건 같은데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사는 모습. 육중완을 지나치게 지저분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파비앙과 다르게 털털하고 그런 컨셉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고 또 옥탑방 생활이나 시장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도 호감이 가고 공감이 갑니다만 화장실 청소하는 장면처럼 너무나 지저분한 모습을 꼭 TV에서 보여줬어야 했느냐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아무리 사실적이라도 이건 시청자들에게 보여줄만한 오락거리는 아닌 거같더라 이 말이죠. 최근 몇주 동안 '나 혼자 산다'를 꽤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어제는 좀 육중완을 너무 오버스럽게 보여준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는 모습이 얼마나 사실적이냐와 그걸 꼭 보여줘야하느냐는 다른 문제니까요.

파비앙이 누나에게 온 소포를 풀어보며 기뻐하는 모습엔 엄마가 보내준 반찬으로 저녁을 해먹는 자취생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육중완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엄마에게 잔소리듣고 아버지에게 돈부쳐 드리고 시장에서 싼 양말을 사신는 모습 자체가 정감이 갑니다. 아 저렇게 살다가 두 사람 다 크게 성공하면 좋겠다는 좋은 마음도 생기죠. 성실한 청년 파비앙이 야식을 만들어먹고 김연아의 소치올림픽 판정을 아쉬워하는 모습이나 육중완이 땅콩과자를 던져 로또 번호를 적는 장면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공감가는 이야기였는데 그 부분에서 딱 싫어지더군요.

지금의 모습 만으로도 충분히 흐뭇한 두 사람의 캐릭터. 지나친 설정으로 망가트리지 말았으면.


두 사람의 개성은 다르지만 양쪽 다 공감포인트를 비슷하게 연출할 수도 있었는데 한쪽은 깔끔하게 한쪽은 더러운 이미지로 연출하니까 육중완 쪽에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구요. 두 사람은 딱히 과하게 설정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가는 캐릭터들입니다. 파비앙을 보면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흐뭇하고 육중완을 보면 뭔가 하나 챙겨주고 싶은 그런 마음도 들지요. 그러니까 충분히 금요일밤을 편안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나 혼자 산다'가 너무 무리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화장실 청소 장면처럼 여러 사람들이 싫어할 수 있는 설정이나 너무 오버하는 장면은 앞으로 지양해줬으면 싶네요(그런데 육중완의 윌슨은 어디갔나요? 쓰레기에 묻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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