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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장르 드라마의 딜레마 삼각 멜로와 민폐 캐릭터

Shain 2014. 3. 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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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는 케이블이 아닌 이상 장르물로 성공하기 힘든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를 비교하며 드라마의 수준을 평가하지만 다양한 층의 시청자를 상대로 하는 공중파에서 기본 시청률을 의식하다 보면 본격 장르물은 선택하기 힘든 모험입니다. 케이블 TV는 상대적으로 시청률 부담이 적기에 과감하게 장르물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죠. 거기다 미드는 일부 사전 제작 후 45분씩 일주일에 한편 방송하지만 한국 드라마는 60분 이상 70분까지 2편씩 방송되다 보니 완성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입니다.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멜로 드라마가 유행하는 이유도 시청률은 높고 실패부담은 적기 때문이죠.

제니와 추병우의 눈에도 심상찮았던 김수현과 기동찬의 눈빛. 정말 멜로가 시작되나요?

 

팬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았던(다운로드 시청률은 가장 높았다고 하더군요) '신의 선물 14일' 시청률이 10퍼센트 수준에서 오락가락하는 것도 공중파로서는 상당히 선전한 셈입니다.가깝게는 다음뷰에 글을 송고하는 TV블로거들만 봐도 대부분 '신의 선물'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인 SBS는 기뻐할 수 없는 것이  '신의 선물' 광고가 완판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광고 완판이 보통 24개인데 '신의 선물' 대충 10개 정도랍니다.

호평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은 '장르 드라마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단순히 편견은 아님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한국 드라마 시청률에는 머리 쓰는 드라마 보다는 편하게 보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피곤한 걸 싫어하는 사회적 환경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경쟁드라마인 '기황후' 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신의 선물'이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1, 2회에 전개된 많은 복선들과 복잡한 사연을 숨긴 여러 등장인물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편입니다. 이럴 때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주인공들의 로맨스 뿐 입니다.

장르 드라마의 삼각 멜로는 시청률에는 약이지만 장르 특성에는 독인 경우가 많다. 이미 복선은 충분.

믿고 의지했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딸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목숨걸고 모녀를 구해주는 남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 와우 - 수많은 미스터리와 캐릭터를 빼놓고 단순히 러브라인 만 놓고 보자면 이 얼마나 흔한 멜로 드라마의 전개 구조인가요. 더군다나 악착같이 범인에게 매달리며 딸을 살리기 위해 기를 썼던 김수현(이보영)과 어머니와 형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전직 경찰 기동찬(조승우)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그 짧은 기간 동안 끈끈한 동료애를 쌓은 사이입니다. 다행히 딸 샛별이(김유빈)도 기동찬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함께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문제는 이 드라마의 매력이자 그동안 심각하게 전개되던 미스터리 스릴러의 긴장감이 여러 면에서 붕괴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김수현은 기동찬을 신뢰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 함께 한 시간은 기껏 5-6일 정도입니다. 거기다 범인이라고 잡으면 모두 유괴와 관련없는 정보제공자들이다 보니 이미 범인 추적에 대한 집중력은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죠. 남편 한지훈(김태우)이라는 새로운 반전 악당이 등장했지만 정체가 오리무중입니다. 또 걸핏하면 집을 나가는 9살짜리 샛별이는 시청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니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도 모자랄 시간에 멜로까지 가미되면 장르물의 장점이 사라지고 맙니다.




 

 

 

 

기동찬과 김수현의 멜로 진전될 수 있을까

 

'신의 선물'의 등장인물은 다양한 관점에서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복합적 캐릭터들입니다. 아이에 대한 맹목적인 모성애를 표현하는 김수현은 때로 반쯤 미쳐버리곤 하는데 아무리 아이가 위험한 상황이라도 많은 엄마들이 아이를 위해 냉정을 찾는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초인적 능력을 발휘한다는 면에선 유사하지만 앞뒤 못가리고 불필요한 말로 주변을 당황하게 하는 건 오히려 샛별이를 위험하게 만들곤 하죠. 서두를수록 아이가 더 다친다는 각성을 못하는 김수현에겐 모성애 트라우마가 있는 듯 합니다. 보통 그런 행동의 배경엔 아이에 대한 무의식적인 죄책감이나 과거가 자리잡은 경우가 많죠.

마찬가지로 기동찬 역시 완벽한 정의의 캐릭터는 아닙니다. 이순녀(정혜선)의 모성애를 갈구하는 트라우마가 있고 형 기동호(정은표)의 살인을 증언하고 동료 현우진(정겨운)에게 배신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그런 경험이 기동찬의 선택을 좌우합니다. 대화 내용을 봐서 넘치는 모성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 이순녀도 친자식인 기동호를 더욱 편애하는 엄마인듯하고 기동찬은 졸피뎀을 복용하는 걸로 보아 평소에 불면증에 시달렸던 듯합니다 졸피뎀의 부작용 중 하나는 환각이나 기억상실 이죠. 이런 기동찬이 잘못된 증언을 했거나 환각 상태에서 위험한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없을까요?

새로운 멜로가 진행되기엔 남편 한지훈의 정체가 너무나 오리무중이다. 사형찬성론자에서 인권변호사로?

더욱 복잡한 캐릭터는 만약 두 사람의 멜로가 진행된다면 러브라인의 한축이 될 한지훈입니다. 주민아(김진희)와의 불륜이 밝혀진 내용으로 그는 붕괴된 가정의 부정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김수현이 기억하는 한지훈은 정의롭고 강한 검사였습니다. 돈많은 집 아들 이민석(혹시 이명한 아들인가요)이 무죄 방면되자 꼭 사형시겠노라 다짐하는,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검사이기도 했습니다. 1회에서 토마토를 던졌던 피해자 가족 아주머니(조시내)와 함께 비속에서 시위를 했던 한지훈이 지금은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인권변호사가 되어 있습니다. 절대 딱지에 씌여진 글귀로 봐서 기동호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같긴 한데 진심을 알 수 없죠.

샛별이 때문에 기영규(바로)에게 전해진 절대 딱지 속 글귀는 10년전 피해자였던 김재경, 정태희의 살인범은 강성진이란 의심이 들게 합니다. 강성진 집에서 발견된 이니셜이 씌인 반지도 그렇지만 낙태와 자상이라는 조건이 많은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죠. 기동호는 살인범이 아닌데 기동찬을 위해 누명을 뒤집어쓴 것같고 둘 사이엔 모종의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이 사건들과 관련있는 한지훈의 집은 흥신소 설구란 인물과 오피스텔 남자에게 동시에 감시당하고 협박당하고 있습니다. 한지훈은 까도 까도 속이 드러나지 않는 양파처럼 아직도 밝힐 부분이 많은 인물 이죠.

본격적인 멜로 보다는 애틋한 동료애 정도면 충분히 납득 가능하지 않을까(제니 무서워)?

보통은 아무리 불륜이 밝혀져도 10년 동안 함께 산 남편의 본심을 믿고 싶어하는게 아내인데 김수현은 정의와 샛별이의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때문인지 순식간에 남편을 외면합니다. 더우기 한지훈은 10년전 사건을 캐다 보면 언젠가는 파헤쳐야할 인물이죠. 14일 동안 이혼 소송을 할 것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기동찬과 김수현의 러브라인이 진행된다면 개연성이나 공감은 둘째치더라도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고 맙니다. 두 분 모두 연기를 잘 하니 멜로장면이 시청률 올리는데 큰 공헌은 하겠죠. 그러나 본격 멜로는 장르물로서의 특징은 점점 더 약해지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애틋한 동료애 정도면 좋지 않을까요?





사랑스러운 샛별이에서 민폐공주 샛별이로

 

사람은 누구나 다 이중적인 면이 있고 '신의 선물'의 등장인물들 역시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 입니다. 지독한 모성애가 범죄로 변하는 김수현이나 인권변호사와 사형제 찬성하는 검사 사이를 오가는 한지훈이나 아이를 맡길 만큼 믿음직한 후배였던 주민아가 불륜녀로 변하거나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거칠게 외면하고 윽박지르는 기동찬이나 사형제 집행으로 당선되고 주변 눈치를 보는 김남준(강신일) 대통령도 기동찬의 어머니를 찾아가 아들 노릇을 하는 현우진도 모두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이는 것이 진실은 아니다'라는 말이 의미심장한 것입니다.

사랑스러운 샛별이 역시 아홉살 어린아이인데도 너무 사랑스럽다가 너무 얄미워지곤 합니다. 사실 아이를 키워본 분이나 조카가 있는 분은 10살 미만 아동이 얼마나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잘 알 겁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아기 때부터 TV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아서 주의력 결핍이 심합니다. ADHD가 의심되는 아동도 상당히 많지요. 아이가 착하고 예의바른 것과는 별개로 통제가 안되는 건 그 또래 특징 입니다. 그래서 그런 아이이기 때문에 범죄를 당해도 싸다는 건 말이 안되죠. 반대로 그런 아이들도 안전하게 나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리 그 또래의 특징이 산만함이라지만 그 많은 일을 하루 동안 겪고 스네이크 콘서트에 간다고?

 

그러나 샛별이 경우엔 가끔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가 가끔은 사고를 유발시키며 테오(노민우)를 따라다는 등 심각한 민폐형 캐릭터입니다. 안그래도 아무 오토바이나 덥썩 타고 영규 할머니에게 말도 안하고 사라지는 등 샛별이는 위험한 아이였습니다. 엄마가 호텔에서 펑펑 울고 아빠가 나쁜 짓한게 알려지고 도로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주민아와 아기를 죽일 뻔한 일이(근데 이거 불륜녀인거랑 별개로 고맙다고 했나요) 하루 사이에 벌어지고 보니 이 '초딩몬' 샛별이의 콘서트 참가가 너무 생뚱맞게 느껴집니다.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행동에다 택시비가 얼마인지 모르는 애가 대뜸 콘서트장으로 달려간 것도 황당하지요.

더우기 극중에 '스네이크'로 등장하는 가수들은 절대 초등학생이 즐길 컨텐츠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콘서트에 참가한 팬클럽 아이들도 대부분 고등학생 이상인 거 같고 미성년자는 출입을 금지시키는데 어째서 그런 곳에 바로와 단 둘이 갈 생각을 했을까요. 아무리 성적이 나빠도 착하고 귀여운 아이였는데 위험한 순간에 너무 얄밉게 구니까 보는 사람들의 맥이 탁 풀리곤 하죠. 일부에서는 아무리 살리려고 기를 써도 샛별이가 알아서 죽을 자리를 찾아간다고 표현 합니다. 뭐 사실 '운명'에 꿰맞추기 위해 샛별이가 민폐캐릭터가 되버린 면이 강하지만요.

엄마는 납치당하고 샛별이는 실종되고 그래야 이야기가 되는 건 사실인데. 그래도 너무하다 샛별아.

엄마는 낯선 사람에게 샛별이를 맡기고 반쯤 미쳐 뛰어다니다 납치를 당하고 아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몰인정한 불륜남이라니 붕괴된 사회안전망과 불안한 가정에서 고생하는 샛별이는 '신의 선물'에서 가장 안쓰러운 캐릭터 입니다. 스스로를 지킬 힘 조차 없는 어린아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샛별이가 천방지축으로 여기저기 나다녀야 사건이 발생하고 긴장감이 연출되야 시청률이 오르니 어쩔 수 없이 미운 민폐 캐릭터가 되어야 할 것 같네요. 이 드라마 전체의 갈등이 샛별이의 죽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보니 희생아닌 희생인 셈이죠.

포스팅을 작성하고 보니 오늘 '신의 선물'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런 추리극이 공중파에서 10퍼센트를 넘는 것도 드문 일이고 중간에 끼어들기 힘든 드라마의 특성상 초반부의 시청률을 마지막회까지 가져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지훈의 불륜과 기동찬, 김수현의 갑작스런 러브라인이 시청률 상승에 한몫한 것일까요? 시청률이 높아야 장르 드라마가 다수 제작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나 전체적인 완성도로 봐서는 삼각 멜로가 꼭 좋다고 할 수는 없으니 벌써부터 걱정 이 앞서는군요(방송사에서는 환영하겠죠). 생방송 촬영으로 인한 빈틈도 점점 커질테니 말입니다. 이왕 장르물로 시작한거 보다 설득력있는 전개를 부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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