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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맹목적인 엄마 김수현이 또다른 복선이다

Shain 2014. 3. 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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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는 때로 엄청난 범죄 마저도 정당화시키는 만능 키워드가 되곤 합니다. 잘못은 자기 아이가 했는데 오히려 피해자를 괴롭히는 가해자 부모들의 극성은 자주 기사화되곤 하지요. '하얀거짓말(2008)'같은 TV 드라마는 자식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삐뚤어진 모성애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모성애'하면 연상되는 '사랑'과 '헌신'같은 따뜻한 말도 많지만 요즘은 '맹목'이나 '이기심'같은 부정적인 단어들도 많아졌습니다. 사실 '신의 선물 14일'의 김수현(이보영)은 샛별이(김유빈)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강한 엄마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맹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오히려 딸을 더욱 위험하게 하고 보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곤 하죠.

 

점점 더 맹목적이고 앞뒤 못가리는 엄마가 되어가는 김수현. 그녀의 행동은 무엇을 위한 복선인가.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안데르센의 '어느 어머니 이야기'는 어머니의 사랑을 강조하는 동화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해석하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바보같은 엄마 입니다. 밤의 정령이란 무서운 존재도 날카로운 가시덤불이나 깊고 푸른 호수도 엄마에겐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뒤쫓고 있는 있는 대상은 '죽음의 신' 즉 운명입니다. 때로는 신 조차도 거스를 수 없는 죽음이란 운명에 맞서는 어머니는 자연의 섭리 조차 거스를 정도로 어리석고 맹목적입니다.

김수현은 세상의 그런 어머니들, 자식 앞에서 이성적 판단도 합리적 선택도 할 수 없는 그런 엄마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14일 후에 딸이 죽는다는 운명 앞에 반쯤 미치지 않을 엄마는 없을 것입니다. 딸이 죽는다면 차라리 내가 죽는게 낫기에 샛별이의 죽음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답답함이죠. 차봉섭(강성진)과 몸싸움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장문수(오태경)의 집으로 뛰어드는 김수현의 행동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민폐를 유발 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쓸데없는 말로 장문수에게 범죄를 은닉할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죠.

위험하게 뛰어든 것으로 모자라 쓸데없는 말로 범죄 은닉의 빌미까지 준 김수현의 행동.

 

사실 이 드라마의 미스터리를 추리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왕병태(연제욱)의 대사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지 마라 네가 보는 모든 것이 모두 다 진실은 아니다'라는 정체불명의 명언이 '신의 선물' 속 모든 사건들을 해결하는 비밀이죠. 명백히 살인사건의 범인이란 증거가 있지만 기동호(정은표)는 이수정의 살인범이 아니었고 차봉섭이 타임워프 전 샛별이를 유괴하고 살해한 범인이라 생각했지만 차봉섭과 장문수는 샛별이를 유괴한 범인이 아니었습니다.시사프로그램 작가로 평소에는 촉이 좋은 김수현이 딸 샛별이의 일에는 이성을 잃고 맙니다.

현우진(정겨운)이나 기동찬(조승우)이 김수현의 행동 때문에 경찰에서 조사받고 그러는 작은 민폐야 본인들이 받아주니 그렇다고 칩시다. 진짜 문제는 김수현이 샛별이의 아버지인 한지훈(김태우)을 점점 더 위험인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인데요. 시청자들은 김수현의 보조작가 주민아(김진희)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채고 한지훈과 주민아가 불륜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어제 우연히 발견된 흥신소 사진으로 한지훈의 불륜은 확정되는 분위기 입니다. 안 그래도 한지훈은 10년전 기동호 살인사건 때 오판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이죠.



 

 

 

범죄도 눈감는, 부모라는 이름의 맹목

 

한지훈은 대통령 선거 토론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인권변호사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타입인지 토론 방송 후에 지지율이 역전되자 '오늘 토론 완전 참패'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수사한 장문수의 아버지가 유아살해범이란 이유로 극도의 혐오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적당히 속물스럽고 눈에 보이는 것에 잘 속는 평범한 남자 였던 거죠. 그런데 아직까지 한지훈이 주민아와 진짜 불륜관계인지 주민아가 일방적으로 유혹한 건지 한지훈이 이익을 위해 기동호 사건 진범 은폐에 가담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한지훈. 그러나 김수현이 한지훈을 몰아가는 면도 있다.

'신의 선물 14일'이 7회까지 방송되면서 분명해진 단서 한가지는 유력한 용의자들 대부분은 샛별이를 직접 유괴한 당사자가 아니란 것입니다. 다만 샛별이의 유괴에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고 10년전 기동호 사건이 샛별이의 유괴와 관련이 있다는 점만 추측될 뿐이죠. 총기 사고로 뇌가 손상된 기영규(바로)와 기동호, 동찬 형제의 어머니인 이순녀(정혜선)가 범인으로 의심받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저기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김수현 캐릭터로 인해 점점 더 진실은 멀어지고 샛별이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어제 마지막 장면에 주민아가 샛별이를 강제로 끌고가고 샛별이는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할 뻔 합니다. 김수현은 타임워프 전 주민아가 임신 중절을 하고 상대방을 원망했다는 걸 알기에 한지훈과 불륜인 주민아가 샛별을 유괴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급하게 달려올 것입니다. 샛별이가 죽는다는 생각에 한지훈을 다그치다 아이를 자꾸 겁먹게 하고 샛별이 아빠인 한지훈을 계속 코너로 모는 일련의 행동들이 점점 더 샛별이를 위험하게 만들 것같단 의심 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김수현은 아이를 살린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 행동이 오히려 운명을 재촉한다는 것이죠.

 

한지훈과의 불륜은 주민아의 일방적인 조작일까 아니면 샛별이를 유괴할 만큼 분했던걸까.

'신의 선물 14일'이 벌써 7회까지 방송되었으니 벌써 절반입니다. 지금까지 샛별이 유괴 사건의 용의자들과 복선은 수없이 깔렸고 동시에 드라마에는 여러 타입의 부모들이 등장했습니다. '어느 어머니 이야기'의 또다른 어머니인 이순녀가 다리를 절고 파출부 일을 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애잔하게 했고 자식잃은 아버지인 재벌 회장 추병우(신구)의 쓸쓸함도 눈여겨 보게 되더군요. 고아원에 기영규를 버리고 16년 동안 그리워하는 미미도 있고 아이를 지우고 슬퍼하는 주민아도 있습니다. 10년만에 만난 아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대통령 아버지 김남준(강신일)도 있고 끔찍한 장문수의 범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죽은 장만복이란 부모도 등장 했습니다.

학교 앞에 문구센터를 차리고 어린 여자아이를 유괴한 장문수는 부드러운 매너와 달리 전형적인 아동범죄자입니다. 성인 여성인 제니(한선화)에게는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는 소아성애자입니다. 안데르센의 동화에 비유하자면 장문수는 아버지 장만복이 다른 아이들의 목숨을 대가로 살린 자식 입니다. 동화 속의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의 목숨을 놓고 죽음의 신과 협상하려 하다가 차마 죽이지 못했지만 장만복은 다른 아이들의 목숨과 자기 아이의 목숨을 맞바꾸었고 그 선택이 장문수를 염산까지 준비하는 더욱 끔찍한 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죄를 지은 셈이죠.

다른 아이를 죽이고 내 아이를 살리는 부모. 모성애는 이 드라마의 또다른 복선이 될 것같다.

 

민폐형 캐릭터가 되어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는 김수현의 모성애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의 선물'이 보여주고자 하는 주된 테마 중 하나는 바로 '맹목적인 모성애'가 아닐까 싶더군요. 운명 조차 거스르는 모성애가 범죄 마저 불사하는 모성애로 변질되는 건 순식간 입니다. 앞뒤 못가리는 김수현의 행동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수많은 복선과 암시에 휘둘려 범인 찾기에 몰두하지만 그 범죄의 뿌리에는 세상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삐뚤어진 사랑이 있을 것같다 이런 뜻이죠. 굳이 이순녀의 아들 기동찬과 샛별이 엄마 김수현이 같이 타임워프한 이유도 그것일 것입니다. 다음 회에는 어떤 유형의 부모가 등장할까 한번 눈여겨봐야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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