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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남주나, 다른 가족 드라마와 어떻게 달랐나

Shain 2014. 3. 3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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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불륜, 우연의 남발같은 드라마의 막장 요소들은 지나치게 남발하면 드라마를 자극적으로 만드는 불편한 설정이 되지만 잘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메시지를 담은 좋은 드라마가 되느냐 보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막장 드라마가 되느냐는 한끝차이죠. 특히 '죽음'이란 소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막장과 좋은 드라마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사랑해서 남주나'를 최근에 조금 불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던 이유는 주인공 정현수(박근형)가 위험한 수술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홍순애(차화연)와 정현수는 어렵게 만난 인연이고 누구 보다 애틋한 사이지만 죽음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전형적인 해피엔딩이지만 그 어떤 마지막회 보다 아름다웠던 '사랑해서 남주나' 막장과 어떻게 달랐나?

 

그러나 어제 마지막회가 방송된 '사랑해서 남주나'의 마지막 메시지는 결국 사랑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하고 표현하라는 이야기 였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홍순애의 딸 송미주(홍수현)와 정현수의 아들 정재민(이상엽)이 과거에 사귀던 사이였다는 이유로 노년의 커플은 헤어져야했고 정재민 역시 은하경(신다은)과 헤어졌지만 가족 모두가 그들을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사랑을 축복해주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관계고 사돈과 부부로 얽혀있는 자식들의 사연은 쉽게 감당하기 힘든 파격입니다만 따뜻한 메시지 하나 만큼은 확실하게 전달이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2014년 상반기에 방송된 가족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잘 만들어진 한편이 아닌가 싶은데 다른 주말 드라마에 비해 소리소문없이 종영되긴 했으나 시청률은 괜찮게 나왔더군요. 일부에서는 '착한 드라마의 반란'이라며 이 드라마의 작은 성공을 축하하는 분위기입니다.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불륜과 재벌 출생의 비밀같은 막장 요소들이 '사랑해서 남주나'에도 있었지만 그 이용법이 달랐기에 가족 드라마로서 호평받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극적 장치였기 때문이죠.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선택한 소재들 대부분은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내용입니다. 늦은 나이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자식들 눈치보느냐 재산 문제를 정리하느냐 제대로 사귀지 못하는 노년층이 많습니다. 혼자 사는게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지만 자식들은 우리로 부족하냐며 혼자 살기를 강요하고 노인네가 주책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홍순애의 며느리 김지영(오나라)가 제안한 사실혼 계약서는 그런 노인층들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아이템이죠. 어떤 면에서는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기 싫은 젊은 층의 이기심이자 노인들의 사랑은 때묻고 계산적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그런데 내 부모가 재혼을 하겠다고 나서면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선택을 합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의 가족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만 현실 속의 자식들이 부모의 결혼을 반대할 수 밖에 없는 건 경제적 이유도 큽니다. 안 그래도 월급만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 부모에게 의존할까 했는데 그 재산이 고스란히 타인에게 간다면  마음이 불편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거기다 누구네 집 부모는 재혼했다라는 구설에 오르는 것도 꺼림칙하고 새롭게 가족이 된 의붓 부모의 자식과도 친근하기 보다 떨떠름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노년의 로맨스. 평범하면서도 공감갈 수 밖에 없는 '가족'이란 결론.

 

그러나 한편으론 자식들은 자식을 키우느냐 평생 동안 고생하고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진 부모가 옆지기를 만나 행복해진다면 그 정도 어려움은 용서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외로워하던 부모가 나의 양보로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남들의 눈 따위는 무시하고 살 수도 있는게 또 가족입니다. '사랑해서 남주나'에서 집중적으로 보여준 것도 바로 그 부분입니다. 혼자된 내 부모가 재혼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할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한번쯤 생각해볼만 했죠. 그들의 고민하는 과정에 공감했고 화목한 결론에 흐뭇한 웃음이 났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가족 때문에 고민하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 합니다. 아버지의 불륜으로 아버지를 미워하던 유라(한고은)는 반항하는 마음에 유부남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남자를 사귀었고 큰딸 유진(유호정)은 착한딸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남편 강성훈(김성수)이 불륜 누명을 쓰자 숨겨둔 분노를 폭발시킵니다. 재민은 자신이 가족들의 불행을 가져온 원인이란 생각에 늘 소극적이었고 이기적인 아버지 송호섭(강석우) 때문에 늘 혼자 모든 걸 해결해오던 미주는 타인들을 경계했습니다. 은하림(서지석)은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며 인생을 방해하던 어머니 혜신(유지인) 때문에 괴로워했죠.

이 드라마에는 가족 때문에 고민하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시대적으로 꼭 필요했던 그들의 이야기.

 

마지막회는 해피엔딩 강박증에 걸린 한드의 고질병일 수도 있겠지만 이 드라마의 마지막이 유독 마음에 드는 이유는 가족이란 이유로 갈등하고 가족이란 이유로 용서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시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 입니다. 가족은 내가 고 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운명처럼 타고나는 것이기에 바꿀 수 없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른 것같으면서 비슷합니다. 막장 드라마가 욕을 먹는 건 소재 보다는 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에 있습니다. 충격을 위한 소재 선택이냐 화해를 위한 선택이냐를 시청자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착한 드라마'가 필요한 시대 좋은 이야기거리를 던져준 작가과 제작진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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