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실종자 가족을 괴롭히는 세월호와 선동꾼 괴담의 진실

Shain 2014. 4. 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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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지 7일째. 4월 16일 이후 지금까지 가라앉은 세월호에서 기적같이 구조된 실종자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의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듣고 진도로 내려간 학부모들은 안타깝게도 더이상 세월호 안에 갇힌 아이들이 살아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실종된 딸의 사진을 꺼내보이며 '살려달라는게 아니고 이렇게 예쁠 때 장례 좀 치르자'고 애원하는 어머니는 딸아이의 생존은 커녕 이러다가 딸의 시신 마저 잃는 것은 아닌지 안절부절하고 있습니다. 4월 22일 오전 현재, 실종자의 숫자는 나날이 줄어서 212명이 되었고 수습된 사망자의 숫자는 90명이 되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을까? 전세계 언론도 주목하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재앙이 된 원인은 1차적으로 승객들을 제때 탈출시키지 못한 선장에게 있습니다. 승객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마지막까지 배를 지켜야할 책임이 있는 선장은 침몰이 시작되던 그때 자리를 지키지 않았고 제자리에 있으라고 안내했던 승객들에게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했어야할 그 순간 이미 배를 탈출하고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책임한 선장이 수백명의 생명을 빼앗게 된 배경에는 우리가 몰랐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선장의 무책임 이외에도 잘못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씩 늘어가는 세월호 침몰의 진실들. 어른들의 죄책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에 책임있는 다른 기관은 없는가, 정부 구조대책을 실종자 가족이 불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공중파 3사가 아닌, 종편 JTBC와 '뉴스타파'같은 인터넷 언론에서 하나둘 밝혀내고 있습니다. 어제 JTBC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9'에서 전직 세월호 항해사가 증언한 내용들은 사람들을 다시 한번 더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세월호가 VTS에 진입과 상태를 보고하지 않았으면 진도관제센터(VTS)에서 세월호를 호출했어야 한다는 것, 즉 진도 관제센터가 해상 관제에 소홀했다는 것입니다(진도 VTS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월호가 진도가 아닌 제주VTS에 구조신고를 한 이유는 공용채널인 16채널을 이용하면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주변 기관에서 모두 알게 된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책임회피를 위해 16채널이 아닌 12채널을 이용해 제주관제센터에 신고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관행으로 다른 선박들도 16채널 보다는 12채널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또 세월호가 평소에 많은 문제가 많아 사고가 날 뻔 했었다는 것 화물을 묶기 위한 장비를 사지 않아 형식적으로 결박했고 규제완화와 무리한 항해, 부실한 안전검사도 속속들이 밝혀졌습니다.

세월호 이면에 숨겨진 대한민국의 진실들.


어제 JTBC '뉴스9'에서 손석희는 인터뷰하기로 했던 학부모의 자녀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전하며 한번 더 울먹였습니다. 어제 오후 '정관용 라이브'의 정관용 시사평론가도 울먹이더군요. 아이잃은 부모들의 고통스런 마음과 이 엄청난 사고의 공범이 대한민국이란 사실이 어른들을 울리고 있습니다. 방송인 생활 30년 동안 냉정하고 중립적인 보도로 유명한 손석희 앵커가 눈물을 보인 것은 지난 2006년 MBC를 떠날 때를 제외하면 볼 수 없던 일입니다. '미안하다'라고 외치는 실종자 가족들 역시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한편 뉴스타파는 어제 진도군청 상황실에서 제작한 보고서를 근거로 목포해경에 신고된 시간 즉 4월 16일 8시 58분 보다 20분 빨랐고 침몰 첫날, 세월호 실종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이 언론에 보도된 것 보다 훨씬 적은 16명이었다는 내용을 폭로했습니다. 현장 실종자 가족들의 정부 구조 대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분노가 극에 달했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그 분노를 존중받기 보다 오히려 지나치게 분노한다며 의심받는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언론 역시 이런 왜곡에 협조했습니다.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이라 매도하며 종북몰이

세월호 관련 기사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글을 검색해 보신 분들이시라면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 중에는 정치적인 선동과 반정부 활동을 목적으로 끼여든 가짜 실종자 가족이 있다는 괴담을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또 4월 20일 새벽 분노한 실종자 가족이 청와대를 가겠다며 버스를 대절하고 경찰과 총리에 의해 저지당하자 진도대교까지 걸어가서 또다시 대기중인 경찰과 대치했던 일이 실종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주도했다는 식의 기사도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마치 순수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를 누군가 이용하고 있단 식의 내용으로 끊임없이 복사되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일단 선동꾼으로 지목당한 여성은(일명 동영상 속의 하얀 티셔츠 입은 여성분)은 실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며 이는 현장 사람들에 의해 확인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모 언론사에서 '청와대로 향하던 여성들..소름끼치는 웃음'이라며 가짜 실종자 가족이 불순한 의도로 청와대로 향하는 듯 묘사했지만 그들 역시 실종자 가족임을 표시하는 명찰을 달고 있었습니다. 또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을 선동한듯 말하지만 진도대교에서 경찰에 무릎꿇고 울며 애원하던 학부모들과 생방송으로 전달된 현장 분위기를 봤다면 쉽게 선동이란 말이 안나왔을 것입니다.

누가 실종자 가족을 감시하고 괴롭히는가.


상식적으로 홍가혜같은 가짜 민간잠수부의 MBN인터뷰, 실종자에 대한 모욕도 이해가지 않지만 색깔론을 제기한 한기호,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매도한 권은희 국회의원, 실종자 가족이 미개하다고 말해 분노를 산 정몽준 의원의 아들,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정부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계획된 음모라는 지만원 등 실종자 가족에 대한 여론몰이는 점입가경입니다. 일부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이 잠수부들을 비난한다는 식의 글을 퍼트리며 잠수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듯이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네티즌이나 실종자 가족이 잠수부를 비난했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모 커뮤니티에서 실종 학생 어머니를 선동꾼으로 지목한 근거 중 하나는 '실종자 가족에게 소리지르고 난동부릴 힘이 어디 있느냐'는 추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밀양송전탑 시위에서 찍힌 사진 하나로 닮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기가 막힌데 마치 실종자 가족은 웃어서도 소리질러서도 안된다는 듯 감시하는 시선이 끔찍하더군요.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실종자 가족의 행동을 분석해 그들의 의도를 추측하는 것인지. 정말 선동꾼이 있으면 잡아내면 그만입니다. 선동꾼의 존재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굳이 그들을 미리 의심해서 괴롭힐 필요는 없었습니다.

누가 물속에서 고생하는 잠수부들을 비난한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여론몰이.




오늘 아침 CBS 뉴스에 의하면 최근 국정원이 세월호의 침몰로 드러난 허술한 재난 대응 대책을 지적하던 교수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관련 교수들이 하나같이 인터뷰를 거부한 것입니다.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행여나 현정부에 대한 분노로 번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사고를 일으킨 것은 선장이라도 그 수습 대책은 국가 책임이고 보면 자연스럽게 정부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식으로 수습하고 싶은 것입니다. 의사소통이 이렇게 안되서 청와대로 가야겠다고 나선 실종자 가족의 분노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 현장에서는 공중파와 메인 언론에 대한 인터뷰 거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구조된 생존자들과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을 보호는 못해줄 망정 그들의 목소리를 왜곡하는 언론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진도대교까지 걸어갔던 실종자 가족의 이야기를 공중파에서 전해주지 않는 동안 직접 그들의 뒤를 쫓은 네티즌, 인터넷 기자(YTN포함), 일부 네티즌과 실종자 가족이 BBC와 CNN에 직접 제보해 기사화된 것입니다. 그들의 행진을 '소름끼친다'고 표현한 사람들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실종자 가족의 진심을 감시하며 '소름끼친다'고 표현한 언론을 어떻게 믿나?


이번 참사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침몰의 이면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JTBC를 칭찬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해줄 진짜 언론이 왜 필요한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더불어 힘겹게 바다에 잠수하고 상황을 통제하는 해경들, 실종자 가족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와 의료진들을 보며 그들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버팀목이라 느끼고 있습니다. 위로를 받는다면 그 사람들 덕분일 것입니다. 큰 사고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수한 분노를 의심받을 수 있고 종북몰이에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부디 나머지 실종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기적을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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