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KBS 항의방문한 유가족 경찰은 가만히 있으라

Shain 2014. 5. 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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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24일째. 일주일만 더 지나면 그 끔찍한 참사가 일어난지 한달이 됩니다.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진도 팽목항과 안산을 오가며 고생했던 유가족, 실종자 가족은 이제는 더 이상 항의하고 울부짖을 기운도 없다고 합니다. 어버이날이었던 오늘 5월 9일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부모이자 유가족인 그들이 다시 청와대를 향해 걸었습니다. 지난 4월 20일에도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진도대교를 향해 걸었던 그 분들이 어제 밤부터 KBS 본관 앞에서 기다리다 청와대로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온 KBS 보도국 간부들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지난 7일 오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외면당한 KBS 막내기자들은 자신들의 울분과 반성을 담은 '반성합니다'라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KBS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걸어가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 '차벽'에 막혔고 경찰은 그들을 둘러쌌다.




유가족을 분노하게 한 김시곤 보도국장 세월호 망언
▶미디어오늘, “팽목항에선 KBS잠바를 입는 것조차 두렵다”(2014. 5. 7)
▶미디어오늘, 잇따른 구설수 오른 김시곤 국장, 문제는 결국 KBS 보도공정성(2014. 5. 7)
▶서울경제, "김시곤 보도국장 발언은 결코 사실 아냐" KBS 공식입장(2014. 5. 9)
▶미디어오늘, 김시곤 KBS 보도국장, 교통사고와  세월호 비교 발언 논란(2014. 5. 4)

많은 부모님들이 카네이션을 달고 웃는 그날, 어제 5월 8일은 세월호 참사와 관계된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우선 감리교신학대 학생들이 오후 3시경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위로 올라가 '유가족 우롱하는 박근혜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안산 합동분향소 유가족들이 4월 16일 오후 6시 30분경 촬영된, 아이들이 기도하는 내용의 핸드폰 동영상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는 침몰한 세월호 속의 아이들이 16일 오후까지도 살아있었다는 증거라며 많은 사람들이 동요했습니다(자세한건 확인해봐야한다더군요).

오후 3시 50분경에는 KBS 간부들이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의 항의를 받고 쫓겨나고 그중 한명은 유가족에게 잡혀 혼쭐이 나기도 했습니다. 망언의 당사자로 알려진 김시곤 보도국장은 미리 자리를 피했지만 다른 간부 한명이 그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 하고 오늘 아침 기사에 의하면 그 간부는 현재 입원중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MBC, KBS, SBS, 연합뉴스, YTN을 비롯한 조중동 언론사들이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진도 팽목항 현장에서 그랬듯이 안산에서도 소위 '언론'은 거부당했고 현장에서 쫓겨난 것입니다.

영정사진을 들고 KBS를 항의방문한 유가족들. 언론은 외면했으나 그들은 기다렸다(출처: 이상호 기자 트위터).


유가족들은 저녁 9시 30분경까지 김시곤 보도국장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고 10시쯤 72명의 영정사진을 들고, 버스를 타고 KBS를 항의방문하기로 합니다. 유가족 보다 먼저 KBS 앞을 막아선 것은 경찰이었습니다. 경찰차와 경찰인력으로 벽을 만든 경찰들은 유가족들이 KBS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았고 한동한 대치했습니다(이때부터 고발뉴스가 함께 했습니다). 김시곤 보도국장과 KBS 사장이 사과하라 요구했지만 KBS는 대답이 없었고, 밤 11시경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의 중재로 일부 유가족이 KBS 안으로 들어가 면담했으나 결렬되었습니다(보도국이 아닌 스포츠 국장이 나왔다는군요).

KBS 보도국 간부 합동분향소에서 쫓겨나고 유가족 KBS 항의방문
▶ 뉴시스, 'KBS 간부 부적절 발언' 유가족 분개..취재진 철수 요구(2014. 5. 8)
▶ 미디어오늘, KBS 간부들, 합동분향소에서 분향하다 유가족에게 쫓겨나(2014. 5. 8)
▶ 연합뉴스, 유족들 KBS 항의방문..청와대 인근서 대치(종합)(2014. 5. 8)
▶ 이상호 기자 트위터, 실시간 보도, https://twitter.com/leesanghoc
▶ 팩트TV 현장 생중계, http://www.ustream.tv/channel/facttv








KBS 이 상황이 오해? 김밥 한줄 보다 못한 그들의 인심

대부분의 유가족들 상황은 팩트TV를 통해 생중계 되었기 때문에 밤새 상황을 보지 못한 분들도 그 중간과정을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새벽 3시경 KBS를 떠나 청와대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청와대 행진은 새벽 4시 청운동동사무소 앞에서 경찰에 의해 저지되었고 그 시간부터 5월 9일 12시 현재까지 경찰과 대치중입니다. 이번에는 경찰버스로 '차벽'까지 만들었더군요. 진도대교 앞에서도 땅바닥에 앉아야 했던 유가족들은 이번에도 경찰이란 벽에 가로막혀 차가운 땅바닥에 울면서 주저앉았습니다. 시위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폭동도 아닌데 그들은 어김없이 유가족보다 빠르게 나타나 유가족들을 에워쌉니다.

온라인 생중계로 유가족들의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유가족들에게 김밥과 따뜻한 음료수를 전달해주기도 했고 급히 모포와 담요, 햇빛을 가리는 종이 모자 등을 지원하며 유가족을 돌보고 있습니다. 생판 모르는 남도 이 정도의 온정을 전달하는데 사과받겠다며 기다리는 유가족을 여러 시간 동안 떨게 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쪽잠을 청하게 하는 사람들은 무슨 양심인지 모르겠습니다. 오전 10시쯤 유가족 대표와 변호사가 청와대 정무수석을 면담하러 갔으니 그때까지도 유가족들은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합니다. 경찰이 정말 '민중의 지팡이'라면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 것일까요?

도시락이나 김밥 한줄 주지 못할 망정 찬바닥에 주저앉아 기다리게 하는 KBS와 경찰(출처: 팩트TV).




청운동 동사무소 주변엔 금새 노란리본이 매달리고 차벽을 만든 경찰차에는 유가족들이 만든 종이배에 메세지가 적혔습니다. '경찰은 가만히 있으라', '민중의 곰팡이' 같은 말이 유가족들의 심정을 대변하죠. 등교하던 학생들도 리본 달기에 동참합니다. 유가족들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전에 방송된, KBS와 공중파의 반응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밤새도록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왜 유가족들이 청와대까지 걷게 되었는지는 모두 생략한채 유가족들의 반응은 '오해'라고 일축합니다. '기레기'라고 비판받는 그들이 역으로 미디어오늘은 '기레기'라고 물고늘어진 셈입니다.

KBS 항의방문에 대한 KBS와 공중파의 반응
▶ KBS, 세월호 유족, KBS 항의 방문…보도국장 사과 요구
이에 대해 보도국장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교통사고 등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을 뿐, 결코, 교통사고 사망자와 세월호 사망자를 비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 MBC, 세월호 유가족, KBS 항의방문, 사장 면담·간부 해임 요구
▶ SBS, 유족들 "KBS 보도국장 해임·사과하라" 항의 방문
▶ 경향신문, KBS “취재주간, 충격으로 입원 왜곡보도 법적 대응할 것

오전 11시 20분 유가족들은 청운동에 앉아 면담 결과를 기다립니다. 경찰들이 2중 3중으로 막고 일반시민의 접근을 막고 있지만 생존자 가족들도 합류했고 나머지 유가족들도 곧 합류할 것이라 합니다. 그들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애태우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부부는 일찍 떠난 아들의 영정을 끌어앉고 서로 기댄채 잠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은 멍하게 앞을 바라보며 지친 몸을 쉬고 있습니다. 눈물 한방울 흘릴 기운도 남지 않은 그들을 누가 청와대까지 걸어가게 했을까. 네티즌들 역시 KBS 홈페이지 자유게시판(http://iaudience.kbs.co.kr/)에 김시곤 국장과 KBS의 사과를 요구하는 항의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KBS 자유게시판에 전해진 국민들의 민심. KBS는 모든 것이 미디어오늘로 인한 오해라며 부정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유가족들의 행진은 불법시위도 아니고 집회도 아닙니다. 진도대교까지 걸어가던 유가족들의 움직임이 경찰로 차단되었듯 이번에도 경찰은 딱히 뚜렷한 해명없이 유가족들을 막아섰습니다.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유가족들을 '보호'하려 했다던데 상식적으로 보호하고 싶다면 아무 곳에도 못가게 하지않았을 것이며 유가족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해 섰을 것입니다. 진도 팽목항에 가득했던 사복경찰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어디론가 보고하던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누군가는 유가족들을 위험 세력으로 간주한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부당한 일입니다. 현장에서 여러 시민들이 제보한 사진을 보면 소수의 유가족을 둘러싼 경찰이 얼마나 많은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서 찍은 사진은 사진을 찍어 채증하는 경찰도 있었습니다. 국민의 공권력을 왜 유가족을 막는데 쓰는 것인지 담당자가 즉각 해명하러 나오지 않고 어줍잖은 공식입장을 밝히며 여전히 유가족을 우롱하는 KBS에게 분노를 느낍니다. 김시곤 보도국장이 그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KBS가 세월호 유가족의 진실을 외면했다는 사실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유가족이 대체 KBS와 경찰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대접을 하는 것일까요. 천원짜리 김밥 한줄 보다 못한 그들의 인심. 세월호를 침몰시킨 우리 나라의 고질병이자 두고두고 기억해두어야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함께 리본을 매고 김밥을 주고 모포와 물을 날라주는 시민들. 국민 모두가 아는 마음을 왜 KBS와 경찰은 모르는가.


* 오전 11시 51분 현재 유가족 대표가 돌아와 면담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유가족들은 대통령을 만나려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고 청와대측은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걸아가는 동안 KBS가 공식입장을 발표했고 청와대가 파면과 사과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입장과 KBS 측에서 유가족들을 만날 의시가 있다는 말을 전달받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또 유가족과 대통령의 만남도 요구했으나 청와대 쪽에서는 오늘중 답변하겠다고 했답니다. 12시경에는 어떤 시민 한분이 도시락을 사와서 유가족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청와대와 KBS가 가장 먼저 배워야할 인심입니다.

* 주변에서는 경찰들이 인력으로 벽을 치고 통행하는 사람들을 막고 있다고 합니다. 유가족 주변의 통행 상황이 계속 사진으로 올라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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