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세월호 유가족의 이유있는 JTBC 고집, KBS 떠나지 않은 김시곤

Shain 2014. 5. 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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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25일째. 처음 며칠은 시간이 빨리 흐르는게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돌아왔다는 소식은 들릴 기미가 없는데 시간만 자꾸 흐르는게 야속하더군요. 그러나 며칠뒤 해경이 살릴 수 있는 조치 보다 인양에 신경쓰고 있고 구조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폭로되면서 아무 일 못하고 흘러간 시간이 '골든타임'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받아쓰기 백점짜리 언론은 정부의 구조 대책과 현장의 구조 상황이 어떻게 차이나는지 알지 못했고 전문가에게 물어볼 생각 조차 하지 않았으며 왜 추가 생존자가 하나도 없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담요를 뒤집어 쓴 생존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비상식적인 일을 저질렀을 뿐이죠.

세월호 유가족의 KBS 항의방문은 사장의 사과, 김시곤 사임으로 일단락. 그러나 KBS는 여전하다.




5월 8일밤에 영정사진을 들고 KBS 본사를 찾아갔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KBS 왜곡 보도의 핵심이자 비상식적인 망언으로 유가족을 괴롭혔던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퇴와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중재로 협상을 했습니다. 요구가 불발되자 청와대로 행진했습니다. 청운동 동사무소에서 경찰에 막힌 유가족들. 5월 9일 오후 4시까지 청와대 정무수석, 유가족 대표의 면담을 기다린 기다린 유가족들은 KBS 사장의 사과를 받고 김시곤 국장의 사퇴를 약속받았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특이한 일이 있었습니다. KBS 본사와 청와대로 향했던 유가족들이 JTBC 이지은 기자에게 동행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유가족의 입장과 사실을 똑바로 전달하지 않는 공중파 방송, 연합뉴스, 조중동에게 적대적이란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은데 왜 하필 JTBC 기자를 지정했던 것일까요. 생방송이나 기록을 위한 것이라면 진도 팽목항부터 동행한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 팩트TV도 있고 뉴스타파나 국민TV도 있습니다. 속사정을 알고 보니 유가족들은 소수에게 전파되는 대안언론이 아닌, TV로 전송될 수 있는 거대 언론이 필요했던 것같습니다.

KBS 항의방문한 세월호 유가족은 왜 JTBC 이지은 기자의 동행을 요구했나?


지금까지 드러난 뉴스 보도로만 보면 KBS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모든 걸 양보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후속 보도를 면면이 뜯어보면 KBS는 왜 유가족들이 다른 언론도 아닌 KBS를 훨씬 더 비난하는지 모르는 기색입니다. 사퇴와 더불어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시곤 보도국장이 청와대에게 지시받는 길환영 사장 퇴임을 요구했다는, 웃지 못할 자폭도 그렇지만 김시곤 보도국장이 KBS를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 순환보직 퇴임일 뿐이고 KBS 정책기획본부 방송문화연구소 공영성연구부로 발령을 냈다고 합니다(출처 : 길환영 KBS 사장 '윤창중 톱뉴스 올리지 마라' 했다). 언제든 다시 보직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KBS 떠나지 않은 김시곤, 수신료 거부운동 당해봐야

적어도 대한 민국의 기자, 그것도 국민의 돈으로 먹고 사는 공영방송 기자라면 하루 아침에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고 제대로된 구조 조치도 보지 못한 가족들이 언론사를 항의방문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그 와중에 불법적인 경찰의 저지와 도로 통제에 막혀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았을 땐 궁금해하고 따라가서 취재하는게 상식입니다. 행여 그들이 공권력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카메라로 촬영하고 사실을 기록하며 지켜줘야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의무입니다. 취재해야 하느냐 아니냐를 판단해야할 사건도 있지만 세월호 사건은 그런 사소한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전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참사이기 때문이죠.

KBS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꽤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지만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도대체 저 사람들이 누구한테 수신료를 받는지 알고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밖에서 항의해도 절대로 나갈 수 없다는, 뻣뻣하기 짝이 없는 거만한 태도와 비난을 받는 이 시점에도 '좌파타령' 해대는 일부 보도국장의 발언을 보면 정파와 공정성 운운하는 입을 꿰매버리고 싶은 심정이죠. 세월호 참사를 두고 취재를 하기 보다는 다른 언론의 기사 내용을 카피하고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업무였습니다. 취재다운 취재를 한 적이 있는지 되물어보고 싶을 지경입니다.

KBS 막내기자의 반성, 새노조의 성명에도 KBS는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하다.




유가족들이 항의 방문 중이던 그날 새벽 KBS는 '조문갔던 보도본부 간부들이 폭행 억류당했다'는 내용의 공식입장, 보도자료를 배포한 적이 있습니다. 길환영 KBS 사장은 두루뭉술하게 사과했지만 사실 이 '오보'는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그 보도 내용이 잘못된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KBS 보도국 간부들은 조문을 위해 방문한 것도 아니고 수차례 폭행당하거나 억류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국민TV, KBS는 말하지 않았던 ‘폭행’의 전말). KBS는 자세한 중간과정은 전혀 알리지 않은채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편집한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신들과 처음부터 함께 했던 대안언론 대신 JTBC를 요청한 것은 KBS가 폭행, 억류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유가족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송권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과정으로 KBS 보도국 간부와 유가족 사이에 충돌이 있었는지 밝히지 않은채 폭행, 억류라고만 방송하면 유가족들은 '흥분한 폭도'로 매도될 수 있습니다. 고발뉴스와 팩트TV로 수만명에게 생중계된 내용도 비틀어 전달할 수 있는 그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JTBC 이지은 기자를 동행시킨 것이죠. 이지은 기자는 어제밤 '뉴스9'에서 기자인 본인도 '화가 개인적으로 났었던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직도 세월호 사건은 투명하게 밝혀야할 내용이 많고 이번 기회에 한국의 안전불감증을 어떻게든 고쳐야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공중파가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이런 식의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또다른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침몰 초반에 언론 만이라도 제대로 사실을 짚어주었다면, 실종자 가족들 만큼만 바다와 선박에 대해 공부했더라면 비극이 조금은 줄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KBS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 오만한 KBS는 수신료를 누가 주는지 벌써 잊었는가?


진도 팽목항 현장에서 외면당한 KBS 막내기자들은 반성문을 썼습니다. KBS 새노조는 김시곤 국장과 길환영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추운 밤에 영정을 들고 걸어가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KBS는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합니다. 일부는 전기요금에 통합징수되는 수신료를 분리할 방법을 찾고 있고 어떤 분들은 수신료 거부운동에 적극 동참하자고 합니다. TV있는 가정에선 어떻게든 수신료를 납부할 수 밖에 없는 법이라 KBS 때문에 TV를 없애겠다는 집도 있습니다(링크: 수신료 거부 서명 운동·거부 방법 등 SNS서 퍼져나가).

세월호를 침몰시킨 대한민국의 고질병 중에는 '관피아'가 있습니다. 해피아, 모피아 등등 청해진해운과 전관예우로 얽힌 그들의 부정부패, 그들은 자신들이 영원한 대한 민국의 특권층이길 바랐을 것입니다. 더불어 자신들이 울부짖는 국민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가진듯한 언론 마피아 KBS는 수신료가 없어져봐야 자신들이 어떤 처지인지 똑바로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5월 10일, 팽목항에는 여전히 가족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애를 태우고 있지만 주말을 맞아 전국에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집회가 열린다고 합니다(링크 : 우리동네 촛불지도, 전국 추모집회 정리). KBS가 정말 언론이라면 노란 리본의 마음을 이번에는 외면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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