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세월호 침몰, 세월호 유가족과 촛불 우리는 잊지 않겠다

Shain 2014. 5. 11. 13:44
728x90
반응형
세월호 침몰 26일째. 오늘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부모 한분이 음독을 시도하셨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틀전 세월호 유가족이 KBS를 항의방문하고 청와대로 행진했던 그날에도 어머니 한분이 같은 일을 시도했습니다. 그날 유가족과 함께한 생존학생의 학부모 한분은 살아남은 아이 중 한명도 치료를 위한 합숙 도중에 뛰어내리려 했다고 하더군요. 이미 병원에서는 퇴원했지만 아이가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하기 때문에 늘 누군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목숨을 끊었고 아직도 세월호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스무명이 넘는데 더 이상의 죽음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제 하루 전국에서 타오른 촛불과 침묵시위(출처 : 우리동네촛불지도, http://candlelights.kr/)


어제 전국 여기저기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고 일부 실종자 유가족들은 그 추모대회에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청계광장에도 많은 인원이 모였지만 안산 추모집회에 모인 인원은 정말 많더군요. 안산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촛불을 든 사람들. 촛불과 함께 모여든 경찰 병력이 무색하게도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은 충분히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위로해도 모임이 끝나고 나서 쓸쓸히 분향소로 돌아가야하는 유가족들의 아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잠깐 고통을 나눈다고 해도 고스란히 안고가야할 슬픔이 있습니다. 가족의 장례를 치뤄본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장례 당일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평소 자주 못보던 친척들과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장례를 치르다 보면 슬퍼할 겨를도 없고 멍한 생각에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답니다. 장례가 끝나고 썰렁한 집안을 보면 그제서야 누군가 죽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멍하게 고인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고 허기가 져서 밥을 먹다가도 이 세상에 아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지독한 고통이 밀려옵니다.

아이들을 추모하는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유가족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어떤 면에서 KBS를 항의방문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한 유가족들의 모습은 생존의 의미를 찾는 몸부림입니다. 분향소와 추모집회에서 아이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잠깐 슬픔을 잊는게 그들에겐 최고의 치료입니다. 생존한 학생들이 합숙을 하며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이 큰 위로가 되듯 유가족들도 한곳에 모여 상담치료를 받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찰은 행여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위해 팽목항 주변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 주변에 많은 인력을 배치했다고 하던데 감시 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세월호 유가족이 기자와 해경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

오늘 오전에 읽은 뉴스를 보니 진도 팽목항의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한가 봅니다. 침몰 26일째 유가족들이 늘어감에 따라 이미 다수의 자원봉사자와 취재진이 철수했고 날씨가 좋지 않은데다 세월호 일부가 붕괴해서 수색은 더욱 어려워진 듯합니다. 그나마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더군요. 시신도 찾지 못한 98금양호 유가족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으니 날짜가 지날수록 점점 더 불안해집니다. 그 와중에 진도실내체육관 2층에서 기부된 물품을 소비하며 각종 쓰레기를 어질러놓았던 기자들이 자원봉사자분들에게 쫓겨났다고 하더군요(출처 : "우리가 노예냐?" 자원봉사자들 불만폭발, 기자들 쫒겨나).

안산단원고에 찾아가서 함부로 실종된 학생들 물건 꺼내고 여기저기 담배꽁초를 버려서 단원고 학생들이 분노하기도 했던 기자들.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에 의하면 애초에 실종자 가족을 위해 제공하려 했던 진도 국립남도국악원을 사용한 것도 일부 정부관리들과 KBS, KTV 기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마치 특권층처럼 대중에게 군림하며 실종자 가족 입장이 아닌 정부 입맛에 맞는 기사만 쓰는 기자들이 문제가 되었죠.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자신들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듯 여전히 대중에게 뻣뻣합니다. 이른바 '기레기'가 공공의 적이 되었습니다.

청와대로 행진한 가족들이 진실규명을 원하는 마음 어떻게 정부와 기자들은 모른다고 할 수 있나?


세월호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침몰할 수 밖에 없었으며 살아있던 아이들은 왜 생명을 잃을 수 밖에 없었나. 상식적인 생각과 분노를 가진 사람이라면, 유가족들과 실종자가족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담당자들에게 항의하고 청와대에 가겠다고 나선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유가족들의 행진을 막아선 것은 경찰이었습니다. 청와대로 향하는 세월호 유가족 앞을 막아선 것도 경찰버스와 겹겹이 둘러싼 경찰들이었습니다. 곳곳에서 카메라로 촬영하며 채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 추모집회를 가지는 장소에도 무척이나 많은 경찰 인력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해경이 유가족 앞을 막은 경찰 만큼만 빨랐으면 기자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무섭게 추궁했더라면 승객 모두를 살리진 못해도 한명이라도 살 수 있었을텐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상태에서 많은 아이들이 죽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이 죽는 것은 다릅니다. 혹시 있을 생존자를 위해 이종인 대표의 다이빙벨을, 아니면 해군의 다이빙벨을 투입하자고 했을 때도 해경은 무조건 안된다고 했습니다. 진도의 정조기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물살이 가장 빠른 시기에 잠수부를 내려보낸 해경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강경하게 대처했는지도 청문회를 열어야한다고 합니다.

아직도 다수의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정부는 여전히 무책임하다.


4월 16일 그날부터 5월 11일 현재까지. 세월호 승객 가족들에게는 불공정한 일들이 수없이 발생했습니다. 아무것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지휘 체계는 엉망이었으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검을 요구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나선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함께 촛불을 들고 노란 리본을 달고 동참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일련의 요구사항들은 억울하게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의 권리입니다. 생존한 아이들처럼 유가족들은 함께 모여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진도 팽목항에서 그 정도로 혼이 났으면 기자들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한 장기 수색대책과 숙식장소 등을 논의할 줄 알았고 생존 승객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장기치료, 보호조치를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원할 것이냐를 조사할 것이라 생각했고 정부 역시 안전장치 마련, 대규모 보상과 장기 치료계획을 세우고 있노라 발표할 줄 알았습니다. 보상에서 배제되고 있는 일반인 승객이나 승무원도 챙겨줄 거라 믿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보상과 외상후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는 잠수사들에게 의료지원을 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기껏 하는게 장례비 아깝다고 하고 유가족들이 거부한 성금을 모으고 순수한 유족, 좌파, 경제 타령에 지지율이 어쩌니 저쩌니 망언이나 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바꾸는 것이야 말로 유가족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조치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유가족을 시위꾼 취급하며 경계만 하니까 무능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고 싶어해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세월호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재난관리 시스템을 지켜내는 정치인에게 투표하고 KBS와 연합뉴스가 당연한듯 받고 있는 수신료를 잘라버릴 정치인을 지지할 것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가족잃은 유가족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며 앞으로의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란걸 잊지 않는 사람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팽목항의 실종자 가족들이 어서 빨리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