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에네스 카야 논란'에서 한발 물러선 JTBC '비정상회담'

Shain 2014. 12. 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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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을 보면서 참 의아했던게 한가지 있습니다.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은 인기 연예인이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G11 패널들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일반인에 가깝습니다. 물론 타쿠야는 원래 아이돌 멤버고 최근 논란을 일으킨 에네스 카야는 '초능력자(2010)'라는 영화에 출연했고 줄리안은 클럽 DJ에 2006년 '봉주르'란 그룹으로 앨범을 낸 적이 있지만 두 사람의 활약은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외국인으로서 활약한 것에 봐야할 것같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패널들이 직장인, 모델 아니면 학생이라서 연예인도 아닌 그들을 TV 속에 끌어들인 제작진이 무모한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었던거죠. 방송에 자주 출연하기는 해도 그들은 원래 이미지를 파는 연예인이 직업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라 봐야합니다.


에네스 카야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한발 물러선 JTBC '비정상회담' 방송사에는 책임이 없을까?


에네스 카야 논란을 보며 제가 가장 고민했던 것도 이 부분입니다. 최근 불거진 그의 '총각행세' 논란은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도 불쾌한 부분이 꽤 많습니다.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호감 이미지를 어필하던 그에게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이런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일어나는 일은 한 가정의 붕괴와 주변 사람들의 비난이 전부인데 에네스 카야는 전국민적인 비난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반인 예능의 문제점이 바로 이 부분이죠. 연예인 자질도 없고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을 TV 속으로 대책없이 끌여들였다는 것 말입니다.


오늘 아침 포털을 보니 한 언론사에서 에네스 카야와 독점 인터뷰를 진행한 모양입니다. 일부는 이 기사를 보고 폭로 여성과 에네스 카야 간에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며 인터넷에서 에네스 카야를 비난하고 인터뷰한 여성들의 말과 비교해봐야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이미 한번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불가능한 내용이었던 것같습니다. 솔직히 한발 떨어져서 보자고 마음먹었던 저 역시 아직까지도 증거로 나온 여성들의 카톡 내용이 좀 더 믿을만하다 싶을 정도니 어떤 변명을 해도 먹히지 않았을 것같긴 합니다. 별로 궁금하진 않은 진실이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공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시청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판단에도 불구하고 저는 에네스 카야에 초점을 맞추자는 입장은 아닙니다. 한 개인의 문제지만 방송사 JTBC의 공적인 책임도 크다는 것이죠. 에네스 카야가 대중에게 거짓된 이미지를 어필하고 한국 여성들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은 이미 공개되었으니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에네스 카야 논란을 두고 '김치' 타령을 해대고 외국인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다른 멤버들까지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 어떤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서 평소의 생각을 적는 것일테고 어떤 분들은 정말 에네스 카야가 싫어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애초에 연예인도 아닌 외국인들을 너무 쉽게 TV로 끌어들였단 자체가 문제는 아닐까요? '비정상회담'에서 똑똑하고 공정한 이미지를 보여준 타일러도 딱 부러진 태도로 독일남자의 매력을 어필하는 다니엘도 보수적이면서 중국적인 남자 장위안도 아마 한 개인으로서의 단점은 한가지씩 다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학생이자 직장인이고 학원강사인 그들이 인간으로서 완벽할 리도 없거니와 잘못이 있다고 해도 TV에서 그런 부분을 보여줬을 리 없습니다. 그들이 한국의 단점을 비판하면 그땐 외국인 노동자의 두 얼굴이란 비난이 일어나겠죠. 그들의 행동이 TV에서 본 것과 달랐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습니다.


JTBC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공중파, CF까지 진출한 연예인도 많지만 외국인들도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에 출연한 강남은 자신 만의 매력을 어필해 하루에도 스케줄을 3개씩 잡는 대세 반열에 들었고 이탈리아 알베르토가 피자광고를 하고 샘은 쇼핑몰 모델이 되고 그렇게 얌전해 보이던 독일 다니엘과 테일러까지 CF에 출연했습니다. 이 모든게 JTBC 방송사의 저력이자 프로그램 마다 그들을 투입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인 노력의 결과입니다. 에네스 카야도 갑자기 바빠진 외국인 출연자 중 하나입니다. '초능력자' 이후 변변한 고정 프로그램이 없었으니까요.


신생 방송사 JTBC는 출연료가 싸면서도 신선한 얼굴들을 TV로 끌어들였고 한때 물의를 빚었던 정치인 강용석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썰전'이나 '유자식 상팔자'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강용석을 보면 JTBC가 남들이 안된다고 한 사람에게서 재능을 참 잘 잡아냈구나 싶기도 합니다. 허지웅이란 사람이 그렇게 인기있는 패널이 될 줄 몰랐고 진중권이 TV 출연해서 고정 MC가 된다는 것도 상상 못해본 일입니다. 그러나 에네스 카야 논란은 그런 새로운 시도가 장점인 동시에 위험하다는 증거 아닐까요? JTBC가 일년 동안 공들인 예능이 에네스 카야 한 사람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문제이므로 사과나 별다른 조치가 필요없는 것일까? 적극적으로 일반 외국인들을 끌어들인 것은 JTBC다.


에네스 카야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고 적극적으로 외국인들을 끌어들인 JTBC나 '비정상회담'은 정말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에네스 카야 논란이 불거졌을 때 금방 하차를 결정하고 바로 빠져버리는 '비정상회담'의 반응을 보며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촬영된 에네스 카야의 분량을 최대한 편집하겠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지금 '비정상회담' 홈페이지를 가보면 마치 아무 일 없던프로그램같습니다. 에네스 카야 인터뷰도 여전히 게시된 상태입니다. 다만 게시물을 읽을 수 없는 시청자 의견 게시판 쪽에서는 에네스를 비난하는 글이 꽤 많이 올라와 있군요. '비정상회담'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에네스 카야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동안 쏙 빠져 있던 JTBC와 제작진은 '썰전'을 비롯한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도 에네스 카야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에네스 카야 논란이 방송사에 피해를 입힐까 최대한 방어하는 자세인 것같은대요. 신선한 얼굴을 출연시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을 때 이미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예감하고 있었을텐데 그 대책이 기껏해야 한발 빼는 것 뿐인가요. 적극적으로 투입할 때와는 달리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인 예능의 위험을 잘 알기에 '비정상회담' 게시판에 악플 소동이 벌어졌을 때 신속히 게시판 폐쇄를 결정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정상회담'의 얼굴이던 에네스 카야가 자신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면 검증되지 않은 출연자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은 JTBC '비정상회담' 측입니다. 최소한 그 부분에 대한 사과나 후속 대책, 재발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개편 등을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물러나도 너무 물러나 있으니 이것도 참 괘씸합니다. '비정상회담'은 언제까지 아무 일 없었던 듯 침묵을 지킬 수 있을까요? 폐지를 결정하기엔 아깝고 그대로 진행하자니 논란이 커지는 이 상황이 난감하긴 하겠지만 빠른 결단이 나와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선한 출연자들을 잘 활용했으면 그 책임도 져야 훌륭한 방송이 아닐까요. '비정상회담'이 좋아했던 프로그램인 만큼 실망도 크고 기대했던 부분이 많았던 만큼 비난도 커질 것이란 점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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