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욕망의 불꽃

욕망의 불꽃, 준구씨 아버지 만나 보셨어예

Shain 2010. 11. 1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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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욕망의 불꽃'에는 자매가 등장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든 어려움을 무릎쓰고 매진하는 윤나영(신은경)과 평생을 착하게 살며 고향을 지키는 윤정숙(김희정) 자매죠. 윤나영은 부자가 되고야 말겠다는 목적 때문에 김영민(조민기)와 윤정숙의 결혼을 방해했습니다. 언니의 행복을 가로챘다면 가로챈 셈이죠.

최근 윤정숙은 김영민의 형인 김영준(조성하)와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냉정하고 일 밖에 모르는 것 같던 김영준은 조선소 사업을 하면서 어쩐지 그 동네의 정서가 아주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늘 단호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의외로 따뜻한 면모가 있던 김영준은 정숙과 연인이 될 지도 모르겠군요.

속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의 바닷가 데이트. 아버지의 유해와 강준구(조진웅)의 유해를 뿌린 그 장소에서 이 곳에 조선소가 지어지면 갈 곳이 없다는 정숙. 아버지와 그 사람 이름을 한번 불러보라는 김영준의 말에 윤정숙은 울먹이며 아버지와 준구의 이름을 부릅니다.




윤정숙의  아버지 윤상훈(이호재)는 김태진(이순재)의 어린 시절 절친으로 윤정숙과 김영민을 결혼시키기로 철썩같이 약속했었습니다. 조준구와의 사건 때문에 충격을 받아 사망한 정숙의 아버지는 사실 요즘 'MBC 즐거운 나의 집'에서 또다른 따님 때문에 몹시 바쁘십니다. 정체 불명의 화가 이준희로 모윤희(황신혜)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거든요. 윤나영이란 딸은 아예 신경쓰실 시간도 없으신 상황이랍니다.

모윤희의 아버지 이준희의 본명은 모준하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딸을 때리고 괴롭히던 술주정뱅이, 오입쟁이이자 간판쟁이 망나니입니다. 착실하게 철공소를 운영하던 그 아빠하고는 딴판이죠. 가난한 아버지인 건 마찬가지지만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딸을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제거해줄 듯한 느낌입니다. 상당히 천재적인 인물인 것 같더군요.

한편 'MBC 글로리아'에서 동생 이강석(서지석)의 약혼녀 정윤서(소이현)을 뺐으려 했고, 강석의 애인 나진진(배두나)의 언니 나진주(오현경)을 괴롭히던, 누구든 괴롭히고 보는 절대 악당 이지석(이종원)은 활동 무대를 고구려로 넓혀서 악행을 널리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부여구(감우성)의 첫사랑 부여화(김지수)를 뺐을까 궁리중입니다.




이지석이 이렇게 무대를 아니 방송국까지 옮기면서 무리한 활약(?)을 하고 있는 사이 하동아(이천희)의 아버지 하만석(한진희)도 옛날의 부사장님을 따라 바쁘게 움직이죠. 나진주를 바보로 만들고 제 마누라를 죽인 과거까지 숨겨버린 이지석이지만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대고구려 태왕입니다. KBS '근초고왕'에서는 하만석도 가수 매니저가 아니라 백제의 왕을 꿈꾸는 부여준입니다.

이지석이 계속 애인도 뺐기고 처참한 최후를 맞는 삽질을 하는 동안 하만석은 이번엔 왕이 되는 꿈을 꿉니다. 딸래미 부여화를 정략적으로 시집보낼 곳을 물색하고 비류왕을 제거할 날 만을 노리고 있죠. 그리고 몰래 이지석 부사장 아니 고구려의 고국원왕과 야합할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하동아의 애인 정윤서를 뺐기듯 순순히 물러나지 만은 않을 거 같군요.

고대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이니 부사장 이지석과 전 매니저 하만석의 인연은 정말 남다른 것 같습니다. 이지석과 하만석, 고국원왕과 계왕의 인연은 참으로 긴밀한 것이지요. 아들과 며느리 문제 때문에 현대에서는 악연이 됐지만 고구려의 왕이 된 이상 지금은 꽤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인연이 될 것같지 않습니까?




MBC '욕망의 불꽃'에서 노망난 노인 흉내까지 내면서 대서양 그룹을 사수하는 김태진(이순재) 할아버지는 아들 넷에 딸 하나를 두고 여섯 명의 손자를 거느린 대가족 가장입니다. 자수성가한 그룹의 총수로 젊은 셋째 아들을 조선소 사업의 리더로 삼기 위해 머리 희끗한 임원은 사표를 내라 억지를 쓰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윤상훈의 딸 윤정숙을 첫눈에 이뻐하고 며느리 삼고 싶어했던 사람이기도 하죠.

절친한 친구였던 윤상훈이 다른 직업을 갖는데 김태진이 가만 있을 수 없죠. 김태진의 부업은 SBS '대물'의 백성민 대통령입니다. 그룹 총수에서 일국의 대통령으로 엄청난 승진(?)을 했는데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아무나 해고시키던 촌스러움이 신입 국회의원을 살피고 민의를 존중하는 세련됨으로 바뀌었습니다.

'욕망의 불꽃'에서는 한식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였듯 '대물'에서는 남송 곰탕에 잃었던 입맛을 찾는 비슷한 인물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만 다를 뿐 넓은 식견과 탁월한 안목 등은 비슷한 직업입니다. 욕망의 불꽃에서는 세 아들을 경쟁시켜 후계자를 찾더니 '대물'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남편을 잃은 서혜림(고현정)과 야심만만한 국회의원 강태산(차인표) 둘 중 하나가 후계자가 될 거 같네요.




'MBC 욕망의 불꽃' 김태진 회장의 아들 중에서 이런 이중 직업 기질을 제일 잘 물려받은 아들은 아무래도 둘째 아들 김영준(조성하)입니다. 윤정숙에게 '준구씨'와 아버지 '윤상훈'의 안부를 물어보라고 소리치라고 사주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합니다. 지금은 왕좌를 두고 김영대(김병기), 김영민(조민기)와 다투고 있지만 김영준은 원래 조선시대의 왕, 그것도 꽃미남 4인방을 거느린 정조 임금이었습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슬퍼하며 금등지사를 찾아 노론 세력을 꺾을 준비를 하는 정조 임금은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모두 겸비한 인물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개혁적인 정조의 인상이 드라마 속 젊은 4인방에게 힘이 되어 주었죠. 김영민의 무서운 형 김영준에게는 놀랍게도 이런 면이 있었습니다.

김영준은 김영민이 감히 도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형입니다. 어릴 때부터 완벽했고 경쟁할 의지 조차 꺾어버릴 정도로 잘난 사람이었던 그와 대권 다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원칙적인 주장으로 아버지와 다투는 것 같지만 늘 정확하게 아버지의 뜻을 이뤄내는 머리좋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김영준에게 대서양 회장 자리를 주겠다는 배경좋은 아내 남애리(성현아)의 남편이기도 합니다.




남애리와 마찬가지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길래 아랫사람의 처지를 잘 모를 것같은 재벌 아들인데도 자신 때문에 늦게 퇴근하게 된 운전기사에게 아이들 과자라도 사들고 들어가라며 돈을 쥐어주고 직접 차문을 열고 내립니다. 그런 성격이 감춰진 그의 역할은 가장 이중적이면서도 가장 따뜻합니다. '야망'에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정적이고 가족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 것도 같습니다.

알고 보면 윤정숙이 뜬끔없이 한참전에 죽은 준구씨 이름을 부른 것도 모윤희의 아버지가 된 아버지를 불러본 것도 김태진이나 이지석, 하만석의 부업을 살펴보게 만든 것도 다 머리좋은 김영준의 음모입니다. 아내도 몰라주고 동생도 몰라주는 따뜻한 자신의 마음을 보아주는 윤정숙, 가끔 남들이 몰라주는 나의 다른 모습을 모두 알게 해주고 싶은 때도 있는 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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