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근초고왕

근초고왕, 왕은 타고난 인물이어야 한다

Shain 2010. 11. 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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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구의 성장 과정을 묘사하지 않아 극중 근초고왕 부여구(감우성)가 흑강공 사훌(서인석)과 어떤 경험을 하고 왕재로서 배운게 무엇인지 알 길 없지만 부여구는 비류왕 부구태(윤승원)의 장자인 부여찬(이종수) 보다 나은 기량과 재주를 선보입니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고구려 고국원왕 사유(이종원)과 전투를 치르는 부여구는 어릴 때부터 특별한 인물이긴 합니다.

제2왕후 진사하(김도연)에게서 태어난 그의 태몽은 감히 '나투(羅鬪)'의 꿈이었다고 합니다. 부여구가 위험하게도 주몽의 현신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상징적이고 미신적인 부분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비류왕과 결혼해 후계를 약속받고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해씨 집안의 해소술(최명길)이 불안해 하는 부분은 백제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오리성의 우두머리 진정(김효원)의 조카가 바로 부여구입니다.

대장군 진고도(김형일)까지 부여구의 뒤를 받쳐주고 있으니 해비 해소술이 모질게 그들 모자를 경계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들을 괴롭히는 건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 아니라 상황 때문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진비는 비류왕의 아내로서 살겠다 소박한 꿈을 말하지만 집안의 명운, 목숨이 걸린 해소술은 부여구를 그냥 둘 수 없습니다. 과연 이런 심상치 않은 징조와 함께 특별한 집안의 아이로 태어난 부여구는 타고난 왕이 맞나 봅니다.


태자 부여찬의 투구에 그려진 형상이 나투로 보이는군요. 비류왕, 제1왕후, 태자 만이 저 문양이 사용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대신들이 모이는 동명전 뒤에도 장식되어 있지요. 삼족오를 닮았습니다.



지금 상황으론 오늘 방영된 8회에 비류왕이 사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여찬을 태자의 위에서 폐하겠단 말을 들었으니 해소술은 비류왕에게 독을 먹일 것입니다. 그 누명은 고스란히 부여구가 뒤집어 쓰겠죠. 시놉시스 상으로 부여화는 근초고왕의 제 1왕후가 된다고 하니 비류왕의 죽음으로 계왕이 등극하면 부여화 역시 파혼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그 예상대로라면 부여찬이 태자를 이어받습니다.



결국 완월당(翫月堂)이라 확답내려준 KBS

그동안 계속 드라마를 되감아보며 들어봐도 정확한 발음이 뭔지 몰라 '언월당'이려니 생각했는데 어제 방송분에서 해비 해소술의 명칭을 완월당(翫月堂)이라 설명해주더군요. 완월당이 누군지 소숙당이 누군지 정확한 말도 없이 진행한게 벌써 삼주가 넘었는데 드디어 설명해주다니 감개무량(?)합니다. 변방에서 블로깅하며 재촉하다 보면 이렇게 친절히 설명해주는 날도 있나 봅니다.

완월당(翫月堂)의 뜻을 대충 짐작해 보니 '달을 희롱하다'라는 뜻 쯤 되겠군요. 뒤져보니 완월당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달'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운치있는 이름인데 이제서야 밝혀주다니 그동안 잘못 올려 정보에 혼선을 드리게 되서 죄송합니다. 해비 해소술의 별칭은 언월당이 아니라 완월당(翫月堂)입니다.

그리고 해비나 진비 모두 같은 왕후로 태대부인이라 불립니다. 두 사람은 언제 결혼했느냐의 차이 이외엔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나투 문양은 해소술의 옷에만 그려져 있군요. '완월당 마마'란 표현은 여전히 거슬리네요.적당한 호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도 위례궁주와 공주란 호칭 역시 의아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또 비류왕은 내신좌평, 내신달솔, 위사군, 총병관 등 관직을 임명합니다. 모두 진씨 일가가 차지해버렸지요.


태대부인 해소술은 언월당이 아니라 완월당입니다.





나투의 현신이란 자체로 타고난 왕

'네 몸에 흐르는 소서노 할마님의 혼과 온조대왕 초고대왕의 혼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며 부여구를 다독이는 비류왕은 자신의 그릇이 아우 보다 작을 지도 모른다며 허물을 인정하는 태자 부여찬의 애원도 무시합니다. 어릴 때부터 당연히 태자로 길러준 부여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비류왕은 자신의 핏줄을 이은 부여찬에게 너무나 차갑습니다. '어라하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라고 하더니 말을 바꿨네요.

백제의 국호에 대해선 말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나투(羅鬪)'입니다. 백제를 상징하는 금빛새이기도 하지만 그 말 자체가 백제란 뜻이고 보면 근초고왕의 태몽은 절대 대수롭게 넘길 수 있는 꿈이 아닙니다. 'KBS 근초고왕'은 한술 더 더 그 타고난 영웅이 당연히 길러진 왕자 보다 더 나은 자질을 보이는 걸로 설정해버렸습니다.


어릴 때부터 태자로 자라났지만 친할아버지 사훌에게 가업을 이어 소금장수가 되란 말까지 듣는 부여찬



영웅형 사극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이렇게 '인물은 타고난다'는 관점을 자연스레 묘사하는 점이라고 봅니다. 평생을 태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 부여찬의 노력은 물거품이 됩니다. 예로부터 후광효과란게 있어 어떤 사람에 대한 일방적인 의견이 그 사람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타고난 영웅으로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라 인식이 박힌 인물은 뭘 해도 달라 보인다는 이야기죠.

유명 사례를 거론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인물 중에 '윗자리'를 차지할 사람들이 많은 걸 경험으로 아실 겁니다. 정치 사회적으로 '인물론'이 주는 폐해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타고난 인물을 추켜세우는 이런 풍조는 좀 사라져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쫓아내고 고생을 시켜도 왕이 될 운명인 건 마찬가지죠. 차라리 좀 모자라 보이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평범한 사람이 왕위까지 가는 이야기가 더 절실합니다.



혈육을 죽여야하는 이유를 알게 된 왕자

아버지 비류왕이 부모의 정까지 냉정하게 끊고 저 멀리 요서땅으로 부여구를 보내버린 것처럼 아버지의 격한 눈물과 고구려의 위협, 부여준(한진희)의 위협 속에서 위기에 빠진 백제에 대해 각성한 부여구는 '백제는 부여구가 필요하다'는 말에 마음을 바꿉니다. 같이 요서땅으로 떠나기로 한 어머니와 동생의 발길을 되돌리게 하고 요서로 가서 같이 살자는 부여화(김지수)의 애원도 뿌리칩니다.

부여화가 말하는 것처럼 피비린내나는 백제의 암투, 계왕파와 비류왕파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싸움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지만, 고구려를 이겨내고 강대한 백제를 이뤄야한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혈육의 죽음과 연인의 고통을 견뎌내야하는 차가운 제왕의 마음가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사훌은 부여찬에게도 부여구에게도 왕이란 어쩔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욱리하에서 배를 타고 고구려왕에게 시집가는 부여화를 지켜보는 부여구



부여화의 눈물에도 마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건 왕이자 마음의 짐인 '아바님의 눈물' 때문입니다. 어라하가 아들을 필요로 하듯 부여준 역시 딸인 부여화가 필요해 그녀를 고구려 왕의 계비로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서로 지켜야할 것이 다르니 이제는 등을 돌려 다투는 수 밖에 없는 사이입니다.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부여구이기 때문에 이것 역시 정해진 과정이겠지요.

삼국사기 기록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서가 부여구의 다른 형제를 기술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일본으로 갔다는 형제는 있지만). 장자 상속을 이루려 했던 당시 삼국의 분위기로 보아 쿠데타 내지는 갈등이 있었음을 짐작 가능한 부분이긴 합니다. 그 부분을 제 1왕후와 제 2왕후 장자 간 다툼으로 변형시킨 모양인데 어제 방송분으로 형과의 왕권 다툼이 본 궤도에 오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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