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김인숙의 과거 정말 추악한가

Shain 2011. 4. 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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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의 천덕꾸러기로 없는 목숨처럼 살아가야했던 K의 극적인 회생, 드라마 '로열 패밀리'의 초반부 이야기는 주인공 김인숙(염정아)에 대한 동정을 끌어내는데 성공합니다. 남편을 잃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둘째 며느리에게 따뜻한 위로는 건내지 못할 망정 '저거 치워'라며 싸늘하게 말하는 시어머니 공순호(김영애)의 파워는 여주인공이 모든 걸 이겨내고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합니다.

왜 하필 분수에 맞지 않게 저런 재벌집에 시집가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남편의 인숙에 대한 사랑이 워낙 극진하고 인숙 역시 착하고 천사같은 고아 후원자의 면모를 지니고 있어 그녀를 동정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그녀의 열렬한 추종자 한지훈(지성)의 무조건적인 신뢰는 시청자의 공감을 끌기에 충분했고 K는 누가 봐도 불쌍한 여자였습니다.

끔찍하고 기억하기도 싫었던 김마리의 어린 시절

그러나, 극중 한지훈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국회의원을 앞에 두고 떠들던대로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입니다. 완벽한 사람처럼 보일수록 그 이면에는 크나큰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법이었습니다. 16부작(연장한다면 18부)의 절반 부분을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 성공하기 위해 달려가던 김인숙이 이제는 한지훈에게 의심받고 추락하기 위한 나머지 절반 부분의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버린 엄마를 절대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던 한지훈, 그는 죽을 것같은 상황에서는 엄마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고아가 되었다는 사실 앞에서도 한없이 관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한지훈, 그런 그가 엄마 보다 더 위대하게 생각하는 인숙이 자신의 어긋난 삶의 원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무조건 용서할 수 있을까요. 뻔뻔한 강마담(김민정)의 협박이 무서운게 아니라 지훈의 깨달음이 두려운 인숙입니다.



엄기도 집사는 왜 김마리를 보호할까

김인숙의 본명은 임윤서(전미선)이 추적한대로 김마리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김마리로서 살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강마담(김민정)과 엄기도 집사(전노민) 두 사람입니다. 노름꾼이자 협박꾼인 강마담의 주장, 과거에 양공주의 대모로 김마리를 거둬줬다는 이유로 10대의 어린 마리를 사창가로 끌고 가려했던 그 여자의 말에 따르면 김마리는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조니의 죽음에 '이번엔 아무짓도 안했다'는 말은 또다른 살인을 암시했던게 분명합니다.

김인숙이 사람을 죽였다면 과연 그게 누구일까. 공원에서 쓸쓸히 죽어간 인숙의 아들 조니 헤이워드를 제외하고도 적어도 세 명의 피해자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김마리라는 이름 대신 쓰고 있는 김인숙이라는 이름의 주인, 강마담과 함께 일하던 서순애(김혜옥)의 남편이자 지훈의 아버지, 고아원에서 죽어간 깍치(류담)의 동생 현주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아직 극중에 드러나지 않은 제 3의 인물이 될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시놉시스에 의하면 서순애와 지훈의 아버지는 '마리'를 친딸처럼 잘 보살펴 주었지만 마리는 미군들에게 좋지 않은 일을 당할 뻔합니다. 지훈의 아버지는 마리를 구해주다 죽음을 당했고 서순애는 그 일로 인해 정신줄을 놓아버립니다. 지훈이 고아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조니가 자신의 곰인형과 같은 인형을 갖고 죽었음을 알게 된 한지훈은 곰인형 제작자를 찾아 이태원을 뒤지고 다니다 어렴풋이 어린시절이 기억나기 시작합니다.

김인숙(김마리)의 과거를 알고 있는 사람들과 한지훈

강마담은 지훈의 아버지가 마리를 구하려다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살인'이라 표현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미군들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마리가 다른 미군을 살해했던 것일까요. 혹은 김마리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김인숙'이라는 제 3의 인물의 목숨을 빼앗았을 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혹은 두번 모두 사람을 죽였기에 '이번에는'이라는 표현을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목할 건 엄기도 집사의 행동입니다. 아들이 죽었다는 걸 알게되었음에도 울지도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는 김인숙을 보며 엄기도 역시 울 것같은 표정으로 인숙을 위로합니다. 울지도 못하면 괴로워서 안된다는 엄기도는 진심으로 인숙을 안쓰러워하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함께 알고 지낸지 18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정이 들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그럴 수 있다지만 '살인'에 대해 알고 있었던 김마리의 어린 시절에도 그녀의 '죄'를 덮어주었다는 뜻이 됩니다.

돈이나 뜯어내며 김인숙을 화수분으로 생각하는 악마같은 강마담은 마리에게 어머니같은 존재입니다. 강마담이 돈이나 벌어오라며 사창가로 끌고 나갈 때 마리가 당한 일들은 마리의 힘으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입니다. 엄집사의 인숙에 대한 태도는 인숙이 저질렀던 일들이 인숙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가여운 상황이었음을 암시합니다. 악마같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질러진 일이라는 뜻이거나 엄집사 역시 인숙에게 죄를 지은 것은 아닐까 추측하게 합니다.



지훈이 최후의 추적자가 된다

어찌되었건 변함없는 사실은 김인숙은 아들 조니 헤이워드를 버렸고 지금은 그 아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따뜻한 지훈의 격려를 받고 다시 JK 사람들과 혈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한지훈에게만은 자신이 죄인이란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끝까지 담담했던 원작 속 주인공과 김인숙이 다른 점은 극 중간중간 보여주는 지훈에 대한 죄책감과 엄기도에게 보여주는 눈물입니다.

'김인숙의 추악한 과거'라는 기사가 많지만 드라마 상에서 밝혀진 내용은 아직 불분명한 편입니다. 한때 남편이었던 윌셔, 아들 조니와 헤어져 살았던 건 사실인 듯한데 그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살인'에 대해서도 살인을 유발한 것인지 직접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은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서순애의 아이, 지훈을 고아원에 버린 사람이 김인숙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아직까지는 여전히 JK그룹의 K로 추락할 수도 있는 김인숙일 뿐입니다.

곰인형이 같다는 이유로 조니의 뒷조사를 하는 지훈, 점점 더 인숙과 가까워진다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인숙이 저지른 죄들이 제도권의 법으로 제단할 수 있는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조니를 칼에 찔러 직접 죽였다면 분명 '대가'를 치뤄야할 행동일 것이고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라 쳐도 20년전의 살인이라면 공개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엄기도와 강마담, 김인숙이 꽁꽁 싸매서 숨기고 있는 죄는 과연 무엇일까요. 서순애와 한지훈의 가정을 망가트린 죄책감 때문에 지훈을 최후의 추적자로 생각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재벌가에 끼어든 한 여자의 기구한 일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로열 패밀리'. 초반부는 김인숙의 이야기로 모든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후반부는 한지훈의 관점에서 바라본 김인숙의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순호가 다음 후계자로 점찍은 조현진(차예련)이 사랑하는 남자 한지훈. 결코 간단하고 단순하지만은 않은 그들의 관계가 속시원히 풀리는 날이 언제일 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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