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케세라세라 처녀 경매 사건과 K

Shain 2011. 4. 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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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김인숙(염정아)의 비밀, 퍼즐같던 그녀의 삶의 조각들이 하나씩 다 드러나고야 말았습니다. 이제는 조각을 짜 맞춰 퍼즐을 풀고 전체 그림을 완성하기만 하면 됩니다. 김마리는 살해된 조니 헤이워드의 생모였고, 강마담(김민정)은 김마리를 아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엄집사(전노민)는 강마담을 해외로 빼돌렸으며 남겨진 CCTV 속에서 조니는 김인숙을 '마리'라고 불렀습니다.

조니 살인사건과 엄집사, 김인숙, 강마담, 김마리, 모든 것이 관련되어 있다는 막연한 심증은 있지만 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어 답답한 한지훈(지성). 공순호(김영애)의 예감처럼 한지훈은 그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과 다른 인물이라면 '제거'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대로 자신이 천사로 알고 있던 사람이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는 배신감 때문에 지훈은 확 뒤집혀 버릴 지도 모릅니다.

김마리가 김인숙임을 알게 되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한지훈

엄기도 집사와 수상한 만남을 자주 갖는 인숙, CCTV에 찍힌 반가워하는 조니의 얼굴, 조니가 묵었던 홈스테이 사람들의 증언, 모든 손가락이 김인숙, 자신이 김여사라 부르며 어머니처럼 생각한 그 여자를 가리키고 있는데 지훈은 미친듯이 자신에게 닥친 의심을 밀어내려 합니다. 조증에 걸린듯 광기를 보이며 불안해하는 지훈을 보며 조현진(차예련)은 인숙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직감할 뿐입니다.

'김여사가 아들을 죽이는 그런 여자' 일 리가 없기에 유죄 임을 알리는 증거가 아니라 무죄임을 알리는 증거를 찾아보겠다는 지훈의 집념. 그런데 아들을 죽였을 지도 모르는 김인숙은 지훈의 행복하냐는 질문에 '행복하다'고 대답합니다. 아들이 비참하게 공원에서 죽었는데 행복하다니, 지훈의 배신감은 점점 더 커져갑니다. 지훈이 그녀를 단죄하고 심판하려면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합니다.
 


미 팔군 사령관의 요청으로 비공개된 자료

예전에도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로열패밀리'의 원작 '인간의 증명'을 이해하자면 일본 역시 주둔 미군들의 사건 사고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는 걸 알아야합니다. 한국도 주한미군 범죄를 비공개 수사를 진행하는 등 범행 미군에 그닥 속시원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일본 역시 언론이나 정부기관이 소홀히 다루는 사건 중 하나가 미군 범죄입니다. 90년대 초반 대학생들의 울분을 끓게 했던 '윤금이 사건'의 범인을 보면 답답함을 금치 못합니다.

언급하기도 끔찍한 살인 사건이지만 한국인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윤금이 사건, 해당 사건의 범인 케네스 마클은 94년 형을 선고받고 국내에서 복역하다 2006년 가석방되어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무기징역으로 수감 중에도 한국인을 살해한 동료 미군 죄수와 함께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피우는가 하면 2000년에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웃기는 일이라며 국내 영자 신문에 투고를 하는 등 많은 물의를 빚었는데 같은 협정으로 가석방 중 출국해버린 것입니다.

하여튼 군대 부근에서 모종의 성매매가 이뤄지고 범죄가 발생하곤 한다는 공공연한 사실, 그 맥락에서 주인공 김마리가 겪어야했던 일들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한 미군상사의 피살사건이 발생하고 현장에서는 한우석이 코마 상태로 발견됩니다. 경찰과 미군은 한우석를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몇일 뒤 한우석이 사망하고 그 사건을 '컨피덴셜'로 숨겨버린 것입니다. 그 자료에 접근하려면 대통령 영부인의 협조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한지훈이 추적한 사건의 실체, 케세라세라 살인과 처녀 경매

'케세라세라 사건' 파일, 일명 이태원 살인 사건에는 윌셔 헤이워드가 연관되어 있습니다. 미군범죄수사대 CID에서 기밀로 처리한 그 사건. 지금까지 나온 사건 내용을 추측하면 이렇습니다. 케세라세라는 분명 강미자, 강마담이 운영하던 카페로 성매매업소입니다. 김마리를 사창가에 내보내려 악을 쓰던 강마담은 '처녀 경매'를 한다며 김마리를 미군들 사이에 선보인 것이고 낙찰(?)된 미군 상사는 김마리에게 나쁜 짓을 하려 했겠죠.

마리를 구해내려던 한우석이 미군을 상대하다 상해을 입자 김마리가 우발적으로 뒤에서 미군을 가격해 죽게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우석은 코마가 될 때까지 얻어맞아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군 상사는 뒷통수를 가격당해 살해당했습니다. 미 팔군 사령관 비서였던 카투사 엄기도가 사건을 은폐하도록 사령관을 종용하고, 평소 김마리의 곰인형을 사주던 윌셔 헤이워드의 도움으로 김마리는 현장에서 피신하고 아무말 못하는 한우석이 '용의자'로 지목된 것으로 보입니다.

딸처럼 키운 어린 여자아이를 남자들에게 팔아치운 강마담도 악마같지만 자신을 도와준 사람 한우석을 순식간에 범죄자로 만들고 그의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김마리, 그녀의 죄책감이 극에 달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도저히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비참한 일이 일어났음을 알게된 엄기도가 그녀를 거두려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호대학에 가겠다던 고아 소녀의 인생이 한순간에 망가져버린 것입니다.



한지훈, 김마리를 용서해줄 수 있나

자신의 아버지를 살인 용의자로 만들어 죽게 하고 어머니 서순애(김혜옥)을 미치게 만들어 병원에 가두고 자신을 고아원에 보내 살인용의자로 살게 만든 김마리. 그녀의 죄책감이 서지훈의 위기를 구해주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지만 애초에 지훈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사람도 김마리, 즉 김인숙이었다는 사실을 한지훈은 감당해야합니다. 한 개인의 인생치고는 너무나 지독한 반전이라 받아들이기 힘든 것 당연합니다.

그동안 보여준 친절과 희생이 모두 자신의 죄를 덮고자 하는 위선이었나 그렇지 않으면 천성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김마리'의 본성이었나. 한지훈은 자신이 사랑하던 그 여자의 정체를 판단하고 심판해야 합니다. 김인숙의 과거를 모두 폭로한 것은 아니지만 '처녀 경매'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도 김마리의 인생에 동정이 가고 마음이 아픈데 한지훈의 입장은 시청자들과는 조금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지훈이 영부인의 권한으로 '케세라세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장면은 어쩐지 과거에 읽었던 미군 범죄의 한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굳이 드라마가 그들의 문제를 들춰내려 소재로 삼았던 것은 아니겠지만(분명 일본 소설이 원작이니까요) 김마리가 당한 일들은 국익이나 다른 보이지 않는 압력에 밀려 항상 2순위가 되어야 하는 국민, 그 '국민들의 존엄'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존엄, 큰 며느리 임윤서(전미선)는 같은 계급끼리나 동정을 해주는거라며 김인숙을 아직도 멸시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리고 힘없는 고아 소녀를 최소한 한 인간으로 대접할 줄 몰랐던 미군들은 그녀를 함부로 하려 했습니다. 마리를 인간으로 생각하고 사랑해준 사람들은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다. JK 안에서 인간임을 인정받으려 하는 K, 김인숙, 김마리의 인생, 어쩐지 승리를 빌어주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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