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가장 궁금한 엄기도 집사의 최후

Shain 2011. 4. 15. 10:09
728x90
반응형
창작된 드라마 내용을 두고 '법적인' 공방이 오고가는 것이 조금은 쓸데없는 일같긴 합니다만 주인공 김인숙(염정아)의 살인죄를 단죄한다면 미군 '스티브'에 대한 살인 혐의는 아마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군에게 저질러진 범죄를 처단하는 법이라도 18년 이상 지난 일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김마리는 이미 한참전에 실종처리(혹은 사망)된 인물이니 사장 취임식 때 찍었던 지문으로 추적해도 '신분 위조' 등의 혐의만 인정되지 않을까 합니다.

전직 검사로서 약간 허술한 반응같기도 하지만 '한지훈(지성)' 변호사는 일단 자신의 어머니 서순애(김혜옥)의 조언도 있고 자신과 어머니에게 책임을 다했다는 부분도 이해했고, 무엇 보다 미성년자 김마리가 겪어야했던 끔찍한 상황에 연민이 생겼을테니 이 '범죄'를 마음 속으로 반이상 용서한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마리의 손을 잡고 도망친 엄기도(전노민)와 한지훈이 김마리를 대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을 듯 합니다. 문제는 '김인숙'으로서 사는 동안에 저질러진 사건, 공원에서 가엽게 죽어간 조니 헤이워드의 살인에 대한 결론입니다.

김인숙을 돕던 중 정체가 탄로날 뻔한 엄기도 집사


미군범죄수사대의 추적을 피해 조니와 윌셔까지 버려야했던 김마리가 한지훈과 서순애를 가까이 두고 챙길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스티브의 형제가 다시 범죄 수사를 하기 시작하니 용의자인 한우석의 아내와 아들은 최우선 감시대상이었을 것이고 김마리는 어쩔 수 없이 한지훈을 고아로 만들어 돌보지 않았을까 싶네요. 죽을 만큼 위급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엄마도 아이 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 지훈, 그는 일단 인숙의 '진심'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공순호(김영애) 회장은 한지훈의 엄마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제 '한변'의 약점은 인숙과 서순애가 됩니다. 인숙에게는 지훈과 서순애, 병준(동호)가 가장 큰 약점이 되었습니다. 공회장의 큰 아들 조동진(안내상)이 김인숙의 스캔들을 조작하는 현장에서 엄집사의 수하들이 현장을 습격하고 엄집사의 전화번호가 찍힌 조폭들의 핸드폰을 집어갔습니다만 엄집사에겐 핸드폰이 두 개라 한동안은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명의 추적을 하게 되면 엄기도의 정체도 곧 탄로나겠지요.



존엄을 지키기 위한 공순호 VS 김인숙의 한판 승부

JK의 정가원에서 사람의 반대말은 '저거'입니다. 정가원에서 쥐죽은 듯 살았다는 K, 김인숙의 인생은 말이 쉽지 상상하기 싫을 정도의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아랫 사람들 조차 손가락질하며 K가 또 사고를 쳤다고 외면하고 대접하기 보다 감시하고 간섭할 대상으로 여기며 어린아이들까지도 큰어머니가 아닌 K라고 지칭합니다. 아무 고통을 받지 않는 듯 인내하는 듯 보여지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싶었던 김인숙의 응어리는 공순호를 향해 칼을 가는 복수의 기반이 됩니다.

십자수를 놓으며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듯 보였지만 몰래 인맥을 다져가던 그녀는 낡은 하이힐을 신고 곰인형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둥바둥 김마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라는 표현, 지훈과 인숙을 이어주던 책 '인간의 대지', 지훈이 흥분할 때 마다 이야기하는 '사람' 이야기. 사람이라면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 모진 인생 속에서도 인간의 의미를 찾는 소녀의 마음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김인숙과 충격을 받은 공회장


한 소녀는 평생 동안 자신이 '인간'임을 무시받고 살았습니다. 고아로 자라 포주에게 이끌려 술집에 갈 때도 미군 병사에게 납치당해 성폭행당할 위기에 처할 때도 대기업의 며느리로 살며 없는 존재로 취급당할 때도 그녀의 평생 소원은 자신이 인간임을 인정받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인간임을 증명'하려는 그녀에게 포주 강마담(김민정), 미군 스티브, 공순호 회장은 모두 다 힘을 과시했던 존재들이고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인숙이 이겨야할 대상입니다.

엄기도는 'JK 메디컬'의 주식을 되찾겠단 소송을 낸 김인숙의 이야길 공회장에게 전하며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겠다고 합니다. 공회장은 정가원의 비밀을 낱낱이 알고 있는 엄기도가 JK를 나가는 건 죽어서 혹은 쇠고랑을 찼을 때 뿐이라고 하며 인숙의 제일 조력자인 그에게 다른 임무를 맡깁니다. 엄기도는 한발 나아가 김인숙과 한지훈의 스캔들을 조작하려는 JK팀의 일을 방해하고 자료를 뺏어보려 하지만 그것 마저 조동진의 방해를 받지요.

어린 김마리는 엄기도를 아저씨라고 부르며 정신적으로 많이 의존했던 것 같습니다. 엄기도 역시 연민의 눈빛으로 나이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그녀를 지켜주며 모종의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구요.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동안 그들의 생리와 여러 비밀들을 파악한 엄집사가 이 나이어린 소녀에게 일말의 미안함을 느끼고 잘 해주려 했던 것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극중 설정된 그 시기에도 요즘에도 크고작은 미군 범죄들이 종종 일어나곤 했습니다.

김인숙은 모든 짐을 지고도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20년이 넘게 그녀의 결혼, 고통, 비밀들을 모두 지켜본 엄집사의 심리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애정이자 배려입니다. 처음엔 어린 여자아이를 두고 사랑한다고 하기 힘들었겠지만 이제 와서는 한 사람의 성숙한 여인으로 좋아하고 있는데 끝까지 흑기사를 자처하며 그녀가 마음 속에 품은 한을 모두 풀어내길 바라고 있는 것이겠지요. 조니의 죽음을 알고 울지도 못하는 인숙에서 울기라도 하라며 서글픈 위로를 던지는 엄집사는 인숙 만큼이나 애처롭습니다.

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인 '김영현'의 '선덕여왕'은 딱히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마음 속의 죄책감 때문이든 법적인 책임 때문이든(만약 조니를 죽였다면) 주인공 김인숙은 행복해지기 힘든 상황입니다. '미실'의 악역에 해당하는 공순호 역시 나름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지만 어떻게든 '제거'당하는 악역에 해당할 것같고 극중에서 누군가는 이 모든 비극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겠죠. 팔자 사나운 인숙이 모든 책임을 질까요 그림자로 살아온 엄기도가 모든 걸 책임지게 될까요.



엄기도는 정말 조니를 죽였을까

김인숙이 조니를 죽이지 않았다고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하는 엄집사는 조니와 인숙 사이에 일어난 일을 자신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해 사건의 진실을 일단 감추워 두었습니다. 강충기(기태영) 검사가 꾸준히 조니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곧 인숙과 엄기도 둘 중에 누가 '책임있는' 사람인지 결론이 날 것입니다. 혹은 공순호와 결전을 앞둔 '마리'를 지켜주기 위해 엄기도가 일단 범인을 자처하고 나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JK내 인숙의 조력자는 이제 셋. 조현진은 반격을 가할 것인가


공순호를 마주하며 가장 소중한 것을 당신 때문에 버렸다고 이야기하는 김인숙은 '살인'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자신이 평생 가질 수 없었던 '인간의 존엄'을 위해 김인숙이 버린 것, 이 부분이 드라마의 가장 큰 반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리 탓이 아니야 지훈아'라며 지훈에게 몇가지 이야길 꺼낸 서순애가 비밀을 갖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이제 모든 비밀이 풀린 것같은데도 이야기는 많은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큰 며느리 임윤서(전미선)가 JK메디컬의 주식 싸움에 증인으로 나섰고 공순호는 평생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JK 자녀들 중에 첫 이혼 커플이 생길 것이란 수치, 이제 며느리들의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의 큰 축이된 살인 사건, 재벌 후계다툼, 사랑 이야기 죽에 결론이 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제 쯤 조현진(차예련)이 치고 올라와 인숙의 가장 큰 맞수가 될 수도 있겠지요. 차분하게 지훈과 인숙을 응시하는 엄기도의 최후 선택이 드라마의 결말을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