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로열패밀리

로열패밀리, 김인숙의 자살폭탄 유언장 아닐까

Shain 2011. 4.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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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로열패밀리'를 끌고 가는 두 개의 이야기, 그중 시청자들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연기자 김영애와 염정아의 대립구도입니다. 재벌 후계와 권력 다툼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은 그 목적도 다르고 파워도 다르지만 한치도 밀리지 않는 박빙의 승부입니다. 어느 순간 한 사람이 치고 올라갔다 싶으면 다음 순간 또다른 한사람이 그의 약점을 치는 이 구도, 꼼꼼하냐 꼼꼼하지 않느냐는 둘째치고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조니라는 혼혈아를 살해한 사람이 누구냐, 그 부분 역시 또다른 미스터리의 한 축이지만 순위가 밀리는 경향이 있죠.

'로열패밀리'은 원래 16부작으로 기획되었지만 권음미 작가와 제작자의 동의를 얻어 18부작으로 연장되었다고 합니다. 각본이 치밀하고 촘촘해 잘린 부분이 많기에 18부로 연장해도 무리가 없을 거라 했다는데 확실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현진 역의 차예련이 입원하는 등 대부분의 배우들이 무리를 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될 뿐입니다. 한동안 배우 지성의 손에 감겨 있던 붕대는 극중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다친 것 아니었나 싶던데 쉬면서 치료하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상황인가 싶습니다.

2건의 살인 사건을 자백하는 내용이 담긴 인숙의 자술서

하여튼 주인공 김인숙(염정아)은 시청자의 뒷통수를 제대로 쳤습니다. 조니 헤이워드를 죽인 사람이 엄기도 집사(전노민)냐 아니면 김인숙이냐를 두고 반반의 가능성이 있다 생각해왔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분명 엄기도는 마리는 죽이지 않았다며 그녀의 무죄를 옹호했습니다. 끝까지 살인의 미스터리를 함구하고 가며 자수할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공순호(김영애)를 압박하기 위해 김인숙이 던진 카드는 자신의 죄를 고백한 자술서였습니다.


김인숙의 본명이 '김마리'이며 이태원에서 처녀경매에 나갔다가 스티브를 살인했다는 이야기, 윌셔와 결혼해 조니란 아이를 뒀지만 그 아이를 자신이 찔러죽였노란 이야기, 공순호는 파르르 떨며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합니다. 한지훈(지성)을 조니의 살해용의자로 만들고 다시 고아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만들어 공격했더니 인숙이 '자폭'을 하려는듯 유언장같은 그 진술서를 들고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공순호는 선뜻 김인숙을 벼랑끝에서 밀어버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백척간두의 위기에선 한발을 더 내딛어라

제 3막을 시작하라는 공순호는 김인숙에게 동조하는 사람들, 인숙의 팔다리를 다 떼어놓고 고립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절대 자신을 배신할 리 없고 자신과 가장 닮아 재벌 후계자 자질을 가진 자신의 딸 조현진에게는 후계를 약속하며 지훈을 버리라 종용했고 인숙을 천사라 생각하며 맹목적으로 지지하던 한지훈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혐의를 덮어씌웠습니다. 무영고아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알려진 원장 최재식은 당연히 한지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며 검찰청이 지훈을 긴급체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훈의 어머니 서순애(김혜옥)는 다시 정신 이상을 일으키고 지훈은 더 이상 인숙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발목을 잡는 약점이 되었을 뿐입니다. 공순호는 예전부터 상대방의 약점을 잡는 전략을 능숙하게 구사했던 것 같습니다. 김인숙과 함께 반기를 든 큰 며느리 임윤서(전미선)는 구성그룹의 프린세스로 지금은 인숙과 함께 공순호를 공격하고 있지만 오늘 방송분에서는 엄기도와의 불륜이 공개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지훈은 조니와 무영고아원 살인사건 두건 모두 혐의를 받게 된다

남편 조동진(안내상)은 아내에 대한 무관심으로 그를 덮어두었다고 하지만 시어머니 공순호가 큰며느리의 불륜을 덮어둔 이유는 분명 엄기도를 고의적으로 접근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큰 아들 부부는 혼전계약서를 맺고 정략결혼을 한 사이이니 이익관계가 틀어졌을 경우 큰며느리는 가장 먼저 배신할 수 있는 내부의 적이 될 수 있습니다. 약점을 몰래 움켜쥐고 상대를 조종하는 공순호답게 큰며느리의 비밀을 몇개쯤 쥐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습니다.

김인숙 역시 공순호에게 들켜서는 안되는 약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가장 큰 응원군인 엄기도 집사가 사실 자신을 돌보며 도와주던 인물이란 사실도 그렇지만 지훈을 다치게 하면 평생 자신을 옭아매어온 죄책감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남편 조회장과의 파워게임을 하느냐 인숙을 섬으로 팔아넘기려 했고 둘째 아들 조동호의 마음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은 당사자, 공순호 만은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던 인숙,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한 그 여자에게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공순호가 고의로 엄집사를 임윤서에게?

김인숙이 입에 넣어준 약 덕분에 목숨을 건진 조회장은 인숙의 사람됨을 제대로 알아보았습니다. JK의 모든 업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무섭고 독한 아내에 맞설 만한 인물은 인숙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악착같이 도망치는 인숙을 잡아 둘째아들 동호에게 데려다준 것 같습니다. 조동호와 조회장이 모두 죽고 없는 지금, 인숙은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공순호의 시도를 막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히려 한발을 더 내딛는 것이라고 합니다. 상대가 약점이라고 생각하며 위협하는 내용을 모두 폭로함으로서 더 이상 약점이 아니게 만들면 더 이상 상대방은 인숙을 공격하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인숙이 공개하고자 하는 내용이 JK에서는 절대 공개해서는 안되는 추문을 담고 있다면 더더욱 공순호는 그 자술서를 검찰 앞에 드러내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김인숙이 공순호에게 던진 자살폭탄인 셈입니다.



김마리의 자술서는 유언장이 아니었을까

김마리는 자신의 자술서를 어딘가에서 꺼내어 공순호에게 주었습니다. 또박또박 한글자씩 써내려간 그 자술서는 오래전에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며 준비한 그때의 물건인 듯합니다. 아무래도 모든 승부를 마치고 공개하려 했던 유언장이거나 모든 것이 실패할 경우 스스로 자살하고 공개하려 했던 증거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공순호라는 괴물을 이기려면 자신에게 피해가 오는 걸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벼랑끝에서 밀어보란 말은 거짓이 아닐 것입니다.

공순호의 '감'대로 미련하게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던지는 족속들이라 그런지 김인숙의 지훈을 풀어주기 위해 '감상문'이라며 내어놓은 자술서는 김인숙을 옭아맬 족쇄가 될 것만은 분명합니다. 공순호를 떨게 만든 그 자술서의 여파는 아직 예측 불가능 합니다. 자신의 죄를 고백한 그 내용이 전부인지 조니를 죽인게 진짜 김인숙인지 그 부분도 확인해야할 것 같구요. 공순호에 의해 엄기도 집사 역시 납치될 것 같습니다. 평생을 인숙과 함께 했던 그림자같은 그 남자가 죽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며느리들의 반란에 이어 자식들도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카드까지 모두 꺼내어 이제 결전을 앞둔 김인숙이 이대로 말라비틀어져가듯 공순호에게 진다는 건 어쩐지 아쉽습니다. 그렇다면 인숙 앞에 새로운 조력자가 등장하던가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한 도움의 손길이 생길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씨네 형제들의 아버지 조회장과 둘째 아들 조동호가 공순호에게 정이 떨어졌듯이 큰아들 조동진이 아내 임윤서를 위해 막내딸 조현진이 사랑하는 한지훈을 위해 모종의 사건을 터트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의 존엄'을 찾기 위한 김인숙의 마지막 사투. 그녀는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의 원한과 소원을 자신의 어깨에 지고 있었습니다. 미군에게 맞아죽어간 지훈의 아버지 한우석에 대한 죄책감, 그녀의 아내 서순애와 아들 한지훈에 대한 책임감, 사랑했지만 도망치는 신분이라 함께할 수 없었던 윌셔와 조니에 대한 미안함, 조회장과 조동호가 JK 정가원에 가졌던 애증의 감정까지. 김인숙이 공순호를 향해 증오를 불태우는 그 감정이야 말로 진정한 '인간이라는 증거'가 아닐지 오늘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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